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 로비 자금 일부는 조우형 돈이었다

2023년 09월 22일 11시 33분

지난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대장동 자금책 조우형 씨를 '부산저축은행 로비 사건'의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그런데 뉴스타파 취재 결과, 조 씨를 로비 사건의 공범으로 볼 수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지금까지 조 씨는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의 지시를 받고 '로비 자금'을 전달한 심부름꾼으로만 알려졌다. 그래서 당시 조 씨를 수사하지 않았단 게 현재 검찰의 논리다. 하지만 당시 로비 자금 중 일부는 다름 아닌 조우형이 갖고 있던 돈이었다. 단순한 배달책이 아니었던 것이다. 
2010년 조우형 씨(왼쪽)는 김양 부산저축은행 부회장(오른쪽 아래)의 지시로 로비스트 박태규(오른쪽 위)에게 총 5억 원의 뇌물 자금을 전달했다. 5억 원 중 1억 1500만 원은 조 씨 본인의 돈이었다. 

'뇌물 사건' 단순 참고인?... 로비 자금 17억 중 1억 원 가량은 조우형 돈

2011년 대검 중수부는 조우형 씨를 세 차례 불러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부산저축은행 임원진의 정관계 로비 사건에서 돈 심부름을 한 적이 있어 참고인으로 불렀다"고 설명한다. 이런 설명이 사실이 되려면, 그 외에는 조 씨에게 별다른 혐의 사실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조우형을 단순한 돈 심부름꾼으로만 보기 어려운 정황이 당시 법원 판결문에서 확인됐다.  
2010년 중순 금융감독원과 감사원 등은 저축은행 부실에 대한 검사 및 감사에 착수했다. 각종 불법 대출과 현행법 위반으로 얼룩져 있던 부산저축은행으로선 이를 막아야 했다. 부산저축은행의 실권자였던 김양 부회장은 정관계 로비에 나섰다. 김양 부회장은 로비스트 박태규에게 금감원 등이 진행하고 있는 검사의 강도를 완화하고 검사가 조기 종결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수차례에 걸쳐 17억 원을 로비용 자금으로 건넸다. 
이때 조우형이 등장한다. 그는 로비용 자금 전달책이었다. 박태규의 1심 판결문을 보면, 김양 부회장은 조우형을 통해 박태규에게 총 5억 원을 전달했다고 나온다. 판결문 말미에 붙은 범죄일람표에 따르면, 조우형은 2010년 7월쯤 두 차례에 걸쳐 5억 원을 배달했다. 이 중 1억 5천만 원은 조우형 본인이 직접 배달했고, 3억 5천만 원은 조우형의 회사 직원인 양 모 씨가 전달했다. 로비용 자금을 스스로 배달했을 뿐 아니라 직원에게 전달을 지시하기도 한 것이다. 
더구나 김양 부회장이 박태규에게 건넨 로비 자금 총 17억 원 중 1억 1500만 원은 조우형 본인의 돈이었다. 이런 사실은 당시 판결문에 고스란히 나온다. 판사는 로비 자금 일부가 조우형에게 나왔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 김양과 조우형의 검찰 진술이 일치한다고 판시했다. 
김양은 자금의 출처에 관해...(중략)... 조우형으로부터 빌려서 갖고 있던 돈 1억 1500만 원 중 일부를 합하여 2억 원을 다시 피고인(박태규)에게 전달하였다고 진술하고 있고, 위와 같은 김양의 진술은 조우형의 진술과도 일치한다.

로비스트 박태규 1심 판결문 / 2011.12.30
조우형은 2021년 10월 26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김양 부회장에게 빌려준 돈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빌려준 돈이 정관계용 로비 자금으로 쓰일 줄 몰랐다는 취지다. 당시 조우형의 적극적인 수사 협조로 검찰은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을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했지만, 김 전 수석은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 당시 저축은행에 뭘 보고하러 갔다가 김양 부회장이 부탁을 해가지고. 옛날에 집에서 2001·2002년도에 빌라 사고팔면서 모아놨던 돈이 있는데 그 돈을 갖다줬어요 김양 부회장을. 그랬더니 김양 부회장이 이걸 좀 가방에 담아가지고 갖다주라고. 그게 그 박태규 씨라는 브로커를 통해 가지고 청와대 김두우 홍보수석한테 갔던 그 건이에요.

조우형 - 봉지욱 기자 대화 음성파일 중 / 2021.10.26

단순한 심부름꾼 아닌 '뇌물 배달' 알았을 만한 위치였다  

지난 13일 뉴스타파는 조우형 씨가 과거 부산저축은행의 차명 사업장 4곳을 운영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관련 기사 : 브로커 조우형, 대검 중수부의 100% 수사 대상이었다) 조 씨는 이 법인들의 계좌를 통해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에 대한 수수료를 받아 챙겼다. 김양 부회장의 지시를 받고, 회삿돈 80억 원을 빼돌리기도 했다.
부산저축은행과 조우형은 사실상 '한 몸'처럼 움직였던 정황이다. 2011년 당시 조우형의 회사 직원이었던 A 씨는 부산저축은행 김양 부회장의 비자금 관리에 조우형이 관여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증언했다. 
(부산저축은행의) 모든 의사 결정은 김양이 했어요. 이러니까 김양쪽에 붙어가지고... 그런 얘기는 있었어요. 김양의 비자금을 조 사장(조우형)이... 어차피 김양은 들어가야 되는 사람이니까. 어마어마한, 액수도 어마어마했어요. 뭐 들으면 거의 1000억이었는데. 그림들 이런 거 관리를 몇 명한테 맡겼다. 그중에 한 명이 조우형이었다 이런 얘기들 많았죠, 그때.  

A 씨 / 2011년 당시 조우형 회사 직원
로비스트 박태규의 1심 판결문을 보면, 대검 중수부는 조우형이 부산저축은행 박연호 회장의 친인척이란 사실을 수사 당시에 이미 알고 있었다. 그밖의 판결문 내용과 관계자 증언을 종합하면, 조우형은 자신이 로비스트에게 건넨 5억 원이 정관계용 뇌물 자금이란 사실을 알았을 만한 위치에 있었을 개연성이 상당하다.
형법 133조에 따라 뇌물로 쓰이는 줄 알면서도 제3자에게 금품을 전달하거나, 제3자가 금품을 교부받는 경우는 '증뢰물전달죄'에 해당한다. 처벌은 5년 이하의 징역 혹은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조우형 계좌 압수수색 없었다? 실제로 안 했다면 더욱 문제 

현재 검찰은 '2011년 대검 중수부는 조우형의 계좌를 열어본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사실이라면 로비 자금 중 일부를 제공했을 뿐 아니라 뇌물로 쓰인단 사실을 잘 알만한 위치에 있던 인물을 별다른 수사도 하지 않고 풀어준 것이다. 당시 조 씨의 법인 계좌에는 대장동 등 여러 사업장에 부산저축은행 대출을 알선해주고 받은 불법 수수료 수십억 원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에 대해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뇌물 전달책이 돈을 배달한 대가로 부당한 이득을 챙기는 등 여러 가능성이 있는데, 계좌도 보지 않았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검경개혁소위원장인 이창민 변호사는 '범죄 혐의가 있는데도 수사 협조를 했다고 입건하지 않는 것은 위법한 수사 행태'라고 주장했다. 
너는 협조했으니까, 너는 이른바 ‘거악’을 잡으려는 중요한 증인이니, 너는 그냥 참고인으로 끝내겠다. 이게 바로 딜(deal) 거래잖아요. 이런 거래를 검찰은 엄청 많이 했던 거죠. 그런데 그거는 위법한 거예요. '특수한 수사기법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잡냐 뇌물 공여는 되게 비밀스러운 죄인데 이런 사람들의 협조와 증언이 없으면 못 하지 않냐' 이렇게 반문해요. 말도 안 되는 거죠. 혐의 사실이 포착되면 수사로 전환해서 피의자 입건해야 돼요. 참고인 (조사) 도중에도 '그래 너 그렇게 전달했어? 뇌물인 줄 알았어?', '알았죠' 예를 들어서 이렇게 됐다. 그럼 참고인 조사 중에 그 즉시 '변호인 선임할 수 있다' 이런 거 고지하고 '피의자로 전환됐습니다. 참고인 진술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이런 식으로라도 해야 되는 거예요.

이창민 변호사
제작진
취재홍주환 봉지욱 변지민
촬영최형석 이상찬
편집정애주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