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추비 검증② ‘검사 윤석열’의 한우집 카드 쪼개기 결제... 지침 위반 의혹

2023년 07월 19일 16시 30분

검사 시절, 윤석열 대통령이 쓴 업무추진비 증빙 영수증에서 결제 금액을 50만 원 미만으로 보이게 하려고 두 번에 나눠 ‘쪼개기 결제’한 영수증이 확인됐다. 50만 원이 넘게 결제할 때는 참석자의 소속·이름을 반드시 남기도록 한 정부 예산집행 지침을 피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윤석열 대통령은 부하 검사들과 함께 서울중앙지검 근무지를 벗어나 성남의 한우집에서 여러 번 회식하는 등 근무지와 무관한 곳에서 업무추진비를 썼지만, 그 불가피성을 입증하는 증빙 자료는 한 장도 남기지 않았다. 역시 정부 예산 집행 지침을 어겼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은 “과거 집행내역에 대한 구체적 경위 확인은 어렵다”고 밝혔다. 
카드 ‘쪼개기’와 근무지 외 사용 등 검사 시절, 윤 대통령이 업추비 예산 사용 지침을 위반한 의혹을 일부 확인했지만, 전체 영수증을 다 검증하지 못했다. 시·분·초 단위로 나타내는 ‘카드 결제 시간’은 쪼개기 결제와 밤 11시 이후 결제 여부를 확인하는 핵심 정보인데, 검찰이 ‘결제 시간’을 전부 가렸기 때문이다. 

48만·49만 원으로 쪼개기 결제 확인... 참석자 인적사항 작성 의무 피하려는 꼼수

▲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인 2017년 10월 12일 49만원, 48만원으로 나눠 두번 결제한 영수증이다. 
2017년 10월,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쓴 업무추진비 카드 사용 명세서. 윤석열 지검장은 10월 12일, ‘강력부, 첨단1,2부, 방수부 등 지검 소속 검사들과 만찬 간담회’를 하고, 48만 원을 결제했다. 
그런데 10월 카드 사용 명세서를 몇 장 넘기니, 앞서 언급한 지출 내역과 같은 내용의 명세서가 한 장 더 나왔다. 집행 명목도 ‘만찬 간담회’로 같고, 참석자도 ‘강력부, 첨단1,2부, 방수부' 등 지검 소속 검사로 같았다. 결제 금액이 조금 달랐는데, 1만 원 많은 49만 원이다. 
명세서 뒤에 첨부한 증빙 영수증 두 장을 비교했다. 금액만 다를 뿐, 같은 날, 같은 식당, 사용 목적과 회식 참여 부서가 모두 같았다. 확인 결과, 윤석열 지검장은 2017년 10월 12일, 같은 식당에서 지검 소속 검사들과 총 97만 원어치의 업무추진비를 쓴 뒤, 50만 원 미만으로 금액을 낮추려고 두 번 쪼개서 결제한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하고 검찰을 포함해 모든 정부 기관이 적용받는 ‘업무추진비 공통 지침’에는 업무추진비로 50만 원 이상을 쓸 때는 반드시 참석한 사람의 소속과 성명을 쓰도록 규정하고 있다. 업추비의 지나친 사용을 막고, 세금 집행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2019년 3월, 감사원이 법무부의 업무추진비를 감사했을 때도 카드 쪼개기 결제가 적발됐다. 당시 법무부 법무실이 간담회 명목으로 72만 원을 쓰고서 각각 45만 원과 27만 원으로 쪼개 결제하는 수법으로 간담회 참석 명단을 남기지 않은 것이다. 감사원은 이런 식의 쪼개기 결제가 ‘세금 집행의 투명성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지검장이 쓴 업무추진비 영수증에서도 감사원의 지적 사항과 같은 ‘쪼개기 결제’가 드러났다. 회식을 같이한 부하 검사들이 누군지 명단을 남기지 않으려는 꼼수인데, 세금 집행의 투명성을 훼손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윤석열, 부하 검사와 서울 근무지 벗어나 성남 한우집에서 수 차례 회식

▲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 근무지인 서울을 벗어나 경기도 성남에 있는 한우집에서 6차례 부하 검사들과 만찬을 했다. 
‘쪼개기 결제’ 말고도 문제는 또 있다. 2017년 10월, 두 번에 나눠 쪼개기 결제한 식당이 바로 서울이 아닌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한우집이라는 점이다. 부하 검사들을 데리고 근무지와 무관한 곳에서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것이다.
이 성남 한우집은 근무지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약 10km 떨어져 있다. 지검에서 자동차로 30분 달리면 서울과 성남의 경계, 청계산 자락에 한우 전문집이 나온다. 널찍한 테이블과 조경이 좋은 ‘가든형’ 식당으로, 국산 한우 생등심 500그램 가격이 7만 원 선이다. 식당 직원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기억하고 있었다. 
□ 뉴스타파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자주 왔던 단골집이라던데요? 보신 적 있으세요?
■ 식당 직원 : 봤죠.
□ 뉴스타파 기자: 여기서 술도 많이 드시고?
■ 식당 직원 : 그런 것 묻지 마요. 술 드시지… 안 드시겠어요?  

성남의 한우전문집 식당 직원과의 대화
윤석열 지검장은 이곳 성남 한우집을 2017년 두 번, 2018년 한 번, 2019년 2월과 3월에 세 번 가서 모두 6번 결제하고 세금 943만 4,000원을 썼다. 한 번 결제할 때마다 평균 157만 원어치를 지출했다. 
2019년 3월 29일, 이날 성남 한우집에서 업무주진비 중 가장 많은 250만 원을 썼다. 명목은 ‘(윤석열) 검사장님 주재 3차장검사 산하 만찬 간담회’였다. 비용을 고려할 때, 최소한 20~30명의 검사가 참석한 것으로 추산된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관할하는 제3차장검사는 한동훈, 특별수사 제1부 부장검사는 신봉수, 2부 부장검사는 송경호, 3부 부장검사는 양석조, 4부 부장검사는 김창진이었다. 현재 한동훈은 법무부 장관, 신봉수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송경호는 서울중앙지검장, 양석조는 서울남부지검장, 김창진은 법무부 감찰과장으로 영전했다.

예산 지침으로 정한 ‘근무지 외 업무추진비 사유서’는 한 장 남기지 않아 

▲업무추진비 공통 지침에 따르면, 근무지와 무관한 지역에서 업무추진비를 경우에는 그 불가피성을 입증하는 서류를 제출해야한다. 
이처럼 윤석열 지검장은 수차례 성남에서 부하 검사들과 회식을 하면서도, 근무지와 무관한 지역에서 업무추진비를 써야 하는지 기재한 사유서는 한 장도 남기지 않았다. 지난 6월 23일 서울중앙지검이 공개한 업무추진비 집행 자료 그 어디에도 성남 한우집 카드 사용과 관련한 증빙 자료나 기안서는 없었다. 정부 예산 집행 지침을 위반한 것이다. 
업무추진비 공통 지침을 보면 ①법정 공휴일 및 토·일요일, ②관할 근무지와 무관한 지역, ③비정상 시간대(23시 이후 심야시간대 등) 사용할 때는 카드 사용의 불가피성을 입증하는 증빙자료를 작성해 품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시 ‘윤석열 업추비’ 담당자, “한우집이 성남인지 몰랐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 성남 한우집에서 결제할 당시 업무추진비 결재 담당자인 강진구 전 서울중앙지검 사무국장과의 전화통화. 
윤석열 지검장의 카드 쪼개기 결제와 근무지 외 결제가 있었을 당시 업무추진비 관리 담당자는 강진구 서울중앙지검 사무국장이다.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쓴 업무추진비 내역서 결재란에는 강 전 국장의 직인이 있다. 
강 전 국장은 “청계산에 있는 (성남) 한우집은 가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19년 3월 12일, 윤석열 지검장이 주재한 강 전 사무국장을 포함한 ‘중앙지검 사무국 과장 만찬 간담회’가 성남 한우집에서 열렸고, 이날 236만 원의 업무추진비를 지출했다. 
그러나 근무지 외 사용에 대해 사유서 작성 없이 업무추진비를 쓴 경위를 묻자, 강 전 사무국장은 한우집이 “성남에 있었는지 잘 알지 못했다”면서 “제가 일일이 결재하는 도장이 아닌 밑의 사람에게 맡겨놓은 도장”이라며 업무추진비 관리의 책임을 회피했다.   
□ 뉴스타파 기자: 그런데 10KM가 넘고 그래서 업무 추진비를 근무 지역과 무관한 지역에 사용할 때는?
■ 강진구 전 사무국장: 원칙적으로는 그렇죠. 지금 청계산장이 맞다면 그게 또 성남이 맞다면, (업추비 사용) 지역제한 그런 게 있기는 했죠.
□ 뉴스타파 기자: 어쨌든 (업추비 쓴 식당 소재지가) 서울이 아니잖아요?
■ 강진구 전 사무국장: 서울인지 아닌지 그때, 저는 판단 못 했습니다.
□ 뉴스타파 기자: 사무국장님 (결재) 도장까지 찍었는데 업무추진비 지침을 어긴 거 아닙니까?
■ 강진구 전 사무국장: 그 도장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직접) 일일이 결재하는 도장이 아니고 맡겨 놓은 도장이거든요.

강진구 전 서울중앙지검 사무국장과의 통화
강진구 전 사무국장은 지난 6월, 한국가스공사 상임감사로 임명됐다. 에너지 분야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대통령 측근에 대한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하는 보도가 여럿 나왔다. 

서울중앙지검 “구체적인 경위 확인 어렵다, 적정한 집행 관리에 만전 기하겠다”  

뉴스타파는 쪼개기 결제와 근무지 외 사용 등 업무추진비 지침 위반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해명을 요청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과거 개별 집행 내역의 구체적인 경위 등은 현재 확인이 어렵다”며 “향후에도 적정한 집행내역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는 카드 쪼개기 결제와 근무지 외 사용 등 검사 시절 윤 대통령의 업무추진비 지침 위반 의혹을 일부 확인했지만, 윤 대통령이 쓴 영수증 310건 전체를 검증하지 못했다. 검찰이 카드 영수증에 시·분·초 단위로 나타내는 ‘결제 시간’을 모두 가렸기 때문이다. 법원 판결 취재를 무시한 것으로 쪼개기 결제와 밤 11시 이후 결제 여부 등을 정확히 알기 어려웠다.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는 윤 대통령의 검사 시절 업무추진비에 대한 추가 검증을 위해 서울중앙지검 등에 카드사로부터 받는 카드 사용 명세서에 대한 정보공개를 다시 청구했다. 
제작진
취재 기자강민수 박중석 조원일 임선응 강현석
데이터 기자최윤원 연다혜 김지연 전기환
촬영 기자최형석 이상찬 신영철 오준식
그래픽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공동기획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 시민행동,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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