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가족들 데려온다 약속해 허위 자백했다”

2014년 03월 28일 16시 45분

북 보위사 직파간첩 홍 모씨, 변호인에 “허위자백” 주장

검찰이 최근 북한 보위사 직파간첩이라며 기소한 40살 홍 모 씨가 변호사 접견 과정에서 “국정원이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한국에 데려와 주겠다 약속해 허위자백을 했다”고 밝힌 것으로 뉴스타파 취재결과 확인됐다.

현재 재판을 앞두고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홍 씨는 검찰의 공소요지인 △보위사 공작원으로 선발된 점, △탈북 브로커를 납치하라는 지령을 받았다는 점 등이 모두 국정원 합신센터 조사 중 수사관의 회유와 강압에 의해 만들어진 허위라고 변호인 측에 밝혔다.

홍 씨는 구치소에 수감된 이후 자신이 북한 보위사 직파간첩으로 언론에 보도됐다는 사실을 알았고, 이 때문에 ‘가족을 데려와 주겠다’는 국정원 측의 약속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으로 판단해 담당 검사에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씨는 ‘당초 국정원과 검찰이 자신의 사례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해 놓고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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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씨가 변호인단에 밝힌 합신센터의 수사 과정은 유우성 씨의 동생, 가려 씨가 밝힌 허위진술 유도 과정과 유사하다.

홍 씨는 합신센터에서 억류 최장기간인 6개월 동안 조사를 받았고, 대부분 독방에서 지내야 했다고 한다. 또 변호인 등 외부의 도움으로부터 철저히 고립된 채, 특정 내용을 세뇌당하듯 적어야 했고, 나중에는 그 내용을 암기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홍 씨는 변호인단에 말했다. 이 같은 강압적인 조사 뒤에는 ‘북의 가족들을 데려다 주겠다’, ‘집과 돈을 주겠다’는 회유의 과정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홍 씨가 구치소에서 자신이 공작원으로 입국했으며 반성하고 있으니 관대한 처벌을 원한다는 내용의 자필 반성문을 써 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히며 변호인단이 제기한 간첩조작 의혹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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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단은 검찰이 언급한 자필 반성문 역시 ‘형량이 줄어 들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작성한 허위 반성문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변호인단은 검찰이 홍 씨에 대한 변호인의 접견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7일 오전 변호인단은 구치소에서 홍 씨를 접견한 후 오후에 다시 접견하려 하자 검찰이 홍 씨를 갑자기 소환해 면담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변호인단은 민변 변호인들이 홍 씨를 접촉한 직후 검찰이 그를 소환한 것은 허위 자백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검찰은 홍 씨의 자발적인 면담 요청에 의해 이뤄진 만남일 뿐 조사는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홍 씨는 자필 확인서를 통해 검찰에 면담을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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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단은 27일 이같은 사실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통해 검찰의 소환 조사가 부적절하다고 밝혔으나 검찰은 28일 오전에도 홍 씨를 소환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홍 씨는 검찰의 소환을 거절했지만 서울구치소 교도관이 나서 ‘변호인 요구에 의해 불출석한다’는 내용의 사유서를 작성하도록 유도했다. 변호인단은 이같은 상황을 적은 홍 씨의 자필 확인서를 공개하며 검찰의 행위는 변호 활동을 저해하려는 움직임이라고 지적했다.

다음 달 홍 씨에 대한 첫 공판이 예정된 가운데, 변호인단과 검찰 양측의 주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어 유우성 씨 사건 이후, 또 다시 ‘간첩 조작’ 의혹을 두고 치열한 법적 공방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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