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권리 아닌 검찰 편에 선 법무부... "특활비 예산 빗장 잠가라"

2022년 01월 26일 15시 10분

검찰이 특수활동비 등 예산의 세부 정보를 공개하라는 법원의 판결에 항소했다. 대검찰청 공판송무부는 오늘(1월 26일) 검찰의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예산의 세부 집행정보와 지출 증빙자료를 모두 공개하라는 서울행정법원의 1심 판결에 불복해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뉴스타파와 시민단체가 검찰을 상대로 진행한 정보공개 행정소송에서 사상 처음으로 승소(최초 승소 검찰 예산의 빗장을 처음으로 풀었다)하면서 검찰 예산의 세부 정보가 시민에게 공개될 예정이었지만, 검찰의 항소로 또다시 미뤄지게 됐다.

박범계 법무장관, "공개의 기준과 범위 쟁점"이라며 항소 지휘 

검찰은 법무부의 지휘 아래 항소를 결정했다. 법무부는 국가가 당사자이거나 참가인인 행정소송에서 정부 기관 등을 지휘할 권한을 갖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검찰의 항소장이 제출된 이 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1심 판결처럼 공개하라고 하면 기준과 범위가 쟁점이라 검토하는 차원"이라며 항소를 지휘한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항소하더라도 법원의 판단은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사실은 법원의 1심 판결문에 분명하게 담겨 있다. 이런 측면에서 박범계 장관이 내린 '항소 지휘'는 검찰의 예산 정보를 시민에 공개하는 시기를 최대한 늦춰 보겠다는 '시간 끌기'로 풀이된다. 앞서 검찰은 행정소송 진행 과정에서 갖은 이유를 들며 재판을 지연시키고, 재판장의 명령에도 1년 6개월 가까이 예산 자료를 법정에 제출하지 않는 등 1심 재판을 786일 동안 끌어왔다. 이 같은 검찰의 '시간 끌기' 전략에 법무부도 힘을 보태준 셈이다.

검찰의 정보 비공개 논리... 법원에서 '산산조각'

재판 내내 검찰이 특수활동비 등 예산의 세부 집행내역과 지출 증빙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며 내세운 논리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의 9조 1항 4호'였다. '수사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그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한다'는 조항인데, 간단히 말해 '예산을 공개할 경우, 수사에 방해된다'는 것이다.
1심 법원은 이런 '검찰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렇다면, 법원이 단호하게 정보를 공개하라는 판단을 내린 근거가 뭘까. 판사가 재판부에 제출된 검찰 예산 세부 자료를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결과, 공개해도 문제 될 '수사 기밀'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심 판결문을 보면, 검찰의 '수사 기밀' 주장이 '의도적 거짓말'이었다는 사실이 또렷하게 확인된다.
피고 검찰총장이 비공개 심리를 위해 이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업무추진비 지출 증빙서류는 카드사용내역과 영수증으로 구성되어 있는바, 수사 업무가 아닌 간담회 등 검찰청 공식행사를 수행하기 위해 지출된 것이므로 (후략)

1심(서울행정법원 2019구합86648) 판결문 중
즉, 대검찰청의 업무추진비의 경우, 수사 업무와는 전혀 관계없는 '행사'를 수행하기 위해 지출되고 있었다. 그런데도 검찰은 '수사 기밀'이라며 정보를 비공개해왔다. 1심 재판부는 또한 설령 수사 진행 과정에서 집행하는 예산이라 할지라도 세부 집행내역과 지출 증빙자료 자체가 '수사 기밀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피고들(검찰총장, 서울중앙지검장)이 비공개 심리를 위해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특정업무경비는 비위첩보수집‧감찰정보수집활동비 등의 명목으로 감찰수사관에게 지급된 돈, 범죄수사지도비 명목으로 지급된 돈 및 수사 등 공적 업무 수행 관련 식대, 각종 행사 비용으로 지출된 카드 대금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바, 위 비용을 지급받은 감찰수사관 등이 실제로 어떤 업무를 수행하였는지는 나타나 있지 않고, 특히 식대 등으로 사용된 카드 대금은 사용자가 표시되어 있지 않아 그 지출내역만으로는 관련된 수사 내용이나 수사 기밀 등을 유추해 내기 어렵다.

1심(서울행정법원 2019구합86648) 판결문 중
이 같은 법리적 판단은 업무추진비와 특정업무경비는 물론, 특수활동비에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특수활동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로서, 수사기관의 특수활동비는 그 특성상 다른 예산에 비하여 그 집행과정이나 지출내역 관리가 완화되어 있다. 그러나 수사과정에서 소요되는 경비를 공개한다고 해서 곧바로 구체적인 수사활동의 기밀이 유출된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들은 이 사건 비공개 심리 과정에서 이 부분 정보를 제출하지 않았는 바, 위와 같은 특수활동비의 일반적인 특성만으로는 이 부분 정보가 공개된다고 해서 향후 수사 업무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행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장애를 줄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1심(서울행정법원 2019구합86648) 판결문 중
법원의 1심 판결을 간략히 정리하면
  1. 검찰이 수사 기밀이라고 주장해서
  2. 재판부가 직접 확인해봤더니
  3. 수사 기밀이 아니었다.
  4. 그래서 '예산의 세부 자료를 전부 공개하라'는 판결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법원,  검찰총장·서울지검장이 '어디에서' 썼는지 반드시 공개하라

법원은 특히 검찰총장과 서울지검장이 국민 세금을 '어디에서' 썼는지 반드시 공개하라고 판시했다. 검찰은 이번 소송에서 '장소 정보'의 비공개를 강력히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지출 증빙서류를 공개할 수 없는 사유로 '정보공개법 9조 1항 7호'를 내세웠는데, 해당 조항의 내용은 이렇다. '법인·단체 또는 개인의 경영·영업상 비밀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 
말이 어려운데, 예를 들면 이렇다. 한 검사가 A라는 음식점에서 밥을 먹었다. 수사 중이었기 때문에 업무추진비로 결제를 했다. 검찰의 주장은 이 검사가 어디서 밥을 먹었는지, 즉, 구체적인 사용처를 공개하면 A 음식점의 경영과 영업에 악영향을 미쳐서 비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이마저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디서 뭘 먹고 마셨는지 공개하라고 판시했다. 
살피건대, 피고 중앙지검장이 비공개 심리를 위해 이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이 부분 정보에는 간담회 개최 후 오찬 또는 만찬 장소와 해당 음식점에서 결제한 영수증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소속 검사 또는 직원들이 해당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였다는 사실이 공개된다고 해서 해당 음식점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한다거나 경영‧영업상 비밀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고, 이를 공개하지 아니할 정당한 이익이 있다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정보는 구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7호에서 정하는 비공개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않고, 원고(하승수 변호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1심(서울행정법원 2019구합86648) 판결문 중
1심 판결문에서 확인할 수 있듯, 정보의 비공개를 주장하며 내세웠던 검찰의 논리는 '산산조각'났다. 법원의 결정에 불복하며 2심, 대법원에 가더라도 시간만 더 걸릴 뿐, 예산 세부 자료의 공개는 결국 이뤄질 수밖에 없다. 검찰에 앞서 뉴스타파와 정보공개를 놓고 행정소송을 벌였던 국회가 실제로 그러했다. 국회는 1심 공개 판결에 항소했다가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2심 재판을 포기하고 예산 정보를 공개했다. 

"항소는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잘못 써왔다는 사실 인정한 것"

뉴스타파와 함께 검찰 예산 정보공개 행정소송을 진행한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검찰이 자진해서 정보를 공개하고 스스로 개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박차버렸다"며 "1심 판결도 인정한 것처럼 정보가 공개되더라도 수사에 지장을 초래할 염려가 없다는 데도 항소한 것은 국민에게 정보를 공개하지 못할 정도로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를 잘못 써왔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또 "항소심을 통해서라도 검찰 예산의 세부정보가 반드시 공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얼마나 더 걸리든 뉴스타파는 시민단체와 함께 끝까지 취재해 보도할 계획이다. 예산의 투명한 공개가 '특별한 권력 기관'인 검찰을 민주적 통제 아래에 있는 '보통 기관'으로 만드는 출발점이다. 공개가 제1의 권력 감시이다. 
제작진
웹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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