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변론 의혹...황교안의 두 얼굴?

2015년 06월 04일 22시 59분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가 이른바 ‘전화 변론’을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 같은 의혹의 단서는 법조윤리협의회를 통해 국회에 제출된 황교안 후보자의 ‘변호사 수임과 처리 결과 자료’에서 나왔다. 사건 번호와 피고인 이름, 담당 재판부, 수임 요지 등이 화이트로 지워지거나 공란으로 제출돼 수임 사건 은폐 논란을 일으킨 바로 그 수임사건 목록이다.

대다수 기록에서 내역이 지워졌지만 2012년 6월 22일, 대법원의 특정 경제 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사건을 수임한 기록에는 어찌된 일인지 다른 문서들과는 달리 ‘정휘동’이라는 피고인의 이름이 지워지지 않은 채 제출됐다. 이 사건은 다름 아닌 청호나이스 정휘동 회장 사건이었고, 이를 통해 황교안 후보자가 이 사건을 수임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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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법원 홈페이지에서 정 회장 사건 상고심 재판 진행 내용을 검색해 보면, 어디에도 황 후보자가 이 사건의 변호인이라는 내용이 나오지 않는다. 대신 김앤장 소속 변호사 3명이 변호인으로 등재돼 있다. 황교안 후보자가 사건을 수임하고도 정식으로 변호사 선임계를 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정 회장측은 당시 황 후보자가 몸 담았던 법무법인 태평양에 1심과 2심 변론을 의뢰했지만 유죄 판결이 나자, 상고심은 김&장 소속 변호인들에게 맡겼다. 김앤장 소속 변호사들은 2012년 4월 30일에 변호사 선임계를 제출한 반면, 황교안 후보자가 법조윤리협의회 자료를 통해 사건을 수임했다고 밝힌 날짜는 두 달 뒤인 6월 22일이다.

하지만 대법원 홈페이지에는 김앤장 변호사들이 등재된 4월 30일 이후 추가로 변호사가 선임된 기록은 없다. 따라서 당시 대법원의 해당 사건 주심 재판관이 황교안 후보자의 고등학교 동기 동창인 김용덕 대법관으로 정해지자, 황 후보자가 사건을 수임하고도 정식 선임계를 대법원에 제출하지 않고 이른바 전화 변론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서류상으로는 서울지방변호사회를 경유한 것으로 처리했으면서도 정작 법원에는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은 것은 전관예우가 외부로 드러나는 것을 숨기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것이다.

결국 이 사건은 이듬해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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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을 제기한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황교안 후보자의 이 같은 변호사 수임 행태는 정식 선임계를 내지 않고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서 재판에 개입하거나, 수사에 개입하는 이른바 ‘전화 변론’의 전형이라고 주장했다. 전화변론 행위는 법원이나 수사기관에 변호인 선임서나 위임장 등을 제출하지 않고는 사건을 맡거나 변론활동을 할 수 없게 한 변호사법 29조와 ‘변호사 윤리장전’ 20조를 위반하는 것이다. 하지만 황교안 후보자는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전화 변론을 포함한 전관 변호사 관행을 뿌리 뽑아 법 집행의 공정성을 제고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특히 2013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는 전관 예우 문제를 사회 지도층 범죄 근절 항목에 넣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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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뿐만이 아니다. 공직퇴임 변호사는 퇴직 후 2년 동안 수임 자료 뿐 아니라 업무 활동 내역까지 소속 지방 변호사회로 제출하는 것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변호사법 개정안도 냈다. 이를 통해 황교안 후보자는 법과 원칙의 수호자로서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하지만 정작 본인이 전화변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였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황교안 후보자는 청문회 과정에서 사실을 밝히겠다며 아직 이렇다 할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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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이번 총리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 변호사 선임계 누락과 전화 변론 등 불법 전관 예우 의혹을 집중 제기하겠다고 벼르면서 이번 청문회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황교안 후보자가 지난 2년 여 동안 김용준과 안대희, 문창극 후보자의 낙마를 불러온 총리 인사 검증 과정을 통과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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