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개입 의혹 '윤우진 사건'...알려진 것보다 훨씬 크다

2020년 12월 30일 18시 14분

⬤ 검찰 재수사 ‘2012년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 수수 사건’ 전말
⬤ 윤우진, 뇌물 준 업자 위해 국세청 상대 전방위 로비 의혹
⬤ 뇌물 준 업자 달력에 ‘OO호텔, 윤우진 10시, 신OO 국장, 정OO 사무관’ 
⬤ 윤우진, 내연녀 계좌로 수천만 원 받아 아파트와 가전제품 구매 의혹
⬤ 국세청 간부들, “윤우진이 장난친 듯” “기억 없다” 등 해명
윤석열 검찰총장의 '변호사 소개 의혹'이 불거졌던 '2012년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 사건’. 최근 뉴스타파는 이 사건을 추가로 취재하는 과정에서 윤 전 서장이 2011년경 자신에게 뇌물을 준 육류수입업자를 위해 국세청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벌인 정황을 새롭게 확인했다. 또 2012년 당시 이 사건 수사를 맡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이하 광수대)가 윤 전 서장의 휴대폰, 윤 전 서장에게 뇌물을 준 육류수입업자의 다이어리에서 국세청 간부들의 실명을 확인, 수사를 벌였던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뉴스타파 취재결과, 윤 전 서장이 받아 챙긴 수상한 자금의 규모도 알려진 것보다 훨씬 컸다. 윤 전 서장은 자신에게 뇌물을 준 육류수입업자, 그리고 이 업자의 세무대리를 맡은 D세무법인 대표에게 모두 6천만 원을 받아 내연녀의 아파트 대금, 가전제품 구입 등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돈은 지금까지 윤 전 서장이 육류업자에게 받은 것으로 알려진 골프비, 갈비세트와는 별개의 돈이다. 2012년 경찰 수사 당시 윤 전 서장은 “나와 내연녀가 빌린 돈”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과 정황이 확인됐는데도 불구하고 검찰은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고 2년이 지난 2015년 초, 윤 전 서장과 육류업자를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관련자들의 진술이 번복됐다”, “대가성이 없다”는 등의 이유였다. 검찰이 의도적으로 봐주기 수사를 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7월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때부터 ‘2012년 윤우진 뇌물 수수 사건’을 지속적으로 보도해 왔다. 윤 총장의 인사청문회 당일인 지난해 7월 8일에는 윤 후보자가 부장검사 시절 뇌물 사건의 피의자였던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하는 등 사건에 개입한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발언이 담긴 ‘2012년 윤석열 녹음파일’을 보도했다. 청문회 내내 “변호사를 소개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 윤 후보자의 주장을 뒤집는 내용이어서 논란이 됐다. 올해 3월에는 2012년 윤우진 뇌물 사건 수사 당시 윤 후보자가  윤우진 뇌물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돼 수사 선상에 올랐었다는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지난해 7월 8일 열린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뉴스타파, 2012년 경찰수사 내용 확인...추가 뇌물 수수, 국세청 로비 의혹

지금까지 알려진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 수수 사건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윤우진 사건 수사에 나선 건 2012년 초였다. 서울 소재 한 대학의 입시비리를 수사하던 중 윤우진 당시 용산세무서장의 뇌물 수수 혐의가 포착됐다. 경찰은 윤 전 서장이 바로 전 해인 2011년, 서울 성동구에 주소를 둔 육류수입업자 김 모 씨에게서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골프비 대납 등으로 4000여만 원, 갈비세트 100개 등을 뇌물로 받았다고 의심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윤우진 뇌물 사건'에 검찰과 경찰 간부, 그리고 다수의 언론인들이 관련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했다.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부 부장검사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경찰 수사를 지휘하는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번번히 기각하는 등 수사를 방해했다. 게다가 수사가 진행중이던 2012년 8월, 윤 서장이 돌연 해외로 도피하면서 사실상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윤우진 '6천만 원 뇌물 수수 의혹' 더 나와...검찰은 ‘대가성 없다’며 무혐의

뉴스타파가 최근 2012년 경찰 수사과정을 취재하면서 새롭게 확인한 윤 전 서장 관련 의혹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추가 뇌물 수수 의혹. 윤 전 서장은 2011년 9~10월경, 육류수입업자 김 모 씨와 D세무법인 대표로부터 각각 1천만 원, 5천만 원을 받아 챙겼다. 그리고 그 돈을 자신의 내연녀를 위한 가전제품 구입, 아파트 구매 대금으로 사용했다. 이 돈은 그 동안 알려진 윤 전 서장 뇌물 수수 의혹과는 별개의 돈이다. 윤 전 서장에게 5천만 원을 준 D세무법인은 윤 전 서장에게 뇌물을 준 육류업자 김 씨의 세무 대리를 맡았던 곳이었다.
경찰 수사 내용에 따르면, 윤 전 서장이 뇌물을 챙긴 과정도 알려진 것보다 복잡하고 치밀했다. 윤 전 서장은 육류수입업자 김 씨로부터 골프비를 대납받는 과정에서 골프장 직원이 카드결제 사인을 하게 하는 방법으로 뇌물 수수 사실을 은폐했다. 또 뇌물로 추정되는 돈을 받을 때는 언제나 내연녀 명의의 계좌를 사용했다.
윤 전 서장은 2012년 경찰 수사 당시 자신이 받아 챙긴 돈에 대해 “나와 내연녀가 평소 친분이 있던 세무법인 등에서 빌린 돈”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경찰은 윤 전 서장의 주장을 믿지 않았다. 이유는 두가지였다. 첫째, 돈거래에 이용된 내연녀의 계좌를 주로 이용해 온 사람이 윤 전 서장이었고 둘째, 돈을 받아 챙길 당시 윤 전 서장과 내연녀의 계좌에 적게는 6천여만 원, 많게는 2억 원 가까운 돈이 있어 굳이 아파트 구매 대금을 빌릴 이유가 없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검찰은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고 2년도 더 지난 2015년 초, 윤우진 전 서장의 뇌물 수수 사건을 최종 무혐의 처리했다. “세무법인에서 받은 돈은 빌린 돈으로 보이고, 육류업자에게 골프비 대납 등으로 받은 돈은 대가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등의 이유였다.

국세청 간부들, 윤우진 통화내역 삭제하고 “기억 안 나” 진술 번복

윤우진 전 서장은 자신에게 뇌물을 준 육류수입업자를 위해 국세청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중부지방국세청(이하 중부국세청)이 육류수입업자 김 씨를 상대로 세무조사를 시작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중부국세청 전현직 간부들에게 연락하고 만나는 등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는 정황이 경찰 수사과정에서 확인된 것이다. 세무조사 시기는 윤 전 서장이 육류수입업자와 이 업자의 세무 대리를 맡은 세무법인에서 돈을 받은 시기와 일치했다. 이런 사실은 검찰이 2015년 윤 전 서장을 무혐의 처분하면서 밝힌 이유, 즉 “대가성이 없다”는 주장과 배치된다.
2012년 당시 경찰 수사에서 확인된, 윤 전 서장의 국세청 로비 정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윤우진 전 서장이 수상한 돈을 받아 챙긴 시기는 대략 2011년 8월부터 12월까지다. 골프비 대납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때가 2011년 8~12월, 내연녀 아파트 구매 대금 등의 명목으로 돈을 받은 때도 2011년 9월에서 10월 사이였다.
그런데 육류수입업자 김 씨는 같은 시기 중부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재산 추적조사)를 받고 있었다. 세무조사는 2011년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 가량 이어졌다. 그런데 경찰 수사과정에서 윤 전 서장이 세무조사가 진행되던 바로 그 시기, 세무조사를 맡은 중부지방국세청 관계자는 물론 육류수입업자가 선임한 대형 로펌의 변호사까지 직접 만나고 다닌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2011년 11월, 윤우진 전 서장은 육류수입업자 김 씨 세무조사를 담당했던 중부지방국세청 조사2국 김 모 과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이듬해인 2012년 초 윤 전 서장의 뇌물수수 의혹 관련 경찰 수사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김 과장은 윤우진 서장과의 통화내역을 의도적으로 삭제했다. 그리고 경찰 수사 과정에서 “전화를 받은 기억이 없다”고 진술했다.
또 세무조사 팀장이었던 정 모 사무관은 2012년 경찰 조사 과정에서 “중부지방국세청의 신 모 국장에게 육류수입업자의 세무조사와 관련한 문의 전화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후 “다른 사람이 신 국장을 사칭해 전화한 것 같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정 사무관의 이름은 세무조사가 한창이던 2011년 말 작성된, 경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육류업자 김 씨의 다이어리에도 등장한다. 다이어리에는 윤우진 전 서장이 육류업자가 선임한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를 직접 만났다는 기록과 함께,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윤우진 당시 성동세무서장, 중부지방국세청 신 모 국장 등이 육류업자와 만났다는 기록이 적혀 있었다.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뇌물을 준 의혹을 받고 있는 육류수입업자 김 모 씨의 2011년 다이어리 내용. 윤 전 서장이 김 씨의 변호인은 물론 국세청 간부들을 만났다는 기록이 들어 있다. <br>

윤우진 로비 의혹 국세청 간부들, "기억 없다" "사실 아니다" 해명

뉴스타파는 윤우진 전 서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에 동원된 것으로 추정되는 정 모 전 중부국세청 팀장(현재 세무사)에게 연락했다. 그는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다음은 정 전 팀장과의 일문일답. ( ○는 기자의 질문, ● 는 정 씨의 답변)
○ 2012년 경찰 조사를 받은 사실이 있나요?
● “조사를 받은 건 아니고, 광수대 수사관들이 중부국세청으로 와서 간단히 진술했습니다.” 
○ 당시 조사 과정에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뇌물을 준 의혹을 받던 육류업자 김 모 씨 세무조사와 관련해 당시 중부국세청 신OO 국장으로부터 문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고 진술한 사실이 있나요?
●“그런 적 없습니다.”  
○ ‘다른 사람이 신OO 국장의 이름을 사칭해 전화한 것 같다’고 입장을 번복한 이유는 뭔가요. 
● “다른 건 없었고, 그런 얘기 없었습니다.” 
○ 그럼 최초 '신OO 국장에게 전화를 받았다'는 진술을 했던 이유는 뭔가요? 
● "전화...그건 기억도 잘 안 납니다.”
○ 육류수입업자 김OO 다이어리에 신OO 국장, 윤우진 씨와 OO호텔에서 미팅한 걸로 되어 있는데. 
● “경찰이 와서 그런 내용을 묻길래 ‘서울에 간 자체가 없다’고 진술했습니다.”
○ 윤우진 전 서장을 잘 아나요?
● “전혀 모릅니다.” 
- 정OO 전 중부국세청 팀장 전화통화
취재진은 육류수입업자 김 씨 다이어리에 이름이 적혀 있는 신 모 전 중부국세청 국장에게도 전화해 물었다. 그는 지방국세청장을 끝으로 국세청을 퇴직한 뒤 현재 한 세무컨설팅 회사의 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신 전 국장 역시 의혹을 부인했다.
“2012년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 사건 수사 당시 서울경찰청 광수대에 가서 조사를 한 번 받았다. 내가 윤 전 서장에게 뇌물을 준 육류업자에 대한 세무조사와 관련 담당 팀장에게 문의 전화를 했고, 육류수입업자와 윤 전 서장을 OO호텔에서 사적으로 만났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였다. 나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누가 내 이름을 사칭해 담당 팀장에게 전화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문제의 육류수입업자를 만난 적이 없다. 윤 전 서장이 장난을 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윤 전 서장과는 같은 시기 세무서장을 해서 얼굴은 아는 정도지만, 사적으로 만날 만큼 가까운 사이는 아니다.” - 신OO 전 중부국세청 국장
의혹은 부인했지만, 신 전 국장은 윤우진 전 서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윤우진 전 서장이 검찰쪽에 아는 사람이 많다는 소문은 들었다. ‘혹시 검찰에 일이 있으면 윤우진 씨가 해결하는 것 같더라’는 정도의 소문이었다. 나중에 윤 전 서장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친구가 참 인생을 잘못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OO 전 중부국세청 국장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 일지와 윤 전 서장에게 돈을 준 육류수입업자 세무조사 일지. 윤 전 서장은 뇌물 수수 의혹, 국세청 상대 전방위 로비 의혹을 받고 있다.

전 국세청 국장, 육류업자 세무조사 때 윤우진과 200번 넘게 전화통화, 4번 골프

윤우진 전 서장의 세무조사 무마 의혹엔 또 다른 국세청 간부도 등장한다. 육류수입업자에 대한 세무조사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중부국세청 조사국장으로 재직했던 김 모 씨다. 김 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세무조사가 진행되던 2011년 후반기에만 윤 전 서장과 무려 200차례 넘게 전화통화를 하고 4번 골프를 친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진은 현재 세무사로 활동중인 김 씨에게도 연락해 물었다. 그는 “오래된 일이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윤 전 서장과는 종종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다. 나는 윤 전 서장의 뇌물사건, 육류업자의 세무조사 등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19일,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 관련 의혹 사건을 재수사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 수수 사건도 그 중 하나였다. 현재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 13부(부장검사 서정민)가 맡아 수사중이다. 8년 전인 2012년에는 검찰의 경찰 수사 방해 의혹, 5년 전인 2015년에는 검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 그리고 지난해엔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뇌물사건 피의자에게 변호사를 소개했다는 의혹이 일었던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이 이번엔 어떤 결과를 내놓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작진
취재한상진
촬영정형민
편집김은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