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용역업체 임원 "양평군이 낸 고속도로 안은 대충 손으로 그린 엉터리"

2023년 07월 25일 18시 00분

● 국토부 용역업체 임원 증언, "2022년 7월 국토부 관계기관 협조 요청 전에 양평군 찾아가 노선 협의"
● "양평군이 국토부에 제안한 3개 노선 중 원안 포함 2개는 애초 불가능한 코스"
● 양평군, '강상면 종점' 국토부안 밀기 위해 구색 맞추기용으로 엉터리 2개 노선 제시한 의혹
● '양평군 2안'은 용역업체가 두 달 전 국토부에 보고한 '양서면→강상면' 종점 변경안과 거의 일치  
● 답안지 미리 보고 정답 제출한 셈...국토부와 양평군은 "사전에 짜고 친 적 없다" 주장
뉴스타파가 '김건희 특혜' 논란이 제기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타당성 조사 용역을 총괄한 업체 임원 A씨와 인터뷰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국토교통부(국토부)가 양평군 등 관계기관에 고속도로 노선 관련 협조 요청을 하기 전에 국토부 지시로 양평군을 찾아가 노선 관련 협의를 진행했다", "양평군이 국토부에 낸 3개 노선안 중 양서면을 종점으로 하는 원안을 포함한 2개 노선은 사실상 불가능한 노선이었다"고 증언했다. 
국토부와 양평군이 사전에 공모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마친 '양서면 종점안'을 문제의 '강상면 종점안'으로 바꾼 게 아닌지 의심된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국토교통부(국토부)가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용역업체에게 노선의 종점을 바꾸라고 지시했는지 여부. 둘째, 양평군이 국토부 혹은 용역업체로부터 노선이 바뀐다는 사실을 미리 언질받았는지 여부다.
지난해 7월, 국토부는 양평군 등 10개 기관에 관계 기관 협의 요청 공문을 보냈다. 양평군은 3개 노선을 지도에 그려서 회신했다. 국토부가 위 공문을 발송하기 전에 국토부 용역업체 관계자들이 노선도를 갖고 양평군에 방문한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용역업체 관계자 "양평군이 국토부에 제출한 3개 노선은 대충 손으로 그려서 낸 것"

2022년 7월 18일, 국토부는 양평군과 하남시 등 10개 기관에 공문을 보냈다. 공문 제목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타당성평가(조사) 관계 기관 협의 요청'.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관련 국토부의 첫 관계 기관 협의였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국토부는 이 공문을 발송하기 전에 용역업체 관계자를 양평군에 보냈다. 양평군과 사전에 뭔가를 조율하기 위해서였다. 국토부 용역업체 임원으로 서울-양평고속도로 타당성 조사 업무를 총괄한 A씨는 "도로공사 직원과 양평군을 방문해 고속도로 노선 관련 협의를 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양평군은 공문을 받고 8일 만에 국토부에 회신을 보냈다. 여기에는 양평군이 원하는 고속도로 노선 3개(1~3안)가 담겨 있었다. 1안은 예타를 거친 최초 계획인 '양서면 종점안', 2안은 국토부가 정해 문제가 된 '강상면 종점안'과 거의 유사한 안, 3안은 두 계획 중간을 통과하는 '제3의 종점안'이었다. 3개의 안 모두 양평군 내에 진출입로(IC)가 설치되는 걸 전제로 하는 안이었다. A씨는 "당시 양평군의 입장은 노선이 어떻게 되든 IC만 만들어 달라는 거였다"고 말했다.
그런데 A씨는 "양평군이 낸 1안과 3안은 애초부터 실현이 불가능한 안이었다"고 실토했다. 일단 '양평군 1안'은 IC 설치 위치가 '광주시 땅'이어서 문제였다고 했다. "노선이야 어찌되든 양평군 내에 IC가 있어야 한다"는 게 양평군 입장인데, 어찌된 일인지 양평군이 낸 1안에는 IC 위치가 양평군이 아닌 광주시에 설치하는 걸로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A씨는 "(양평군이) 대충 그리다 보니까 이제 광주시에다가 (IC를) 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시는 IC 설치를 따로 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A 씨는 "'양평군 3안'은 아예 말이 안 되는 노선"이라고 했다. A씨의 말이다.
(양평군이 제안한) 3안 노선을 보면 알겠지만, 남한강을 따라가는 거라니까요? 남한강 안으로... 그거 양평군도 그렇게 하면 뭐 말이 안 되는 거니까. 남한강을 따라가는 교량이 어디 있습니까? 한강을 따라가는 게, 한강 같은 경우는 빨리 건너가야지.

A 씨 / 서울-양평고속도로 용역업체 임원
A 씨는 "양평군도 (3안이) 실현이 불가능하단 것을 알면서 냈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1안과 3안은 국토부가 정한 2안을 밀기 위한 일종의 구색 맞추기용이었다는 주장이다.   
2022년 7월, 국토부의 1차 관계 기관 협의 요청에 대해 양평군이 공문으로 답변한 3개 노선도. 1~3안 중에 2안은 현재 국토부가 추진 중인 종점 변경안(양서면→강서면)과 거의 일치한다. 나머지 2개는 사실상 구색맞추기였다는 게 용역업체 임원 A씨의 주장이다. 양평군은 의견을 보내면서 실사 지도를 사진으로 찍어서 한글 파일로 편집했는데, 구겨진 종이가 보일 만큼 품질 면에서도 조악했다. 노란색 원이 IC 설치 지점이다. 

'양평군 2안'은 국토부가 검토하던 변경 노선도와 거의 일치...사전 조율 가능성 

이런 사실은 '양평군이 국토부가 원하는 노선이 2안이라는 것을 사전에 알고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겉으로는 문제가 없는 '양평군 2안'이 공교롭게도 용역업체가 국토부에 제출한 종점 변경안(양서면→강상면)과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은 의심을 더한다. 심지어 국가지원지방도로(국지도) 88호에 진출입로(IC)를 설치하는 것까지 국토부 안(강상면 종점안)과 판박이다. 양평군이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국토부 안과 거의 같은 안을 냈다고 보기 힘들다.   
이 때문에 국토부가 용역업체를 미리 양평군에 보내 '양평군 2안'을 그려 내도록 유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뉴스타파는 사건의 내막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 A씨에게 "양평군 담당자가 2안을 그려낸 것이 정말 우연이냐"고 물었다. A씨는 즉답을 피한 채 "양평군이 줄곧 원했던 것은 양평군 내에 IC를 설치하는 것이었다"는 말만 반복했다.
원희룡 장관은 종점 변경으로 김건희 여사 일가에 대한 특혜 논란이 불거지자 "양평군이 노선 변경을 원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양평군이 종점을 바꿔 달라고 요청한 적은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용역업체가 노선 변경을 먼저 제안했다"고 말을 바꿨다.   
국토부는 "'양평군 2안'과 거의 일치한 국토부 변경안(강상면 종점안)을 양평군에 미리 보여준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작진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