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가의 조세도피처 이용법] 한글라스 일가의 역외 신탁에 자산 숨기기

2022년 06월 07일 17시 56분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2021년 10월부터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함께 전 세계 14개 역외 서비스업체에서 유출된 조세도피처 데이터를 토대로 '판도라페이퍼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뉴스타파는 지난 5월 4일 ‘판도라 페이퍼스’ 시민참여 페이지를 공개한데 이어 판도라 데이터에서 한국 자산가들이 조세도피처를 활용하는 수법을 유형별로 취재해 보도합니다. 편집자 주
서울 강남 코엑스 앞에 있는 통유리 빌딩, 글라스타워. 한글라스(한국유리공업) 본사 건물이다. 한국유리공업은 1957년 이북 출신 사업가 3명이 공동 설립한 국내 최초의 유리 제조업체이다. 현재 국내 판유리 업계 2위 기업이다. IMF 당시 경영난을 겪다 프랑스 유리 업체 생고뱅에 지분이 매각되기 시작했고, 2005년에는 경영권이 완전히 넘어갔다. 이후 한 사모펀드를 거쳐 현재는 LX인터내셔널(전 LG상사)이 인수했다. 1960년대부터 상장사였지만 2018년 자진 상장폐지했다. 
뉴스타파는 이 회사 공동설립자 가운데 한 명인 고 이봉수 전 한국유리공업 회장의 삼남 이세헌 전 한국유리공업 부회장과 그 일가를 ‘판도라페이퍼스’ 데이터에서 발견했다. 
판도라페이퍼스 문서에 따르면, 이세헌 전 부회장은 한국유리공업이 프랑스 회사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영국령버진아일랜드(BVI)를 비롯한 조세도피처에 페이퍼컴퍼니 여러 개를 설립해 자산을 국외로 옮겼다. 싱가포르 국적을 취득한 이후엔 역외 신탁회사를 설립해 해당 자산에 대한 과세를 어렵게 만들었다. 

한국유리공업 오너 일가, 차명 지분 매각 후 조세도피처 페이퍼컴퍼니에 이전 의혹

세계 최대 역외서비스 업체 트라이덴트트러스트 내부 문서(2015년 12월)를 보면, 이세헌은 지난 2006년 BNP파리바의 저지(Jersey) 지사가 제공한 차명(nominee) 서비스를 통해 BVI에 '수비아나홀딩스'(Suviana Holdings Limited)와 '레나자인베스트먼트'(Renaza Investments Limited) 등 페이퍼컴퍼니 두 개를 소유했다. 
일반인이 열람 가능한 BVI 등기소 문서에는 수비아나홀딩스와 레나자인베스트먼트의 이사와 주주가 BNP파리바의 저지 신탁회사 등 역외 서비스회사로 돼있다. 그러나 트라이덴트 내부 문서에는 전혀 다른 사실이 적혀 있다. 두 회사 모두 실제 이사와 주주, 그리고 실소유자로 이세헌 전 부회장 부부 이름을 올려놓은 것이다. 수비아나홀딩스의 실소유자(Beneficial Owner, BO)는 이 전 부회장의 배우자 김 모 씨, 레나자인베스트먼트의 실소유자(BO)는 이 전 부회장으로 돼 있다. 두 회사 관련 연락처로는 영국인 회계사 피터 핀치라는 인물의 이메일이 적혀있다.
▲2015년 기준, 수비아나홀딩스의 이사로 BNP파리바 저지 신탁회사와 앤리신탁회사가 올라가 있다. 
▲트라이덴트트러스트 내부 문서에는 이세헌 전 한국유리공업 부회장 배우자 김모 씨가 주주로 기록돼 있다.
트라이덴트 문서에 따르면, 두 회사 중 '수비아나'는 사업활동이 없는 법인이지만 당시 복수의 글로벌 은행을 통해 미화 1500만 달러 상당의 담보가능자산(bankable assets)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또 다른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즈 자산운용을 통해 법인계좌를 개설하거나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돼 있다.
'레나자'는 BNP파리바, 바클레이즈, 싱가포르은행, 스탠다드차타드 프라이빗은행 부문 등을 통해 미화 3900만 달러 상당의 담보 가능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BNP파리바 자산운용 싱가포르지사에서 법인계좌를 개설하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돼 있다. 역시 사업활동이 없는 법인이라고 적혀있었다.
▲트라이덴트트러스트 내부 문서에 따르면, 싱가포르 NAI사가 프랑스 생고뱅사로 매각된 이후 대금은 이 전 부회장이 소유한 BVI에 위치한 두 개 회사로 들어갔다. 그리고 자금은 다시 이 씨 일가 소유의 신탁으로 흘러들어갔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서에는 "고객은 자산 구조조정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이 법인 밑으로 된 자산은 배분돼 새로 생길 신탁으로 편입할 계획"이라며 "임시적인 조치이며 바클레이즈가 새 이사와 차명 주주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돼 있다. 
문서에 따르면, 이 두 회사가 보유한 자산의 출처는 “한국 증시에 상장된 한글라스 지분 일부를 소유한 회사 '노스이스트아시아인베스트먼트'(Northeast Asia Investments Pte Limited, NAI)를 2005년 4월 6일 생고뱅에 매각한 수익”이라고 적혀 있다.  
▲트라이덴트트러스트 내부 문서에 따르면 자산의 출처는 “한국 증시에 상장된 한글라스 지분 일부를 소유한 회사 '노스이스트아시아인베스트먼트'를 2005년 4월 6일 생고뱅에 매각한 수익”이라고 적혀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노스이스트아시아(NAI)는 IMF 이후 한국유리공업 지분 상당 부분이 프랑스 생고뱅으로 넘어간 뒤 이 회사에 투자했던 싱가포르 회사이다. 이 회사는 2002년부터 2004년 말까지 한국유리공업(브랜드명 한글라스)의 2대 주주였다.  당시 언론보도를 보면, 이 회사는 2005년 4월 11일 생고뱅의 대주주인 소피앙의 계열사로 편입돼 특수관계자가 됐다.  
금감원 공시와 언론보도에서는 '외국계 투자법인'으로 되어있던 NAI는 그러나 이세헌 전 부회장이 관련된 회사였다. 트라이덴트트러스트 내부 문서를 통해 드러난 사실이다. 매각 지분 금액이 540억 원에 달했다는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2022년 6월 기준으로는, 소피앙과 생고뱅 관계자만이 이사 및 주주로 등재돼 있다.
정리하면, 한국유리공업 오너 일가 중 한 명인 이 전 부회장이 싱가포르 NAI사를 통해 한글라스 지분을 보유했다가 이를 프랑스 생고뱅에 매각했고, 그 대금인 미화 최소 5400만 달러, 우리 돈 541억 5120만원 (당시 환율 기준)을 두 곳의 조세도피처 페이퍼컴퍼니에 옮겨 놓은 것이다.

역외 신탁 회사 설립해 자산 숨겨

2018년 5월, 이 전 부회장 부부 실소유 BVI 회사인 수비아나와 레나자의 연락처로 명시돼 있던 영국인 회계사 피터 핀치는 또 다른 역외 서비스 업체 아시아시티트러스트에 이메일을 보냈다. 자신의 고객인 이 전 부회장이 신탁 관리 서비스를 아시아시티트러스트로 이전하고 싶어한다는 내용이었다.
아시아시티 서비스를 받고 싶다는 신탁은 이세헌이 뉴질랜드에 설립한 '홀리요크 트러스트'(Holyoke Trust)다. 설정자(Settlor)는 이 전 부회장, 수혜자(Beneficiary)도 이 전 부회장 부부와 자녀 3명이다. 홀리요크 설립 당시 이 신탁을 관리하고 여기 귀속된 자산의 법적 소유권을 갖는 수탁회사는 '아벨타스만 신탁회사'였는데 이 전 부회장 측 요청으로 같은 해 10월 아시아시티로 수탁회사를 교체했다. 
아시아시티 내부 문서에는 홀리요크 트러스트의 자금 출처 역시 “한글라스(전신 한국유리공업)의 가족 지분 매각 대금에서 나왔다”고 적혀있다. (Wealth was derived from the sale of family stake in Hanglas (formerly known as Hankuk Glass Industries)) 또, “이[신탁] 구조에 정착될 자금은 이 매각에서 비롯됐다”고 설명돼 있다. (The funds settled into the structure originates from the sale.)
아시아시티에 제출된 홀리요크 트러스트 구조도에 따르면, 이 신탁은 뉴질랜드 법인 '에모리홀딩스'(Emory Holdings Limited)를 소유하고, 에모리홀딩스는 싱가포르 회사 '아이오타 인베스트먼트'(Iota Investments Pte Limited)를 소유한다. 아이오타 인베스트먼트는 싱가포르 회사 '아베크'(AVEQ Pte Limited)를 지배하고 한국 회사 '에스지티'(SGT)에 사모펀드 방식으로 지분을 보유했다. 
이 신탁 지배구조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아베크는 말레이시아에 부동산을 매입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라고 기록돼 있고, 에스지티 지분 투자의 대가로 이 회사가 2008년 1월 기준 독일 쇼트유리의 유리제품을 한국으로 수입판매하는 유통권을 갖게 된다고 적혀 있다. 
▲홀리요크 트러스트 구조도 원본
▲홀리요크 트러스트 구조도
뉴스타파 취재 결과, 에스지티라는 회사는 과거 한국유리공업 소유였던 인천 동구 만석동 일대 한 토지를 주소로 2005년 11월 설립됐다. 그리고 에스지티는 2017년까지 독일 쇼트유리의 유리제품을 한국으로 수입한 물류기록이 남아있다. 현재 해당 주소지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업체 대표가 처음 건물을 올린 시기가 2017년 10월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에스지티가 해당 땅에 주소지를 두고 물류 사업을 한 것은 2017년 가을까지인 것으로 추정된다.  
종합해 보면, 2008년 1월 유리제품 유통권이 생긴 이후 2017년 가을까지 이 회사가 쇼트유리 제품을 수입·유통하며 얻는 수익 중 이 전 부회장이 투자한 지분만큼이 국경을 넘어 홀리요크 신탁이 소유한 아이오타인베스트먼트로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전 부회장 일가 실소유의 수익이지만, 법적으로 신탁의 주인은 역외 서비스회사이기 때문에 이 씨 개인으로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구조가 된다. 
이 회사의 대표이사 등 임원 중 일부는 이 전 부회장 삼형제가 경영했던 한국유리공업과 그 계열사, 그리고 벤처투자회사 에스엘인베스트먼트의 전현직 임원으로 드러났다.
한편, 홀리요크 트러스트 외에도 이 전 부회장 일가가 설립한 다른 신탁이 존재할 가능성 또한 제기된다. 2008년 2월 기준 BVI 회사 수비아나의 주주 명단에 따르면 “로 트러스트라는 역외 신탁회사가 에모리 트러스트의 수탁회사로서”(Law Trust Limited as Trustee of The Emory Trust) 이 회사 주식을 1주 보유한 주주로 올라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이 구조에 포함된 페이퍼컴퍼니와 신탁회사 이름을 지은 방식 또한 흥미롭다. 홀리요크 신탁의 수혜자 한 명인 이세헌 부부 막내 딸이 졸업한 대학교가 미국 마운트홀리요크대학교이다. 이 학교 이름을 따 신탁 이름을 지은 것으로 보인다. 또 에모리 홀딩스와 에모리 트러스트라는 이름은 차남이 졸업한 미국 에모리대학교 이름을 따온 것으로 추정된다. 

화려한 인맥의 회계사 조력받아 자산 설계

한국유리공업 지분을 소유한 싱가포르 법인을 매각하고, 그 대금 수백억원을 조세도피처에 세운 페이퍼컴퍼니로 옮긴 뒤, 그 돈을 다시 뉴질랜드 신탁과 또 다른 페이퍼컴퍼니로 이전하는 구조는 누가 설계해 줬을까? 
BVI 페이퍼컴퍼니 수비아나와 레나자 관련 문서에 따르면, 이 두 법인의 실소유주 이세헌 전 부회장 부부의 대리인 피터 핀치 회계사가 이 같은 구조를 설계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싱가포르 NAI사 직원이었다는 기록도 있다. 
핀치는 과거 바클레이즈와 BNP파리바 자산운용부문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또 역외 업계에서 화려한 인맥을 쌓은 것으로 보인다. 수비아나와 레나자 문서에는 "셀윈 하스와 업무적, 개인적으로 매우 가까운 사이"라고 기록돼 있다. 하스는 세계 최대 역외서비스 업체인 트라이덴트트러스트 오너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이세헌 전 부회장과도 여전히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핀치는 이 전 부회장이 2020년 말 기준 최대주주였던 국내 벤처투자회사 에스엘인베스트먼트에 현재 ‘기타비상무이사’로 올라가 있다. 또 이 전 부회장 장남이 싱가포르와 한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벤처투자회사 '씨47투자'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자산 소유 구조를 여러 단계로 복잡하게 설계하는 이유

이 전 부회장이 트라이덴트와 아시아시티에 제출한 자료대로라면, 그는 한국유리공업 지분 매각 대금인 약 5400만 달러(한화 약 541억원)뿐만 아니라 에스지티와 아베크 같은 회사를 통해 얻는 수익 또는 자산을 뉴질랜드 신탁을 통해 소유하게 된다. 그는 왜 자산 소유구조를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설계했을까? 
아시아시티 내부 문서에는 "상속 계획, 승계 계획, 자산 보호, 배우자 및 자녀와의 유언 공증 절차 회피 목적"(Estate planning, succession planning, asset protection and avoidance of probate with the Settlor, his wife and children as beneficiaries.)이라고 적혀 있다. 전 세계 수퍼리치들이 조세도피처에 수익신탁을 설립하는 이유와 일치한다. 
이 신탁에 귀속되는 자산의 ‘최종 저수지’(final repository)는 세이브더칠드런 영국 본부로 설정돼 있었다. 아시아트러스트는 해당 문서에서 "자산 분배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기술적으로 기입하는 사항이며, 자선 단체 이름을 입력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현금이나 자산을 개인 명의나 법인을 통해 소유하게 되면 조세 부과 대상이 된다. 법인을 설립하면 신고하도록 돼 있고, 나라마다 정도는 다르지만 이사ꞏ주주ꞏ실소유주 등 정보의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이 자신의 자산 소유권을 신탁으로 옮겨 놓으면 이 사람은 그만큼의 납세 의무에서 벗어나게 된다. 신탁의 법적 소유권이 수탁자로 넘어간 이후이고, 신탁이 보유한 자산의 실소유자인 수혜자(Beneficiary)는 회사나 법인의 실소유자처럼 신고나 등록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탁자는 주로 아시아시티 같은 역외 서비스업체가 담당한다. 
이 전 부회장이 설립한 ‘취소불가 신탁’(Irrevocable Trust)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설정자인 이 씨 입장에서는 생전에는 개인 소득세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고, 이 씨 사후에는 배우자와 자녀들은 유산세, 상속세 부담이 적어질 것이다. 이혼, 사업체의 파산 등의 경우에 따르는 금전적인 책임도 피할 수도 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조세도피처 페이퍼컴퍼니 여러 곳과 신탁까지 복잡한 구조를 설계해 자산을 숨긴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질의하기 위해 이 전 부회장과 배우자, 장남에게 전화와 이메일로 수차례에 걸쳐 접촉했으나 이 전 부회장 측은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아시아트러스트 내부 문서에 따르면, 이 전 부회장 가족은 모두 해외에 거주하고 있다고 기록돼 있다. 2018년 기준, 부부와 막내 딸은 싱가포르 국적을 보유하고 있었다. 장남과 차남은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고, 장남의 사업체는 한국에 지점을 내고 투자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전 부회장 본인도 자신이 지분을 다량 소유했던 싱가포르 법인 NAI를 생고뱅에 매각한 이후 2012년까지 국내 벤처투자회사 에스엘인베스트먼트의 대표이사 등을 역임하며 국내에서의 경영활동을 이어갔다. 에스엘인베스트먼트는 이 전 부회장 삼형제가 똑같이 공평하게 지분을 갖고 있던 회사이지만 2020년 감사보고서상 이 전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기록돼 있다.
2005년 싱가포르 NAI 지분을 매각한 당시 이 전 부회장이 소득세를 냈는지, 또 싱가포르 국적을 취득한 이후 에스지티 지분 등을 통해 국내 소득이 있다면 과세가 됐는지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다이아덴트' 오너 일가도 해외 신탁 소유

뉴스타파는 한글라스 일가 외에도 판도라페이퍼스 데이터에서 해외에 신탁을 설립해 자산을 해외에 옮겨놓은 또 다른 사례를 발견했다.
치과 치료에 필요한 의료기기와 재료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다이아덴트 오너 일가다. 이 회사는 1985년 유무종 회장이 설립해 2009년부터는 아들인 유재훈이 대표를 맡아 경영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연매출 171억원을 기록했고 129개국으로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유 회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지난해까지 아름다운재단, 서울대 중앙도서관 등에 수차례 기부를 하며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한 인물이다.
역외 서비스 업체인 아시아시티트러스트 내부 문서에 따르면, 유 회장은 지난 2014년 홍콩의 한 법무법인을 통해 아시아시티와 접촉해 두 개 신탁의 설립 절차를 진행했다. 조세도피처인 쿡아일랜드에 ‘비즈니스 트러스트’(Business Trust), 싱가포르에 ‘파이낸셜 트러스트’(Financial Trust)다.   
두 개 모두 설정자는 유 회장이고 신탁의 법적 소유자인 수탁자(Trustee)는 아시아시티가 맡았다. ‘비즈니스 트러스트’의 수혜자는 유 회장 부부와 아들 유 대표였고, ‘파이낸셜 트러스트’의 수혜자는 유 회장 배우자와, 유 대표 그리고 유 대표가 지명하는 사람으로 기록돼 있다. 
문서에는 신탁의 설립 목적으로 “승계 계획과 미래의 예측 불가능한 소유권 주장으로부터의 자산 보호”(Succession planning and wealth protection against unforeseeable claims in the future)라고 적혀 있다.
아시아시티 문서에 포함된 신탁 구조도를 보면 두 개 신탁은 유 회장이 다이아덴트 제품의 생산ꞏ수출을 맡는 법인들을 소유한 조세도피처 페이퍼컴퍼니를 거느리도록 설계돼 있다.
유 회장은 당시 이미 ‘월드디렉션’(World Direction Limited)이라는 역외 법인을 소유했고, 이 회사는 또 조세도피처 BVI 법인 ‘빅웨이브 월드와이드’(Big Wave Worldwide Limited) 지분 전량을 보유했다. 그러다 2014년 쿡아일랜드에 ‘비즈니스 트러스트’ 신탁을 설립하며 ‘빅웨이브’를 신탁 밑으로 편입시켰다. 
▲비즈니스 트러스트 구조도 원본
▲비즈니스 트러스트 구조도
아시아시티 데이터에서 발견된 ‘비즈니스 트러스트’ 신탁 구조도에 따르면, 이 신탁 밑으로 들어간 BVI 회사 ‘빅웨이브’는 중국 베이징과 천진에 각각 위치한 다이아덴트 현지 회사 두 곳(Beijing Dayading Medical Appliance Co., Ltd., Tianjin Diadent Co., Ltd.)과 네덜란드 회사 ‘다이아덴트 유럽’(DiaDent Europe B.V.)를 소유한다. 매년 세 회사가 창출한 수익 중 ‘빅웨이브’가 보유했던 지분에 상응하는 수익이 BVI 법인를 거쳐 쿡아일랜드에 설립된 유 회장 일가의 ‘비즈니스 트러스트’ 신탁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한편, 유 회장은 아시아시티를 통해 싱가포르에 ‘파이낸셜 트러스트’ 신탁을 하나 더 설립했다. 그리고 자신이 기존에 운영해오던 또 다른 BVI 페이퍼컴퍼니 ‘게이닝그룹’(Gaining Group Limited)을 이 신탁에 매각했다. ‘게이닝그룹’은 유 회장이 다이아덴트 경영을 통해 벌어들인 자금을 이체해 놓은 줄리어스베어은행에 계좌 포트폴리오를 보유했다고 기록돼 있다. 줄리어스베어는 스위스 5대 은행 중 한 곳이다.
▲파이낸셜 트러스트 구조도 원본
▲파이낸셜 트러스트 구조도 
정리하자면, 유 회장은 과거부터 조세도피처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자산과 해외 법인을 운용하다가 2014년 무렵 신탁 두 곳을 설립해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두 개 신탁은 이름대로 각각의 기능이 뚜렷했다. ‘비즈니스 트러스트’ 신탁은 다이아덴트 해외 법인을 소유하고 ‘파이낸셜 트러스트’ 신탁은 유 회장 소유의 해외 계좌를 소유하는 역할을 했다.
뉴스타파는 유 회장이 조세도피처에 개인 소유의 페이퍼컴퍼니와 신탁을 설립해 운용한 목적이 무엇인지 질의했다. 
다이아덴트 측은 유 회장이 1992년 캐나다로 이민한 후 그곳 영주권자로서 만든 사업 구조라며, 현재는 고령으로 소통이 불가능한 상태라 취재진의 질의에 직접 답할 수 없다고 전해왔다. 아들인 유 대표는 이런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그리고 2015년에서 2020년 사이 캐나다와 한국 조세당국에서 두 차례 세무조사를 통해 소명하고 일부 세금 추징 조치를 받았다고 전했다.
제작진
그래픽이도현,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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