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 변상욱 칼럼_스웨덴 비욘세섬의 교훈

2012년 03월 10일 05시 52분

스웨덴은 해적, 바이킹의 전통을 가진 나라입니다. 그래서 스웨덴 해군은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그런데 스웨덴 해군으로 스웨덴 산림청에서 공문이 한 장 날라왔습니다. 1980년의 일입니다. 거기에 적혀있는 내용은 군함에 만드는데 쓸 참나무 목재가 준비가 끝났으니까 인쇄해 가시오, 라는 거였습니다.

스웨덴 해군의 입장에서는 기가 막힙니다. 21세기를 앞두고 있는데 군함을 만들 참나무를 가져가라니, 뭐 해군이 바이킹도 아니고 왜 군함을 나무로 만들겠습니까. 그 사연은 이렇게 된 겁니다.

그때로부터 150년 전에 스웨덴 국회에서 스웨덴 해군을 어떻게 대양 해군으로 육성 시킬까,를 논의하다가 그럴려면 군함을 많이 만들어야 되고 군함을 많이 만들다 보면 참나무가 모자랄 것이니까 참나무를 미리 심자, 라고 의견을 모은 것입니다. 참나무가 쓸 만큼 자라는데는 150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1829년과 1830년에 참나무를 심어서 1980년에 베어 쓰기로 한 겁니다. 그래서 스웨덴의 산림청은 스웨덴의 그 커다란 베테른 호수 한 가운데 있는 비욘세 섬에 참나무 2만 그루를 심어서 150년을 가꿉니다. 그런 다음에 1980년 해군에게 공문을 보내서 가져가라고 하는 것이죠.

참 어떻게 보면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기가 막히게 엉뚱하기도 하고 바보 같은 짓입니다. 우리 같으면 그랬을까요? 아마 대원군 때 심어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가져가라, 아마 이렇게 한다는 얘기인데 우리는 아마 그러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스웨덴의 비욘세 섬은 그 후에 어떻게 됐을까. 물론 나무는 필요가 없으니까 베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스웨덴의 비욘세 섬은 스웨덴에 최고 가는 국가의 보물이 되었습니다. 참나무 2만 그루가 빽빽하게 들어찬 아름다운 섬. 그것도 푸른 호수 한 가운데 있는 아름다운 섬. 세계에 이런 곳이 없습니다.

스웨덴 해군은 어찌 됐을까. 모르겠습니다. 스웨덴 해군이 뭐 태평양 대서양을 누비고 다닌단 얘긴 듣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스웨덴은 세계에서 가장 부러움을 사고 있는 복지국가로 성장했습니다.

세상 모든 것에는 저마다의 속도가 있습니다. 제일 빨리 변하는 게 뭐냐하면은 유행입니다. 유행. 패션 같은 거죠. 그 다음 빨리 변하는 거는 유행을 쫓아가면서 물건을 파는 상업입니다. 그 다음에 빨리 변해야 할 것들이 공장을 세우고 물건을 만드는 산업이죠.

느긋하게 변해야 할 것도 있습니다. 그것은 예를 들면 철학이나 정신, 문화나 시대정신, 이런 것들입니다. 그것보다 더 느리게 변하거나 안 변해도 좋은 게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자연입니다. 스웨덴의 비욘세 섬은 엉뚱한 짓이긴 했지만 이 이치에서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했지만 결과적으로 더 좋은 게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완전히 거꾸로입니다. 제일 먼저 하는 게 자연을 파헤치는 일입니다. 4대강을 파헤치고 대운하를 뚫겠다고 하고 그 다음에는 뭐 한강 뱃길을 놓는다고 하고 그리고 나서는 구럼비 바위도 파헤치고 이런 식입니다.

이렇게 가장 느리게 또는 가장 천천히 보존해 가야 될 것부터 파헤치면서 지난 4년을 보내왔습니다. 이것은 역사로 본다면 순리에 거스르는 반동의 역사죠. 그 반동의 역사가 치를 대가는 아마 엄청나게 혹독할 것입니다.

대개 재해를 예방하는데 드는 비용과 재해를 맞아서 복구하는데 드는 비용은 5배에서 10배가 든다고 합니다. 그러면 우리 돈으로 파헤치고 우리 돈으로 다시 복구하면은 얼마나 우리는 손해를 보는 걸까. 그나마도 이거는 돈으로 계산이 되는 겁니다.

국민과 정부 사이에, 국민과 해군 사이에 깨어진 신뢰는 어떻게 언제까지 복구가 되겠습니까. 지금으로써는 답이 안 나옵니다. 참 갑갑한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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