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영종도 카지노, 페이퍼컴퍼니 대거 연루 확인

2014년 04월 08일 16시 59분

‘리포&시저스’ 대표, 최소 6개 유령회사의 이사로 등재

영종도에 카지노를 허가 받은 외국인 투자기업 대표와 임직원들이 수 십 개의 조세회피처 페이퍼컴퍼니를 소유하고 있거나, 페이퍼컴퍼니에 임원 등으로 등재된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결과 확인됐다. 정부의 특혜 의혹에 이어 페이퍼컴퍼니까지 대거 발견돼 투자기업의 도덕성에까지 의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뉴스타파가 ICIJ, 즉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의 조세회피처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 영종도에서 카지노 설립 사전 허가를 받은 ‘리포&시저스 컨소시엄’의 대표이사 루엔 와이 존 리(Luen Wai John Lee)가 최소한 6개의 페이퍼컴퍼니에 이사로 등재된 것이 확인[1][2][3]됐다. 이 페이퍼컴퍼니들은 대표적인 조세회피처인 쿡아일랜드에서 설립된 것이다.

이 가운데 ‘퍼스트 타워(First Tower Corporation)’라는 페이퍼컴퍼니에는 영종도 카지노에 직접 투자한 ‘리포(Lippo Limited)’가 주주로 참여하고 있었다. 또 존 리 대표와 같이 퍼스트 타워에 이사로 등재된 인사 가운데는 스티븐 리아디(Stephen Riady)도 있었다. 리아디는 ‘리포’의 대표이자 리포그룹의 회장이다. 리아디 리포그룹 회장도 모두 7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소유하고 있거나, 페이퍼컴퍼니에 임원으로 등재돼 있었다.

▲ 리포그룹의 페이퍼컴퍼니 관계도. 노란 원은 페이퍼컴퍼니, 파란 원은 페이퍼컴퍼니의 주주나 이사로 등장하는 리포그룹 임원을 의미한다.

영종도 카지노의 대주주인 리포그룹의 페이퍼컴퍼니는 리아디 회장과 존 리 리포&시저스 대표를 중심으로 거미줄 같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대순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는 “이렇게 복잡하게 지분 관계가 얽힌 페이퍼컴퍼니 구조는 리스크와 비용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절세나 탈세와 같은 경제적인 이유로 만들었다기보다 다른 목적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영종도 카지노’ 관련 임원 6명, 37개 페이퍼컴퍼니와 연관

뉴스타파가 ICIJ의 조세회피처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리포&시저스 컨소시엄과 여기에 투자한 ‘리포’, 그리고 ‘시저스 엔터테인먼트’의 임원진들을 조사한 결과 적어도 6명의 임원들이 최소한 37개의 페이퍼컴퍼니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조세회피처 페이퍼컴퍼니 설립대행사인 PTN의 고객 관리 데이터. ‘리포&시저스 컨소시엄’의 대표 존 리가 이사로 등재된 페이퍼컴퍼니 ‘퍼스트 타워’ 관련 정보가 기재돼 있다.

이처럼 조세회피처에 수많은 유령회사를 보유하는 등 극도로 복잡한 지분 구조를 가지고 있는 모기업 때문에 실제 영종도 카지노에 투자한 외자 컨소시엄이 과연 어떤 성격의 자본인지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대순 대표는 “일반적으로 세금 문제 때문에 조세회피처 법인을 만들기도 하지만 검은 돈을 세탁하기 위해 만드는 경우도 있다”며, “카지노 자본의 경우 윤리성이 중요한 평가 항목이기 때문에 페이퍼컴퍼니가 대거 발견됐다면 경각심을 가지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문화부는 지난달 18일 영종도 카지도 사전 심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리포&시저스의 경우 윤리적인 문제는 전혀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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