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회] 변상욱 칼럼_떠나는 MB에게 묻는다

2012년 04월 27일 06시 00분

대통령 최측근들의 비리 의혹이 연일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생각 같아선 그동안 대통령 측근들, 친인척들의 비리 의혹을 모두 정리를 해서 여러분에게 설명을 해 드리고 싶지만 너무 많아서 요약을 하고 한다 하더래도 제가 외우질 못하겠습니다. 대통령을 6명을 거치면서 정권의 비리의혹을 취재도 하고 방송도 했지만 너무 많아서 도대체 외우질 못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입니다. 저로서는 참 굴욕입니다.

예전에 한 10년쯤 전입니다. 프랑스 사업가 한 사람과 자리를 하게 됐습니다. 프랑스 사업가가 저한테 묻더군요. 투캅스 중에 누구를 만나는 게 더 유익하겠냐, 이렇게 묻습니다. 그래서 투캅스면 영화배우 안성기씨하고 박중훈씨인 것 같은데 제가 다시 물었습니다. 안성기, 박중훈이 당신 사업하고 무슨 관련이 있냐? 물었더니 그 사람 대답은 “아 권력 실세 중에 안성기, 박중훈이란 사람도 또 있습니까?” 묻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확인해 보니 권노갑, 한화갑, 두 갑 중에 누구를 만나는 게 자기에게 더 유익하겠느냐, 그걸 묻는 것이었습니다.

엉뚱하게 옛날 얘기를 꺼낸 것은 대통령의 비리라던가,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 또는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편법, 탈법 비리, 재벌 총수들의 비리라고 하는 것은 자기 체면이 깎이고 자기가 법적인 처벌을 받는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한 사업가의 예를 들었듯이 외국인 사업가들, 외국의 언론, 외국의 정치 외교관들이 이미 우리나라를 위에서부터 썩어 문드러진 나라, 그래서 실세에 뇌물을 발쳐야 통하는 나라, 이렇게 인식하고 있지 않습니까?

국가의 명예라고 하는 것은 그 국가가 보유한 가장 숭고한 자산입니다. 그리고 국가의 지도층은 국가를 대표해서 평가를 받습니다. 그 평가에 의해서 국격이 매겨집니다. 그 국격에 따라서 나라가 흥하고 망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결국 권력층의 비리라고 하는 것은 나라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을 뭘로 책임을 질 것입니까.

국가 지도자의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사명 중에 하나는 자신의 신념을 사람들의 가슴에 옮겨 심는 겁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가슴 속에서 그것이 자라도록, 그래서 지도자를 따르는 결의가 사람들의 가슴 속에 넘치도록 그것을 북돋우는 겁니다.

그것이 얼마나 국가의 운명에 중요한 일인가를 알기 때문에 어떤 대통령은 죽음의 위협을 무릅쓰고 사형 선고를 받으면서도 자기 자리를 지켰고, 또 어떤 대통령은 바위에서 몸을 던지면서라도 그것을 되살려내려 했던 것입니다.

오늘은 대통령한테 한 번 물어보고 싶습니다. 도대체 지금 무얼 심고 있는 겁니까. 무얼 심으려고 하는 겁니까. 연일 터져 나오는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 의혹들을 지켜보노라면 도대체 산에 뭘 심고 떠나려는 것인지. 산에 불을 내고 떠나려는 것인지, 저로서는 분간이 되지 않습니다.

오늘이라도 남아있는 측근들을 불러 모아서 한 번 진지하게 얘길 나눠주십시오. 우리는 과연 무엇을 사람들의 가슴 속에 심고 떠나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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