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람 중사 사건 재판 지상 중계] ⑤ 전익수와 통화한 군법무관, “압력 느낄 수밖에 없었다”

2023년 03월 22일 10시 00분

공군 부사관 이예람 중사가 2021년 5월 부대 내 관사에서 사망했다. 상관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81일 간 조직 내에서 고립된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성추행 사건 직후 피해 사실을 신고했으나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 즉각적인 사건 수사 및 가해자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피해자 사망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고 나서야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국방부 장관 명령으로 공군본부에서 국방부 검찰단으로 사건이 이관돼 가해자 장OO 중사를 포함한 관련자 15명이 기소됐다. 이후 국방부 수사로도 밝혀지지 않은 의혹들에 대한 재수사 필요성이 제기됐고, 국회는 ‘고 이예람 중사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특검에는 안미영 변호사가 임명됐다. 특검은 100일간의 수사를 거쳐 8명을 기소했고, 작년 10월 재판이 시작됐다. 뉴스타파는 이 사건 재판 과정을 지상 중계한다. <편집자주>

군검사에게 전화해 항의한 전익수 전 공군 법무실장

2021년 6월 1일, 국방부 장관은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에 대한 수사 권한을 공군에서 국방부로 넘겼다. 수사 무마 의혹을 받던 공군은 수사에서 사실상 배제됐다. 2021년 6월 2일, 당시 국방부 고등군사법원 군무원이었던 양 모 씨는 고 이예람 중사 사건과 관련된 재판 정보를 입수해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에게 보냈다. 성추행 가해자 장 모 중사에 대한 구속전피의자심문이 이뤄진 시간, 담당 군검사와 군판사의 이름, 장 중사 측 변호인의 이름과 소속 법무법인, 재판 내용 등이었다. 특검 수사 과정에서 양 모 씨가 2021년 5월 17일에도 특정인의 교도소 이송예정 정보 등을 입수해 전 실장에게 전송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특검은 양 씨를 공무상 비밀누설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양 씨의 혐의는 국방부 검찰단이 전익수 법무실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2021년 7월 9일, 국방부 검찰단 소속 김 모 법무관은 전 실장의 휴대폰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하던 중 전 실장이 양 씨로부터 받은 재판 정보 관련 문자메시지를 발견했다. 김 법무관은 즉시 포렌식을 멈추고 해당 사안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양 씨의 휴대폰 디지털 포렌식을 추가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양 씨의 증거인멸 정황도 발견됐다. 김 법무관은 양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2021년 7월 16일, 양 씨에 대한 구속영장청구서에 자신의 이름이 적시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전 실장은 김 모 법무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구속영장청구서에) 자신이 (양OO의) 비밀누설을 지시했다고 쓰여 있는 것이 맞는지, 어떤 근거로 그렇게 적은 것인지’ 등을 반복적으로 물었다. 특검은 전 실장의 행위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반(면담강요 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022년 8월 5일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관련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한 국방부 소속 군무원 양 모 씨 (출처 : 연합뉴스)

“전익수 실장 믿고 저렇게 말했나 보다”(전 군사법원 법무관)

■ 2023년 1월 30일 국방부 소속 군무원 공무상비밀누설혐의 등 2차 공판

양 씨는 공무상 비밀누설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양 씨는 전익수 실장이 알아봐 달라고 지시했거나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정보를 수집해 카카오톡 메시지로 전송했다. 특검 수사 과정에서 고 이예람 중사 사건과 관련 없는 추가 범죄 사실도 드러났다. 2019년 12월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은 이OO 전 고등군사법원장과 관련된 혐의였다. 2021년 5월 17일 양 씨는 전 씨의 부탁을 받아 이OO 전 군사법원장의 교도소 이송예정 정보, 수용번호 등을 파악해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양 씨의 수사 기밀 유출이 상습적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검 공소장에 따르면, 양 씨와 전익수 실장은 2006년에서 2009년 사이 공군 교육사령부와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에서 함께 근무했다. 이후 근무지가 분리된 후에도 양 씨는 각종 정보를 입수해 전 씨에게 알려주는 등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
이날 특검은 추가 범죄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이OO 전 군사법원장과 이 전 법원장의 측근인 고등군사법원 행정처 직원 Y 씨, 법무부 교정본부 보안과 소속 직원 K 씨를 증인으로 불렀다. 양 씨가 이OO 전 법원장의 수감 정보를 취득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양 씨는 “업무상 개인정보를 다루지 않았으며, 유출된 정보는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 2023년 2월 13일 국방부 소속 군무원 공무상비밀누설혐의 등 3차 공판

피고인 양 씨는 2021년 6월 당시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에서 함께 근무하던 후배 직원 강 모 씨에게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재판 정보를 요구해 제공받았다. 이날 공판에는 강 씨의 국선변호인이자 양 씨의 직장 동료였던 H 법무관(현재 변호사)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H 법무관은 특검 조사 때 ‘평상시 양씨가 어떤 언행을 보였는지’, ‘양 씨가 국방부 수사를 받는 동안 군사법원 내부 분위기는 어땠는지’ 등에 대해 진술한 바 있다. “양 씨가 재판 정보 유출 건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담당 수사관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하고, 법원에 자리가 하나 생기는데 OOO을 앉힐 것이다 라고 말하는 등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편이었다”는 내용이었다. 특검은 H 법무관의 특검 진술 내용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특검 : 증인은 특검에 출석해 “전익수가 공군본부 법무실장 다음 차기 (국방부) 검찰단장으로 올 수도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 군법무관들 사이에서는 전익수가 언젠가는 국방부 검찰단장으로 오지 않겠느냐는 말들이 돌았다”고 진술했다. 맞는가?
증인(당시 국방부 고등군사법원 소속 H 법무관) : 맞다.
특검 : 증인은 “2020년도 말에 군인권센터에서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에 대한 근무태만, 예산 횡령 등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일부는 사실로도 확인이 되었다고 알고 있는데 (전익수가) 곧바로 장군으로 진급하는 것을 보고 ‘육·해·공 법무관들이 모두 진짜 라인이 있나 보네’라는 이야기들이 있었다”라고도 진술했다. 맞는가?
증인(H 법무관) : 맞다.
특검 : 증인은 “피고인 양OO이 압수수색을 당한 이후에 ‘자신을 수사한 검사와 수사관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취지의 말을 하고 다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양OO 피고인이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말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했다. ‘양OO 피고인이 전익수 실장에게 수사 기밀을 알려준 건으로 (국방부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전익수 실장을 믿고 저렇게 말을 하고 다녔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고 진술했다. 맞는가?
증인(H 법무관) : 맞다.
특검 : 증인은 2022년 8월 1일자 강OO에 대한 특검 조사 때 강OO의 변호인으로 동석한 사실이 있는데 당시 “양OO은 평소 과시하는 것을 좋아했고...(중략)...평소에도 군사법원 내부에서 자신이 파워가 있다는 취지로 이야기하기도 했다. '법원에 자리가 하나 생긴다'면서 (경쟁 채용임에도) '그 자리에 김OO을 앉힐 거다'라는 말도 공공연하게 하는 등 자신의 힘을 과시했다”고 진술했다. 맞는가?
증인(H 법무관) : 맞다.
양 모 씨의 변호인은 H 법무관에 대한 특검의 조사 내용이 “사실관계에 관한 진술이 아닌 의견에 해당하기 때문에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양 씨 측 변호인이 “의견에 해당하는 내용을 진술하는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 아니었냐”고 묻자 증인(H 법무관)은 “본인이 변호를 맡은 강 씨의 선처를 바라는 차원에서 수사에 협조했다. 해당 내용은 본인이 직접 듣거나 (법원에서) 같이 일했던 부사관들로부터 들은 내용”이라고 답했다.
양 씨 측 변호인 : (앞서 다뤄진 피고인에 대한 진술 내용은) 검사가 물어봐서 진술한 건가, 본인이 알아서 자발적으로 말한 건가? 어떤 경위로 진술했어도 이례적인 상황 아닌가?
증인(H 법무관) : 변호인이 나서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당시 (특검 측에서 증인이) 국방부 검찰단과 고등군사법원에서 군법무관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는 걸 알고 질문을 했고 답변하게 된 것이다. 조서에 기재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난색을 표한 적이 있는데 검사가 "거짓말이 아니라면 (조서에) 기재하는 게 어렵지 않지 않느냐"라고 했다. 아무래도 (강 씨에 대한 변호인) 신분으로 출석해 해당 혐의에 대해 사실대로 인정하고 선처를 바라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변호인으로서도 최대한 협조를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진행했다.
양 씨 측 변호인 : 그러면 이때 진술했던 것이 모두 다 사실인가?
증인(H 법무관) : 그렇다.
이날 공판에는 고등군사법원에서 양 모 씨와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군무원 S 씨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현재 S 씨는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양 씨와 함께 근무 중이다. 특검은 특검 수사가 시작된 이후 양 씨가 본인에게 유리한 정황을 만들고자 S 씨와의 대화 내용 일부를 녹음한 점, 고등군사법원 내에서 이OO 전 법원장에 관한 수용 정보가 공유된 경위와 관련해 신문을 진행했다. 군무원 S씨는 대부분의 질문에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2022년 8월 24일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의 부실 초동수사 의혹 책임자로 지목된 전익수 전 공군본부 법무실장이 서울 서대문구 특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출처 : 연합뉴스)

“압력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전익수 수사 담당 군법무관)

■ 2023년 3월 13일 공군본부 전익수 법무실장 특가법상 면담강요죄 등 5차 공판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 모 법무관은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이후 국방부 검찰단에 파견돼 수사에 참여한 군검사였다. 전익수 전 공군본부 법무실장은 김 법무관에게 전화해 수사 정보 제공을 강요한 혐의(특가법상 면담강요)로 기소됐다. 특검과 전 씨 측 변호인단은 전 씨와 김 법무관 간의 통화 녹음파일을 각각 재생하며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특검은 녹음파일을 5개로 나눠 재생했다. 특검은 “전 씨가 상급자라는 점을 이용해 반복적으로 정보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면담강요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전 씨 측 변호인은 반대신문에서 “해당 통화로 인해 수사가 실질적으로 방해받거나 문제가 생긴 바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전 공판에서 전 씨는 “특가법 5조의 면담강요는 피해자나 참고인에 대한 보복 범죄를 가중처벌하는 취지의 규정이므로 이 사건과 같이 수사의 주체인 담당 검사에게 전화해서 말한 경우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검 : 증인은 특검 조사 때 ‘전익수 피고인의 반복된 질문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였는지’를 묻는 질문에 "공군 수사 책임의 정점에 있는 분이 이렇게 따지듯이 전화를 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고...(중략)...저에게 압력을 가하려는 의도도 있지 않았나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맞는가?
증인(당시 국방부 검찰단 소속 김 모 법무관) : 그런 압력이 저에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 않았을까라는 취지였다.
특검 : 전익수 피고인은 양OO이 전송한 재판 정보에 대하여 ‘땡큐 발부되면 바로 알려줘 기각 되어도 바로 알려주고’, ‘오케이 오케이 수고’ 등의 답장을 보내면서 별다른 거부 반응이나 의문을 표하지 않고 오히려 고마워하면서 추가적인 정보까지 요구했다. 증인은 수사 당시 재판 정보가 담긴 메시지에 대한 전익수 피고인의 반응을 보고 이렇게 (전익수와 양OO이 장기간 기밀 정보를 주고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한 건가?
증인(김 모 법무관) : 그렇다. ‘오케이’ 이런 반응을 봤을 때 ‘그런 일이 한 번만 있었던 건 아닐 수도 있겠구나’ 추측했었다.
특검 : (2021년 7월 16일에 있었던 전익수와 김 모 법무관 간의) 통화 내용 전체를 한번 쭉 이어서 들어보겠다.
전익수 : ... 이번 양OO 거기 이제 내가 들리는 얘기를 들어보면 구속영장 청구 거기에 보면은 마치 내가 이걸 공무상 비밀누설을 지시한 것처럼 되어 있다고 그러던데 사실이에요 그게?
김 모 법무관 : 지금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된 내용을 물어보시는 겁니까?
전익수 : 혹시라도 나는 전혀 내가 관련해서 지시한 사실이 없는데 거기 지시한 걸로 돼 있는 부분이 있나요?
김 모 법무관 : 실장님 죄송한데 이 부분은 저희가 답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전익수 : 아니 담당 검사니까.. 근거가 있으니까 거기다 기재를 했을 거 아니에요?
김 모 법무관 : 제가 같은 답변 계속 드리는 것 같은데 유선으로 드리기는 어려운, 말씀드릴 수 없는 내용인 것 같습니다.
전익수 : 아니 기재를 했으면 그 이유를 설명을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전익수 전 공군 법무실장과 김 모 법무관 전화통화 내용 중 일부 (2021년 7월 16일)
특검 : 증인은 (통화 당시의 심경에 대해) “말해 줄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을 텐데 일부러 그러는 건가,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 자꾸 왜 물어보지 라는 생각을 했다. 당시 그 전화를 받고 나서 여러 가지로 많은 생각을 했다”고 진술했다. 맞는가?
증인(김 모 법무관) : 그렇다. 우선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말해줄 수 없는 부분이고, 수사가 비공개로 진행된다는 건 법조인이라면 당연히 다 알고 있는 사실일텐데 이런 부분을 왜 묻는지 궁금했다. 좀 많이 당황했었다.
이날 공판에서는 면담강요 혐의가 적용된 통화 이외에도 전 씨와 김 법무관 간의 통화가 세 차례 이상 더 있었고 전 씨가 "수사 그렇게 하면 안 된다. 그게 구속영장까지 청구할 사안이냐"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 씨 측 변호인이 “피고인은 해당 발언을 한 기억이 없다고 한다. 증인은 그 말을 들은 것이 확실한가”라고 묻자 증인은 “언제인지는 불명확하지만 분명히 (전 실장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전 실장이 특유의 말투로 ‘그런 식으로 수사하면 안 돼요’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고 답했다.
전 씨가 국방부 검찰단 수사 당시 사건의 공수처 이첩을 요구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점과 관련해서도 논쟁이 이어졌다. 김 법무관은 특검 조사 때 “포렌식 진행을 위해 (전 실장에게) 세 차례 출석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고, 담당 수사관이 전 실장에게 전화하는 것을 두려워 해 본인이 대신 할 정도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검은 ‘전 씨가 지속적으로 자신에 대한 수사 무마를 시도해 온 것’이라고 봤다. 이에 전 씨 측 변호인단은 “당시 전 씨는 피고인이 아닌 피내사자 신분이었다. 전 씨의 수사 거부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특검 : 국방부 검찰단에서는 전익수의 직무유기 혐의와 관련하여 2021년 6월 16일 사무실과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했다. 그 후 2021년 6월 22일, 24일, 25일 등 세 차례에 걸쳐 전익수 피고인에 대해 출석 요구를 하였으나 전익수 피고인은 이에 모두 불응하다가 2021년 7월 9일이 되어서야 비로소 증인이 진행한 국방부 검찰단 조사 및 포렌식 선별 작업에 처음 응했다. 맞는가?
증인(김 모 법무관) : 그렇다.
전 씨 측 변호인 : 특검에서 물어봤을 때 "피고인 전익수에 대해서 3회에 걸쳐 출석 요구를 했으나 불응했다"고 답했다. 이 부분은 증인이 경험한 일인가? 아니면 다른 군검사가 한 일을 전한 건가?
증인(김 모 법무관) : 세 번 다 경험한 사실은 아니고 한 번 정도는 직접 경험한 것이 맞다. 거의 2년 가까이 지난 사건이라 기억이 정확하지 않지만 연락을 취하라는 지시를 받고 출석을 요구했으나 불응했다는 취지의 답변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나머지 두 번은 수사보고를 통해 관련 내용을 확인했던 것 같다.
전 씨 측 변호인 : 전익수 피고인이 수사에 불응한 것처럼 보이지만,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통보를 하고 공수처로 수사를 이첩해 진행할 것인지, 국방부 검찰단에서 계속 수사를 할지’ 이 부분이 결정될 때까지 본인이 출석해서 조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증인(김 모 법무관) : 당시 피고인 측 주장이 맞다고 생각해 공수처법에 ‘장성급 장교에 대한 수사 권한이 공수처에 있다’고 되어 있는 걸 확인했고, 공수처의 담당 검사와 통화를 했었다. 담당 검사에게 “이 사건을 공수처에서 받을지 말지 결정할 때까지는 (수사를) 유보하는 게 맞나”라고 묻자 담당 검사가 “일단 (국방부 검찰단에서) 수사 진행하시면 된다”라는 취지로 답변했던 기억이 난다.
이날 재판에서는 양 모 씨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와 관련해서도 증인신문이 이어졌다. 특검과 양 씨 측 변호인은 양 씨가 자신에게 재판 정보를 제공한 후배 직원 강 모 씨와의 카카오톡 대화방을 지운 것이 증거인멸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두고 논쟁을 벌였다. 양 씨 측은 “카카오톡 대화방을 지우면 해당 내용을 포렌식에서 읽어낼 수 없다는 사실을 일반 사람들이 알기는 어렵다. 피고인이 대화방을 삭제한 것은 의도된 행동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양 씨가 ‘재판 정보를 제공한 강 모 씨와의 대화방만 삭제했다’는 점을 들어 “의도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것”이라고 맞섰다.
김 모 법무관은 증인신문을 마치기 전에 고 이예람 중사 유족들에게 조의를 표했다. “평생 사랑하는 가족에게 드릴 사랑의 마음을 더는 줄 수 없으실 이예람 중사님의 가족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위로와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 중사님이 영면하시기를 빈다”고 말했다. 고 이예람 중사 유족들은 “지금까지 법원에 출석해 이런 말을 했던 사람이 없었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 날은 고 이예람 중사의 유족 뿐 아니라 군 내에서 발생한 여러 사망사건으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도 참석해 재판을 방청했다. 방청석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나왔다.
다음 공판은 3월 24일 금요일에 열릴 예정이다.
제작진
취재김주형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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