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 4대강 달성보의 내부시설 누수 첫 확인

2012년 02월 17일 06시 59분

4대강 사업의 핵심은 강바닥 준설과 보 건설입니다. 모두 16개 보가 4대강 전역에 설치됐습니다. 그러나 공사 기간 내내 보의 안전문제와 부실공사 논란이 제기돼 왔습니다. 급기야 지난해 말 모두 9개 보 바깥쪽에서 물이 새는 누수현상이 확인되자 논란은 더욱 커졌습니다.

하지만 국토해양부는 누수양이 경미하다. 보 외관의 단순한 물 비침 현상이다. 따라서 보의 안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토부서나 4대강 추진 본부는 지난해 12월 2일 전문가 자문회의를 개최한 결과 보의 외부 미관을 고려해 보수가 필요하다는 정도의 의견이 나왔을 뿐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국토부 담당공무원]
(보 외부 미관을 고려해 보수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이게 무슨 뜻인가요?)
“그러니까 그게 누수가 된다고 해서 안전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고, 그냥 놔둬도 큰 문제는 없는데 그것이 외부에서 보면 물이 줄줄 비치고 하니까 보기가 싫으니까 그 부분을 지운 거죠.”

그러면서 보 내부 구조물에는 누수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국토부 담당공무원]
(내부 시설물에 대해서는 누수현상이 있었나요?)
“내부 시설물 없습니다. 원래 소수력(발전소)안에 물이 들어가면 안 되죠.”

결국 보 누수는 고정부에 외부 시공 이음부에서 일어났을 뿐 아주 경미한 수준이며 보 내부에는 누수현상이 없다는 게 지금까지 정부의 일관된 발표내용입니다.

과연 사실일까. 지난 14일 밤 뉴스타파 홈페이지 제보창에 익명의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대구 달성구 내부 기계실과 정비실에서 지난해 말부터 심각한 누수가 발생했다. 그리고 최근까지 비밀리에 보수공사를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취재팀은 사실 확인을 위해 곧바로 달성보 현장을 찾았습니다. 수자원 공사와 함께 공사를 맡은 현대건설 측에 보 내부에 물이 샜는지 여부를 물었지만 이들은 누수사실을 극구 부인했습니다.

발전설비가 설치돼 있는 기계실에 누수 등의 문제가 있었는지 거듭 물었지만 대답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수자원공사 직원]
(구조물 안에 내부공간들이 있죠? 보 안에? 그 안에 물이 들어오거나 그렇지 않나요?)
“아까 말씀드린대로 물 비침 현상은 고정보에만 있었고, 그 외엔 없었습니다.”
(이른바 대균열, 그런 대균열이 없다는 거죠?)
“전혀 없습니다.”

취재팀은 수자원 공사팀의 기계실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했지만 역시 거절당했습니다. 결국 현장을 직접 확인하지 못한 채 돌아와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 뉴스타파 사무실에 한 통의 우편물이 왔습니다. 봉투 안에는 모두 서른 장의 사진이 들어있었습니다. 촬영된 날짜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달성부 내부의 기계실과 전기실을 찍은 사진으로 확인됐습니다. 사진들은 놀랍게도 수자원 공사와 현대건설의 말이 거짓이었음을 보여줍니다. 기계실 콘크리트 벽면에 물이 새나오는 모습이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곳곳에서 수평과 수직의 균열 현상이 관찰되고, 시멘트 석회석 성분이 흘러내린 이른바 백태현상도 눈에 띕니다.

누수현상이 보 발전설비가 설치된 내부공간에서도 광범위하게 발생했다는 증거입니다. 계단에도 벽면에도 물이 샌 흔적이 또렷하게 보입니다.

취재팀은 토목 관련 전문가를 찾아가 사진관련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특히 수평상태로 이루어진 누수현상은 제대로 된 공사에서는 쉽게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며 이는 콘크리트 양생 기간을 지키지 않는 등 시공 규정을 어겼기 때문에 나타난 부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윤석구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토목공학 전공)]
“그 표면을 제대로 정리를 안 하고 급하게 시공했다. 두 번째는 영하의 날씨에도 시공을 해서 표면이 얼었다. 그 언 상태에서 콘크리트를 또 ** 해서 이렇게 붙지를 않았다. 요 두 가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연발생적일 수는 있나요?)
“그거는 없습니다.”
(응. 그러면 어쨌든 공기 절차를 그, 공사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았다, 라는 의혹을 제기할 수 있겠네요?)
“그렇죠.”

4대강 권역(?)에 16개 보 가운데 내부 누수현상이 외부에 확인된 것은 달성보가 처음입니다. 국토부는 지금까지 달성부의 경우 보 외부에 고정부 이음새에서 물 비침 현상이 있었다고만 발표해 왔습니다.

그러나 취재 결과 달성보 내부 시설의 경우 지난해부터 내부 기계실 등에 누수현상이 일어났고 적어도 두 차례 이상 보수공사를 벌인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그러나 수자원 공사와 현대건설 측은 이 같은 사실을 그동안 철저히 감춰왔습니다.

결국 4대강 9개 보의 누수는 고정보 바깥에서 일어난 경미한 현상일 뿐이라는 정부의 발표는 거짓으로 드러난 셈입니다.

[윤석구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토목공학 전공)]
“균열이 있으면 물이 새어 나오면은 그 부분에 백태현상이 발생을 합니다. 그 백태현상이 발생을 하는다면 그거는 그냥 균열이 있어서 무조건 물이 새어나오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게 뭐 정부에서 말하는 물 비침이라고 보면은 물 비침이라고 말해도 좋고, 그냥 뭐 예를 들어서 콘크리트 표면에 물을 뿌렸다가 물 자국이 있으면은 그게 물 비침이다,라고 볼 수 있겠죠. 그러니까 백태현상이 나오면, 보이면 물이 새는 겁니다. 그런 거는 물 비침이라고 말을 안 합니다.”

국토부가 지난해 12월 외부기관에 의뢰해 보 안전점검을 실시한 과정도 석연치 않습니다. 안전점검을 맡긴 것은 한국시설안전공단. 국토부 산하 정부 출현기관입니다.

국토부 장관이 임명하게 돼 있는 공단 이사장은 국토부 고위공무원 출신입니다. 상임이사 3명 가운데 2명도 국토부 퇴직공무원 출신입니다. 사실상 국토부와 특수 관계인 기관의 안전점검을 맡겼기 때문에 안전진단 결과의 객관성과 투명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 시설 안전공단에 맡긴 안전진단 결과마저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과연 무엇이 두려워서 언론의 현장 접근을 막고 정부 출현기관에 맡겼던 안전진단 결과 마저 공개하지 못하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22조 원의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된 4대강 사업. 국토부의 거짓과 은폐 습성이 초대형 국책 사업에 대한 의혹과 논란, 그리고 정부에 대한 불신을 갈수록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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