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후보 검증] 민주당 김영호 후보, 선거 도왔던 정치컨설팅 업체에 맡긴 연구 표절 확인..."반납 진행 중"

2020년 04월 01일 18시 25분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인 김영호 의원(서울 서대문을)이 2016년 진행한 정책연구에서 다른 연구자료를 무단 인용해 짜깁기된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김 의원의 정책연구 용역을 수행한 곳은 정치컨설팅 업체인 윈지코리아컨설팅(이하 윈지코리아)이다. 윈지코리아는 김 의원의 정책연구를 맡아 국회 예산 500만 원을 지급 받았다.

김영호 의원실은 “표절이나 짜깁기 등은 생각하지도 못했다”며 “반납이나 환수 조치의 필요성이 있다면, 윈지코리아로부터 비용을 환수받아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김영호, 윈지코리아에 맡긴 연구 표절...약 40% 다른 연구자료 짜깁기

김영호 의원은 2016년 11월부터 ‘어린이 안전 실태와 안전 전략 구축 방안’에 대한 소규모 정책연구용역을 수행했다. 이 연구엔 국회 예산 500만 원이 지출됐고, 연구를 수행한 윈지코리아는 한달 뒤인 12월 정책연구용역 결과보고서를 김영호 의원실에 제출했다.

▲ 김영호 의원이 2016년 11월부터 12월까지 수행한 정책연구용역 결과 보고서

뉴스타파 취재 결과, 이 용역보고서는 이미 이전에 발간한 다른 연구기관의 연구보고서를 베끼고 짜깁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이 제출한 용역보고서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대전발전연구원(현 대전세종연구원)의 연구 보고서 내용을 상당부분 베꼈다.

 31쪽은 대전발전연구원이 2012년 발간한 보고서 <어린이가 안전한 지역사회환경 조성방안>을 베꼈고, 용역보고서 25쪽과 26쪽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5년 발간한 연구보고서 <국민건강과 안전을 위한 아동안전전략 구축방안 : 아동손상예방 전략을 중심으로>를 그대로 옮겨왔다. 또 용역보고서 14~15쪽, 32~39쪽, 78~83쪽, 91~93쪽, 97~108쪽, 125~137쪽 등에서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를 표절하고 짜깁기했다.

▲ 사진 왼쪽은 대전발연구원이 2012년 발간한 보고서, 오른쪽은 김영호 의원이 2016년 수행한 정책연구용역 결과 보고서. 문장 대부분이 일치한다.

▲ 사진 왼쪽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5년 발간한 보고서, 오른쪽은 김영호 의원이 2016년 수행한 정책연구용역 결과 보고서. 문장과 그림, 각주가 일치한다.

주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5년 연구 보고서를 짜깁기했다. 해당 보고서 본문과 김 의원의 용역보고서를 대조했을 때 문장은 물론 그림, 각주까지 상당부분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의 용역보고서는 모두 146쪽인데, 표지와 간지 등 빈 페이지 21쪽을 빼면 125쪽 분량이다. 이를 기준으로 표절이 확인된 분량은 51쪽에 달했다. 보고서 내용의 약 40%가량을 출처나 인용표기 없이 표절한 것이다.

이와 관련, 2015년 당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에 참여한 한 연구원은 “보고서 인용과 관련해 당시 연락을 받은 기억이 없고, 인용했다면 인용 표시가 됐어야 한다”고 말했다.

▲ 사진 왼쪽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5년 발간한 보고서, 오른쪽은 김영호 의원이 2016년 수행한 정책연구용역 결과 보고서. 문장과 그림, 각주가 대부분 일치한다.

정치컨설팅 업체 윈지코리아, 어린이 안전 연구 경력 없어…‘깜깜이 용역’

김 의원이 표절 연구용역을 맡긴 곳은 정치컨설팅 업체인 윈지코리아컨설팅이다. 윈지코리아는 주로 정치인들의 선거 컨설팅과 공공정책 마케팅, 홍보 관리, 여론조사 업무를 맡고 있다. 어린이 안전 전문기관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살재 윈지코리아가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사업 실적 중 어린이 안전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 또 홈페이지 어디에도 윈지코리아가 어린이 안전에 대한 연구를 했다거나 관련 연구를 위탁했다는 내용은 없었다. 윈지코리아 측도 해당 정책연구 용역을 누가, 어떻게 수행했는지 모른다는 입장을 전했다.

▲ 윈지코리아 측은 2016년 당시 김영호 의원의 정책연구용역을 어떻게 수행했는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윈지코리아는 지난 20대 총선에서 김 의원의 선거 컨설팅을 맡아 홍보를 도왔고, 당선 이후인 2016년 11월 정책연구 용역을 맡았다. 또 김 의원은 2016년과 2017년 연말 두 차례 윈지코리아 측에 의정보고서 발간을 의뢰하고 발간비용 명목으로 각각 국회예산 760만 원과 1,300만 원을 지급했다.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윈지코리아가 김 의원으로부터 지급받은 국회예산은 정책연구용역비 및 의정보고서 발간비를 합해 2,560만 원에 이른다.

▲ 김영호 의원이 윈지코리아에 지급한 의정보고서 발간 용역비. 표 첫 줄이 2016년, 둘째 줄이 2017년. 출처는 뉴스타파 머니트레일 (https://moneytrail.newstapa.org)

2016~2017년 당시 윈지코리아의 대표는 이근형 현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이었다. 이 위원장은 참여정부 비서관 출신으로 윈지코리아 대표를 거쳐 현재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당 전략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때문에, 김영호 의원이 어린이 안전 관련 분야와는 거리가 먼 정치컨설팅 업체에 국회의원 정책연구를 맡긴 배경에는 이 위원장과의 ‘친분’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 이근형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지난해 6월까지 윈지코리아 대표를 지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과 윈지코리아는 “의정보고서는 총선 당시 후보 홍보물을 만들었던 업체가 후보 특성을 잘 알기 때문에 대부분 수행한다”며 “이것까지 문제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영호 의원은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윈지가 여의도에서 신뢰받는 회사라고 인정했기 때문에 공보물 등 관련 업무를 맡긴 것”이고 “(정책연구 용역의 경우) 어린이 안전 전문가가 없어 그래도 신뢰받는 회사인 윈지에 맡긴 것”이라고 해명했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은 선거 때만 우후죽순 생기는 기획사가 아니라 업계에서 몇 안 되는 전통과 캐리어를 지닌 회사라고 판단, 그리하여 당선 이후에도 연구용역을 맡기게 되었다.” 

김영호 의원실 서면 답변, 2020년 3월 20일

이근형 위원장은 “기억이 전혀 없지만, 담당 직원이 3년 전 퇴사한 상태”라며 “짜깁기 등 문제가 파악되면 500만 원을 반납 조치 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영호 의원실은 뉴스타파에 답변서를 보내 “윈지코리아컨설팅으로부터 연구보고서를 받아 의원실에서 오·탈자 등 교정을 봤지만 표절이나 짜깁기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반납이나 환수조치의 필요성이 있다면, 윈지코리아로부터 비용을 환수받아 관련 세금을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윈지코리아 표절 등 “문제점 확인”… “국회에 절차 확인 후 반납하겠다”

이후 4월 1일, 윈지코리아 측은 “표절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문제점이 확인됐다”며 “김영호 의원실에 관련 내용을 공지했고, 국회사무처에 반납 의사를 밝혔으며, 행정 절차를 확인한 후 반납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제작진
취재기자강현석 임선응 박중석
촬영기자김기철 오준식
편집박서영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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