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람 중사 사건 재판 지상 중계]⑧ 성추행 가해자-피해자 분리 늦춰 재판받는 공군 대대장

2023년 05월 17일 14시 00분

공군 부사관 이예람 중사가 2021년 5월 부대 내 관사에서 사망했다. 상관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81일 간 조직 내에서 고립된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성추행 사건 직후 피해 사실을 신고했으나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 즉각적인 사건 수사 및 가해자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피해자 사망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고 나서야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국방부 장관 명령으로 공군본부에서 국방부 검찰단으로 사건이 이관돼 가해자 장OO 중사를 포함한 관련자 15명이 기소됐다. 이후 국방부 수사로도 밝혀지지 않은 의혹들에 대한 재수사 필요성이 제기됐고, 국회는 ‘고 이예람 중사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특검에는 안미영 변호사가 임명됐다. 특검은 100일간의 수사를 거쳐 8명을 기소했고, 작년 10월 재판이 시작됐다. 뉴스타파는 이 사건 재판 과정을 지상 중계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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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편의 봐주려 타 부대 파견 일정 조정

이예람 중사 성추행 사건이 20전투비행단(이하 20비) 군사경찰대대에 신고된 건 사건 다음날인 2021년 3월 3일 밤이었다. 5일 후인 3월 8일, 20비 인사행정처는 가해자인 장 모 중사를 타 부대로 보내라는 의견을 공군본부 인사참모부에 전달했다. 공군본부는 곧바로 장 중사의 파견을 결정했다.
처음 정해진 장 중사 파견 예정일은 3월 11~12일이었다. 3월 5일 피해자 조사에 이어 11~12일 가해자 조사를 마치고 파견하기로 했다. 그러나 장 중사 측의 요청으로 가해자 조사 일정이 11~12일에서 16일로, 16일에서 17일로 두 차례 연기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조사 후 파견’ 일정이 ‘파견 후 조사’ 일정으로 바뀐 것이다. 가해자인 장 중사는 20비 대대장 김OO 중령에게 “군사경찰대대의 조사 일정이 파견 이후로 잡히게 됐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문의했고, 김OO 중령은 장 중사가 조사를 받은 뒤 파견갈 수 있도록 공군본부에 두 차례 파견 일정 연기를 요청했다. 장 중사는 가해자 조사를 마친 17일에야 20비가 있는 충남 서산을 떠나 경남 김해의 제5공중기동비행단(이하 5비)으로 보내졌다.
국방부 부대관리훈령(제244조 1항)에 따르면, 각 부대장은 성폭력 신고 상담이 접수되었거나 통보를 받은 즉시 피해자의 의사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해야 했다. 근무지, 숙소 등 가해자와 피해자가 실질적으로 분리될 수 있도록 하고 보직해임, 파견 등 인사조치를 적극 활용해야 했다.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가해자는 원 소속 부대에서 분리해야 했다. 하지만 고 이예람 중사 성추행 사건에서 이 훈령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 중사는 성추행을 당한 3월 2일부터 가해자인 장 중사가 경남 김해로 파견 간 17일까지 2주간이나 장 중사와 같이 20비 부대 안에 머물러야 했다.
성추행 사건 직후 가해자-피해자 분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고 이예람 중사 사망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이 중사가 '가해자와 마주칠까봐 돌아다니지도 못하는' 동안 가해자인 장 중사는 “일상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로 신고를 당했다”며 2차 가해를 하고 동료 군인들에게 탄원서를 받으러 다녔다. 특검이 성추행 사건 당시 20비 대대장 김 중령의 가해자-피해자 분리 지연 행위를 중요 문제로 보고 수사한 이유다.
특검은 가해자인 장 중사의 타 부대 파견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20비 대대장 김 중령이 공군본부에 허위 사실을 보고하고 공무집행을 방해한 정황을 확인해 재판에 넘겼다. 가해자-피해자 분리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분리된 것처럼 공군본부에 허위 보고했고, 성추행 가해자 장 중사의 파견이 미뤄진 이유도 장 중사의 요청이 아닌 군사경찰대대의 요청 때문이었다고 거짓 보고 했다는 혐의다. 부대 내 2차 가해 정황을 인지하고도 진상 파악 및 관련자 징계 조치 등을 하지 않아 지휘관으로서의 직무를 유기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2022년 12월 16일 열린 1차 공판에서 김 중령은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이후 관련 재판에는 8명의 증인이 출석해 신문을 받았고, 가해자 장 중사의 파견 관련 인사 공문, 통화 내역, 대화 녹취록 등이 증거로 제시됐다. 재판과정에서 김 중령이 내부 보고 절차를 무시하고 공군본부 인사 담당 장교에게 직접 연락해 가해자 조사 일정 연기를 요청한 사실도 드러났다. 김 중령 측은 “성추행 사건 특성상 보고 체계를 최소화하여 보안을 유지하고 신속한 인사 처리를 하기 위함이었다”고 주장했다.
2021년 6월 2일 '고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 성추행 가해자인 공군 장 모 중사가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출처 : 국방부)

내부 논의 없이 두 번이나 ‘가해자 파견 연기’ 요청

■ 2023년 4월 14일 20비 대대장(김 중령)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11차 공판

이예람 중사 성추행 사건 발생 당시 20비 인사행정처장이었던 A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A씨는 성고충전문상담관으로부터 가해자-피해자 분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받고 가해자 장 중사에 대한 파견 인사 건의 공문을 만들어 공군본부로 보냈던 사람이다. A씨가 성추행 사건 발생 6일 후인 2021년 3월 8일 만든 공문에는 가해자인 장 중사의 파견 조치 희망 날짜가 3월 9일로 기재돼 있다.
이 날 재판의 쟁점은 대대장인 김 중령이 A씨 등과 아무런 상의없이 공군본부에 연락해 가해자인 장 중사에 대한 파견 일정을 미룬 것이 적절했는지 여부였다. A씨는 재판에서 “(김 중령이) 20비 인사행정처나 상부에 아무런 보고를 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공군본부에 연락해 가해자에 대한 조사 일정을 연기한 것은 부적절했다”고 진술했다.
성추행 사건 직후 가해자인 장 중사를 곧바로 타 부대로 파견 보낼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여부도 쟁점이 됐다. A씨는 특검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재판에서도 “파견 인사는 (성추행 사건) 다음 날 뿐 아니라 바로 그 날이라도 갈 수 있다. 가해자-피해자 분리는 통상 (사건이 벌어진) 다음날, 늦어도 하루 이틀 정도 걸려서 가해자를 파견보내는 방식으로 처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중령 측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주장”이라며 반박했다.
성추행 가해자 장 중사 인사 조치와 관련해 피고인 김 중령과 연락을 주고 받은 공군본부 정보화기획참모부 인사 담당 장교 Y씨도 이 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Y씨는 김 중령으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장 중사 타 부대 파견 연기’ 요청을 받았고, 이를 상부에 보고해 일정 변경을 진행했던 사람이다. Y씨는 “당시 김 중령의 요청을 20비의 공식적인 요청으로 받아들였고, 따라서 별도의 확인 절차 없이 상부에 보고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검 : 증인은 특검 수사 과정에서 “김OO 대대장(김 중령)이 조사 일정을 이유로 장OO(성추행 사건 가해자)에 대한 파견을 연기해달라고 연락했습니다. 20비에서 장OO에 대한 조사 일정이 파견 이후로 잡혀 있으니 파견 일정을 조사 일정 이후로 미뤄달라고 한 것은 기억합니다”라고 진술했다. 맞는가?
증인(당시 공군본부 인사 담당 장교) : 그렇다.
특검 : 증인은 “김OO 대대장(김 중령)이 그냥 개인적 바람을 증인에게 말했을 뿐 20비의 요청이라는 점을 증인에게 전달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요”라는 질문에 “김OO 대대장(김 중령)이 저에게 이야기했을 때에는 당연히 지휘부 보고를 한 이후 20비의 공식적인 요청을 저에게 전달한 것으로 이해했고, 저는 대대장(김 중령)이 개인적 요청을 저에게 말씀하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라고 진술했다. 맞는가?
증인 : 그렇다.
특검 : 증인은 “제가 당시 김 중령에게 ‘성추행 피해자인 이예람 중사가 청원 휴가를 나가 있기 때문에 가해자-피해자 분리 조치가 이미 이루어진 상황’이라고 들었습니다”라고 진술했다. 맞는가?
증인 : 당시 들은 정확한 워딩이 기억나지는 않는데 (피해자가) 청원휴가를 나갔다고 들었던 것 같다.
특검 : 증인은 “저로서는 김 중령이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고 김 중령의 장 중사에 대한 파견 연기 요청은 20비 내부의 부서 간 협조와 정식 보고를 마친 20비의 정식 의견으로 요청된 것으로 이해했습니다”라고 진술했다. 맞는가?
증인 : 그렇다. 추가로, 사실 최초 파견 처리를 할 때부터 이 사항에 대해서 김 중령하고만 얘기했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부대의) 다른 인원들에게 (성추행 사건을) 알릴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다른 곳에 확인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충남 서산에 위치한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출처:연합뉴스)

■ 2023년 4월 21일 20비 대대장(김 중령)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12차 공판

이날 공판에는 성추행 가해자 장 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피고인 김 중령은 장 씨에 대한 인사권을 가진 지휘관이었다. 장 씨는 두 차례에 걸쳐 김 중령에게 “조사 일정과 파견 일자가 안 맞는데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문의했고, 두 번 다 김 중령이 일정을 조정해줬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장 씨는 “보직해임 처분을 받거나 출근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특검 측 질문에 “그런 적은 없고 파견 전까지 부대 내에서 인원이 가장 적은 ASR(항공관제레이더)실에서 근무했었다”고 말했다. 장 씨는 파견 당시 구체적 상황과 관련된 질문에 “자세한 일자나 대화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특검 : 증인은 5비 파견일이 군사경찰대대 조사 일정보다 빠른 날짜로 예정되었던 것과 관련하여 “제 기억에 5비로 파견가는 날짜가 제가 조사를 받기로 되어 있는 것보다 이전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대대장님께 ‘조사를 받아야 하는데 인사 조치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라고 여쭙고, 대대장이 ‘그러면 내가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하셨었고, 그 뒤에 대대장님이 ‘조사 받고 17일날 (5비로) 가라’고 하셨습니다”라고 진술했다. 맞는가?
증인(성추행 사건 가해자) : 그렇다.
특검 : 증인은 “피고인(김 중령)이 증인의 파견 일정 조정을 위해 배려를 해준 것이 아니냐”라는 취지의 질문에 “배려인 것까지는 잘 모르겠는데 김 중령이 저의 조사 일정과 5비 파견 일정 문제와 관련하여 어느 정도의 조정은 해주셨습니다. 제가 김 중령에게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을 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저의 파견 일정이 조사 일정보다 먼저 잡히는 바람에 어떻게 해야 되는지 김 중령에게 질의를 하였을 뿐입니다. 이후 김 중령이 본부에 말해서 저의 파견 일정을 조정해 주신 것인지 아니면 본부에서 정해진 사항을 저에게 통보만 해주신 것인지는 저로서는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진술했다. 맞는가?
증인 : 그렇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 정진아 부장판사 (이하 재판장) : 증인은 지금 기억으로 당시 상황을 시간순으로 말할 수 있나?
증인 : 군사 경찰로부터 소환 조사를 오라고 통보를 받았고, 변호사한테 당연히 제일 먼저 연락을 했고, 변호사가 확인해보겠다고 얘기했다. 연락하는 과정에 사정이 생겨서 (애초 예정된 16일에서) 다음날인 17일로 조사 일정이 잡힌 걸로 알고 있었고, 어떤 영문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파견과 조사 일정이 부딪혀서 대대장님께 어떻게 해야 되는지 여쭤보니 ‘조사 마치고 파견 가라’고 해서 (조사가 끝나고) 5비로 파견을 갔다. 이 정도 큼직한 것만 기억난다.
재판장 : 사건이 있고 나서 ASR실에서 근무했다고 했다. 여기서 근무할 때 ‘부대 밖을 다닐 때 조심해라’거나 ‘피해자의 지인들, 피해자와 친한 또 다른 부사관들과 대화하거나 이런 걸 조심하라’는 경고를 받은 적이 있나?
증인 : 그런 걸 들었던 기억은 없다.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예람 중사 추모 공간

군사경찰대대에서 일정 연기 요청 있었는지 여부를 두고 공방

지난 4월 7일 진행된 10차 공판에는 성추행 사건 당시 20비 군사경찰대대장이었던 H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성추행 가해자 장 중사의 파견 명령 연기가 군사경찰대대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는지를 확인하는 신문이 진행됐다. 피고인 김 중령은 공군본부에 “20비 군사경찰대대에서 조사 일정을 이유로 파견 명령 연기를 요청하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는데, 이 보고가 사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재판에서 H씨(당시 20비 군사경찰대대장)는 “군사경찰대대가 가해자인 장 중사의 타 부대 파견 연기를 요청한 사실은 없다”고 진술했다. H씨는 “(파견을 가도) 조사할 방법은 있다. 가해자를 불러서 조사를 받으면 된다. 굳이 조사 일정 때문에 파견을 늦춰 달라는 요청을 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 2023년 5월 12일 20비 대대장(김 중령)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13차 공판

성추행 사건 발생 당시 20비 주임원사였던 S씨가 이날 증인으로 출석했다. S씨는 성추행 사건 처리와 관련해 군사경찰대대 수사관과 지속적으로 소통했던 사람이다. 이날 공판에서는 S씨가 군사경찰 수사관으로부터 “가해자 조사 이후로 파견 일정을 미뤄달라”는 요청을 받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S씨는 국방부와 특검 수사 과정에서 “군사경찰대대 수사관으로부터 '가해자가 파견을 가면 조사에 지장이 생기니 조사를 마치고 파견 보내달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이를 김 중령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앞선 공판에서 군사경찰대대장(H씨)이 “파견 연기 요청을 한 적 없다”고 한 것과 배치되는 진술이었다.
김 중령 측은 “S씨의 진술대로 당시 군사경찰로부터 파견 연기 요청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 중령이 군사경찰대대의 요청을 보고받고 공군본부에 일정 변경을 문의했다는 것이다. 특검 측은 “파견 연기와 관련된 대화가 오갔다고 하더라도 수사관 개인의 바람일 뿐 군사경찰대대의 공식적인 요청으로 보긴 어렵다”고 반박했다.
김 중령 측은 S씨에 대한 증인 신문에 앞서 특검의 증거 제출 기준에 문제를 제기했다. S씨가 국방부 조사와 특검 1차 조사 때 했던 진술과 특검 2·3차 조사 때 한 진술 간에 차이가 있는데 특검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이 담긴 S씨 1차 진술조서를 의도적으로 누락했다는 주장이었다. 특검 측은 “불리한 증거라 제출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2·3차 조서와 중복이 많아 생략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재판장은 “무슨 의미인지 알겠고 양측 의견을 조서에 그대로 기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음 공판은 5월 19일에 열릴 예정이다.
제작진
취재김주형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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