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핵발전소도 수년 전부터 전산망 ‘구멍’

2014년 10월 29일 01시 30분

최근 뉴스타파가 영광 핵발전소에서 한수원 직원들의 내부 전산망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용역회사 직원들과 공유했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해 한수원과 산업통상자원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실태조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하지만 뉴스타파 취재 결과 수년 전부터 다른 핵발전소에서도 용역업체 직원들이 광범위하게 정규직원들의 업무를 대리했으며 이 과정에서 아이디 공유가 지속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지난 2010년 울진 핵발전소 용역업체 직원이 한수원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자료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2011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증인신문에서 증인으로 참석한 울진 핵발전소 전 용역업체 화학시료채취원은 자신은 2발전소 3호기, 한수원 직원은 4호기에서 같은 업무를 담당했다고 증언했다.

울진 2발전소에 3호기, 4호기가 있는데 3호기 담당, 4호기 담당 업무만 다르고 하는 일은 화학분석업무로 피고(한수원) 회사 직원들과 같았다는 것인가요? 예 (2011년 6월 17일 서울중앙지법 증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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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범위한 대리업무...전산망 아이디 공유도 광범위

용역업체 직원들이 한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2011년 1심과 2013년 2심에서도 모두 불법파견이라고 인정했다. 서울고등법원 판결문을 보면 화학시료채취원인 원고는 시료채취 이외에 시료분석업무도 수행했는데 특히 방사성폐기물 시료채취와 분석 업무를 수행했다고 나와 있다.

그런데 방사성폐기물 시료 채취와 분석, 보고서 작성 등의 업무는 한수원 직원의 내부결재시스템(SAP)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방사선 관리 구역 이런 데 들어가서 시료채취하고 분석하는 게 있습니다. 방사능 측정하고 거기서 시료 채취, 분석하고 입력하는 것은 한수원 직원들 계정으로 해야 합니다. (울진 핵발전소 전 용역업체 직원)

울진 핵발전소에서는 적어도 용역업체 직원들이 해고되는 2010년 중순까지 변전소와 보조 보일러 운전 업무까지 용역업체 직원들이 맡았다. 변전소 운전 업무는 기기 조작을 잘못할 경우 발전소가 정지될 수도 있는 중요한 업무다. 보조 보일러 운전 업무 역시 핵발전소가 가동을 멈췄을 때 필요한 증기를 지원해주는 비상 설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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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 보일러 운전 업무를 맡았던 용역업체 직원은 “운영 쪽 일을 할 때 한수원 내부결재시스템(SAP)에 기록해야될 문건이 상당히 많았다”며 “용역업체 직원은 사번이 없기 때문에 한수원 직원 사번으로 SAP에 들어가 일을 했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에 대한 최종심은 20개월이 넘도록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취재진은 소송 판결 이후 한수원의 후속 조치를 확인하기 위해 울진 핵발전소와 한수원 본사에 여러 차례 확인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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