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차떼기” 자금 5천만 원 어디에 썼을까?

2015년 02월 09일 23시 25분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과거 한나라당 불법 대선자금 사건과 관련해 무죄를 받기는 했으나 현금 5천만 원을 실제 받은 사실은 있는 것으로 뉴스타파 취재 결과 확인됐다. 돈을 받은 시점은 이 후보자가 서울 강남의 타워팰리스 아파트 매매 계약을 체결하기 한 달 전이었다.

이완구 총리 후보자는 지난 2004년 12월,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검찰이 지난 2002년 발생한 이른바 ‘차떼기’ 사건, 즉 한나라당의 불법 대선자금 사건을 수사하면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던 이완구 후보자도 함께 기소한 것이다. 이완구 후보자의 혐의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이었다. “차떼기”로 조성된 불법 대선자금을 받은 혐의였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이듬해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는다. 돈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었을까?

그렇지 않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당시 판결문에 따르면 지난 2002년 10월 19일, 대통령 선거를 두 달 앞두고 자민련에서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긴 이완구 후보자는 입당한지 불과 5일 만에 김영일 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에게서 현금 5천만 원이 담긴 쇼핑백 2개를 받는다. 하나는 본인이 챙겼고, 나머지 하나는 함께 당적을 옮긴 전용학 의원에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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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재판부는 “돈은 받았지만 불법 정치 자금인 줄 몰랐다”는 이완구 후보자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 과정에서 증인들의 증언이 번복됐고, 증거로 제출될 예정이었던 돈 수수 내역이 담긴 메모 등이 제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판부(서울 고등법원 사건번호 2005노 1928)는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도 “피고인이 보좌관을 통하여 받은 돈이 합법자금이라고 생각하였다면 보좌관을 통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전용학 측에 돈을 전달하였을 것임에도 굳이 자신의 집으로 전용학 본인을 오게 하여 5천만 원을 전달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5천만 원을 수수하면서 당에서 누구로부터 모금한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몰랐다고 하더라도 그 돈이 불법 정치자금의 일부이거나 이와 그 외의 자금이 혼화된 상태로 보관되어 있던 자금의 일부일 수 있다는 정을 알면서 이를 수수하였다고 볼 여지도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김영일 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역대 대통령선거에서 상당한 규모의 불법 정치자금이 동원되어 왔으므로 2002년 대선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는 것은 정치인이라면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이고, 중앙당에서 의원들이나 지구당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일일이 불법적으로 모금한 돈이라는 말을 직접 전하지는 않더라도 현금으로 지급하면서 영수증 등의 증빙서류를 요구하지 않는다면 이는 불법자금이라는 것 정도는 능히 짐작가능하다”고 진술했다.

그렇다면 이완구 후보자는 이 현금 5천만 원을 어디에 썼을까?

이 후보자는 불법 정치자금를 받고서 불과 한 달 뒤 인 2002년 11월 26일, 타워팰리스 2차 아파트 취득 계약을 체결했다. 매매가격은 무려 12억 6천만 원이다. 자금 출처에 대해 이 후보자는 충남 아산시 모종동 땅과 서울 강남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를 팔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2003년 공개한 재산내역을 보면 이 후보자가 신고한 매도가는 둘을 합쳐도 채 6억 원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머지 6억여 원은 어떻게 마련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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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는 이 후보자 측에 당시 재산신고 내역으로 봐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 타워팰리스 구입 자금 부족분 6억 원은 어떻게 마련했는지, 또 불법 정치자금 5천만 원은 어디에 사용했는지 등을 물었다. 이에 대해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준비단 관계자는 “모든 것은 청문회에서 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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