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도 법도 외면한 ‘쌍용차의 2000일 비극’

2014년 11월 14일 22시 45분

김무성의 오리발…“내용 잘 모른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쌍용차 해고무효확인소송 대법원 선고일 이틀 전이자 쌍용차 사태 2000일을 맞은 지난 11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찾았다. 이날 그를 특별히 찾은 이유가 있었다.

김 대표는 18대 대통령 선거 직전인 2012년 12월 10일,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으로 활동할 당시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한 종교인 원탁회의’에 나와 “정치권과 종교계 등이 머리를 맞대 협의 테이블을 구성하겠다. 국정조사는 대선 직후 첫 국회에서 열기로 방침을 정했다.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촉구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선거용 발언이었던 것이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김무성 대표를 만나 쌍용차 사태가 무려 2000일이 지나도록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대해 책임은 느끼지 않는지 물었다. 김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내용을 잘 모른다

대법원 “해고는 경영판단에 속해...존중해야”

다음 날인 13일 대법원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자 153명이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항소심 판결을 뒤집고 원심 파기환송 판결을 했다. 지난 2월 7일 서울고등법원이 쌍용차 측의 회계조작 사실 등을 인정해 해고자들의 손을 들어준 것과 정반대의 판단을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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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의 예상 매출수량을 누락하는 방식으로 회사의 자산의 가치를 실제보다 낮게 평가했다고 판단한 원심과 달리 대법원은 ‘미래에 대한 추정은 불확실성이 존재할 수 밖에 없으며 그 추정이 보수적으로 이뤄졌다 하더라도 합리성은 인정되야 한다’고 판단했다. 결국 정리해고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경영상의 위기가 있었다고 본 것이다.

또 항소심에서는 불충분했다고 판단한 쌍용차 측의 해고 회피 노력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볼 때 충분한 노력을 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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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끝까지 싸워 직장으로 돌아가겠다”

법이라는 최후의 보루를 잃은 쌍용차 해고자들은 참담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이창근 쌍용자동차노조 정책기획실장은 대법원 판결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별의 별 것을 다해 6년 간 싸워 왔는데 이제는 동료들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도 “해고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판결”이라며 그래도 “끝까지 싸워 직장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만난 또 다른 해직자 이현준 씨는 “승소하면 그간 고생한 가족들과 여행을 가려고 했으나 그 꿈을 이루지 못하게 됐다. 솔직히 이제는 길 위의 싸움을 정말 끝내고 싶었는데 그렇게 되지 못했다”며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파기환송심에서 희망을 가져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태욱 변호사는 “사측이 금감원과 짜고 1, 2심 과정에서 수차례 말을 바꾸는 등 거짓말을 해왔다”며 “2심 중반에 와서야 국회 청문회를 통해 밝혀진 조그만 단서들을 기초로 승소에 이를 수 있었는데,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해 파기환송심에서 다른 판단을 받겠다”고 밝혔다.

2009년 4월 쌍용자동차 측이 2646명에 대한 구조조정을 통보한 이후 현재까지 모두 25명의 쌍용차 해고 노동자와 가족들이 자살과 급성 질환 등으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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