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낭비 우려되는 스마트 그린도시 사업

2021년 08월 31일 14시 00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그린 뉴딜의 세부 사업으로 추진중인 '스마트 그린도시' 예산이 기후위기 예방 효과가 불투명한 곳에 배정돼 세금 낭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밀양시는 스마트 그린도시 사업을 통해 폭염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쿨 페이브먼트 등 10개 세부 사업에 국비를 포함해 모두 1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쿨 페이브먼트 사업은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에 태양광을 반사하는 페인트를 칠해 도로의 표면 온도를 낮추는 것이다. 밀양시는 쿨 페이브먼트가 도시의 열섬 현상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밀양시 관계자는 "태양열을 반사하는 특수 페인트를 도포하면 도로의 표면 온도가 5~10도 낮아진다"며 "이를 통해 도시 열섬 현상이 저감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양광을 반사하는 차열 페인트를 덧칠한 도로에 자동차가 주차돼 있다. 
그러나 도로에 차열 페인트를 덧칠하는 방법은 도시 열섬 현상을 막을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백호경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짧은 구간의 도로에 페인트를 도포한다고 해서 폭염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아스팔트를 들어내고 투수층을 통해 물이 자연적으로 순환하도록 만들어야 도시 온도가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석 그린피스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전문위원은 미국의 한 연구 결과를 인용, "쿨 페이브먼트는 오히려 보행자에게 열기를 전가시키는 것"이며 "도시 열섬 현상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5월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애리아나 미델 교수는 쿨 페이브먼트와 관련,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델 교수는 로봇을 이용해 복사열과 주변 온도, 바람, 습도 등 보행자와 관련된 기상 변수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태양광 반사 코팅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했다. 
실험 결과, 차열 페인트가 코팅된 아스팔트 도로의 표면 온도는 일반 아스팔트보다 4~6도 낮았다. 하지만 코팅된 아스팔트는 1제곱미터당 평균 118와트, 정오에는 최고 168와트의 열 에너지를 주변으로 반사했다. 이 때문에 정오 시간대 코팅된 아스팔트가 반사한 복사열은 일반 아스팔트보다 4도 높았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애리아나 미델 교수의 실험 결과, 차열 페인트로 코팅한 아스팔트의 표면 온도는 일반 아스팔트보다 4~6도 낮지만 차열 페인트가 반사한 열 에너지로 인해 정오 시간대 보행자가 느끼는 온도는 4도 높았다. 
즉 차열 페인트를 바른 아스팔트의 표면 온도는 내려갔지만 차열페인트가 반사한 열기는 보행자에게 그대로 전가된 것.  미델 교수는 쿨 페이브먼트 사업이 시민들의 야외활동과 보행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더구나 쿨 페이브먼트 사업은 환경오염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자동차 타이어와의 마찰에 의해 벗겨진 페인트가 하천을 오염시킬 수 있고, 미세플라스틱 형태로 공기중에 떠다니다 폐로 흡입되면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영국의 한 페인트 회사가 자사 홈페이지에 공개한 차열 페인트의 위해성에는 장기간 또는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장기에 손상을 입히고, 수중 생물에게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유해한 것으로 나온다. 
영국의 한 페인트 업체가 자사 홈페이지에 공개한 차열 페인트의 위험성을 보면 어지럼증을 유발할 뿐아니라 장기간 또는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장기에 손상을 주고, 수중생물에게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유해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밀양시가 추진중인 기후변화체험 교육센터 사업도 그린 뉴딜의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 밀양시는 삼문동공설운동장 인근 주차장 부지에 3층짜리 건물을 신축, 기후변화 및 생태계 영상 체험관을 만들 방침이다. 밀양시는 AR(증강현실)과 VR(가상현실) 체험 시설을 만들어 인근 대도시 학생들이 견학을 오는 관광시설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100억 원의 스마트 그린도시 사업비중 기후변화체험 교육센터 건설비는 27억 원. 전체 예산의 4분의 1이 넘는다. 
 백호경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건물이 없어서 환경 교육을 못하는게 아니다"며 "그린 뉴딜 예산으로 탄소를 배출하는 사업을 하지 말고 기존 건물을 활용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경남 김해시가 추진중인 스마트 그린도시 사업 역시 효과가 의문스럽긴 마찬가지다. 김해시는 진영유수지의 수질 개선을 위해 진영맑은물순환센터의 방류수를 활용하기로 했다. 
진영유수지는 현재 4분의 1 정도만 습지로 남아있는 상태. 물의 오염된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BOD(생화학적 산소요구량)가 4등급이다. 심한 악취가 나고 피부에 닿으면 병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수질이 악화돼 있다. 
진영유수지와 연결된 우수관 바닥이 싯누런 오염 물질로 가득 차 있다.  
김해시는 수질 1등급인 진영맑은물순환센터의 방류수를 진영유수지로 끌어와 오염된 물을 희석시키는 방법으로 수질을 개선시킨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게 환경전문가의 지적이다.
정진영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유수지의 수질이 악화된 것은 우수관을 통해 유입된 오염 물질 때문이며 이는 주변 상가와 주택에서 나온 오폐수가 우수관을 통해 유입됐을 개연성이 크다"면서 "하수관거에 대한 전수 조사를 통해 오폐수 유입문제를 근본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작진
촬영김기철
편집정지성
CG정동우
그래픽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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