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장악 카르텔]⑥ 이진숙의 ‘멋쟁이 바보’ 임무영, '스폰서 검사'였다

2024년 08월 08일 11시 44분

‘임무영, 멋쟁이 바보’ 
지난 6월 18일, 임무영 변호사(신임 방문진 이사)가 페이스북에 자기 아내의 외모가 아름답다는 글을 올리자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신임 방통위원장)이 단 댓글이다. 
두 사람은 SNS 상에서 이렇게 상당히 친숙한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2월 15일 임무영이 “검찰청 도서관에 신영복의 책이 있는 게 말이 되냐”라는 글과 함께 신영복 선생의 책 ‘담론'이 꽂혀있는 서가 사진을 올렸다. 이진숙은 여기에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또 임무영이 “놀며 쉬며 남은 삶을 살 수 있지만, 우리나라가 돌아가는 꼴을 보면 그렇게 살기 쉽지 않다”라는 글을 올리자 이진숙은 ‘쉽지는 않겠지만 현상변경을 해야겠죠'라는 댓글을 달았다(5월 11일). 
이로부터 두 달 뒤 윤석열 대통령은 이진숙을 방통위원장 후보로 지명했다.
지난 6월 18일, 임무영의 페이스북 게시글에 달린 이진숙의 댓글
지난 7월 31일 이진숙은 방통위원장 임명 10시간만에 공영방송(방송문화진흥회 6인, KBS 7인) 이사 13명을 선임했다.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신임 이사에는 SNS 댓글을 주고 받은 사이인 임무영도 포함돼 있었다. 방문진은 MBC 대주주로 MBC를 관리 감독하고 사장을 선출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차별과 혐오…인권 의식 바닥인데도 방문진 이사에 임명

임무영은 지난 7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제 인천에서 돌아오는 1호선에는 특이한 탑승객이 한 사람 있었다. 박경석 스타일로 지하철을 엎드려서 다니면서 적선을 요청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다리를 고무로 감싸고 있다. 진짜 불구인지 확인하기 어려운데, 그런 사람들을 전문용어로 ‘인어공주’라고 부른다”라며 장애인 혐오발언을 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언론장악 카르텔]⑤ 윤석열의 언론장악 폭주...공영방송 이사진에 문제 인물 대거 임명)
지난 7월 19일, 임무영의 페이스북 게시글
언론장악 공동취재팀은 임무영 이사에게 장애인 차별 발언이 아니냐고 질의했다. 그는 “다리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처럼 불구를 가장해서 지하철이나 명동 거리를 기어다니면서 동냥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슬랭을 설명한 글이다. 전혀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표현이 아니다”고 답했다. 
이틀 뒤, 임 이사는 또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글을 장애인 비하라고 몰아가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참 독해력 수준이 암담하기 그지없다”며 “이 글에서 장애인은 박경석 하나뿐이다. 그 외에 인어공주라고 표현된 사람은 구걸을 위해 가장한 가짜 장애인이다. 박경석은 멀쩡한 휠체어 놔두고 교통을 방해하기 위해 일부러 기어다니는 사람이므로 그가 기어다닌다고 표현한 것 역시 비하가 아니다”는 글을 올렸다.
그리고 어제(8월 6일) 또 ‘인어공주 이야기'라는 게시글에 ‘앵벌이아저씨의 흘린돈을 찾아주기 위한 추격전~그러나...’라는 외부 글을 첨부했다. 장애인 비하 표현을 사용하면서도 본인의 글에는 장애인이 없기 때문에 차별이 아니라는 주장을 계속 하는 것이다.
김예원 변호사(장애인권법센터 대표)는 공동취재팀과 통화에서 "임 변호사가 쓴 글을 보면, 장애인을 좋은 장애인, 나쁜 장애인, 가짜 장애인 등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가 깔려 있고, 장애인의 겉모습을 보고 인어공주에 비유한 것은 분명 바람직하지 못하고, 공개적인 의견으로 표출했다는 점에서 경솔했다고 본다"면서 "그 부분이 논란이 되니 '장애인 비하'가 아니라고 하는데, 전체적인 글 내용을 놓고 봐도 적절하지 않은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일면식도 없다고? 임무영은 내가 접대한 ‘스폰서 검사’”

검사 출신인 임무영 이사는 이른바 ‘스폰서 검사' 사건에도 등장한다. 2010년, MBC PD수첩 보도로 알려진 ‘스폰서 검사' 사건은 진주와 부산 지역 검사 백여 명이 건설업자 정 모 회장에게서 성상납과 금품 등을 받은 법조비리 스캔들이다. 이 사건은 20여 년간 검찰 스폰서 역할을 한 정 회장의 폭로로 세상에 알려졌다.
술 접대는 당연하고, 2차 당연하고 3차 섹스 당연하고 또 따로 30만원 해서 그 정도로 제가 투자를 해왔죠.

스폰서 정○○ 회장 / MBC PD수첩 ‘검사와 스폰서'(2010.4.20.)
스폰서 정 회장은 이듬해 두 명의 기자와 함께 저술한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2011)’라는 제목의 책을 통해 자신에게 접대를를 받은 검사 60여 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이 책에는 당시 부산지방검찰청 공안부장이었던 임무영이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2차로 온천장 소재 만만 룸살롱에 간 것이다.(중략)임무영 검사는 술 마시기 전에는 얌전했는데 룸살롱에 가니까 돌변했다. 아가씨를 무릎 위에 앉혀서 러브샷을 하는가 하면 고추장이나 마요네즈를 가지고 장난을 치기도 했다. (이 부분은 너무 민망하여 이 정도로 요약했다._편집자주).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2011)> 정용재·정희상·구영식 저 
공동취재팀은 임무영 방문진 이사에게 책에 묘사된 검사 시절 룸살롱에서의 행각이 사실인지 물었다. 임 이사는 “다 거짓말이다. 그 사람(스폰서 정 회장)을 본 적이 없고 그 사람하고 술 마신 적도 없고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인데 그 사람이 제가 그렇게 하는 걸 볼 수도 없고 만날 수도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 왜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냐는 공동취재팀의 질의에는 “검사들 사이에서 그 친구(스폰서)가 고소를 당해 이슈화 시켜서 책을 팔자는 의도가 있다라는 얘기가 돌았기 때문에 아무도 고소를 안 했다"고 답했다.
검사 수십 명이 단체로 룸살롱 성상납 등의 접대를 받은 사실은 당시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지만 검찰 진상규명위원회와 특검을 통해 징계를 받은 사람은 10여 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이사는 “당시 참고인 진술만 했을 뿐 징계나 경고 등의 조치를 받은 일이 없다”며 “만약 경고를 받았으면 당연히 이의 제기를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동취재팀은 스폰서 정 회장을 만나 당시 상황을 다시 들었다. 정 회장은 임무영 당시 검사가 앉은 자리를 그림으로 그려가며 설명했다. 그가 했던 행동도 잘 기억하고 있었다.
스폰서 정 회장이 기억하는 부산 온천동 소재 룸살롱에서 임무영 당시 부산지검 공안부장검사가 앉은 자리
여기에 박기준 부장이 상석에 자리를 했고 제가 이 정도쯤 앉았고 임무영 검사하고 저하고 딱 마주 앉았어요. 거기서도 폭탄주를 돌리면서 아가씨와 검사들과 러브샷을 했습니다. 러브샷의 자세는 안는 자세였습니다. 검사들이 아가씨를 안는 자세로 러브샷을 하고 폭탄주를 그다음에 이제 참 민망합니다. 아가씨 일하시는 분들…(중략) 자기 취향대로 했습니다. (임무영 검사가) 진짜 얌전하게 봤는데 거기(룸살롱) 가니까 다른 사람들보다 더 좀 야하게 쉽게 말하면 막 가슴도 완전히 좀 뭐라고 합니까? 거칠게 좀 이렇게...

스폰서 정○○ 회장
정 회장은 임무영 당시 부장검사를 접대했던 다른 자리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후배를 아느냐며 안부를 묻기도 했다. 
이쪽 방 들어가서 오른쪽에 저는 이쯤 앉았고 임무영은 이쪽에 앉았어요. 그날 제가 대화 나눈 게 “부장님 혹시 서○○ 부장 아십니까?” 당연히 아는 줄 알면서 물어봤죠. 왜냐하면 제 고등학교 후배입니다. (임무영의) 서울대 동기고 다 그러니까 그런 안부를 물은 기억도 나고요. 그날도 역시 만만(룸살롱)에 갔었습니다.

스폰서 정○○ 회장
스폰서 정 회장은 “이 룸살롱에 임무영 검사도 수차례 왔다”고 말했다.
공익제보 이후 십년 넘게 트라우마에 시달려온 정 회장은 임무영 씨가 방문진 이사에 임명됐다는 소식을 듣고 참을 수 없어 인터뷰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중요한 자리에 가고 싶고 그러면 (과거를) 인정하고 해야지 그때 참석했던 검사들이 다 있는데 거짓말하고 없었던 사실이라고 저를 매도하려는 거 아닙니까? 제가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싶다"고 했다.

검찰 퇴직 하자마자 “KBS, MBC 주식회사로 만들어 알아서 영업해 먹고 살아야"

임무영 이사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1월 검찰에서 퇴직했다. 그리고는 11일만에 사랑제일교회 전광훈이 주도한 ‘문재인 퇴진 집회' 현장을 찾았다. 무대 위에 올라 가장 먼저 한 말은 ‘언론 장악'이었다. 그는 “사회 전 분야가 빨간 물이 들어 있다. 모든 분야가 다 좌파 손아귀에 들어가는 공산혁명의 마무리가 될 것이다”며 “문재인 정부는 먼저 언론을 장악했다. 여러분들 다 아시다시피 KBS, MBC, 방문진, KBS 임원들, 위원들 다 모든 사람들을 사적으로 괴롭혀서 이분들이 사퇴하게 만든 다음 KBS와 MBC 사장을 자기들이 장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유일하게 좌파 세력의 집권 야욕을, 좌파 세력의 좌파 통일 야욕을 막을 유일한 세력은 검찰이다. 그래서 지금 검찰이 열심히 좌파를 막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외쳤다.
2020년 1월, 임무영씨는 전광훈 주도 집회에 발언자로 나서 “좌파세력을 막을 유일한 세력인 검찰이 열심히 좌파를 막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 뉴데일리TV)
임무영은 또 방송사 재승인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그는 “KBS와 MBC를 완전 민영화하겠다는 공약을 내놓는 정당은 왜 없을까?”라며 “그냥 상장해 주식회사를 만들어버린 다음 알아서 영업해서 먹고 살아 보라”, “정부의 (방송사) 재승인권 폐지를 함께 주장해야 언론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수 있다" 등의 내용이다.
2020년 4월 3일 임무영 이사의 페이스북 글

2021년 이진숙 명예훼손 사건 법률대리 한 임무영

방송 관련 경력도 없고 과거 검찰 스폰서의 성접대 의혹을 받는데다 각종 차별과 혐오 발언을 해 온 임무영은 어떻게 공영방송 이사에 임명됐을까. 임무영 이사는 이진숙의 명예훼손 사건 관련 변호인이었다. 2021년 이진숙씨가 낸 명예훼손과 모욕죄 고소장에는 임무영 변호사의 이름이 등장한다.
한 유튜버가 이라크 종군기자로 알려진 이진숙 씨가 실제로는 미군의 보호만 받고 다녔다고 의문을 제기하는 방송을 하자 이 씨가 이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건이다. 이 사건과 관련한 경찰의 고소인 진술조서 작성 과정에 이진숙의 변호인인 임무영이 동석했다.
이진숙과 임무영은 이진숙의 명예훼손 사건 관련 변호인과 의뢰인 사이였다.
이호찬 언론노조 MBC 본부장은 “임무영은 방문진 이사에 정말 하루도 있을 자격이 없다. 공영방송 MBC의 대표적인 강령 중 하나가 사회적 약자 보호인데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서 편향되고 혐오적인 인식을 가진 사람이 방문진 이사에 취임을 해서 MBC를 관리 감독한다? 그럼 도대체 MBC에서는 어떤 보도와 프로그램이 제작될 것인가, 전 임무영이 당장 사퇴해야 된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언론장악 공동취재팀은 이진숙과 임무영에게 명예훼손 사건 고소인과 법률 대리인이라는 사적 이해관계가 방문진 이사 임명에 영향을 미친 것인지 물었지만 양측 모두 답이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지 3일만에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국회에서 탄핵됐다. 이진숙 위원장은 임명 당일 불과 2시간도 안 되는 회의를 통해 무려 83명의 후보 중 13명의 방문진과 KBS 이사를 뽑아 졸속 심의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진숙과 임무영의 관계를 보면 이미 누구를 임명할지 계획이 서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언론장악 공동취재팀 : 박종화 박상희 연다혜(이상 뉴스타파) 박재령(미디어오늘) 신상호(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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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박종화 박상희 연다혜 박재령 신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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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윤석민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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