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녹음파일 폭로 전말... ‘공익 제보자’와 ‘공작 피의자’

2024년 08월 14일 18시 00분

지난해 7월 19일 채수근 해병 사망 뒤 파생된 해병대 수사단 '수사 외압' 의혹은 1년이 흐른 현재까지 크게 두 차례의 전환점을 맞았다. 첫 번째는 대통령실의 수사 외압 직접 개입 정황이 드러난 것이고, 두 번째는 김건희 여사와 '특수 관계인'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범의 'VIP 구명로비' 증언이 나온 것이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 여사의 계좌를 관리했던 이종호 씨의 통화녹음파일은 '도대체 왜 대통령실이 임 사단장을 구명하기 위해 움직였나'를 설명해 줄 핵심 가설이 됐다. 채 해병 사망 직후 임성근 사단장 또한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던 해병대 수사단의 박정훈 대령이 도리어 '집단 항명 수괴'로 내몰린 상황에 공분했던 국민들은 'VIP 녹음파일'을 근거로 대통령실의 부당 개입 동기를 유추하고 있다. 
이 두 번째 전환점, 이종호의 'VIP 녹음파일' 폭로는 스스로 공익제보자를 자처한 김규현 변호사로부터 시작됐다. 김 변호사의 '용기'에 박수 갈채를 보내는 이들도 많지만, 반대 편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대통령과 영부인을 음해하기 위한 '제보 공작'으로 규정하고 형사 고발을 하기에 이르렀다. 김 변호사를 한 편에서는 '공익 제보자'로, 다른 편에서는 '제보 공작 피의자'로 규정하는 모순적 시각이 공존한다. 
뉴스타파는 최근 김규현 변호사를 만나 VIP 녹음파일을 폭로하게 된 전후 사정을 듣고, 분석했다. 특히 그가 이미 1년 전에 이종호와 통화 후 녹음 파일을 확보하고도 그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박정훈 대령 지원활동을 벌여 왔던 점, 채 해병 사건을 발판으로 대통령과 여당을 몰아 세웠던 민주당에 국회의원 공천을 신청한 점 등 그의 행적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었다.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지금은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김규현이라고 합니다. 과거에는 검사로도 근무했었고, 그 전에는 회계법인에서 M&A 관련 업무도 했었습니다. 게임 회사를 창업해 보기도 했고, (김광진 전 민주당)국회의원 보좌진으로 일을 한 적도 있습니다."
-검사를 그만 둔 이유가 궁금합니다. 
"로스쿨 3년을 다니는 동안 대출을 받아 생활했습니다. 검사 생활을 하면서도 이자 부담이 많아서 마이너스 통장으로 충당했었습니다.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점도 검사를 퇴직하고 변호사 개업을 하는데 영향을 줬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검사 시절에 소위 '검수완박' 정국을 겪었습니다.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검찰의 수사와 기소를 분리 시키자, 독립 수사 기관인 중수청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취지의 글을 올렸다가 홍역을 치른 적이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검찰주의자 선배들이 전화가 와서 글을 내리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검찰 내 강경파 분들에게 찍히면서 검사 일에 대한 의욕이 떨어진 것도 퇴직하게 된 원인이됐습니다."

해병대 5인방

김 변호사는 평소 알고 지내던 해병대 선배 송 모 씨를 통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공범, 이종호 씨를 우연히 만나게 됐다고 했다. 
-이종호 씨는 어떻게 만나게 된 건가요?
"거의 10년 가까이 알고 지내던 송OO 선배(전 대통령 경호처 직원)가 있었습니다. 작년 3월 제가 변호사 개업을 했다고 하니 저를 돕는 차원에서 사람들을 소개시켜주겠다고 했습니다. 그 때 포항에서 해병대 훈련(쌍용작전)이 있었는데 거기에 '같이 참관을 가자, 좋은 사람들이 온다' 그래서 함께 하게 됐습니다. 당일 새벽에 서울 서초구청 앞에서 집결을 했는데 이종호 선배의 카니발을 타고 같이 포항으로 내려갔습니다. 저를 포함해 그 자리에 참석한 5명 모두 해병대 출신이었습니다."
당시 자리를 주선했던 송 씨는 일행에게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임 사단장을 지원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송OO 선배는 '포항에 있는 그 (임성근) 사단장을 자기가 굉장히 잘 안다, 청와대에 근무했던 시절부터 알았는데 굉장히 사람이 괜찮다. 이번에 해병대가 4성 장군까지 될 수 있도록 바뀌었는데 이 사람은 해병대 사령관도 되고 4성 장군까지 되면 참 좋겠다. 자기가 그렇게 한번 만들어 보려고 한다.'이런 얘기를 했고 나머지 일행들은 좋다며 박수를 쳤습니다. 4성 장군 배출은 해병대의 숙원이기도 했습니다."
김규현 변호사가 지난 해 3월 해병대 행사 참석 당시 이종호, 송모씨 등과 함께 찍은 단체 사진. 

김 여사의 계좌 관리인 '이종호'

김 변호사는 지난 해 3월 처음 이종호 씨를 만났을 때만해도 그의 과거 이력을 전혀 몰랐다고 했다. 
"첫 인상은 굉장히 털털했고, 호감형이었습니다."
-이종호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범이라는 사실은 어떻게 알게 됐습니까?
"제가 아는 검사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이종호 씨를 아냐' 이렇게 물어봤더니 놀라면서 '네가 걔를 어떻게 알아?' 그러는 거에요. '왜요? 이 분이 문제가 있는 분인가요? 아니면 이 분이 유명한 분인가요?' 그랬더니 '그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 공범 아니냐. 구속 됐다가 석방된 사람이다. 집행유예 받고' 그래서 제가 깜짝 놀랐죠. 그걸 듣고나서 '거물이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다음 번 만날 때였는지 전화 통화였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이종호 씨에게 '선배님, 저도 이제 선배님이 누군지 압니다.' 이렇게 말했더니 웃으시더라구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이자 김건희 여사의 계좌를 관리했던 이종호씨의 구속영장 표지. 
김 변호사는 이종호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구속되고 유죄를 선고 받은 사실을 알게된 후에도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제가 그 때 현역 검사였으면 이종호 씨를 더 이상 안 만났겠지만, 저는 변호사 개업을 했기 때문에 민간인이어서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종호 씨와 통화는 상당히 자주 했던 것 같구요. 모임에서도 한 서너차례 정도 본 것 같습니다."
해병대 쌍용훈련 참관을 계기로 만나게 된 이른바 해병대 5인방은 포항 해병대 1사단 방문 및 골프 약속을 잡기 위해 단체 채팅방도 만들었다고 했다. 
"단톡방은 임성근 사단장과의 골프 모임 일정을 구체적으로 잡기 위해서 만들어진 겁니다. 지난 해 5월, 6월 그 때 쯤에 골프 모임과 관련해서 주로 얘기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골프 모임이 무산됐습니다. 이종호 선배나 다른 사람들 일정이 안 맞아서 무산되고 나서는 그 단톡방은 그냥 그대로 죽었습니다.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과 골프 약속을 잡기 위해 개설한 단체 채팅방 일부 내용.

채 해병이 숨지던 날

-지난 해 7월 19일 채수근 해병이 숨지던 날에는 뭘 하고 계셨나요?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 뉴스로 소식을 접한 거 같습니다. '해병대원 1명이 물에 빠져서 떠내려갔다, 그리고 숨졌다.' 저도 해병대를 나왔으니까, '어떻게 저런 사고가 있을 수 있나, 굉장히 안타깝다'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제가 당시에 변호사 홍보용으로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채 해병 사건도 한번 다뤄보기로 했고, 관련 법령을 검토해 보니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이 잘못한 게 없는 것 같은 거에요. 그런 내용으로 영상을 만들어 올렸습니다. '해병대 수사단장은 잘못이 없고, 그 밖의 상황이 석연치가 않다. 군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런 내용을 올렸더니 박정훈 대령의 해병대 동기회에서 먼저 연락이 왔습니다. 그 후로 해병대 예비역 연대에서도 연락이 왔고, 그렇게 해병대 전우들을 만나서 자연스럽게 박정훈 대령 명예회복 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문득 생각을 해 보니, 그 때 우리가 포항에서 사단장이랑 골프를 치려고 그랬었는데, 그 사단장이 이 사단장(임성근) 같은 거에요. 이종호 선배랑 송OO 선배하고는 가끔씩 통화를 하고 있었으니 그 때 한번 제가 물어봤더니 그 사람이 맞대요. 
□ 김규현 변호사 : 요즘에 해병대 어떻게 해요?

■송OO 전 대통령 경호처 직원 : 아무 문제없어. 저기는, 나는 사단장 여기만 잘 살피고 있는 거라. 내가 통화도 하고 문자도 보냈는데, 내가 그랬어. 어떤 경우가 와도 도의적인 책임은 지겠지만 그걸로 인해서 사표라든지 이런 건 내지 말아라...

2023년 8월 9일 김규현 변호사와 송OO 씨의 통화 내용 일부
□ 김규현 변호사 : 일전에 우리 해병대 가기로 한 거 있었잖아요?

■ 이종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 : 응 응

□ 김규현 변호사 : 그 사단장 난리난덨데요?

■ 이종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 : 임성근이? 그러니까 말이야. 아니 그래서 임 사단장이 사표를 낸다고 그래가지고, OO이가 전화 왔더라고. 그래가지고 내가 절대 사표 내지 마라. 내가 VIP한테 얘기를 하겠다 
 

2023년 8월 9일 김규현 변호사와 이종호 씨의 통화 내용 일부
김 변호사의 말을 정리해 보면, 그는 지난 해 3월 검찰을 나와 변호사 개업을 한 후 해병대 행사에서 이종호 씨 등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리고 지난 해 7월 채 해병 사건이 발생했고 김 변호사는 8월부터 박정훈 대령 지원 활동에 나서게 된다. 그런데, 김 변호사에 말에 따르면 그는 박정훈 대령을 본격 지원하기 이전에 이종호 씨로부터 이른바 '임성근 사단장 VIP 구명 로비' 주장을 들은 상태였다. 김 변호사는 이 모든 사태의 배후에 VIP, 즉 대통령 혹은 영부인이 있다는 의심을 품은 상태에서 채 해병 사건에 적극적인 개입을 시작한 것이다. 

왜 곧바로 폭로하지 않았나

다시 말해 김 변호사가 이종호 씨로부터 듣게 된 임성근 사단장 VIP 구명로비 설을 폭로한 것은 1년 가량이 지난 올해 7월이었다. 김 변호사는 왜 채 해병 사건 직후 곧바로 녹음 파일을 폭로하지 않았을까. 김 변호사는 애당초 이종호 씨 등과의 개인적인 친분 때문에 폭로할 생각이 없었다고 말했다. 
"제가 이 내용을 공개해 버리면 단톡방 모임에 있는 해병대 선배들하고는 완전히, 관계가 망가지는 것이잖습니까? 지금도 (그들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듣고 있는데 그렇게 되는 게 실었고, 개인적으로 친한 분들이다보니 그 분들이 다치는 것도 원치 않았습니다. 저는 저 말고, 수사 기관의 수사를 통해서 밝혀지기를 원했습니다."
이종호 씨 등이 불이익을 받는 것을 원치 않았고, 개인적 친분을 지키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자신의 주장과는 달리 김 변호사는 지난 해 겨울, 혼자만 알고 있던 비밀을 지인들에게 공유했다. 
"사실은 '이종호 단톡방'의 존재를 OOO의원한테 지난 겨울에 얘기하고, MBC 기자를 만나서 우연히 얘기를 했고, 또 JTBC 기자도 만나게 된 거에요. 그 때 이후로 저는 (단톡방 내용 공유 사실을) 잊고 있었죠."
그런데 올해 6월 변수가 생겼다고 했다. 
"잊고 있었는데, 지난 6월 21일에 채 해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가 국회에서 열렸습니다. 그 때 박균택 의원이 임성근 사단장한테 이종호 씨를 아느냐는 질문을 했어요. 저도 놀랐어요. 
이종호 얘기를 저는 (박균택 의원에게) 한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그 분이 이종호 얘기를 하길래 '소문이 많이 퍼졌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많이 놀랐죠. 그리고 나서 그 다음주에 JTBC에서 연락이 와서 '단톡방을 보도 해야겠다' 이렇게 얘기를 하시더라구요. 옥신각신 하다가 너무 강력하게 요청을 하길래 마지못해 수락을 하게 된 겁니다. 그렇게 JTBC 단톡방 보도가 나갔습니다. 어떻게 보면, 소극적인 방식으로 제가 공개한 거죠."
이종호 씨 등과의 친분을 지키기 위해 폭로하지 않고 있었다는 김 변호사의 주장은 일견 이해가 가면서도, 여전히 모순적인 대목이다. 임성근 사단장 구명 로비에 이종호 씨가 연루됐다는 의혹은, 김 변호사가 단톡방 내용을 공유한 정치인과 기자들을 통해 확산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채 해병 수사 외압 의혹 사건을 단숨에 대통령실 개입 의혹으로 증폭 시킨 VIP 녹음파일 역시 공개할 생각이 없었지만, 상황이 변하면서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저는 딱 (단톡방) 거기까지만 공개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러고 나면 이제 수사기관이 움직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채 해병 사건 후 다시 7월이 되고,  통신사의 통신 기록 보존 시한(1년)은 점점 다가오고, 임성근 사단장은 (경찰 수사에서) 무혐의 처리 된다는 소문이 들리기 시작했어요. 
게다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저를 딱 찍어서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종호 단톡방에 같이 있던 변호사가 김규현이다, 김규현은 민주당이다, 김규현의 공작이다' 
이런 일련의 흐름 자체가 제가 통제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더 이상 이걸 숨기고 있을 수는 없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전부 다 공개하자고 마음 먹고 공수처에 전부 넘기고 (언론에) 공개하게 됐습니다."
지난 7월 4일 김규현 변호사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제보한 이종호, 송OO씨와의 통화 녹음파일 목록.

'제보 공작' 피의자

김규현 변호사의 주장을 정리하면, 지난 해 겨울 지인들에게 이른바 '이종호 단톡방'의 내용을 처음 공유했다가 올해 6월 그 내용이 보도됐고, '수사 외압' 의혹 수사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자신에 대한 여권의 공세가 시작되면서 VIP 녹음파일까지 공개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톡방부터 녹음파일까지, 모든 내용을 이미 알고 있던 김 변호사가 이종호 씨 등과의 친분을 계속 유지한 상태에서 박정훈 대령 지원 활동에 나선 것은 '정치적 노림수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심을 자초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른바 '제보 공작' 의혹의 출발점이다. 
-국민의힘을 비롯해 변호사님을 신뢰하지 않는 분들은 이것이 오래전부터 짜여진 계획이라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녹취까지 공개할 생각은 정말 하나도 없었습니다. 단톡방 (공유) 정도만 해도 수사를 하면 밝혀지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만약 제가 정말 어떤 정치적 목적을 갖고 다 계획했다면 총선 전에 (폭로) 했겠죠. 그랬다면 야당이 200석도 획득하고, 제가 공천도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특검 도입이 훨씬 더 쉬웠겠죠. 오히려 '왜 선거 때 폭로를 안했냐'고 저를 비난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김규현 변호사가 올해 3월 민주당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공천 신청을 한 것도 '제보 공작' 의혹의 불씨가 되고 있다. 그는 채 해병 사건에 대한 관심을 모으기 위한 수단으로 출마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왜 출마를 결심하게 된 건가요?
"채 해병 사건을 알리기 위해 나갔습니다. 그 때(올해 2월)는 채 해병 사건에 대한 국민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을 때였습니다. 잊혀지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해병대 예비역 연대 등에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냈었고 그 중에 하나가 저의 출마였습니다. '김규현 변호사가 출마를 해서 이 얘기를 계속 떠들어라, 떠들어서 이슈화시켜라. 만약에 당선까지 된다면, 국회의원으로서 이 진상규명 활동을 이어 나가면 좋지 않겠느냐' 그런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민주당이 서울 서대문 갑을 청년 전략지역구로 정했다는 공고가 났습니다. 청년 전략지역구이다 보니 경선 비용 같은 것 없이 무료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거기로 나가게 됐습니다."
-국회의원 출마를 하게 되면 채 해병 사건에 '정치색'이 묻게 된다는 점은 생각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죠. 그런데 그 당시에는 이대로 놔뒀다가는 완전히 잊혀지고 흐지부지 된다는 위기 의식이 강했습니다. 그런 (정치적 우려를) 염두에 두고 (시도조차) 못할 그런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출마하실 생각입니까?
"이 사건 진상규명에 도움이 된다면 저는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현재로서는 선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 계획이 없습니다."
김규현 변호사. 

공익 제보자의 결말

-검사이자 변호사를 해 보셔서 아시겠지만, 공개하신 'VIP 녹음파일'이 누군가의 범죄 혐의를 입증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죠. (녹음파일은) 수사를 해 봐야 하는 단서라고 생각합니다. 수사를 하라고 준 것이고, 그렇다면 수사가 진행되는 게 맞겠죠."
-공수처가 수사를 통해 실체를 규명해 낼 것인지,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특검법이 통과된다고 해도 특검이 녹음파일을 토대로 새로운 실체에 접근할 수 있을지 모두 미지수 아닌가요?
"그런 말을 들었습니다. 대부분의 제보자들이 그런 이유 때문에 제보를 포기한다고 했습니다. '제보 한다고 이게 되겠어? 했는 데도 안되면 어떡하지?' 그런 식으로 고민하다 마지막 순간에 포기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해보지 않으면, 포기하면 가능성은 0%입니다. 최소한 내가 제보를 하면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열리지 않습니까? 그런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지금 절실하게 바라는 사람들이 채 해병의 유가족들, 박정훈 대령, 많은 해병대 전우들 그리고 분노하고 있는 시민들이 계시잖아요. 그걸 외면하고 제가 그냥 덮어버리면 아무 것도 되는 게 없지 않겠습니까? 뭐라도 해야죠. 뭐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잔인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다시 멀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변호사님이 져야 할 책임은 그대로 남게 될 겁니다. 이종호 씨나 송OO씨, 그리고 국민의힘도 변호사 님을 형사고발 했습니다. 그건 이제 마주할 현실이지 않습니까?
"그렇죠. 그런데 제가 뭘 잘못한 게 없기 때문에, 그건 그대로 제가 감수해야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귀찭지만, 받아들여야죠."
김규현 변호사의 녹음파일 제보 이후, 공수처는 윤석열 대통령의 통화 기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 민주당은 이른바 채 해병 특검법을 세 번째 발의 했지만, 또다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작진
촬영이상찬 김기철 신영철
편집정애주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