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주택이 많은 지역은 역시?...서초구, 강남구, 그리고 세종

2020년 04월 03일 18시 30분

재산공개 대상인 고위공직자들이 주택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지역은 어디일까? 뉴스타파가 지난 3월 공개된 고위공직자 재산 내역을 분석한 결과는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역시 서울 강남3구에 집중됐다. 다만 세종특별시가 3위로 오른 것이 눈길을 끈다.

뉴스타파는 3월 26일 공개된 입법, 사법, 행정부처 등의 고위공직자 2,390명의 재산 내역을 분석해 이들이 보유한 주택 소재지를 확인했다.

고위공무원 보유 주택… 강남3구, 세종, 분당, 용산 등에 집중돼

고위공직자들이 주택을 가장 많이 보유한 지역은 서울 서초구다. 198명(전체의 8%)의 고위공직자가 서초구에 있는 주택 225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서초구에서 가장 많은 주택을 보유한 공직자는 무소속 이용주 국회의원(여수시갑)이다. 이 의원은 서초구 반포동 미도아파트 1채, 서초구 방배동 다세대주택 11채 등 모두 12채의 주택을 신고했다. 이 의원은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고 방배동 다세대주택을 임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호 감사원 감사위원도 서초구에 아파트를 3채 보유한 다주택자다. 이 감사위원은 서초구 반포동 미도아파트 1채(33평형), 서초동 삼풍아파트 2채(50평형대 1채, 40평형대 1채) 등을 신고했다. 이 아파트 3채 가격은 공시가격으로 36억 6천만 원, 시가로는 70억 원이 넘는 것으로 평가된다.

고위공직자들이 주택을 많이 보유한 지역 2위는 서울 강남구로 서초구에 13명 모자라는 185명이 197채로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3위는 세종특별자치시로 127채, 그리고 서울 송파구와 경기 성남시가 각각 87채로 공동 4위다. 이른바 ‘마용성’으로 분류되는 용산구가 70채로 6위였다.

고위공직자들의 주택이 몰려 있는 지역은 최근 몇 년 동안 집값이 가파르게 치솟은 지역이기도 하다. 서초구와 강남구는 공직자들이 보유한 주택의 평균 공시가격이 10억 원을 넘었다. 보유 주택의 평균가격은 지역별로 보면 강남구(12억 6천만 원), 서초구(11억 2천만 원), 용산구(9억 4천만 원), 송파구(9억 1천만 원)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목동’이 있는 양천구(7억 6천만 원)와 ‘분당’이 있는 성남시(6억 8천만 원)도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이었다. 아래 표는 고위공직자 주택 보유 상위 10개 지역별 보유 주택 수와 평균 가격이다.

고위공직자들의 세종시 주택 보유 매년 꾸준히 늘어

고위공직자들이 세종특별자치시 보유한 주택 수는 2018년에 87채, 2019년에 116채였고, 이번 재산공개 때는 11채 증가한 127채로 나타났다. 서울 서초, 강남에 이어 3위권에 들었다.

2012년 세종시가 공식 출범하면서 근무지가 바뀐 공무원들의 이주를 권장하는 정책과 아파트를 특별공급으로 분양하고, 분양가도 억제하는 등의 혜택 때문에 고위공직자들의 세종시 주택 보유가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종시에 근무하지 않거나 특별한 연고가 없는 일부 고위공직자도 세종시에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송광운 전 광주광역시 북구청장은 지난 2006년부터 2018년까지 광주 북구에서 구청장을 지냈다. 송 전 구청장은 2017년 배우자가 세종시 아파트를 매입했다고 신고했다. 도담동에 있는 이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2018년 기준 2억 3천만 원이다. 국회 대변인 등을 거치며 주로 서울에서 근무한 이계성 국회의장 정무수석비서관도 배우자 명의의 세종시 아파트를 신고했다. 이밖에 세종시 지역 근무하는 고위공직자가 아닌 은수미 성남시장, 김재종 충북 옥천군수, 홍종원 대전시의원 등도 세종시에 아파트를 보유했다. 박종보 헌법재판연구원장은 복합건물(주택+상가)을, 유광혁 경기도의원은 다세대주택 2채를 신고했다.

세종시에 주택을 가지고 있는 고위공직자 118명 중 74명은 다른 지역에도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다주택자로 나타났다. 특히 58명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다.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은 작년에는 없던 세종자이e편한세상 아파트 분양권을 새로 취득했다. 윤 차관은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서초구 반포리체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아파트가 완공되면 다주택자가 된다. 

고위공직자 3명 중 1명 꼴로 다주택자...서울, 경기, 인천에 2채 이상 보유자 287명

고위공직자 세 명 중 한 명은 주택을 두 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두 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는 287명으로 나타났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등 고위인사들이 나서서 수도권에 주택이 여러 채인 공직자들에게 주택 처분을 권유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던 셈이다. 서울에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다주택자도 132명으로 나타났다.

재산 공개 대상인 고위공직자 중 보유한 주택이 가장 많은 사람은 강대호 서울시의원이었다. 강대호 의원은 서울 중랑구 다세대주택 13채, 경기 가평군 다세대주택 17채 등 모두 30채의 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 의원이 보유한 중랑구 다세대주택은 한 채 크기가 약 30㎡ 내외로 공시가격은 2억 원 수준이다. 가평군에 보유한 다세대주택은 60㎡짜리 13채, 40㎡짜리 4채다. 한 채당 공시가격은 크기에 따라 4000만 원부터 6600만 원이다. 강 의원이 보유한 다세대주책 30채의 공시가격을 모두 합치면 약 36억 9천만 원이다.

▲ 고위공직자 다주택 보유 순위

보유 주택이 두번째로 많은 고위공직자는 이정인 서울시의원. 모두 24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신고했다. 이정인 의원은 서울 송파구에 아파트 1채, 다세대주택 4채 등 모두 5채의 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의 주택 중에서는 송파구 오금동 현대아파트(면적 170.32㎡)의 공시가격이 10억 8800만 원으로 가장 비쌌다. 이 의원은 서울 도봉구 창동에 아파트 3채, 경기 군포시 산본동에 아파트 11채, 인천 서구 검암동에 아파트 4채, 전라북도 고창군 아파트 1채를 신고했다. 이정인 의원이 보유한 주택 공시가격은 47억 6600만 원이었다.

강대호, 이정인 의원 외에도 다주택자 순위 10위 안에는 서울시의원이 두 명 더 있다. 성흠제 서울시의원은 서울 은평구에 다세대주택 11채(총 9억 6300만 원), 이석주 서울시의원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 1채와 강동구 다세대주택 9채 등 모두 10채(21억 4600만 원)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다.

한편 2년 전인 2018년 다주택자 1위였던 성중기 서울시의원은 보유하고 있던 다세대주택들을 모두 팔아 순위권에서 멀어졌다. 성 의원은 2018년 서울 강남 아파트 2채와 다세대주택 19채 등 모두 21채의 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신고했다. 성중기 의원은 2018년 아파트 1채, 2019년에는 다세대주택을 전부 팔아 올해는 아파트 1채만 보유한 1주택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재산공개자료에 일부 공직자들 재산 이중 게재 오류 나타나

한편 올해 관보 등에 공개된 재산 자료에는 일부 공직자들의 재산이 두 번씩 게재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진연 경기도의원이 신고한 올해 재산 자료를 보면, 이 의원은 경기 김포시에 있는 당곡마을월드메르디앙아파트를 두 채 보유한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확인한 결과 이 의원이 보유한 아파트는 한 채다. 이 의원은 “아파트 면적을 수정하려고 이전에 신고한 항목을 시스템에서 삭제했는데,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의원이 보유한 아파트 한 채의 세부내역을 보면 “건물 0.00㎡(건물 79.90㎡ 감소)”라고 표시돼 있다. 이런 경우 재산 평가액은 0원으로 표시돼야 하는데, 이 아파트 가격은 1억 5300만원으로 기재돼 있다. 이진연 도의원의 실제 재산은 2억 3200만원 수준이지만, 관보에 공개된 재산총액은 아파트 이중 게재로 인해 3억 8500만 원으로 나와 있다.

▲ 이진연 경기도의원 재산 내역

뉴스타파가 확인한 결과, 이런 오류가 20여 건 나왔다. 인사혁신처 재산심사과 관계자는 “시스템이 문제인지, 신고할 때 (신고자) 실수가 있었는지 정확하게 원인을 알기 어렵다. 재산심사 단계에서 개별적으로 파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택 수 계산 방법

이 기사가 산정한 주택 수에는 본인과 배우자가 보유한 아파트, 단독주택, 다가구주택, 다세대주택, 연립주택, 농어가주택과 분양권 등이 포함돼 있다. 부모, 자녀가 보유한 주택과 각종 주택의 전세권은 주택 수에 포함하지 않았다. 부부가 공동명의로 소유한 주택은 1건으로 계산했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입법, 행정, 사법부 고위공직자들의 재산을 일목요연하게 검색할 수 있는 뉴스타파 고위공직자 재산 사이트에 2020년 3월 공개된 정기 재산변동 내역 자료를 업데이트했습니다. 이 사이트는 올해 공개된 2,390명을 포함해 연인원 33,000명 가량의 공직자 재산 정보를 제공합니다. 관보에 공개된 원문은 물론 여러 해에 걸친 공직자들의 재산 변화 추이를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이 사이트는 3만여 뉴스타파 후원회원의 후원회비로 제작, 운영되고 있습니다. 많은 이용 바랍니다.

제작진
취재김강민
디자인이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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