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과 닮은 꼴

2013년 08월 29일 08시 55분

일부 탈북자들이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올린 글을 분석했더니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직원들이 했던 이른바 ‘댓글활동’과 닮은 꼴이었다.

뉴스타파가 확인한 탈북자의 닉네임 7개로 작성한 다음 아고라 게시글은 2010년 1월부터 11월까지 모두 7천 3백건이었다.

평소에는 주로 북한 정권에 대한 비판을 담은 글을 남겼지만, 민감한 정치 이슈가 있을 때에는 일방적으로 정부와 여당에 유리한 글을 집중해서 올렸다.

특히 지난 2010년 6.2지방 선거를 앞두고 여당에 편향적인 게시글을 집중해서 올렸다. 이 시기 ‘소나타'라는 닉네임을 사용한 한 탈북자는 야권의 주요 공약이었던 ‘전면 무상급식은 공산혁명의 시작’이라고 공격했고, ‘태백부엉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한 다른 탈북자는 선거 최대 격전지였던 지역의 야당 후보를 종북주의자로 몰았다. 탈북자들의 시기별 게시물수를 확인한 결과 6.2지방선거를 앞둔 시기가 활동량이 가장 높았다.

취재진은 이들이 올린 게시물의 성격이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오늘의 유머와 트위터에 올린 글과 유사다는 점에 착안해 지난 3월 공개된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을 기준으로 게시물을 검토했다.

그 결과 상당수의 글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사항과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2010년 3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전 부서장 회의에서 ‘일부 종교단체가 정치활동에 치중하는 것을 바로 잡아야한다’고 주문했는데 나흘 뒤, 탈북자의 닉네임으로 확인된 ‘툴립’이 봉은사의 명진스님이 편향적 이념을 가지고 있는 종교인이라고 공격하는 글을 올렸다.

또, 2010년 4월 원 전 원장이 국정원 전 부서장 회의에서 4대강 등의 현안에 적극적으로 대처해달라 지시한 뒤 며칠 안돼 다른 탈북자의 닉네임 ‘풍경소리’가 일주일에 걸쳐 ‘4대강사업이 새만금 방조제 사업과 같은 성공적인 사업이 될 것이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도 ‘불법집회’, ‘전교조’, ‘대통령 외교성과’ 등에 대한 국정원장의  핵심 지시사항이 있을 때마다 탈북자들은 같은 취지의 글을 아고라에 다수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탈북자들이 ‘아고라 알바’에 처음 동원된 시기는 2010년 5월로, 이때는 2010년 2월에 취임한 원세훈 전 원장이 심리전단을 확대 강화하던 시기와 일치한다.

‘NK지식인연대’의 탈북자들에게 돈을 주고 특정 이슈의 글을 올리라고 지시를 내린 쪽이 국정원과 무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취재진은 신원이 확인된 7개의 닉네임 외에도 추가로 17개의 닉네임을 찾아냈다. 이들도 아고라 게시판에서 같은 내용으로 하루에 5건에서 10건씩, 자금지원이 끊어진 2010년 11월까지 꾸준히 글을 올리다 사라졌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들이 아고라 게시판에 올린 게시글을 모두 합치면 4만 건이 넘는다.

알바작업에 참여했다는 탈북자의 증언대로 최소 8개 조, 백여 명이 대가성 게시글 작성에 동원됐다면 이들이 올린 게시글은 무시하지 못할 정도의 큰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탈북자들의 어려운 처지를 악용해 비밀리에, 그것도 돈까지 줘가면서 여론을 조작한 곳이 어디인지, 철저한 수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앵커 멘트>

그렇다면 탈북자들은 아고라 게시판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했을까요.

그들이 작성한 글을 들여다보니 북한 정권에 대한 비판은 물론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대한 예찬, 심지어 2010년 지방선거에 대한 노골적인 편들기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마치 국정원 직원들의 댓글작업을 연상케 하는데요, 이러다 보니 이른바 ‘알바작업’에 회의를 느끼는 탈북자도 있었습니다.

오대양 기자가 보도합니다.

탈북자 단체 NK지식인연대 회원들이 아고라 게시판에 남긴 글 목록만 모아서 프린트해봤습니다. 7명이 지난 2010년 1월부터 11월까지 작성한 글이 모두 7천3백건. 한데 모아봤더니 책 한 권 분량이 나옵니다.

글 내용은 전체적으로 북한 체제에 대한 비판글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정치 현안이 생길 때마다 관련 게시글도 폭주했습니다.

지난 2010년 6.2지방선거 당일 올라온 글입니다. 탈북자 이 모 씨가 ‘소나타’란 닉네임으로 쓴 글인데‘전면 무상급식은 공산혁명의 시작’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당시 전면 무상급식은 야권의 주요 공약이었습니다.

선거 하루 전에는 박빙의 승부가 예상됐던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야권 후보 유시민 전 장관의 언행을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또다른 탈북자 닉네임인 ‘태백부엉이’ 역시 유 전 장관의 유세 발언을 두고 ‘김정일 감싸기와 떼쓰기를 하고 있다’고 폄훼했습니다.

실제로 탈북자들의 아고라 알바활동 기간의 게시물수를 확인했더니 6.2 지방선거를 앞둔 2010년 5월을 전후해서 활동량이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게시글의 주제는 4대강사업과 세종시 문제 같은 현안,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찬양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정필’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한 한 남성탈북자는 2009년 9월 말, 이명박 대통령이 ‘역사가 알아 기억해야 할 대통령’이라고 추켜세웁니다. 일주일 뒤 이 탈북자는 같은 내용의 글을 ‘재질이 너무 좋은 대통령’이라고 제목만 바꿔 다시 올립니다. 하늬라는 닉네임을 사용한 여성탈북자도 2010년 6월 말 구명운동에 직접 나선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글을 3일 동안 제목만 바꿔 20개나 올렸습니다.

둘 다 nk지식인연대의 회원.

제목만 바꿔 같은 내용을 올리는 것은 도배글에 대한 제재를 피하기 위한 수법이었습니다. 같은 글을 반복적으로 올려서 자기의 생각을 그야말로 선전하고자 하는,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에 선전하고 전파하고자 하는 그런 취지의 게시판이 아닙니다. 그렇게 때문에 도배성 글은 제재 대상이 됩니다.

그렇다면 대체 이들은 누구에게서 글의 주제를 전달받았던 것일까?

취재진은 탈북자들이 작성한 글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강조말씀 문건을 비교해봤습니다.

2010년 3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전 부서장 회의에서 ‘일부 종교단체가 정치활동에 치중하는 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나흘 뒤, 탈북자의 닉네임으로 확인된 ‘툴립’이 봉은사의 명진스님이 편향적 이념을 가지고 있는 종교인이라고 공격하는 글을 올립니다.

2010년 4월, 원 전 국정원장은 국정원 전 부서장 회의에서 4대강 등의 현안에 적극적으로 대처해달라 주문했습니다.

이번엔 다른 탈북자의 닉네임 ‘풍경소리’가 일주일에 걸쳐 ‘4대강사업이 새만금 방조제 사업과 같은 성공적인 사업이 될 것이다’는 내용의 글을 올립니다. 

이 밖에도 ‘불법집회’, ‘전교조’, ‘대통령 외교성과’ 등에 대한 국정원장의  핵심 지시 사항이 있을 때마다 탈북자들은 같은 내용의 글을 아고라에 올렸습니다.

국정원과 탈북자단체의 연계 가능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더군다나 nk지식인연대가 댓글알바를 처음 시작한 2009년 5월은 원세훈 국정원장이 취임한 뒤 심리전단을 강화하던 시기였습니다.

“사실은 이런 활동을 탈북자 단체 계신 분이 했다면, 아직 우리 사회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할 수도. 두번째는 이분들의 생활이 국정원과 밀접한 관계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분들이 국정원과 독립된 정확한 판단 가지고 했다 하기 어렵고 ..”

취재진이 만난 한 탈북자는 이 일을 계속하면서 스스로도 꺼림칙했다고 말했습니다. 

"돈을 받고 한다는 부분이 조금 그랬고, 주제라는게 어떻게 맨날 북한과 관련된 것만 쓰겠어요. 그러다 보면 다양한 주제를 주고 그 가운데 4대강에 대해서 써라 그런 주제도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그런 주제 부분이 썩 내키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 쓰는 부분이 좀 싫었던 부분도 있고... "

취재진은 신원이 확인된 7개의 닉네임 외에도 아고라 게시판에서 같은 내용으로 같은 기간에 하루 5건에서 10건씩 게시물을 올리는 닉네임 17개를 추가로 더 찾아냈습니다.

이들이 아고라에 올린 글만 합쳐도 4만 건이 넘습니다.

탈북자들의 증언대로 백여 명이 참여했다면 이들 전체가 작성한 글은 얼마나 많을지 짐작하기도 어렵습니다. 탈북자들의 어려운 처지를 악용해 비밀리에, 그것도 돈까지 줘가면서 여론을 조작한 곳이 어디인지, 철저한 수사가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뉴스타파 오대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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