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집합소..예산은 흥청망청

2014년 03월 25일 17시 08분

박근혜 대통령은 요즘 규제 개혁을 연일 외치고 있다. 규제 개혁에 미온적인 공무원은 엄단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호된 질책에 장관들은 쩔쩔맨다.

과연 손톱 밑 가시만 뽑아내면 우리 사회와 경제가 정상화 될까?

개혁을 마다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현재로선 개혁에 큰 기대를 걸리는 어려워 보인다. 진짜 개혁을 하려면 제대로 일할 사람을 앉혀야 하는데 정부의 낙하산 인사 관행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뉴스타파는 해마다 반복되는 낙하산 인사로 조합원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건설공제조합을 취재했다. 건설공제조합은 건설사들이 서로 상부상조할 목적으로 돈을 출자해 만든 민간 협동조합이다. 그런데도 청와대나 국토부 퇴직 공무원들이 이사장이나 감사 자리에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고 있다.

건설공제조합 정기 총회에서 무슨 일이?

지난 18일 열린 건설공제조합의 정기 총회장에서는 고성이 오갔다.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았지만 잔칫집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정기 총회에 참석하려 먼 길을 온 조합원들은 신분 확인을 요구하는 조합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뉴스타파 취재진도 봉변을 당했다. 카메라를 빼앗기고 총회장에서 쫓겨나야 했다.

대체 이날 총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취재진은 물론 조합원들의 출입마저 통제한 것일까.

뉴스타파는 이날 총회 참석자들을 수소문해 총회장에서 오간 얘기들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총회에서는 그동안 감춰졌던 조합 경영진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 불만이 쏟아졌다고 한다. 한 조합원은 “임원들이 조합비로 호화 골프 여행을 했는가 하면, 방만 경영으로 수백 억 원 대의 손실을 끼쳤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 것을 보며 씁쓸했다”고 말했다.

임원진 체육행사에 1인당 295만 원

뉴스타파가 입수한 건설공제조합 내부문건을 보면 송용찬 전 이사장과 임직원, 조합원 등 20명은 지난 2011년 제주도에서 2박 3일 동안 모두 5900만원을 쓴 것으로 나와 있다. 조합원들과의 유대 강화를 위해 체육행사를 했다는데 여행경비가 1인당 295만원이나 됐다. 국내 여행 치고는 지나치게 많은 금액이다. 세부 내역을 들여다보면 더 이해하기 힘들다. 숙박비와 골프 비용으로 각각 1500만 원 씩 모두 3000만 원을 썼다. 제주의 한 여행사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나오기 힘든 금액”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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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는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제주도에 있는 여행사 2곳에 견적을 의뢰했다. 편차가 클 수 있는 식대 등을 제외하고 항공료와 숙박비, 골프장 이용료 등 세가지 항목에 한정해 견적을 받았다.

A사는 1,810만 원, B사는 1,840만 원의 견적을 보내왔다. 건설공제조합이 항공 및 차량 이용료 600만 원을 포함해 모두 3,600만 원을 썼다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건설공제조합이 체육행사를 하면서 예산을 터무니없이 낭비했거나, 아니면 비용을 부풀려 처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건설공제조합 감사실은 진상 조사를 벌이기는커녕 “앞으로 적정한 비용으로 행사를 진행하라”고 권고하는데 그쳤다.

▲ 뉴스타파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거부하는 건설공제조합 감사실

청와대 경호처 출신 4번 연속 감사자리에 낙하

2013년 말 선임된 서성동 감사는 청와대 경호처 출신이다. 감사 자리에 전문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청와대 경호처 출신이 낙하산을 타고 건설공제조합 감사 자리를 꿰찬 것은 서 감사가 처음이 아니다. 무려 네 번째다.

조합 이사장과 전무이사 자리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정완대 건설공제조합 현 이사장은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냈고, 송용찬 전 이사장은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청 차장을 거쳤다. 역대 이사장과 전무이사 대부분이 이처럼 국토교통부 출신이다.

문제는 낙하산 체제 하에서 건설공제조합이 매우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부실한 보증심사로 600억 원 넘는 손실을 봤고, 강원도 고성 알프스 리조트 투자금 100억 원도 현재 떼일 형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은 2010년부터 608억 원 대의 프라이머리담보부증권(P-CBO)을 인수했는데 올해 3월 현재 268억 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원들은 투자 손실이 예상되는 데다, P-CBO 인수가 조합 정관에 위배되는 만큼 투자를 중단해야 한다고 경영진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조합 경영진들은 정부 방침에 따라야 한다며 정부의 P-CBO 발행 계획에 맞춰 투자를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조합의 특성 상 손실이 발생하면 조합원들이 연대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조합원들이 조합의 이익보다는 정권의 눈치를 살피는 낙하산 경영진들을 불신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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