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정책연구 공개율 20%에 그쳐...비공개 이유는?

2019년 02월 22일 14시 56분

국회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정책자료집을 내고 정책연구도 수행한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국회의원들이 발간한 정책자료집은 1,642건, 발간비로 세금 73억 원이 쓰여졌다. 또 같은 기간 의원들의 정책연구 수행은 1,326건으로 연구비로 48억 원의 세금이 지출됐다.

5년 간 세금 120억 들여 국회의원 정책연구, 정책자료집 3천 건 집행

그런데 국민의 세금이 들어간 정책자료집과 정책연구 결과보고서의 내용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상당수 의원들이 결과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모두 14건의 정책자료집과 정책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국가배상금, 사형집행, 불법 집회시위, 감사원 등 연구는 다양했다. 김 의원은 이들 정책자료집 발간과 정책연구 비용으로 국회 예산 7,600만 원을 사용했다.

뉴스타파는 이 정책연구보고서들을 국회도서관에서 확인했다. 14건 중 단 1건을 제외하고는  자료를 찾을 수 없었다. 확인 결과 김진태 의원실은 지난  2017년 10월 그 전까지 공개했던 자료를 비공개로 돌릴 것을 국회도서관 측에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타파가 20대 국회의원들의 정책자료집 표절 실태를 한창 보도하던 때였다. 국회도서관 직원은 김진태 의원실에서 비공개 사유를 따로 밝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진태 의원, 이미 공개했던 13건 비공개 요청...현재 열람 불가능

뉴스타파는 김진태 의원에게 정책연구 자료집을 비공개한 이유가 무엇인지, 세금을 들여 만든 자료를 의원실 임의대로 비공개해도 괜찮은 것인지 물었다. 김 의원은 “개인정보 및 재판관련 사항이라 비공개하였으니 양해해주시기 바란다”는 짤막한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이후 취재진은 김진태 의원을 만나 다시 공개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김 의원이 낸 정책자료집과 정책연구는 끝내 검증이 불가능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2016년부터 2017년까지 모두 8건의 정책연구를 수행하고 국회예산 2,000여 만원을 썼다. 이 가운데 4건의 연구는 전직 인턴비서와 친구에게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자 선정의 적절성과 연구 부실 논란이 제기됐지만 김영진 의원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충분한 자격과 전문성을 갖췄다고 판단해 해당 연구를 맡겼고 연구성과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영진 의원, 전직 인턴비서와 친구에 맡긴 정책연구보고서 비공개

하지만 정작 이들 결과보고서 4건을 포함해 김영진 의원이 진행했던 정책연구 8건의 결과 보고서 전문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김 의원실은 정책연구는 “공개 목적이 아닌  내부 자문용으로 진행해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현재로선 김 의원이 진행한 정책연구가 제대로 됐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국회의원 정책자료집, 정책연구 보고서, 국회도서관 공개율 20% 수준

뉴스타파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국회의원들이 발간한 각종 정책자료집과 연구보고서와 실제 국회도서관에 등록된 자료를 비교해 본 결과 공개율은 20% 수준에 그쳤다. 의원실 스스로 공개하지 않는 한 정책연구가 제대로 했는지 국민세금을 바르게 집행했는지 검증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비공개 사유 ‘내부자료, ‘의원실 전략 노출’, ‘분실’ 등 각양각색

각종 자료집과 정책연구 결과물을 이렇게 비공개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뉴스타파는 지난해 각 의원실에 비공개 이유를 질의했다.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일부 의원실은 “내부 자료용이어서 원본을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국회 도서관에 자료 제출 안내를 받지 못해 공개하지 않았다”는 해명도 있었다. “보고서가 분실돼  없어졌다”고 하거나 “의원실 내부 정치 전략이 노출돼 공개하지 못함을 양해해 달라”는 답변도 나왔다.  

정책연구 국회도서관 등재 의무 규정 없어, 의원실 재량에 맡겨져

국회도서관법 제7조(자료의 제공과 및 납본)를 보면 국가기관 등은 국회도서관에 자료 제출과 납본 의무 조항이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이나 의원실이 납본하지 않을 경우 강제로 수집하거나 제재할 권한이나 근거는 없다. 국회도서관은 매년 두차례 각 의원실에 공문을 보내 의원실이 생산한 정책연구를 포함해 각종 기록물을 보내달라고 자료 제출 요청을 하고 있지만 의원실이 자료 제출을 하지 않으면 강제할 방법은 없다. 한 의원실 보좌관은 “국회도서관에 반드시 등재해야 할 규정이 없어 공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 지난 1월 국회도서관에서 의원들이 낸 정책자료집과 정책연구를 확인하는 뉴스타파 취재진

이러다 보니 국회도서관에 비치된 국회의원 정책연구 결과보고서의 대부분은 의원실의 기증을 받아 등록한 것이다. 세금이 들어간 정책연구 결과물인데도 국회도서관 등록 여부는 의원실 재량에 맡겨져 있다.  

정책연구와 달리 치적 홍보하는 의정보고서는 거의 대부분 공개

반면 국회의원 의정보고서의 경우 국회도서관에 대부분 비치돼 있어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거의 모든 의원들은 매년 자신의 치적을 홍보하는 의정보고서를 1∽2개 씩 내고 있고 국회도서관에 등록해놓고 있다. 2쪽에서 많으면 16쪽 분량으로 사실상 홍보전단지 수준의 의정보고서와 달리 정책자료집과 정책연구는 의정활동을 제대로 했는지를 평가하는 핵심 자료다. 실제 정책자료집 발간과 연구 집행건수는 국정감사 우수 의원 선정의 기준이기도 하다.

2012년∽ 2016년 국회의원 정책연구 1,326건 전체 목록 공개

뉴스타파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국회의원들이 진행했던 정책연구 1,326건의 전체 목록을 공개한다. 각 의원 별로 수행한 정책연구의 주제와 연구에 들어간 예산 금액을 정리했다. 연구 1건에 최대 500만 원의 세금이 들어갔지만 국회도서관에서 결과보고서를 확인할 수 있는 연구는 극히 적다.

※ 2012~2016년 정책연구 1,326건 목록 보기(새 창)

국회의원 예산 오남용 실태에 대한 뉴스타파의 연속 보도 이후 국회사무처는 정책개발비 집행의 투명성을 높이고 표절 검증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2019년 정책개발비 예산도 3억 원 가량 줄였다. 그러나 정책연구의 결과보고서를 국회의원 대다수가 공개하지 않고 있는 잘못된 관행을 고치지 않는 한 국회개혁의 길은 요원하다

정책연구 결과보고서 전문 정보공개 행정소송 , 1심 재판 진행 중  

뉴스타파는 시민단체와 함께  20대 국회의원들이 수행한 정책연구 결과보고서를 모두 공개해줄 것을 요구하는 행정 소송을 냈고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취재 김새봄, 강현석, 문준영, 박중석
데이터 최윤원
촬영 정형민, 오준식, 이상찬
디자인 이도현
공동기획/ 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좋은예산센터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