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회] 변상욱 칼럼_조국없는 당신에게

2012년 05월 05일 06시 01분

지난 뉴스타파 13회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인터뷰를 보시고 많은 분들이 격분하신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그렇게 얘기할 문제가 아니죠. 인생을 그렇게 살면 안 됩니다.

공무원이 자기의 양심과 자기의 직무 사이에서 갈등을 느끼지 않을 때, 그때가 그 나라가 가장 위험한 때입니다. 그 순간부터 국민은 그저 숫자일 뿐입니다. 행정집행 대상일 뿐입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관련해서 자살자 22명? 뭐 1년에 자살하는 사람의 0.15%밖에 안 되는데 뭐. 광우병 발생? 에이 젖소 한 마리뿐인데. 수입 중단 약속? 뭐 기억도 잘 안 나고. 뭐 별 의미도 없는 약속이었는데, 이렇게 되는 거죠. 이런 사람한테 우리의 운명을 맡겼었다니, 그리고 도대체 이런 사람이 정부 조직 곳곳에 얼마나 많은 건지, 이런 생각을 하면 참 답답합니다.

교통부는요,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한반도 대운하는요, 경제성도 없고 실효성도 없어서 절대로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더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들어가서는 이명박 대통령 임기 내에 한반도 대운하를 완공시키려면 올 6월 달에 꼭 특별법을 만드셔야 하고, 범정부기구도 하나 만드시는 게 좋겠습니다, 딸랑딸랑, 이랬단 말이죠.

외교통상부는요, 하~ 노무현 정부 때는 영 미국의 비위를 못 맞춰가지고 삐그덕 거린 게 많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아예 반성문을 자진해서 써가지고 들어갔습니다. 다른 부처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죽했으면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원회에서 이 사람들을 두고 당신들이 새 대통령 뜻을 잘 따르겠다니까 반갑긴 한데 어떻게 당신들이 해오던 일을 그렇게 하루아침에 뒤집을 수 있냐, 참 당신들을 정말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다. 이렇게 핀잔을 줬겠습니까.

이 나라의 고위 관료, 하면 그래도 내로라하는 지식인입니다. 그리고 자부심을 가질 만한 전문가 집단입니다. 명예가 있을 거 아닙니까. 자기가 그 명예를 지켜야죠. 법대로 했다, 법에 저촉되는 바가 없지 않느냐. 법이 허락을 한다 하더라도 자기의 양심과 명예가 허락하지 않는 것이 있는 것입니다. 아 뭐 그런 일 없던데, 라고 한다면 그게 영혼이 없는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김종훈씨한테 묻더군요. 당신의 조국은 도대체 어디요. 이렇게 묻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아마 일을 시킨 국가는 있을지언정 조국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 이름을 한 번 부르면 가슴이 뛰고 두 번 부르면 코끝이 뜨거워지는 그런 조국. 글쎄요. 명예도, 불명예도 분간하지 않고 대충 사는데. 영혼도 없는데. 그런 조국이 뭐가 필요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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