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JAsia18] '견원지간' NHK와 교도통신이 '일본팀' 결성한 이유는?

2018년 10월 10일 08시 26분

<국제협업취재:자금추적> 세션 후기

부패, 사기, 탈세, 검은돈...나쁜 돈이라면 상대를 가리지 않고 뒤를 쫓는 아시아의 '겁없는 기자'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IJAsia 첫날 첫번째 세션, <국제협업취재:자금추적 Cross Border Investigation : Following the Money>은 이들의 활약상을 듣기 위해 모인 참가자들로 북적였습니다. 일본 야쿠자부터 인도네시아의 수하르트 전 대통령, 러시아 푸틴 대통령까지 이름만으로도 무시무시한 이들을 상대한 탐사기자들의 무용담이 나왔습니다.

오늘만 사는 탐사기자들 사이에는 끈끈한 가족애(?)가 흐릅니다. 세션을 주관한 실라 알레치(Scilla Alecci) ICIJ 기자는 여는 말에서 세계 각국에서 검은 돈의 흐름을 쫓는 탐사기자들을 이산 가족에 비유했습니다. 평소에는 흩어져 활동하다 정기 컨퍼런스가 열릴 때는 가족처럼 다시 모여 성과를 공유하고 서로를 격려한다는 겁니다.

세션의 '뜨거운 감자'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 ICIJ의 프로젝트 '파나마 페이퍼스(Panama Papers)였습니다. 조세회피처(Tax Haven)로 유명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ritish Virgin Island)에 유령 회사를 세운 세계 각국의 유명인, 기업의 불법·탈법 행위를 추적하는 국제협업취재 프로젝트입니다.

인도네시아의 시사 잡지 <템포>는 파나마 페이퍼스 프로젝트를 통해 200명, 15개 기업을 고발하는 혁혁한 성과를 냈습니다. 수도 자카르타의 부시장, 주말레이시아 대사, 그리고 32년 장기집권한 독재자 수하르트의 외아들 토미 수하르트까지 국제협업취재의 포위망에 걸렸습니다. <템포>가 고발한 인도네시아 정·재계 인사들에 대해서는 현재 경찰 수사가 한창입니다. <템포>는 계속해서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조세회피처의 검은 돈을 추적하고 있다고 하네요.

파나마 페이퍼스 프로젝트의 인도 파트너 <인디언익스프레스>는 인도 최대의 인프라 기업인 GRM 그룹의 꼬리를 밟았습니다. <인디언익스프레스>의 취재 결과, 이 회사의 역외탈세에는 무려 28개 회사가 관여돼 있었습니다. 무척 복잡한 돈세탁 구조였지만 탐사기자들의 끈질긴 취재가 그 전말을 밝혀냈다고 하네요.

국제협업취재 프로젝트는 '견원지간'으로 불릴 정도로 라이벌 관계인 일본의 두 언론사를 한 자리에 앉혔습니다. 일본은 언론사 간의 교류가 적어 사실상 협업 취재가 어려운 분위기라고 하는데요, 파나마 페이퍼스 프로젝트에 참여한 NHK와 교도통신은 협업 취재를 위해 전례없는 '일본팀'(Japan team)을 만들어 냈다고 합니다. 일본의 보수적인 분위기로 인해 다른 나라같은 성과를 내진 못했지만, 홍콩과 미국 탐사보도매체와의 협업을 통해 일본 야쿠자의 자금이 조세회피처로 흘러간 정황을 확인했다고 하네요.

검은 돈을 끈질기게 추적해나간 한국 탐사보도의 대표 사례는 뉴스타파였습니다. (두둥!) 뉴스타파는 지난해 3월 동유럽 탐사보도 기관 OCCRP와의 국제협업취재를 통해 국제 돈세탁 조직의 자금 흐름을 추적했습니다.

취재 결과, 이 자금의 일부인 270억 원 가량이 조세회피처의 유령회사를 거쳐 삼성전자 네덜란드 법인에 흘러들어간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관련기사 : 삼성 해외법인에 유령회사 통해 수백억 원 입금) IJAsia 참가자들은 삼성이 이 기사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무척 궁금해했는데요, 발표자로 나선 임보영 기자는 삼성이 묵묵무답으로 대응했다고 전했습니다. (전세계 탐사기자 어리둥절;)

취재·사진 : 뉴스타파 오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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