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조선일보 기자의 기사 작성법

2022년 11월 30일 11시 00분

조선일보가 4대강 녹조 문제에 대해 사실을 날조하는 왜곡 기사를 잇따라 쓰고 있다. 조선일보 기자는 자신의 의도와 맞지 않은 취재원의 답변을 무시하고, 심지어 인터뷰이가 실제로 한 말과 정반대의 말을 했다고 기사를 쓰는 날조를 거듭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선일보의 허위 기사를 국정감사장에서 근거로 사용했고 4대강 찬성단체 회원들은 조선일보 허위 기사를 근거로 학자와 언론인들을 고발했다. 기사의 허위가 명백히 드러났지만 조선일보 기자는 취재원들의 항의와 정정 요구를 모두 묵살하고 있다.  

'불신 1위' 조선일보의 4대강 녹조 관련 허위 날조 기사 퍼레이드   

조선일보는 영향력이 크지만 동시에 불신도 많이 받는 언론이다. 올해 기자협회가 1천 명의 회원을 대상으로 한 ‘가장 불신하는 언론사가 어디냐’고 묻는 설문조사에서, 42%의 기자들이 조선일보를 꼽아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조선일보가 무리한 기사를 쓰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4대강 녹조 문제에 대한 보도는 무리의 정도가 질과 양 두 측면에서 모두 심각하다.
조선일보는 지난 10월 5일부터 11월 11일까지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12건의 녹조 관련 기사를 실었는데, 특이한 것은 이 기사들이 대부분 한 녹조 연구자와 그의 연구 결과를 보도해온 대구MBC에 대한 비난 기사였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녹조 연구자와 대구MBC가 ‘녹조 괴담'을 퍼트린다고 비난했다. 그 비난은 이주환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에 의해 증폭됐고, 4대강 찬성단체 회원들이 녹조 연구자들과 언론인, 환경단체 활동가를 고발하는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문제는 조선일보 기사의 상당수가 편향된 이념 잣대로 쓰여진 왜곡 기사였을 뿐 아니라 일부는 아예 사실을 날조한 기사였다는 점이다. 
조선일보는 녹조 연구자와 대구MBC를 공격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어디서 떴는지도 모른다'는 수돗물 시료, 대구시 상수도본부가 제공

2022년 7월 대구MBC는 대구시 정수장에서 정수된 물을 남세균(녹조) 독소 전문가인 이승준 부경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미생물전공)에게 맡겨 분석했다. 그 결과 맹독성 남세균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최고 0.28PPB 검출됐다. 0.28PPB는 미국의 6세 이하 아동 기준치인 0.3PPB에 근접하는 수치였고, 이로 인해 수돗물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 때까지 환경부는 수돗물에서 남세균 독소는 절대 나오지 않는다고 장담해왔기 때문에 논란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조선일보는 대구MBC의 보도를 괴담으로 보도했다. 조선은 우선 ‘정수한 물에서는 남세균 독소가 나올 수 없다’고 규정한 뒤 이승준 교수의 실험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수돗물 시료를 대구MBC가 전달했다는 점을 들어 ‘시료의 객관성을 확보하지 않았다'고 했다. “실험에 쓰인 물이 정수장에서 떠온 것인지조차 연구팀이 증명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하지만 시료를 떠서 준 것은 대구시 상수도본부였고 대구MBC는 시료를 받아 이승준 교수와 사전에 약속한 방법대로 안전하게 전달했을 뿐이었다. 시료를 정수장에서 떠온 것은 당연히 '증명할 수 있는 사실'이었다.
조선일보의 보도 후 대구MBC 심병철 기자가 오보를 정정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박상현 조선일보 환경 담당 기자는 이를 거부했다. "이승준 교수가 '대구MBC가 전달했다'고 했으니 기사에는 문제가 없다"는 이유였다. ‘기사가 진실이 아니어도 취재원이 한 말을 쓴 것이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 박 기자의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박 기자의 이런 태도는 본인의 착각과 결합해 대형 오보를 낳게 된다.

국립환경과학원, 엉뚱한 사진 보고 ‘남세균 아니다' 판단

수돗물에서 남세균 독소가 나온 것을 보도하자, 대구MBC에는 가정집에 설치된 수도꼭지 필터에 녹조로 보이는 연두색 물질이 낀다는 제보가 여러 건 들어왔다. 대구MBC는 이 필터 중 하나를 이승준 교수팀에 맡겨 분석했다. 이 교수는 유전자 분석을 통해 필터에서 독소를 배출하는 남세균 유전자가 발견됐다고 했다. 한편 대구시 상수도본부는 다른 필터를 수거해 현미경으로 분석했고, 인체에 무해한 녹조류인 코코믹사였다고 발표했다. 필터에는 녹조류든 남세균이든 같이 존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대구MBC는 대구시 상수도본부가 현미경으로 필터를 관찰하는 모습을 촬영했다. 그 뒤 대구MBC가 방송으로 보도한 기사를 인터넷 기사로 만들어 올렸는데, 이 때 대구시 상수도본부가 현미경 관찰을 하는 장면이 3장의 사진 중 하나로 들어갔다. 사진에 ‘대구시 상수도본부가 분석하는 장면'이라는 설명이 없었기 때문에 자칫 이승준 교수의 분석 장면으로 오인될 가능성이 있었다. 실제로 사진을 이상하게 생각한 대구시 측의 문의가 있었고, 대구MBC는 며칠 뒤 해당 사진을 기사에서 삭제했다.
네모 안의 사진은 조선일보 보도 사진, 네모 밖은 대구MBC가 상수도본부에서 촬영한 장면.
그런데 사진이 삭제되기 전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실이 그 사진을 캡처해서 국립환경과학원(이하 환경과학원)에 분석을 의뢰했다. 분석을 의뢰받은 환경과학원은 대구MBC나 이승준교수 측에 문의하지 않은 채 사진만을 보고 ‘남세균이 아니라 녹조류'라고 답변했다.
환경부와 국민의힘이 이승준 교수의 분석 결과가 남세균이 아닌 녹조류라고 판단하게 된 순간이었다. 이승준 교수는 세계적인 남세균 연구의 거점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10년 동안 남세균을 연구하고 돌아온 최고 전문가 중 하나다. 그가 ‘유전자 분석을 통해 남세균 유전자를 발견했다'고 밝혔음에도 환경과학원은 기사에 삽입된 엉뚱한 사진 한 장을 근거로 이 교수가 잘못된 분석을 했다고 결론내린 것이다. 
이주환 의원실은 대구MBC 인터넷 기사의 사진을 과학원에 보내 문의했고, ‘남세균이 아니다'는 답변을 받았다.

조선일보의 '오보 메커니즘' : 유리한 답변만을 취사 선택 

이주환 의원실로부터 환경과학원의 답변을 입수한 조선일보 박상현 기자는 이승준 교수를 취재한다. 이승준 교수에게 두 개의 이미지, 즉 1) 환경과학원이 분석한 사진과 2) 대구MBC의 기사 링크를 보내면서 ‘과학원이 이 교수 분석 사진이 남세균이 아니라고 한다'며 이 교수의 입장을 확인하려 했다. 이 교수는 이 가운데 2) 대구MBC 기사 링크의 썸네일에 있는 사진을 보고 ‘저희 쪽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조선 기자는 이 교수가 1) 환경과학원이 분석한 사진, 즉  MBC가 분석한 대구 상수도본부 분석 사진을 보고 한 답변이라고 착각한다. '이 교수가 녹조류를 남세균이라고 잘못 분석했다'는 대형 오보가 잉태된 순간이다. 
그러나 오보가 방지될 기회는 있었다. 조선일보 박상현 기자는 이승준 교수에 이어 대구MBC의 심병철 기자를 취재했다. 대구MBC 심병철 기자는 박상현 기자가 보내 온 사진을 보고 ‘그건 우리 게 아니고 상수도본부 검사 장면'이라고 답변했다. 예상치 못한 답을 들은 조선 기자는 “우리 게 아니다 라는 건 무슨 말씀이세요?’라고 물었고, 심병철 기자는 다시 ‘대구시 자료'라고 분명히 답했다.
크로스체크 과정에서 취재 의도와 전혀 다른 답변이 나온 순간, 이 때 조선일보 박상현 기자는 자신이 이승준 교수의 답변을 오해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야 했다. 심지어 그날 대구MBC는 대구 상수도본부에서 현미경 관찰을 하는 상황이 담긴 뉴스도 방송을 했다. 그 뉴스를 박 기자가 확인했다면 대형 오보를 피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믿음을 고수하는 쪽을 선택했다.  
대구MBC 기자는 해당 사진이 대구 상수도본부 사진이라고 정확히 답했지만, 조선일보 기자는 무시했다.

오보 항의에 대처하는 조선일보 기자의 자세 : 잘못된 취재 고집하며 책임 회피

국정감사 하루 전인 10월 20일 조선일보는 [국립환경과학원 “MBC, 무독성 물질을 ‘남세균’으로 둔갑…수돗물 공포감 조성] 기사를 보도했다. 국가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이 ‘MBC라는 언론사가 무독성 물질을 남세균으로 둔갑시켜 수돗물 공포감을 조성한다고 선포했다’는 무시무시한 기사였다. 조선일보가 그동안 여러 차례 그랬듯이 엄연히 다른 법인인 대구MBC를 그냥 ‘MBC’라고 표현하는 수법으로 범 여권의 ‘MBC 때리기'에 편승한 것은 '덤'이다.
그러나 물론 이 기사는 오보였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조선일보 박상현 기자는 자신의 착각에 의해 잘못 이해된 이승준 교수의 답변만을 인용했고, 이를 바로잡은 대구MBC 심병철 기자의 답변은 인용하지 않았다. 보도를 본 심병철 기자는 박상현 기자에게 ‘박 기자, 국립환경과학원이 근거로 든 사진은 우리가 촬영한 게 아닙니다'라고 항의한다. 대구 상수도본부에서 해당 장면을 촬영하는 영상도 보내주며 확인해보라고 한다.
그러자 박 기자는 ‘이승준 교수가 본인이 촬영한 것’이라고 답변했다는 사실을 내세우며, ‘이승준 교수에게 이야기하라'고 말했다. 보다 확실한 근거에 의해 자신의 취재가 부정당한 상황에서, '어쨌든 취재원이 그렇게 답변했다'며 취재원에게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그마저도 자신의 착각에 의해 취재원의 답변을 잘못 이해한 것이었는데도 말이다. 
이때라도 조선 기자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오보를 정정했다면, 그리고 그 사실을 자신에게 ‘남세균이 아니다'는 자료를 준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에게 알렸다면 다음 날 국정감사장에서 일어난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환경부 장관과 국립환경과학원장, 오보 근거로 ‘남세균 아니다'

10월 21일 국정감사가 시작되자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수돗물 필터에서 나온 것은 남세균이 아니라고 확언했다. 국민의힘 측은 대대적인 공세를 취했다. 이주환 의원은 환경부 장관에게 ‘허위사실 유포, 업무방해' 등 책임을 물으라고 요구했다. 장관은 ‘보고드리겠다'고 화답했다. 이승준 교수와 대구MBC를 완벽하게 옭아맬 준비가 된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가 시작되자 국민의힘과 환경부의 확신은 간단히 무너졌다. 문제의 사진이 이승준 교수가 분석한 사진이 아니라는 사실, 다시 말해 ‘대구MBC가 대구 상수도본부의 현미경 관찰 장면을 촬영한 사진’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최소한의 확인 없이 과학원답지 않은 어설픈 판단을 한 환경과학원장은 자신들이 잘못된 사진을 토대로 잘못된 판단을 했다는 것을 현장에서 인정했다. 이수진 의원은 국정감사장에서 위증을 한 혐의로 환경부장관과 환경과학원장을 고발할 것을 요청했다.
이 사태는 국정감사장에서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환경부와 국민의힘, 조선일보가 얼마나 전문가의 연구 결과를 자신들의 편향적인 생각으로 재단하고, 그 결과 부끄럽기 짝이 없는 판단 미스를 범했는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었다. 이쯤 되면 조선일보는 오보를 인정하고 기사를 내려야 했고, 허위사실 유포 운운한 국민의힘도 이승준 교수와 대구MBC에 사과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물으려 하는 전도된 행태를 보이기 시작했다.

적반하장... 오보 책임 회피 기사마저 '단독' 장사 

조선일보는 국정감사 이후인 10월 26일 또 대구MBC를 비난하는 기사를 썼다. ‘대구MBC가 정보를 잘못 제공해서 이 사태가 일어났다'는 취지였다.
전말은 이렇다. 대구MBC가 인터넷에 대구시 상수도본부 사진이 포함된 기사를 올리자, 대구 상수도본부에서는 자신들의 분석 사진과 비슷한 사진이라고 판단해 대구MBC에 문의했다. 대구 MBC 기자는 인터넷 기사에 해당 사진이 올라간 것을 알지 못했던 상태였고, 이에 따라 ‘사진은 이승준 교수 분석 장면'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바로 이 대답이 이후에 이어진 국립환경과학원의 오판과 국정감사에서의 해프닝을 만들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명시적 인정은 하지 않았지만 자신들의 오보 역시 이 답변 때문이라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조선일보의 주장이 입증되려면 연결 고리가 하나 더 필요하다. 즉, 1) 대구MBC로부터 대구시에 전달된 잘못된 정보가 2) 대구시로부터 다시 환경과학원까지 전달이 되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두 번째 연결 고리는 사실 존재하지 않았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국립환경과학원의 담당 과장과 연구원은 "21일 국정감사장에서 사진 출처 논란이 나오기 전에는 대구시에 해당 사실을 문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마치 이 두 번째 연결고리가 있는 것처럼 기사를 썼다. "대구MBC가 대구시에 밝힌 ‘이승준 교수팀 촬영본’이란 설명에 따라 국회 요청으로 사진을 분석한 과학원…"이라는 표현이 그것이다. 환경과학원이 대구시에 접촉해 ‘대구MBC가 밝힌 이승준 교수팀 촬영본'이라는 정보를 확인했다는 의미다. 그랬다면 과학원은 충분한 확인을 거친 것이 되고 잘못은 대구MBC 측으로 넘어가게 된다. 조선일보는 이 주장을 좀 더 구체적으로 하기 위해 실제로는 있지도 않았던 사실에 '날짜'를 박아 넣는 과감한 시도를 하기도 했다. “14일 국립환경과학원은 대구시로부터 해당 사실을 확인한 후 분석에 착수..."라는 표현이다. 
뉴스타파 취재진이 ‘무슨 근거로 그렇게 썼느냐’고 묻자 박상현 조선일보 기자는 엉뚱한 답변을 했다. “본문에는 썼던 '국회'라는 표현이 사진 설명에서 빠졌었네요. 말씀주셔서 감사합니다.” 잠시 뒤 해당 표현은 조선닷컴의 기사에서 통째로, 순식간에 삭제됐다. 그러나 기사 본문에는 "대구MBC가 대구시에 밝힌 ‘이승준 교수팀 촬영본’이란 설명에 따라 국회 요청으로 사진을 분석한 과학원"이라는 표현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이렇듯 조선일보는 사실을 날조해 남세균 사진 소동을 대구MBC 탓으로 돌리려 했다. 심지어 여기에도 '단독' 타이틀을 달았다. 대형 오보의 책임을 떠넘기면서, 또다시 사실을 날조해 '단독' 기사를 만들어내는 놀라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자사의 오보를 남의 탓으로 돌리려 한 이 기사에서조차 ‘오보'라는 표현은 전혀 쓰지 않았다. 대구MBC 기자로부터 정확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오보를 했다는 사실도 감췄다. 반면 이승준 교수의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는 말을 중간 제목으로 써서 오보의 원인이 이승준 교수의 착오라는 인상을 줬다. 실제로는 이 교수가 아니라 기자의 착오로 시작된 일이었다. 

조선, 거짓말 또 거짓말 

이쯤 되면 오보 행진을 중단할 만도 한데 조선일보는 멈추지 않았다. 위 기사를 쓴지 하루 뒤 [단독] 또 MBC 거짓말…대구상수도본부 “현미경 사진 제공한 적 없다”라는 기사를 냈다. 기사의 내용은 “대구MBC가 ‘대구 상수도본부가 현미경 사진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는데 상수도본부에서는 제공한 적이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 기사 역시 ‘날조’ 범주에 드는 기사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구MBC는 그런 주장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구MBC는 해당 사진이 상수도본부 분석장면을 촬영한 것이라는 점을 충실히 보도했다.
심지어 조선은 이 기사에서 ‘야당이 국감장에서 대구상수도본부가 제공했다며 과학원을 질타했다고도 했는데, 사진 출처를 처음으로 밝힌 이수진 의원은 ‘대구 MBC가 대구시 상수도본부에 가서 여러 검사 장면 촬영한 것 중 하나’라고 정확히 밝혔다. 야당 의원들을 통틀어 해당 사진을 ‘대구 상수도본부가 대구MBC에 제공했다'고 주장한 경우는 없다. 
조선일보는 ‘또 MBC가 거짓말을 했다'고 보도했지만 기사의 전제가 사실이 아니었다.
도대체 왜 조선일보는 이런 뜬금 없는 주장을 하며 사실상 날조된 기사를 쓴 것일까? 이 기사 보도 후에도 대구MBC 심병철 기자는 박상현 조선일보 기자에게 항의했다. “우리가 언제 코코믹사 사진(대구 상수도본부 촬영본)을 대구 상수도본부가 제공한 사진이라고 했나요? 우리가 촬영했다고 보도했는데…”라고 묻자 조선 기자는 기사의 근거는 말하지 못하고 “이주환 의원실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라고 했다.
이 답변으로 추정해보건대 조선 기자는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실로부터 해당 사실을 듣고 기사에 쓴 것으로 보인다. 또 그는 기사에 쓴 사실이 팩트가 아니어도 '이주환 의원실이 말했다'는 것만으로도 기사에 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승준 교수의 답변 때와 마찬가지로 박상현 기자는 거짓 기사를 쓰고도 취재원이 한 말을 옮긴 것만으로 면책이 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셈이다.
박 기자는 대구MBC 기자가 ‘악의적 오보'라며 질타하자 해명 대신 악담을 했다. “악의적 오보는 수돗물 안전에 공포감을 심어주는 광우병 사태 시즌2로 MBC에서 자행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또 “(대구MBC 보도가) 4대강 보 해체라는 좌파 주장의 근거로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4대강 보 해체 주장의 근거가 되는 보도는 사실을 날조해 비난해도 괜찮다는 뜻일까? 

"하지 않은 말 끼워넣고 한 말은 반대로 보도" 인터뷰마저 왜곡

조선일보 박상현 기자의 왜곡 보도는 계속됐다. 다음 기사는 이승준 부경대 교수 인터뷰였다. 박 기자는 부산으로 직접 내려가 이 교수를 인터뷰했다. 이 교수가 웃는 사진도 기사에 실었다. 그러나 내용은 전혀 이 교수가 웃을 만한 것이 아니었다.
제목은 [단독] ‘수돗물 남세균’ 교수 “대구MBC가 ‘검출’ 부분만 부각해 보도”였다. 이승준 교수가 대구MBC를 비난하는 뉘앙스다. 이 교수가 “대구MBC가 과학적 맥락 없이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결과만 조명하다보니 마치 수돗물이 위험한 것처럼 보도된 것 같습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돼있다. “연구 의도나 목적과 다르게 연구결과가 보도됐다”, “녹조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 방송사 측 시료 분석에 임했는데, 연구 결과가 본래 의도와 다르게 ‘수돗물 위험성’ 등 다른 주장의 근거로 쓰이고 있었다” 등 대구MBC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어요. 아니 왜냐하면 제가 엄청 조심했거든요. 이 분하고 인텨뷰 하면서…제가 과학적 맥락 없이 이 말은 절대 안 해요. 저는 이런 말을 쓰지 않기 때문에...

이승준 교수 /대구MBC와의 인터뷰 중
이승준 교수는 왜 조선일보 박상현 기자를 만났을까? 이 교수는 ‘낙동강의 녹조 발생이 굉장히 심각하고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인데 그 문제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수돗물에 대한 독소 기준치가 너무 높은데 이를 낮추는 것에 대해서도 부탁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뉴스타파가 입수한 조선일보 기자와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이승준 교수가 강조해서 말하고 있는 위 내용이 기사에는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박 기자는 인터뷰이의 말을 정반대로 보도하기도 했다. 이승준 교수는 박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실험에서 나온 수치가 ‘정량한계 이상’이라고 일관되게 설명했는데, 조선일보는 이를 ‘정량 한계값 이하'로 왜곡해 보도했다. ‘정량한계 이하’란 이승준 교수가 검출한 남세균 독소의 양이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는 낮고 부정확한 양이라는 뜻이다. '정랑한계 이상'을 '정량한계 이하'로 바꿔 쓴 부분은 다섯 군데에 달한다. 
박상현 기자는 환경부의 주장을 대변해 이 교수의 검출 수치가 '정량한계 이하'라고 주장한 것으로 보이는데, 기자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인터뷰 기사에서 인터뷰 대상 전문가의 생각을 임의로 정반대로 조작해 표현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최소한 기자 자신이 어떻게 전문가와 생각이 다른지 설명하고 전문가의 말은 그대로 기사화했어야 했다. 
조선일보 박상현 기자가 자신의 생각을 마치 이 교수의 생각인 것처럼 표현한 것은 더 있다. 기사에 ‘미세먼지'관련 대목이 있는데, 이것은 이 교수에 따르면 조선 기자가 한 말인데 이 교수 말로 따옴표 안에 쓰였다. 
뉴스타파는 조선일보 박상현 기자가 이같은 자의적 인용 표시를 이전에도 했을 것으로 의심했다. 그래서 국립환경과학원에  [국립환경과학원 “MBC, 무독성 물질을 ‘남세균’으로 둔갑…수돗물 공포감 조성"]이라는 기사 제목에 나오는 ‘무독성 물질을 남세균으로 둔갑' ‘수돗물 공포감 조성'이라는 표현을 한 적이 있는지 물었다. 환경과학원은 해당 문구를 조선일보 기자나 이주환 의원실에 준 자료에 표현한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직접 하지 않은 말이라면 이를 큰 따옴표에 넣어 인용해서는 안된다. 

조선일보 왜곡보도의 파괴적 연쇄 효과

조선일보의 허위, 왜곡, 날조 보도 퍼레이드는 4대강국민연합이라는 4대강 찬성 단체 회원들이 이승준 교수 등 4대강 녹조를 해결하기 위해 애써온 사람들을 고발했다는 기사로 이어졌다. 조선일보로서는 자사 기사가 마침내 4대강 반대운동을 해온 사람들의 입을 틀어막는 데 기여했다고 자평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그 과정에서 숱한 취재 윤리 위반을 저질렀다. 뉴스타파는 조선일보 박상현 기자에게 도대체 왜 기사를 그렇게 썼는지 여러 가지 질문을 했지만 그는 답변하지 않았다. 

개인의 문제 아니라 조선일보 시스템 자체의 문제

박상현 기자는 4대강 관련 기사 외에도 무리한 기사로 여러 오보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조국 전 장관의 딸 조민 씨가 세브란스 병원을 찾아가 인턴을 하고 싶다고 했다는 기사도 그 중 하나다. 사실 확인이 전혀 안된 허위 기사였고, 조선일보는 결국 사과했다. 박 기자는 ‘그린피스 창립자 패트릭 무어가 한국 탈원전은 사기극이라고 했다’는 기사도 썼지만 패트릭 무어는 그린피스가 오랫 동안 ‘그린피스의 창립자가 아니며, 친환경적 견해를 가진 사람도 아니다'라고 설명해 온 인사였다.
박상현 기자가 물의를 빚은 기사를 쓴 이력이 다수 있음에도 여전히 심각한 윤리적 문제를 지닌 기사를 써내고 있다는 것은 이것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선일보 편집 시스템 전반의 문제라는 것을 말해준다. 이토록 믿어지지 않을 만큼 문제가 많은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조선일보가 대한민국 영향력 1위 신문이라는 것이 진정 비극이다.
제작진
촬영오준식 신영철
CG정동우
편집윤석민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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