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법인화 그 이후...실종된 학내 민주주의

2014년 07월 15일 19시 51분

1등은 떨어지고 2등이 총장이 된 서울대학교.

지난 2011년 법인화 이후 최초로 이사회가 간선제를 통해 새로운 총장을 선임한 서울대학교가 내홍을 겪고 있다. 평교수와 교직원 등으로 구성된 총장추천위원회가 1위 후보로 올린 오세정 교수(물리천문학부) 대신 공동 2위 후보자였던 성낙인 교수(법학전문대학원)를 이사회가 총장으로 최종 결정함에 따라 학내 구성원들과 이사회 간 갈등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교수들과 교직원, 학생들은 총장 선출 과정에서 서울대 구성원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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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 총장과 이사회의 사퇴를 요구하며 피켓팅 시위를 벌이고 있는 서울대 구성원들

총장 선출 문제의 핵심은 서울대학교 정관에 있다. 지난 2010년 한나라당에 의해 직권 상정돼 날치기 통과된 법인화법에 근거하고 있는 서울대 정관은 초대 이사회를 총장과 교육부가 구성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처음부터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구조를 열어 놓았던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다음 이사진 선임권 역시 현 총장과 이사진이 쥐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대학교의 정관 제5조 3항에 따르면 ‘이사 후보 초빙 위원회는 이사장을 포함한 5명 이내의 이사와 2명 이내의 이사가 아닌 내부 인사로 구성한다’고 명시돼 있다. 결국 새 이사를 선임하는 기구인 이사 후보 초빙위원회의 위원 7명 가운데 5명이 총장을 포함한 기존 이사들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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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정부 입김으로 구성된 초대 이사진(총장 포함된)이 다음 이사진을 추천하고 그 이사진이 또 총장을 선출하는 ‘자기복제’식 구조라는 분석은 그래서 나온다. 이런 서울대 이사회의 구성과 총장 선출 방식에 대해 하승수 변호사는 “이사회가 다음 이사회를 선정하는 구조로써 민주주의와는 전혀 무관한, 굉장히 이상한 구조.”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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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정관 제5조 3항

서울대학교에서 불거진 교육법인의 이사회 전횡 문제는 대학 전반으로 퍼질 가능성도 있다. 서울대학교 법인화 이후 정부는 정책적으로 국공립대학의 총장 직선제 폐지를 더 강력히 추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김명환 교수는 “서울대에서부터 대학교수의 목소리가 배제되는 대학운영구조가 이어진다면 서울대보다 더 힘이 약한 지방 국립대는 말 할 것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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