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최초 보도에도 '청부 의심 민원' 쇄도... 방심위 자문위원, 류희림 조카까지

2024년 03월 04일 19시 00분

지난해 9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들어온 뉴스타파 보도 심의·징계 요청 민원 수십건에서도 ‘청부 의심’ 정황이 확인됐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가족과 전 직장(경주엑스포) 동료, 류 위원장과 같이 활동해 온 언론계 인사와 주변인물들이 대거 민원을 넣은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은 대부분 MBC, KBS 등 뉴스타파 인용보도 언론사들을 상대로도 방심위에 민원을 넣었던 사람들이다. 동일한 ‘청부 민원’ 패턴이 뉴스타파 보도를 상대로 한 민원에서도 발견됐다.
뉴스타파를 상대로 한 민원은 모두 지난해 9월 류희림 방심위원장이 방심위 내 ‘가짜뉴스 신고센터’ 설치를 공표한 직후 약속한 듯 들어왔다. 내용도 비슷하다. 조직적으로 계획된 민원으로 의심된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9월, 방심위가 ‘가짜뉴스 신고센터’를 만든 전후 방심위에 느닷없이 쏟아져 들어온 총 25건(17명)의 민원 내용을 입수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12월 25일부터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청부 민원’, ‘셀프 심의’ 의혹을 연속 보도하고 있다. 대선 3일 전 뉴스타파의 ‘김만배 녹취록’ 보도를 인용보도 한 4개 방송사를 상대로 방심위에 들어온 민원들 중 상당수가 류희림 위원장의 가족과 지인이 넣은 것이고, 류 위원장이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심의와 징계를 회피하지 않은 ‘이해충돌’ 문제를 일으켰다는 내용이다. 류 위원장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검찰과 경찰은 수사중이다.
지난 9월 26일,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 현판식에 류희림 위원장(오른쪽 세번째)과 황성욱 위원(왼쪽 세번째), 허연회 위원(오른쪽 두번째)이 참석했다.

‘뉴스타파 심의’ 민원 넣은 17명은 대부분 류희림 관련 인물

지난해 9월, 뉴스타파의 대선 3일 전 ‘김만배 녹취록’ 보도를 겨냥해 민원을 넣은 민원인은 총 17명(건수로는 25건)이다. 류희림 위원장의 조카와 류 위원장이 대표를 지낸 경주엑스포 직원들, 류 위원장이 경주엑스포 대표 시절 MOU를 맺은 예술단 대표, 류 위원장의 KBS 동기이자 경북대 동문(경북대 언론인회), 류 위원장이 지난해 10월 방심위 자문위원으로 임명한 김흥수 방심위 방송언어특위 자문위원 등이다. 김흥수 위원의 경우 본인은 물론 부인, 자녀, 사위까지 민원 대열에 동참했다.(아래 표 참조)
이들은 방심위가 류희림 위원장의 지시로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를 만들던 시점을 전후해 기다렸다는 듯 민원을 쏟아냈다. 류 위원장이 방심위 내 ‘가짜뉴스 신고센터’ 설치 계획을 밝힌 건 지난해 9월 21일,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라는 이름으로 현판식이 열린 건 같은 달 26일이었다. 뉴스타파 ‘김만배 녹취록’을 대상으로 삼은 민원은 그 사이인 23일부터 26일 사이에 집중됐다. 23일 전에는 단 한 번도 들어온 적이 없는 민원이었다.

김흥수 방심위 자문위원과 류희림 조카 민원이 방심위 안건으로 상정

뉴스타파를 겨냥한 민원이 처음 들어온 건 지난해 9월 23일 토요일이다. 이날 오전부터 방심위 홈페이지에 있는 ‘가짜뉴스 신고센터' 배너를 통해 민원이 쏟아져 들어왔다. 처음 민원을 낸 사람은 류희림의 KBS 동료이자 현재 방심위 언어특위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김흥수 씨다. 그는 아래와 같은 내용의 민원을 넣었다.
지난 대선 앞두고 김만배와 신학림 전 언론 노조위원장 간 가짜뉴스를 뉴스타파가 악의적으로 보도하면서 가짜뉴스의 폐해가 새삼 드러남. 그리고 실제 녹음파일을 들어보니 가짜뉴스로 판명되고 있어 철저시의가 필요항.

- 김흥수 방심위 민원 (2023.9.23. 10:58)
김흥수 씨가 민원을 낸 건 9월 23일 오전 10시 58분이다. 이후 김흥수 가족의 민원이 군사작전처럼 이어졌다.
김흥수가 민원을 넣고 9분 뒤, 김흥수의 둘째딸이 민원을 넣었다. 13분 뒤엔 김흥수의 부인이, 7분 뒤엔 김흥수의 둘째 사위, 6분 뒤인 오전 11시 33분엔 김흥수의 셋째딸이 민원을 넣었다. 같은 날 오후 5시 김흥수의 큰 딸도 민원을 넣었다. 이들은 모두 뉴스타파 김만배 녹취록 보도 유튜브 링크를 심의 대상으로 지정해 일사분란하게 민원을 넣었다.
방심위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에 들어온 민원 중 일부. 김흥수 위원이 넣은 민원과 류 위원장의 조카가 넣은 민원이 심의 안건으로 상정됐다. 
이 날 민원을 넣은 건 김흥수의 가족만이 아니었다. 류희림 위원장의 조카도 등장했다. 류 위원장의 조카는 23일 오전 11시 28분에 민원을 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주목할 부분은 뉴스타파 홈페이지 기사 링크를 민원으로 넣은 건 류 위원장의 조카가 처음이라는 점이다. 조카 민원 이전에는 모두 뉴스타파 유튜브 링크를 대상으로 민원이 들어왔다.  
방심위는 김흥수 위원이 넣은 뉴스타파 유튜브 링크 민원과, 류 위원장의 조카가 넣은 뉴스타파 홈페이지 민원을 안건으로 상정해 지난해 10월 11일 뉴스타파를 상대로 통신 심의를 진행했다.
뉴스타파를 상대로 25개의 민원을 낸 류희림 주변인물 17명은 대부분 ‘뉴스타파 인용보도’ 4개 방송사에 대한 ‘청부 의심 민원’에도 등장하는 사람들이다. 뉴스타파를 상대로 한 25건의 민원 역시 인용 보도 방송사에 대한 100개 넘는 민원과 동일한 방식과 패턴으로 계획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취재진은 온 가족이 민원을 낸 김흥수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아무 답을 듣지 못했다. 방심위에도 직접 찾아가 뉴스타파를 상대로 한 ‘청부 민원’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방심위 측은 답변을 거부했다.
제작진
취재박종화 한상진 봉지욱 송원근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