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공개된 경찰 무전망... 참사 1시간 전 경찰 "인파를 인도로 밀어 올려" 지시

2022년 11월 29일 19시 06분

이태원 참사 발생 한 달 만에 오늘(11월 29일) 공개된 경찰 내부 무전망 기록에는 참사 1시간 전, 경찰은 차도를 확보하기 위해 차도로 나오는 사람들을 오히려 인도로 다시 밀어 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파를 분산·해산시켜야 할 경찰이 오히려 참사 현장 골목으로 사람들을 밀어 넣어 상황을 악화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경찰은 또 참사 1시간 전부부터 “대형 참사”, “위험방지”라는 무전을 주고받으며 참사의 위험을 감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경찰 무전망은 관할 지역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경찰 내부망으로 참사 한 달 만에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됐다. 

참사 3시간 전에도 경찰 무전망 "이태원 워낙 사람 많아"

뉴스타파가 ‘더불어민주당 이태원 참사 특위 및 당 대책본부’를 통해 확보한 이태원 참사 당일 서울청112망·용산서112망 교신 내용을 보면, 경찰은 10월 29일 오후 7시 8분에 이태원 인근 인파 관리와 안전 문제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오후 7시 07분 59초: 119센터 앞에 있는 교통순찰차 및 경찰관 해밀턴 호텔 쪽으로 교통순찰차와 함께 이동 후 하차. 인도에서 차도쪽으로 나와서 이동하는 인파들 경고. 호루라기 불면서 전부 다 인도로 올라갈 수 있도록 강력하게 경고하기 바람. 아울로 이태원 경찰관들도 4명정도 추가 지원해서 인파관리하도록

오후 7시 08분 34초: 근무자 4명확보. 인도쪽 인파관리 안전문제 발생하지않도록 관리

오후 7시 39분 37초: 핼러윈 교통 순찰차 1·4·5호 이태원 차도배치, 이태원 사람 워낙 많아

(용산서112무전망)
이 같은 무전 내용이 오간 시간은 오후 6시 34분 첫 112에 압사 위험 신고가 들어온 지 30분이 지난 시점이다. 압사 위험을 알린 시민들의 신고가 들어왔는데도 경찰은 인파가 차도로 내려오는 것을 막기 위해 “호루라기 불면서 전부 다 인도로 올라갈 수 있도록 강력하게 경고하기 바란다”며 다시 인도로 올려보내라는 무전 내용이 나온다. 시민들의 압사 위험 경고에도 도로 위 차선 확보가 우선이었던 셈이다. 당시 경찰의 대처는 “근무자 4명이 확보됐다”는 내용이 전부였다. 
▲ 이태원 참사 현장

사고 1시간 14분전...경찰 "대형사고 및 위험 방지" 언급

서울청 112상황실은 10월 29일 오후 9시1분 용산서112무전망에 “대형 사고”를 언급했다. 이는 한 시민이 오후 9시 00분에 “인파들이 너무 많아서 대형사고 일보 직전”이라며 112 신고한 내용을 바탕으로 서울경찰청이 용산경찰서에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 112신고는 ‘코드0’으로 지정돼 '최단시간 내 출동' 지시를 부여받았다. 그런데도 서울청 112상황실장은 “질서 근무를 잘해달라”는 당부만 내린 것으로 보인다. 
오후 9시 1분 : 핼로윈 관련하여서 계속해서 추가 신고가 112신고가 들어오는 중에 지시번호 OOOOO번으로 대형사고 및 위험방지건으로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 지구대 지역경찰 근무자 독려하셔서 해당되는 핼로윈 이태원 관련하여 확인 잘해주시고 질서 관련 근무를 해주시길 바랍니다.

 -서울청 112무전망
이후 이 같은 지시받은 용산서 112상황실장은 용산서112망에 이태원파출소를 부르며 “대규모 인파가 몰려나오고 있다”,”교통경찰관들 추가 배치”하라고 지시했다. 
오후 9시 10분 11초: 이태원파출소, (용산서)112 상황실장입니다. 와이키키 목길(참사 현장)에서 20명의 대규모 인파가 몰려 나오고 있어서 소내 있는 경력 4명정도 와이키키 입구쪽 이태원파출소 건너편쪽으로 가서 인파관리하기 바랍니다. 교통경찰관쪽하고 지역 경찰관 근무하고 있는데 손이 부족합니다.

오후 9시 12분 58초 : 용산, (용산서)112상황실장입니다. 와이키키 목길(참사 현장)에서 이태원파출소 앞쪽으로 일시점에 많은 인파가 터져나왔어요. 교통경찰관들은 그쪽으로 추가 배치해서 지원하기 바랍니다.

-용산서112무전망

참사 50분 전, 차도에 밀려온 인파를 인도에 밀려올렸다는 경찰

사고가 나기 한 시간 전, 용산서112무전망으로 인파 문제가 계속 제기됐다. 그러나 무전망 속에는 “차도에 나와 있는 인파를 계속 인도 쪽으로 올리고 있다”고 보고됐다. 또 “인파가 쏟아져나와 차선이 하나밖에 없었는데, 경찰이 밀어서 한 개반(차선을) 확보했다”는 무전 기록이 있다. 경찰이 몰린 인파를 분산, 해산하지 않고 오히려 참사 현장 골목으로 밀어놓은 정황이 보이는 대목이다. 
오후 9시 22분 39초: 용산교통센터, 112상황실장입니다. 와이키키 목길, 이태원 파출소 건너편쪽에 순간적으로 인파가 많아서 차선을 하나밖에 확보못했는데 경력이 밀어서 한 개 반 정도 확보했어요. 교통순찰차 3대가 한 위치에 대기중인데 교통순찰차 1대를 이태원 파출소 건너편쪽에 3차로 하위 차로에 고청해주세요. 

오후 9시 22분 39초: 네, 112상황실장 지시사항 반복 지시하겠습니다. 현재 이태원 파출소 건너편 와이키키 주점 인근에 인파가 순간 많이 나와서 매우 혼잡한 상황입니다. 교통경찰관 근무자 그쪽으로 이동해서 집중근무토록 112상황실장 지시사항있으셨습니다. 

오후 9시 26분 39초:
용산, 112상황실장입니다. 일단 교통경찰관들 추가 지원되어서 이태원 파출소 건너편쪽에 2개 차로는 확보했어요. 차로에 나와 있는 인파들 지속적으로 인도쪽으로 올리고 있습니다. 

-용산서112무전망

참사 30분 지나서야 골목 인파 빼라는 지시 내려

이태원 참사 발생 시각은 10월 29일 오후10시 15분이다. 참사 발생 이후 용산서112 무전망으로는 참사 내용이 실시간으로 보고됐다. 
오후 10시 21분 41초: 이태원, 이마트 24 이태원 해밀텐호텔 경찰 지원. 사람들 다 깔릴려 그래오후 10시 24분 34초: 이태원, 이마트 24 비명소리 관련해서 사람이 많아서 지르는건지 기타 상황이 있는건지 보고 좀 해주세요

오후 10시 26분 08초: 이태원파출소, 필히 깔렸다 이런 신고는 연락하셔서 내용 확인해야. 아울러 지원이 필요하면 바로 보고해줘

-용산서112무전망
참사 직후에도 용산서112무전망에서는 차도 관리를 위해 인도로 인파를 올리라는 지시가 거듭 내려왔다. 이후 참사 30분이 지난 뒤에야 골목 인파를 빼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오후 10시 49분 55초: 교통경찰관들, 파출소 건너편 와이키키 골목 인파들 다 빼주세요.

오후 10시 52분59초: 교통경찰관들, 파출소 건너편 골목에서 인파들 좀 빼주세요. 

-용산서112무전망
오늘 공개된 용산서 112무전망에 따르면,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참사 20여 분 만에 첫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서장은 오후 10시 35분에 "용산, 용산서장"이라고 무전을 한 뒤 "이태원 직원 동원사항 가용경력, 형사1팀부터 해서 여타 교통경찰관까지 다 보내라"고 지시했다. 이 전 서장은 지난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나와 사고 당일 오후11시쯤 상황을 첫 인지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제작진
취재강민수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