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우성 "가해자 처벌해야 간첩조작 고리 끊을 수 있다"

2019년 02월 13일 14시 55분

검찰 과거사위, 국정원TF조사보다 진실에 더 접근
불법행위 발견해도 강제조사 못하고 기소 못한 점은 한계
유우성 “간첩조작 가해자와 지휘검사 고소"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 진상조사 결과를 지난 2월 8일 발표했다.(보도자료 원문보기) 검찰과거사위원회는 국정원 적폐청산 TF가 밝혀내지 못했던 국정원 수사관들의 가혹행위와 증거 조작 등 불법행위를 확인했다.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을 2013년부터 취재해온 뉴스타파는 피해자인 유우성 씨와 유 씨의 변호를 맡아온 양승봉 변호사를 만나 이번 검찰과거사위원회 조사 결과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유 씨와 양 변호사는 검찰과거사위원회에서도 간첩조작이 재확인됨에 따라 오늘(2월 13일) 서울중앙지검에 간첩조작 관련 국정원 수사관과 지휘 검사를 형사 고소했다.  

Q.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 발표 내용 어떻게 봤나?

유우성 씨 : 정권이 바뀌어서 국정원 조사TF가 만들어졌을 때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그런데, (국정원 적폐청산TF는) 우리가 밝힌 것보다도 못밝혀내서 굉장히 실망했다. 그러다 국정원 내부 고발자가 편지를 쓰고 수사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했었는데, 검찰에 고발장이 들어가서 조사가 이뤄지고 나서 국정원 관계자들이 기소되고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이후 검찰 과거사위가 우리 사건을 다시 조사한다고 해서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열심히 해서 많은 부분을 찾아내고 제도적으로 권고도 했다. 100% 만족은 못하지만 검찰 과거사위에 고생했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아쉬운 점은 검찰 과거사위가 강제성이 없다보니 참고인으로 부르고, 주는 자료를 검토하는 식이었고, 기소로 이어지지 못하고 확인까지만 간 것은 아쉽다. 다만, 참고인 조사를 받을 때 검사들이 방대한 기록을 습득하고 있었고, 앞으로 계획에 대해 세밀하게 얘기를 해줘서 믿게 됐다. 국정원 TF때는 우리가 요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조사가 아예 없었다.

양승봉 변호사 : 강제 수사권이 없는 상태에서 한계는 있었다. 검사들의 위법행위에 대해 잘 짚어냈다. 수사 의뢰를 하든지 책임을 물어야하는데, 거기까지는 못갔다. 검찰총장 사과하라고 하는데 공소시효도 남아 있기 때문에 형사적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검찰 과거사 위원회에서 수사의뢰를 한다면 지켜볼 거고,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형사 고소를 바로 진행할 예정이다.

조사결과에 대해 아쉬운 점은 용어를 ‘소홀'이라고 기록했는데, 우리가 볼 때는 ‘방조' 나 ‘공범'이라고 써야한다고 본다. ‘소홀'은 소극적인 표현이다. 작년 12월 국정원 안보수사국장이 변호인 접견권 침해로 징역 8개월 실형을 받았다. 검사도 국정원과 소통하면서 변호인의 접견을 막기 위해서 국정원과 공모해서 논거를 제시하고 지휘했다고 나와 있다. 국정원 안보수사국장은 실형을 받고, 검사들은 지휘하고 공모를 했다는 것이 드러났는데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조사는 잘했는데, 기소되어야할 검사들을 수사의뢰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법무부 검찰 과거사 위원회가 2월 8일 공개한 보도자료 24 페이지

Q. 이번 조사 결과가 국정원 적폐청산TF 조사 결과에 비해 진전된 부분은?

유우성 : 국정원 합신센터 안에서 이뤄졌던 불법행위를 확인해준 것이 많았다. 예를 들어, 여동생 유가려에 대한 폭행이나 폭언, 회유 등을 비롯해 증인들이 재판 받기 하루 전에 무통장으로 800만원 입금받고 재판 출석했다는 점, 그리고 재판이 끝나기도 전에 법무부에서 포상금이 몇 천만원이 나온 것도 밝혀냈다. 이런 것은 우리가 의혹만 갖고 있던 것이었는데 이번에 확인된 것이다. 오염된 증거를 검찰이 제출하고 의심도 안했던 부분도 이번에 상세하게 밝혀졌다. 이런 점은 국정원 적폐청산TF에서는 다뤄지지 않았던 것 같다.

양승봉 변호사 : 국정원 적폐청산 TF는 유우성, 유가려에 대한 조사 의지가 없었다. 피해자 조사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가혹행위, 증거날조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지만, 피해자에 대한 조사가 없었기 때문에 수박 겉핥기 식으로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그런데, 이번에 검찰에서는 좀더 더 들어갔다. 가혹행위가 있었는지 좀더 자세히 봤고, 1심에서부터 선별적으로 증거를 제출하고, 왜곡했는지에 대해서도 좀더 들어갔고, 증인으로 나온 수사관들끼리 미리 말을 맞춘 것도 찾아냈다. 국정원 수사관들의 위증까지 이번에 밝혀냈다. 이런 점들은 검찰 과거사 조사위에서 많이 수고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Q. 검찰 과거사위가 검찰총장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권고 했는데, 사과를 받은 적은 없었나?

유우성 : 그동안 사과를 받은 적은 없었다. 이번에 검찰 과거사위 권고대로 검찰총장이 사과한다면 우리 가족은 굉장히 위안이 될 것 같다. 그러나 사과를 받는다고 마음이 편하지는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조작하고 조작에 가담했던 검찰은 지난 정권에 있었던 사람들이고, 검사들과 그 지휘라인에 있던 사람들이 지금도 검찰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는, 변호사 개업한 사람도 있는데, 그 사람들로부터 사과를 받을 수 없고 그 사람들이 처벌을 안받는데 현정권의 검찰총장이 사과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덮여지는 것은 아니다. 검찰총장이 사과하면 고맙게 받겠지만, 그보다도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고, 검사들에 대해 밝혀진 잘못을 제대로 조사하고 바로 잡고 제도적인 조치도 마련해주길 바란다.

▲유우성 씨 사건을 담당했던 이시원 검사(가운데), 이문성 검사(오른쪽) ©영화 ‘자백’

Q. 간첩조작에 가담한 검사들을 만나게 된다면 뭐라고 말하고 싶은가?

유우성 : 왜 그렇게 하셨는지 묻고 싶다. 조사 초반에 동생 유가려가 검사에게 “모든 것이 조작됐고, 오빠가 간첩이 아니다, 억울하다"며 사실을 얘기했을 때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진실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무시하고 동생에게 “도와줄 수 없다, 오빠나 너나 더 힘들어진다” 왜 이렇게 말했는지, 검사가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그때 조작한 것에 대해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만나보게 되면 물어보고 싶다. 그분들이 지금이라도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길 바란다. 그렇게 되어야 앞으로 간첩 조작이 쉽게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간첩 조작이 계속 일어나는 이유는, 30년전의 간첩으로 조작된 분들이 30년뒤에 진실이 밝혀져도 가해자들은 지금도 국회의원을 하거나 그에 준하는 높은 지위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간첩조작사건을 보면, 피해자는 있고 가해자는 없다. 그래서 간첩조작사건이 끊기지 않고 어떤 이슈를 덮거나 어떤 국정원의 잘못을 덮기 위한 도구가 되어 왔다. 이 시점에도 제도 마련이 안되고,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간첩조작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양승봉 변호사 : 국정원 수사관이나 검찰이 굉장히 큰 권력을 갖고 있다. 그런 권력을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런 잘못된 일에 사용했는지 냉정하게 물어보고 싶다.

Q. 증거 조작행위에 국가보안법이 아닌 형법을 적용한 이유가 뭘까?

양승봉 변호사 : 그야말로 제식구 감싸기다. 간첩을 만들기 위해 증거를 조작하고 진술을 날조했는데 국가보안법 12조에는 그것이 명확하게 규정이 돼 있다. 이런 식의 행동을 했을 때는 국가보안법에 정해진 죄로 처벌한다고 돼 있다. 국가보안법 12조 무고 날조죄로 처벌해야하는데 그걸 굳이 이상한 논리를 가져와서 형법을 적용한 것은 강하게 처벌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Q. 검찰이나 국정원 상대로 고소할 예정인가?

양승봉 변호사 : 지금까지는 계속 국정원TF나 검찰과거사조사위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직접적인 가해행위를 했던 국정원 수사관들에 대해서는 고소하지 않았다. 그런데 유가려 씨를 국정원 합동신문센터에서 2~3개월동안 때리고 가혹행위하고 잠 안재우고 모욕주고 하면서 허위진술을 만들어냈던 사람들과 허위 진술을 구체화하고 변경해나갔던 사람들, 그리고 1심때는 잘 몰랐던 유우성 씨에 대한 날조된 증거 자료들이 굉장히 많았다. 거기에 관여했던 국정원 수사관들. 그리고 명백하게 허위사실임을 알면서도 국정원으로부터 돈을 받거나 교사를 받아서 간첩행위와 관련해서 위증을 했던 탈북자들. 이런 분들에 대해서 모두 수사를 해달라고 고소할 예정이다.

우리가 제일 분노를 느꼈던 게 유가려 씨가 오자마자 화교 신분임을 밝혔을 때 당연히 추방을 시켜야하는데 잡아놓고 밀입북 간첩행위를 계속 구타해가면서 허위진술을 받았던 오OO와 정OO 수사관이 있다. 뉴스타파에도 화면이 다 나와 있다. 그분들을 위주로  형사 고소를 할 예정이다. 검사 이시원과 이문성도 고소 예정이다.(유 씨와 양 변호사는 2월 13일 서울중앙지검에 이들에 대한 형사고소장을 제출했다-편집자 주)

▲유가려 씨 신문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했던 국정원 수사관(가운데) ©영화 ‘자백’
▲유가려 씨 신문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했던 국정원 수사관 ©영화 ‘자백’

Q. 이들 이외에 배후는 없다고 보나?

양승봉 변호사 : 이 사건은 조금만 파고 들면 처음부터 기획된 간첩 사건이다. 간첩 조작과 관련된 밑그림을 그리고 간첩조작을 기획했고 계속 끌어왔던 사람들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기소되기 7~8년 전인 2005년부터 유우성 씨를 감시해왔다. 유우성 씨가 간첩이라면 7~8년 동안 내사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혐의를 하나도 발견하지 못한 것은 말이 안된다. 유우성 씨를 간첩으로 조사했고, 기소에 관여했던 사람들은 유우성 씨가 간첩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아는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여동생이 입국했을 때 잡아채서 가둬놓고 고문하면서 허위진술을 받아서 기소를 했다.

이게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너무나 악독한 행위다. 그 사람들을 밝혀내서 처벌했으면 좋겠다. 그런 시도 없이 파편적으로 접근을 하니 아쉽다.

Q. 검찰 과거사위 조사가 애초 목표에 비해 부족했던 점을 든다면?

양승봉 변호사 : 검찰 과거사위가 애초에 이 사건을 증거조작으로 접근했다. 증거조작이 아니라 간첩조작 사건이다. 간첩이 아닌 사람을 기획해서 간첩을 만든 것과 간첩 혐의가 있는데 일부에 대해 증거를 조작하는 것은 다르다.

국정원에서는 지금도 “증거가 없어서 무죄가 난거고 간첩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전혀 그렇지 않다. 자기들이 제일 잘안다. 유우성 씨가 간첩이 아니라는 것을. 이 사건은 ‘증거 조작’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간첩 조작’으로 갔어야한다. ‘간첩 조작’으로 가야 제대로 된 규명이라고 본다. 국정원이 작심하고 간첩을 만들었는데 검사가 전혀 수사의 지휘자로서 역할을 못한 것이다.

Q. 끝나지 않은 싸움 같다. 영화 자백이 나온 지도 몇년전이고.

유우성 : 이제 그만하고 싶다. 나도 가족이 있고, 애도 둘이다. 애도 봐야하고 돈도 벌어야하는데 잊을 만하면 언론에 또 나오고 불러서 가고, 나에게는 너무 힘든 기억을 자꾸 되살려야한다. 영화 ‘자백'을 보고 사건을 보면서 지금 제도 마련 안 하고 끝까지 밝히지 않게 되면 앞으로 다시 일어나게 될 간첩조작 사건도 똑같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왔다.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것도 앞으로 우리 가족 같은 피해자가 없기를 바라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마련이 되어야한다고 보기 때문에 힘들지만 계속 호소하고 있는 거다. 양승봉 변호사도 생업이 있는데도 6년 가까이 이 사건을 무료 변론해주고 있다. 언론이나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끝까지 같이 가주기를 바란다.

취재 : 박종화, 박대용
촬영 : 신영철, 이상찬
디자이너 : 이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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