위조 관여 영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국 소속

2014년 02월 21일 22시 18분

위조된 중국 공문서 입수 과정에 개입한 전현직 선양 한국총영사관 영사들이 국정원 파견 직원이라는 뉴스타파 보도가 사실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중국 당국이 위조로 확인한 3건의 문서 입수에 관여했던 선양 한국영사관의 이인철 영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국이 파견한 직원으로 드러났다. 이 영사는 국정원을 통해 검찰에 증거로 첨부한 영사확인서까지 개인이 독단적으로 작성해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회 증인으로 출석하는 조백상 중국 선양 한국총영사

 

▲국회 증인으로 출석하는 조백상 중국 선양 한국총영사

이번 사태의 파장이 갈수록 확산되는 가운데 조백상 선양 한국총영사가 국회 외통위에 증인으로 출석해 관련 사실을 일부 시인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번 중국 공문서 위조 과정에 국정원 출신 전현직 영사들이 깊이 관여됐다는 뉴스타파의 보도를 인용해 집중 질의했다.

조 총영사는 이인철 영사가 국정원 직원인지를 묻는 의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자신이 말하기 곤란하다며 사실상 시인했다. 또 국정원 대공수사국 소속이 맞느냐는 질문에도 부인하지 않았다. 대공수사국은 간첩 등 공안수사를 전담하는 국정원 2차장 산하다.

뉴스타파 보도 화면을 들고 질의하는 정청래 민주당 의원

 

▲뉴스타파 보도 화면을 들고 질의하는 정청래 민주당 의원

앞서 뉴스타파 확인 결과 이 영사는 지난해 8월 17일, 외교부에 들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시기는 서울시 간첩 사건으로 기소된 유우성 씨의 1심 선고를 앞두고 핵심 증거에 대해 조작 의혹이 제기되던 시기다. 국정원이 곤경에 처하자 국정원 대공수사국 소속의 이 영사가 급파된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부분이다. 지난해 8월 22일 유씨는 1심에서 간첩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영사는 검찰이 외교부를 통해 요청한 화룡시 공안국의 사실 확인서를 보낸 것으로 관련 문서에서도 확인됐고 지난해 12월 뉴스타파의 중국 현지 취재 당시도 자신이 실무자였음을 인정했다.

지난해 12월 중국 현지 취재 당시 만난 선양 총영사관 이인철 영사

 

▲ 지난해 12월 중국 현지 취재 당시 자신을 이인철 영사라고 소개한 관계자

이 영사는 또 유 씨의 간첩 혐의를 뒷받침하는 영사확인서까지 영사의 사전 결재도 없이 독단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 총영사는 국회 증언에서 “유관기관(국정원)이 획득한 문서에 대해 이 영사가 확인한 개인 문서”라고 말해 사전에 보고받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검찰 측 증거로 제출된 ‘영사증명서’

 

▲검찰 측 증거로 제출된 ‘영사증명서’

영사확인서는 과거 간첩 조작 사건에서 악용된 사례가 적지 않다. 이재승 건국대 교수는 “영사확인서는 주문 생산 맞춤 문서나 다름없고 국정원에서 원하는 것을 해외에 있는 직원이 그대로 보내고 법원에 증거로 제출돼 유죄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현직 국정원 직원으로 확인된 심 모 전 영사에 대한 증인 요청서

 

▲현직 국정원 직원으로 확인된 심 모 전 영사에 대한 증인 요청서

이와함께 전날 뉴스타파가 보도한 심 모 전 영사도 현직 국정원 직원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한때 증인으로 채택했던 심 씨는 유우성 씨 주변 인물을 조사하는 등 이번 사건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타파는 새로 드러난 사실들을 확인하기 위해 선양 이 영사에게 여러차례 전화했지만 연락이 닿질 않았다.

이날 외통위 회의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은 국정원에 의한 간첩 조작 의혹을 집중적으로 캐물었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은 오히려 위조 판단을 내린 주한 중국대사관 쪽에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며 또 다른 외교 마찰까지 우려되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은 의심해야될 곳은 선양 영사관이 아니라 주한 중국대사관이라며, 주한 중국대사관과 민변 사이에 커넥션이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발언까지 했다.

검찰 진상조사팀은 이번에 귀국한 조 총영사와 중국 선양에 머물고 있는 이인철 영사에 대한 소환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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