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家 조욱래 회장 부자도...

2013년 05월 21일 10시 30분

서울 중구 의주로에 있는 레지던스 호텔입니다. 2006년 완공된 지상 23층의 현대식 건물로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은 곳입니다.

이 호텔의 주인은 예전에 동성개발로 불렸던 디에스디엘이란 회사입니다. 효성그룹 창업자 고 조홍제 회장의 셋째 아들 조욱래씨가 회장입니다.

조 회장은 97년 IMF 때 주력기업인 효성기계가 부도가 난뒤 부동산 개발업을 발판삼아 재기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조 회장은 지난 2007년 말 디에스디엘의 지분 93%를 자녀들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디에스아이브이란 회사에 넘깁니다. 장남 현강씨가 대표입니다. 증여세를 피하기 위해 자녀들 개인에게가 아니라 법인에 증여했습니다.

세무당국은 당시 법인세만 120억 원을 부과했다가 나중에 완전포괄주의를 적용해 세 자녀에게 모두 254억의 증여세를 더 내라고 통보했습니다. 어쨋든 매출 20억짜리 자녀들의 회사가 매출 2백억원이 넘는 아버지 회사를 자회사로 거느리게 됐습니다.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 된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수상한 점이 드러납니다. 같은 해 3월에 조욱래 회장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자본금 5만달러짜리 페이퍼 컴퍼니를 하나 만듭니다. 주거래은행으로 추정되는 골드만삭스 싱가폴 지점의 소개로 PTN이란 조세피난처 법인설립 대행회사를 통해서였습니다.

회사이름은 퀵 프로그레스 인베스트먼트 주식회사. 뉴스타파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가 공동취재를 통해 찾아낸 자료를 보면 조 회장이 이사로 적혀있고, 본인과 장남 현강씨가 주주로 돼있습니다. 또 자신에게 변고가 생기면 그 권리는 모두 장남이 가져가도록 해놨습니다.

장남 모르게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유영 조세정의네트워크 동북아담당] “양자가 공히 경제적 편익에 실재하는데 대한 인지를 충분히 하고 있다는 얘기고 그것이 나중에 어떻게 한 쪽으로 귀속될 수 있다 이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얘기죠.”

이 때가 2007년 3월. 경영권 승계 작업이 이뤄지기 직전이었습니다.

버진아일랜드법인 설립기록에 나온 주소지와 조 회장의 등기부등본 상의 주소지는 일치했습니다. 왜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었는지 설명을 듣기 위해 집을 찾아갔습니다.

[조욱래 회장 수행기사] (조욱래 회장님하고 조현강 장남 되시는 분...) “어쨌든 얘기는 전해드릴게요.” (꼭 전해주세요.)

며칠 뒤 장남인 조현강 대표 사무실에 찾아갔고

(저희는 회장님이나 전무-대표-님을 뵙고 싶어서.)

만날 수 없어서 비서에게 용건과 연락처를 남기고 왔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조현강 대표 비서실] (조세피난처 페이퍼 컴퍼니 관련해서 여쭤볼 말씀 있다고 전해드리셨죠? 뭐라고 하시던가요?) “말씀은 드렸는데 일정이 바쁘셔서 별다른 피드백은 없었습니다.” (예?) “별다른 피드백은 없으셨습니다.”

조 대표를 모신다는 과장도 피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DSDL 관계자] (대표님하고 콘택할 수 있게…) “나머지 것들은 전부다 제가 모릅니다. 어저께 거기에 콘택하실 수 있는 방법도 제가 그거는 제가 말씀드릴 수 없고 제 영역이 아니란 걸 분명히 말씀드렸고요. 제가 그 이상 말씀드릴 수 있는게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마지막 확인차 늦은 시각 다시 조 회장의 성북동 자택을 방문했습니다.

(회장님께 여쭈어볼 게 있어서요.) “회장님 안 계시는데요.” (언제쯤 들어오시나요?) “글쎄 모르겠는데요.”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고 자녀를 주주로 등록하는 것은 세금을 피하면서 재산을 상속하는 전형적인 방법입니다.

[이유영 조세정의네트워크 동북아담당] “굉장히 이런 경우는 고전적인 경우입니다. 그 경우는 목적은 여러가지에요. 의도에 따라서 상속이다. 이전이다. 그런 경우는 아주 비일비재합니다.”

1200평방미터 저택에 살고 있는 조 회장은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고 나서 몇 달 뒤에 미국 하와이에서 부동산도 구입했습니다. 하와이 남동쪽 해변가에 있는 1층짜리 단독주택입니다. 480평방 미터 넓이에 침실 5개짜리 저택으로 현재 시가 3백만 달러, 우리돈으로 30억 원이 넘는 고급주택입니다.

[현지 부동산 개발업자] “하나 사놓고 왔다 갔다 하시려는 분들이야 당연히..뭐 부자들이야 그렇게 하려고 하지 않겠어요?”

조욱래 회장은 지난 이 집을 2007년 10월 3일 신축 단계에서 210만 달러에 사들였습니다. 왜 하필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중요한 시기 직전에 어떤 돈으로, 왜,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고 해외에 부동산을 샀는지 의혹이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조 회장은 상당한 부동한 재력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전에 있는 서대전공원 부지입니다. 3만 평방미터가 넘는 땅으로 월드컵 때마다 대전시민들이 응원전을 펼치는 곳입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만8천 평방미터가 조 회장 땅입니다.

조 회장은 최근 대전시에 이 땅을 팔겠다고 신청해 놓은 상태입니다. 공시지가는 250억 원이지만 조 회장은 천 억원 가까이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백정하 대전시 공원녹지과장] “가감정이라고 있거든요. 가감정. 4백억 정도 나오더라구요. 정확히 말씀드리기는 뭐한데 많이 달라고 해요 지금. 4백억 보다 더 달라고 해요 지금.“ (천 억 정도 부른다고 들은 것 같은데.) “그 정도까지도 볼 수도 있겠죠.”

조욱래 회장은 계열사에 수백억원을 부당 지원했다가 배임혐의로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았다가 MB정권 때인 지난 2010년 광복절에 사면받은 전력이 있습니다. 이에 앞서 2002년에도 횡령죄에 대해 사면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효성그룹 창업가 고 조홍제 회장은 세 아들에게 각각 휘호를 남겼습니다. 셋째아들 조욱래 회장에게 주문한 것은 유비무환이었습니다. 미리 대비해서 근심을 없애라는 겁니다. 조세피난처에 만든 페이퍼 컴퍼니와 하와이에 사놓은 저택은 유비무환을 실천한 결과물일까요?

뉴스타파 최기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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