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X파일] 대장동 일당이 남긴 저축은행 빚 3,672억원과 '검은 손'

2023년 04월 25일 14시 00분

남욱과 조우형 등 대장동 일당이 온갖 불법을 동원해 손에 쥔 수익은 5,000억 원이 넘는다. 반면 그들이 남긴 저축은행 빚은 성남 대장동과 일산 풍동 사업까지 합해 3,672억 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뉴스타파가 처음으로 확인했다. 천문학적 수익을 챙겼지만, 일당이 져야 할 채무의 회수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대장동 일당은 그들의 혐의가 드러나고 위기에 처할 때마다 검찰 수사를 피했고,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가 일당이 남긴 부채의 회수를 시도할 때마다 방해한 ‘검은손’이 존재했다는 게 뉴스타파의 취재 결과다.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에서부터 2022년 남욱을 상대로 뒤늦은 민사소송을 제기할 때까지, 대장동 대출 자금의 회수를 맡은 예보가 대장동 일당의 빚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대출금 회수 과정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복기했다. 

2년 9개월 늦은 석연치 않은 ‘늑장 조사’

2011년 2월, 금융위원회는 2011년 2월 부산저축은행, 부산2저축은행, 중앙부산저축은행, 대전저축은행, 전주저축은행 등 다수의 저축은행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 5개 저축은행은 모두 부산저축은행그룹에 속했다. 이들 5개 저축은행은 또 다른 저축은행과 함께 대장동 부동산 개발을 추진하던 3개의 법인에 1,805억 원을 빌려줬다. 대출받은 3개의 법인은 씨세븐, 대장PFV, 나인하우스. 대장동 초기 사업자인 이강길을 포함해 남욱, 정영학 등이 운영한 곳이다.  
저축은행 대출금이 대장동 일당의 법인 계좌로 들어오기 시작한 때가 2009년 11월이었다. 그런데 한 달 전 성남시가 LH를 통한 공영개발 계획을 공식화 했을 때여서 저축은행들이 민간개발을 전제로 1,800억대 자금을 대출해 준 배경을 두고 의혹이 쏟아졌다. 이 때 대출을 주도한 이가 부산저축은행 회장의 처남이자 대장동 일당의 ‘자금책’, 그리고 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 조우형이었다.  
2011년 2월,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진 다음 수순은 예보의 신속한 부실 조사였다. 예금보험공사의 상호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 관리백서에 따르면, 부실 금융회사에 대한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지면 예보는 ‘지체없이’ 부실책임조사 및 재산조사 등을 해야 한다. 
▲ 예금보험공사가 2023년 3월 발행한 '상호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 관리백서'에는 부실금융회사에 영업정지가 내려질 경우 예보는 지체없이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예보가 대장동 대출 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은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가 있은 지 2년 9개월이나 지난 2013년 9월이었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위 3개 법인에 대한 부실채무기업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예보는 2013년 11월 18일부터 2014년 7월 4일까지 6명의 직원을 파견해 조사에 착수했다. 
부산저축은행에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진 지 2년 9개월이 지나 관련 조사에 나선 예금보험공사는 2014년 7월 대장동 일당이 대출금을 빼돌린 사실이 기록된 조사 보고서를 작성했다. 
예보는 2년 9개월이나 늦게 조사한 이유로 ‘검찰 수사'를 탓했다. 예보 금융부실책임조사본부 관계자는 “저축은행 사태로 촉발된 검찰 수사에서 다수의 불법 대출 사례가 적발됐고, 예보 또한 검찰의 기소로 사실관계가 파악된 대출에 대한 조사와 민사 소송을 우선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니까 2011년 대검 중수부가 대장동 대출에 대해선 따로 기소하지 않았기 때문에 예보 역시 조사를 서두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보, 대장동과 달리 풍동 대출건은 ‘지체없이’ 검찰 수사의뢰

그러나 예보의 이 같은 해명은 납득하기 힘들다.  
앞서 뉴스타파가 보도했듯 조우형은 대장동 뿐만 아니라 경기도 일산 풍동의 부동산 개발사업에도 깊숙이 개입해 저축은행 대출금을 빼돌렸다. 조우형은 풍동 사업을 벌이며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빌린 409억 원 가운데 80억 원을 자신과 이권으로 얽힌 다른 회사에 불법 대여했다가 발각돼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를 받는다. 
풍동 역시 대장동과 마찬가지로 조우형 등이 남긴 대출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했고, 현재 이자 포함 941억 원의 채무가 있다. 그런데 대장동과 달리, 풍동의 경우 예보는 ‘지체없이’ 2012년 2월,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결국, 예보는 2012년 2월 이전에 조우형이라는 부산저축은행 대주주의 친인척이 풍동에서 거액의 대출 범죄를 저지른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조우형이 더 큰 규모로 대출을 벌인 대장동 건은 조사를 미뤘다. 이 때문에 대장동 대출 건이 검찰의 기소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조사가 늦었다는 예보 측의 해명은 석연치 않다. 

대장동 일당, 예보의 신속한 조치 걱정 

예보의 조사가 늦춰지던 시기, 대장동 일당은 예보의 신속한 조사를 크게 걱정했다. 대장동 일당이 예보의 부산저축은행 부실채무 조사에 이은 자금 회수를 위한 예보의 강제 조치를 우려한 정황은 뉴스타파가 확보한 정영학 녹취록 곳곳에서 확인된다. 
□ 정영학 : 아 이제 잘못하면 (예보) 얘들이 전체를 트집을 잡을 수도 있고, 분위기 보시자고요.
■ 남욱 : 예
□ 정영학 : 쟤들이 같이 묶을 수도 있고 만만, 그러니까 이게 무턱대고 하다가, 닳고 닳은 애들이잖아요. 예보 애들이 닳고 닳은 애들이에요. 얼마나 많이 상대해 보겠습니까.
■ 남욱 : 그렇죠

2013년 8월 30일, 남욱과 정영학의 전화 통화
■ 남욱 : 무조건 분양 후에 분양대금 받으면 원금 상환하는 걸로.
□ 정영학 : 예, 좋습니다.
■ 남욱 : 우리는 그 걸 다 줄 생각, 그 사업을 못 한다. (성남도시개발)공사하고.
□ 정영학 : 네 네
■ 남욱 : 이때까지 시간을 연장해 줘야 한다. 지금 상태에서는 그 전에 예보에서 어떤 액션을 취하면, 우리도, 공사 쪽도”
□ 정영학 : 네
■ 남욱 : 여기 하고 같이 일을 할 수가 없다

2013년 7월 2일, 남욱과 정영학의 전화 통화

남욱이 빼돌린 25억원, 예보는 왜 모르쇠했을까

2년 9개월이나 지연된 예보의 대장동 대출 조사. 2014년 7월, 예보가 뒤늦게 조사해 작성한 조사 보고서에는 대장동 일당이 최소 100억 원이 넘는 저축은행 대출금을 빼돌린 사실이 기록돼 있다. 
대장동 일당이 저축은행 대출금을 횡령할 때, 쓰던 수법 중 하나는 일당이 운영하는 업체와 실체가 없는 허위 용역계약을 맺은 후 대금을 빼돌리는 방식이었다. 예보는 대장동 초기 사업자인 이강길이 허위 용역계약 수법으로 최소 87억 원의 대출금을 빼돌린 사실을 적발했다. 이 87억 원 가운데 10억 3,000만 원은 조우형이 소유하던 법인으로 흘러 들어갔다. 
예보는 남욱이 빼돌린 자금에 대해서도 상세히 파악했다. 이강길 이후 대장동 개발업체 대주주 지위를 이어받은 남욱은 법인 중 하나인 나인하우스 소유 토지를 김모 씨에게 담보로 제공한다. 그 대가로 25억 원을 빌렸는데 남욱은 이 돈을 사적으로 사용했다. 서울 강동구 길동에 있는 ▲ 오피스텔 계약금(3억 원), ▲ 골프장 회원권 구입 비용(3억 2,100만 원), ▲ 자신의 아내 정모 씨에게 빌린 돈(2,600만 원)을 갚는 데 쓴 것으로 확인됐다. 예보는 남욱이 형법상 배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 예금보험공사의 대장동 대출 조사보고서에 기재된 남욱의 차입금 25억 원에 대한 사용 내역. 
문제는 남욱이 배임 혐의를 벌이던 시기이다.
남욱이 토지를 담보로 김 씨로부터 25억 원의 돈을 빌린 때가 2012년 3월 13일. 저축은행 사태가 일어난 지 1년이 지난 때였다. 특히 예보가 검찰에 조우형 수사를 요청한 상황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남욱은 아무런 통제없이 회삿돈을 빼돌리고 있었다. 만약 예보가 대장동 대출 조사를 제 때 했다면, 남욱이 이런 배임을 저지를 수 있었을 지 의문이다. 

남욱의 배임 확인한 예보, 즉시 손해배상 청구소송 안 해  

예보의 이해하기 어려운 처분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뒤늦게라도 남욱의 배임 혐의를 확인했다면, 예보는 남욱이 빼돌린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예보는 남욱에게 25억 원에 대한 소송을 내지 않았다. 
배임을 확인하고 곧바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예보는 이번에도 검찰 탓으로 돌렸다. 부실금융책임조사본부 관계자는 “예보가 남욱의 배임 혐의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검찰이 불기소 처분했다”면서도 “형사처벌과 별개로 민사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남욱이 돈을 모두 갚았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결국, 예보가 판단했을 때 남욱이 배임을 저지른 것은 맞지만, 검찰이 기소하지 않았고 빼돌린 자금 역시 남욱이 모두 갚았기 때문에 굳이 민사 소송을 제기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뉴스타파는 남욱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빼돌린 자금을 되갚았는지 확인을 요청했지만, 예보 측은 “확인해 보겠다”만 답할 뿐, 아직까지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그룹 5개 저축은행을 포함해 11개 저축은행이 2009~2010년 대장동 일당에게 빌려준 대출금은 1,805억 원이다. 저축은행 사태가 터지고 예보는 대여 계좌에 있던 256억 원을 먼저 회수하고, 533억 원의 우량 채권은 다른 저축은행에 넘겨 회수하도록 했다. 이후 예보가 회수를 담당한 대출금은 1,016억 원이 남았다. 예보는 씨세븐 등 3개의 법인의 토지 사업권 등 자산을 처분해 645억 원을 거둬들였다. 
결국, 남욱 일당 등이 빼돌리거나 운영 자금으로 사용한 383억 원은 회수되지 못 했고, 10여 년 동안 2,349억 원의 이자가 쌓이면서 2023년 1월 기준, 2,731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일산 풍동 사업에 빌린 941억 원까지 합산하면, 대장동 일당이 남긴 빚은 3,672억 원에 이른다. 
▲ 2023년 1월 기준, 저축은행 대출금에 대한 대장동 일당의 미회수금은 총 2,731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일산 풍동 사업에 빌린 941억 원까지 합산하면, 대장동 일당의 채무는 3,672억 원에 이른다.

“남욱은 빚 갚을 책임 없다”던 예보, 2021년 국회에는 거짓 보고

그렇다면 이 빚은 누가 갚아야 할까.
2021년 11월, 예보가 국회에 내놓은 답변은 대장동 초기 사업자 이강길이었다. 예보에 따르면, 이강길은 처음 대출이 이뤄지던 2009년 씨세븐 등 3개 업체의 법인 대표였고, 법인이 망하면 채무를 갚겠다는 연대보증을 서약한 인물이었다. 
예보는 2021년 국회 답변서에서 남욱이 씨세븐 등 3개 업체 지분을 인수한 뒤, 2012년 2월 연대보증채무 인수를 예보에 요청했지만 거절했다고 밝혔다. 즉, 이강길이 갚기로 한 대장동 저축은행 빚을 남욱이 대신 갚겠다고 요청했는데도, 예보가 거절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뉴스타파 취재 결과, 예보의 거절에 앞서 2011년 7월 남욱은 이미 연대보증을 넘겨받은 상태였다. 남욱은 초기 사업자 이강길이 김모 씨에게 넘긴 지분을 다시 인수하면서 연대보증의무 또한 넘겨받는 조건으로 2011년 7월 계약을 체결했다. 
이런 사실이 2021년 11월, 뉴스타파 보도로 드러나자, 예보의 입장은 180도 바뀐다. 보도 3개월 후인 2022년 2월, 예보는 앞서 이강길 전 대표가 채무의 책임이 있다며 거절했던 남욱의 채무 인수 요청을 뒤늦게 승인하고, 남욱을 상대로 때늦은 연대 보증을 이행하라는 민사소송을 냈다.   
▲ 예금보험공사는 2021년 11월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2012년 2월 남욱의 대장동 개발업체 주식 인수 및 연대보증채무 인수 요청을 거절했다고 밝혔으나(좌), 2년 뒤인 2023년 3월 국회 답변서에서는 2022년 2월 남욱의 채무인수를 승인한 후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우).
뉴스타파는 예보의 입장이 뒤바뀐 이유를 묻자, 궤변에 가까운 답변이 왔다. 예보 자산회수기획부 관계자는 “(당시) 거절했다기보다는 의사 표시를 안 한 것”이라고 답했다. 남욱의 요청을 분명히 거절했다고 국회에 제출한 2021년 11월 서면 답변서를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다. 
뉴스타파는 2021년 국회 제출 자료를 다시 언급하며 예보의 해명이 달라진 이유를 다시 질의했다. 그러나 예보는 “남욱의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더 이상 답변을 거부했다. 10년간 엉뚱한 인물에게 빚을 독촉하다가 뒤늦게 소송을 제기한 예보로서는 과거 빚을 갚겠다는 남욱의 요청을 거절한 사실이 밝혀졌을 때, 재판에서 불리해질 것을 우려해 '거짓 해명'을 하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  
대장동 일당이 대출 조사를 걱정하고 있을 때, 예보는 ① 2년 9개월이나 지나 대장동 부실 대출을 조사했고, ② 배임을 확인하고도 남욱에 대한 소송을 하지 않았으며, ③ 지난 10년 동안 엉뚱한 사람에게 빚을 독촉하다가 뒤늦게 남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다.  
그 사이 남욱과 조우형 등 대장동 일당이 5,000억 대 수익을 챙겼고, 일산 풍동 941억 원과 대장동 2,731억 원을 합해 3,672억 원의 빚을 남겼다. 10년 전 예보의 저축은행 대출금 회수 과정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지금이라도 조사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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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신영철 이상찬 김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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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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