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그 후③ 윤석열이 몰랐던 안양 롤러 사망 사건의 전말

2022년 04월 29일 16시 30분

‘노동자의 과실’ 때문이라는 대선 후보

2021년 12월 1일 오후 6시 40분쯤, 안양시 만안구의 도로 포장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오륙십대 노동자 3명이 바로 앞에 있던 롤러에 깔려 숨졌다. 롤러가 땅을 다지기 전에, 아스팔트 콘크리트를 뿌린 도로를 평평하게 만드는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지난해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기 약 두 달 전이었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현장 CCTV 촬영본에는 사건 직전 롤러 운전석에서 누군가 내려오는 모습이 담겨있다. 촬영된 영상 속 롤러 운전 기사가 하차하는 순간, 붉은색 후미등을 깜빡이는 롤러가 급발진한다. 롤러에 부딪친 부상자까지 모두 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중대재해였다.
2021년 12월 2일, 사건 현장을 찾은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 (출처 : 중앙일보)
다음 날 12월 2일 오전, 한 대선 후보가 사건 현장을 찾았다. 대통령 선거까지 3개월가량 남겨뒀던 때였다. 전국민의 시선을 받고 있던 그는 언론의 카메라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어만 중립에 놓다 보니까 하차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입니다.) 시동 장치를 끄고 내리기만 했어도 이런 간단한 실수 하나가 엄청난, 비참한 사고를 초래했는데…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 (2021.12.2)
산업재해 사건을 보는 입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노동자 개인의 과실을 중요하게 보는 입장과 사업자의 안전 관리 책임을 중요하게 보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늘 부딪힐 수밖에 없는 이 두 입장 사이의 균형을 강조한다. 윤석열 당선자는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두 입장 가운데 노동자의 과실을 중요하게 보는 입장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그런데 정말 윤석열 당선자의 말처럼 이 사건의 원인은 롤러 운전 기사의 개인적 과실 때문만이었을까? 혹시 롤러 운전 기사가 이런 “간단한 실수”를 저지르기에 충분한 여건이지는 않았을까. 뉴스타파는 이 의문들을 풀기 위해 윤석열 당선자가 몰랐던 ‘안양 롤러 사망 사건’의 진짜 원인을 들여다봤다.

윤석열이 보지 못한 ‘사업자의 안전 관리 책임’

# 첫 번째 원인, 허가받지 않은 야간 작업
사건이 난 곳은 전선 지중화 공사 현장이었다. 굴착기로 도로를 파낸 자리에 전력선을 묻고 다시 도로를 포장하는 작업이 구역을 옮겨가며 반복된다. 도로를 임시로 막고 공사하는 만큼 굴착한 구간은 반드시 그날 임시 포장까지 마쳐야 한다. 교통사고 우려와 시민들의 통행 불편을 줄이려는 것으로 지자체의 공사 허가 조건이기도 했다. 
해당 공사에 대해 안양시 만안구가 허가한 작업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였다. 교통 정체를 이유로 퇴근 시간대인 오후 6시부터 3시간 동안은 무조건 작업을 중단해야 했다. 그런데 사건은 오후 6시 40분쯤 발생했다. 작업 시간을 맞추려면 적당한 수준으로 굴착 구간을 정하고 여러 변수를 고려한 작업 계획이 필요한데, 어떻게 된 일인지 이날 작업은 오후 7시가 다 돼 가도록 멈추지 않았다. 12월에 막 접어든 사건 당일, 이른 저녁부터 주변은 어두워져 있었다. 공사 현장 옆 차선으로 전조등을 켠 퇴근 차량들이 빠르게 오갔다. 60대 롤러 운전 기사를 포함한 노동자들은 시야의 방해를 받는 열악한 조건에서 임시 포장 작업을 서둘러 마무리해야 했다.
2021년 12월 1일 오후 6시 40분쯤, 안양의 롤러 사망 사건 현장이 담긴 CCTV 화면.
# 두 번째 원인, 사라진 롤러 전담 신호수
건설 현장에서 롤러나 덤프트럭 같은 건설 중장비를 운영할 때는 반드시 전담 신호수, 즉 장비 유도자가 있어야 한다. 안전보건공단이 만든 ‘아스팔트 콘크리트 포장공사 안전보건작업 지침’을 보면 롤러나 덤프 트럭 같은 건설 중장비 부근에 노동자가 있는 등의 경우, 장비별로 유도자를 배치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이 ‘장비 유도자’는 장비의 운행 경로는 안전한지, 주행 속도는 적절한지 확인한다. 호각과 수신호 등을 이용해서 장비를 움직이거나 멈추게 하고 도로에 떨어져 있는 방해물 등을 치우는 역할도 한다. 이와 관련해 채용규 건설기계안전기술연구원 원장은 “롤러는 사각지대가 많다. 신호수(장비 유도자)가 없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2022년 4월 21일, 안양의 공사 재개 현장에서 롤러 운전 기사에게 신호를 주고 있는 신호수(장비 유도자)의 모습.
하지만 수사기관에 따르면 60대 롤러 운전 기사 박 모씨의 눈과 귀를 대신해 줄 전담 신호수 즉, 롤러 장비 유도자는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롤러 운전 기사 박 씨는 고용노동청 조사에서 롤러에 밟힌 안전 고깔을 옮기려고 장비에서 내렸다고 진술했다. 폭 2미터 남짓의 좁은 공간에서 움직이는 롤러의 바퀴에 차선 경계에 세워둔 안전 고깔이 밟혔고, 작업에 방해가 돼 직접 치우려고 했다는 얘기였다. 기어를 중립에 놓고 운전석에서 내려오던 찰나, 박 씨의 윗옷이 걸린 기어봉이 주행 상태로 움직였다. 롤러의 운행 경로를 수시로 확인하면서 안전 고깔 같은 방해물을 대신 치워줄 장비유도자만 있었어도 막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뜻이다. 
정세균 전 안전보건공단 중앙사고조사단 부장은 대개 이런 도로 굴착, 관로 공사 등에 장비 유도자가 제대로 배치되지 않는다고 했다. 
장비에만 집중해서 특정 위험이 있다 그러면 (장비 유도자를) 배치를 해야 되는데 그런 것이 도로 굴착, 관로 공사나 이런 것을  할 때 잘 안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그 사람이 유도 업무만 하는 게 아니고, 도로에 떨어진 부설물을 청소를 한다든가…

정세균 전 안전보건공단 중앙사고조사단 부장
# 세 번째 원인, 유명무실 작업계획서
이처럼 주먹구구식 작업이 이뤄진 배경이 있었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등에는 롤러나 굴착기를 비롯한 차량 형태의 건설기계로 공사를 할 때, 사전에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게 돼 있다. 장비의 종류와 성능, 운행 경로, 작업 방법 등을 세세히 기록해야 한다. 안전보건공단의 작업계획서 예시 자료를 보면 장비 운전 기사와 신호수, 관리감독자의 위치 등을 표시한 작업계획도도 첨부돼 있다. 
이 작업계획서는 작업을 수행하는 하청업체 사업주가 써야 한다.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이에 맞게 작업이 이뤄지는지 확인할 의무는 시공사인 원청업체 사업주에게 있다. 그러나 사건 현장의 작업계획서는 부실하게 작성돼 유명무실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시공사 관계자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기존의 작업계획서는 형식적인 부분에 치우쳤다”고 인정했다. 
안양의 공사 재개 현장에 공개돼 있던 작업계획서.
정세균 전 부장은 실제 조사했던 사건 현장의 사례를 들었다. “굴착기가 10대, 크레인이 5대이면 작업계획서가 장비 대수만큼 15개가 작성돼야 하는데 굴착기 하나, 크레인 하나 이런 식으로 (작성된다.)”고 했다. 작업계획서 내용이 공사 현장과 맞지 않게 쓰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 네 번째 원인, 불법 재하도급
늘 그렇듯, 이번에도 사고로 숨진 노동자 3명은 정규직이 아니었다. 재하청업체 소속의 일용직 노동자들이었다. 이 공사는 LG유플러스가 발주해 S&I건설이 시공을 맡았고 그 밑에 하청업체인 LS일렉트릭, 그리고 또 밑에 2차 하청업체인 통광이 실제 공사를 진행했다. 건설업계에서 흔하게 보이는 고질적인 하도급, 심지어 전기공사업법을 위반한 불법 재하도급 구조였다. 
이 구조 아래 공사 단가는 떨어졌고 롤러 전담 신호수, 장비 유도자를 고용할 여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대다수 중소 규모의 공사 현장에서 하청업체들이 부족한 공사 단가를 손에 쥔 채로, 인력 회사를 통해 경험이 없다시피한 저임금 일용직 노동자를 장비 유도자로 채용하는 배경이다. 사건이 벌어진 공사 현장처럼 이런 안전 인력 일부를 아예 고용하지 않기도 한다. 공사 발주자인 LG유플러스와 시공사 측은 하청업체의 재하도급 사실을 알지도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57일 전에 발생한 사건

사건 직후 안양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4월 4일 뉴스타파와 만난 신영배 안양 롤러사고 범시민대책위원회 위원은, 롤러 운전 기사의 과실을 강조한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의 발언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안전 수칙만 지켜졌어도 사람 3명이 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울먹였다. 신영배 위원을 포함한 대책위는 이 사건의 구조적인 원인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부실투성이 안전 관리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사건이 일어난지 20일 만에 발주자인 LG유플러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LG유플러스는 이번 사고와 관련하여 풀리지 않는 여러가지 의혹을 밝혀야 할 입장에 서 있습니다. 안양시에 제출한 작업계획서상 작업 시간은 왜 지켜지지 않았는지, 다단계의 하청 구조 속에서 공사 용역 대금이 축소되어 중기 유도원이 배치되지 않은 것은 아닌지 (밝혀야 합니다.)

안양 롤러사고 범시민대책위원회 장석호 위원 (대책위 기자회견 발언, 2021.12.21)
결국 시공사와 하청, 재하청업체의 사업주와 안전 관리 책임자들이 수사기관에 입건됐다. 안양고용노동지청과 안양 만안경찰서는 이들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불법 재하도급 거래에 대해서는 전기공사업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얼마 전 모두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전의 사고였기에 발주자인 LG유플러스는 수사선상에서 빠졌다. 
2021년 12월 21일, LG유플러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안양 롤러사고 범시민대책위원회. (출처 : 범시민대책위)
그리고 지난 4월 20일, 사망 사건으로 멈췄던 ‘LG유플러스 전선 지중화 공사’가 다시 시작됐다. 뉴스타파는 이 사건에 대한 발주자와 시공사의 입장을 물었다. 시공사 S&I건설 측은 일일 작업량을 줄이고 장비 유도자와 신호수 등의 배치를 늘렸다고 말했다. 작업계획서도 세세한 부분까지 적고 있다고 했다. 
발주자인 LG유플러스는 “시공사에 공사 업무를 위임해 현장의 문제들을 인지하지 못했다. 하도급 규정 위반 시 원청업체에 페널티를 부과하는 등 개선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의 서면 답변을 보내왔다. 이와 더불어 LG유플러스 측이 공사 재개를 위해 만안구 요청에 따라 재발 방지 계획을 제출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만안구 관계자는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었던 장비 유도자 배치를 의무화”하고 작업 지연을 막고자 굴착 시간을 정오까지로 제한하는 것, 시공사와의 합동 점검을 정기화하는 등 3가지를 LG유플러스가 약속했다고 밝혔다. 
공사 재개 이틀째인 4월 21일, 뉴스타파가 현장에 가 봤다. 장비 유도자 배치, 작업 시간 준수를 비롯한 안전 수칙들은 사고 당시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잘 지켜지고 있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후퇴 또는 강화, 그 사이에 윤석열

중대재해처벌법은 일터의 죽음을 더는 노동자 개인의 몫으로만 떠넘기지 말고, 사업자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는 취지로 제정된 법이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후보 시절 안양의 롤러 사망 사건 현장에서 노동자 개인의 과실만을 말했다. 균형 있는 관점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발언이었다. 심지어 사건 당일에는 지역 기업인들과의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안양 롤러 사망 사건 당일, 충남북부상공회의소 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 (출처 : 시사포커스TV)
(중대재해처벌법이) 일단 법상으로 볼 때는 이게 굉장히 기업인들의 경영 의지를 위축시키는 강한 메시지를 주는 법이기는 합니다만은, 많은 내용들이 대통령령에 위임이 돼 있기 때문에 대통령령을 아주 촘촘하게 합리적으로 잘 설계를 하면 기업을 하시는 데 큰 걱정이 없도록…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 (2021.12.1, 충남북부상공회의소 기업인 간담회)
당선 이후인 3월 21일에는 경제 6단체장과 오찬 회동을 했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인 이들은 “처벌 중심의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업인들의 걱정이 많다”(손경식 경총 회장), “기업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보완이 필요하다”(허창수 전경련 회장)고 당선자에게 법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이에 윤 당선자는 “기업의 방해 요소를 제거하겠다”는 식으로 화답했다. 
재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완화, 더 나아가 폐기를 주문하고 있다. 사건의 책임을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묻는 현행 법안의 안전 관련 의무 규정이 모호하다고 말한다. 또 처벌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고 비판한다. 4월 19일 경총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상시근로자 50인 이상의 국내 기업 367곳 중 80% 이상이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불명확한 법 때문에 현장에 혼란만 더해진다”(66.8%), “기업과 (경영자)가 노력해도 사고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54.7%) 등을 들었다. 
따라서 재계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고의나 중과실이 없다면 면책될 수 있는 규정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더 힘들지 않도록,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법이 보완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반대로 노동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법 원안이 국회 논의를 거쳐 상당수 후퇴했다는 얘기다. 애초에 ‘대표 및 이사’로 못박으려고 했던 안전 관리 책임자가 1월 8일 국회를 통과한 현행 법안에는 ‘안전 보건 담당자’로 완화된 게 대표적이다.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자살과 5인 미만 사업장도 법 적용을 받지 않게 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실효성을 갖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수천 명의 노동자들은 서울시의 집회 금지 통보에도 4월 13일 종묘광장공원에 모여 또 다시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외쳤다. 
특히나 중대재해처벌법이 상시 고용 인원이 5인 미만에 적용되지 않는 점을 보면 배달대행사에서 일하는 배달 노동자의 경우는 사망 사고가 발생해도 해당 기업은 이 법에서 제외가 됩니다. (2021년에 발생한) 828명 산재 사망자 중에 80.9%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대상이 아닌 미적용 사업장입니다. 그럼에도 윤석열 당선자는 기업 활동에 방해가 되는 구조를 없애겠다고 하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정을 입에 올리고 있습니다.

이선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부위원장 (2022.4.13, 민주노총 결의대회) 
2022년 4월 13일, 서울 종묘광장공원에서 열린 민주노총 결의대회. 대회의 주요 요구 중 하나는 “모든 노동자에게 안전한 일터를 보장”하는 것이었다.
이 와중에 윤석열 당선자가 지명한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차기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의 후퇴 쪽에 무게를 싣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 후보자는 바로 이정식 전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한국노총 출신의 노동계 인사이지만, 2020년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삼성전자의 노무 관련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빚고 있다. 이 후보자는 2021년 3월 용인에서 열린 삼성전자 인사임원 자문회의에 참석해 ‘중대재해처벌법의 주요 내용과 영향’에 대해 분석하기도 했다. 인사 담당자 대상으로 ‘삼성, 이제는 변해야’라는 주제로 온라인 특강도 했다. 삼성그룹 노동조합 대표단은 무노조 경영, 노조 파괴 기조로 삼성그룹의 노조 대응에 앞장서는 이들이 노무 자문위원들이라며, 이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정식 전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이 후보자는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자리에서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산업 현장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보완책이 시급하다”고 밝힌 바 있다. 뉴스타파는 이보다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했지만, 인사청문회 준비단 관계자는 “인사청문회 정책 질의 과정에서 답할 일”이라며 더는 말하지 않았다.

“생명의 문제, 타협의 여지 없다”

윤 당선자는 최근 한국노총을 방문하는 등 노동계로 보폭을 넓히는 모양새다. 이날 한국노총이 전달한 정책 요구사항 12가지에는 법 적용 대상 확대와 같은 ‘중대재해처벌법 강화’도 담겼다. 
그렇다고 해서 노동계가 걱정을 덜게 된 것은 아니다. 2020년 겨울, 유가족들이 영하 20도까지 떨어진 날에도 국회 앞에서 한 달 가까이 단식 농성을 해서 만든 게 중대재해처벌법이다. 법까지 만들어가며 일터에서의 참혹한 죽음을 막으려고 했던 산재 사망 사건의 유가족들과 수많은 노동자들. 뉴스타파가 만난 이들은 차기 정부의 시작을 기다리며 자신들의 바람이 수포로 돌아갈까 걱정하고 있었다. 
우리가 많은 죽음들을 지금까지 봐왔고 용균이 사고 난 다음에 지금까지 속속들이 들여다본 결과로는, 죽음이 그냥 개인의 실수가 아니고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그리고 또 열악한, 안전 예산이 없는, 안전 조치가 안 되어 있는 현장에서 일했기 때문에 죽을 수밖에 없다고…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지금 중대재해처벌법도 저희 노동계에서는 부족하다고 봅니다. 알맹이만 쏙 빼놓고. 실질적으로 이번 여천NCC (폭발) 참사도 났는데 대림(산업) 사장, (여천)NCC 사장 이렇게 장례식장에 오는 것을 처음 봤습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큰 사고 나고.

김정환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여수지부장
이 영역(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타협의 여지가 없습니다. 임금은 주고 받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건 생명의 문제라서.

최진일 충남노동건강인권센터 새움터 대표
2020년 12월부터 한 달 가까이 유족들의 단식 농성이 이어졌던 국회 농성장 주변 현수막.
중대재해처벌법의 구제를 받지 못한, 개인의 과실로 덮일 뻔했던 안양의 롤러 중대재해 사건과 세 노동자의 죽음. 갑론을박이 계속되더라도 노동 현장의 생명을 살리는 일을 미룰 수는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지키려는 생명에는 후퇴도 타협도, 여도 야도 없다는 말을 5월에 시작될 윤석열 정부가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제작진
영상 취재김기철 이상찬 신영철
편집박서영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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