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가짜뉴스 센터'에 들어온 뉴스타파 겨냥 '청부 의심' 민원들

2024년 03월 07일 11시 30분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이 지난해 9월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를 만든 뒤 방심위에 들어온 뉴스타파 보도 겨냥 민원에서도 ‘청부 의심’ 정황이 확인됐다. 총 17명이 낸 25건의 민원이다. 
뉴스타파가 이 민원을 전체 입수해 분석해 보니, 민원들은 대부분 류희림 위원장의 가족과 전 직장 동료와 지인, 그리고 류 위원장의 KBS 동료이자 지인인 김흥수 현 방심위 자문위원과 그의 가족들이 낸 것이었다. 뉴스타파의 지난 대선 직전 ‘김만배 녹취록’ 인용 보도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방심위에 들어왔던 ‘청부 민원’들과 패턴이 같았다.   
민간독립기구인 방심위는 원래 인터넷언론의 보도 내용을 심의하는 기능이 없었다. 하지만 류희림 위원장은 지난해 9월 뉴스타파 ‘김만배 녹취록’ 보도와 관련된 논란이 시작된 직후 인터넷언론 보도를 통신 심의로 분류해 심의, 징계할 수 있는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를 방심위 내에 설치했다. 실제로 방심위는 이 조직을 활용해 뉴스타파 보도 민원을 통신 민원으로 분류해 심의했다.
지난해 10월 10일, 국회 과방위 회의에 출석한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의 모습

‘가짜뉴스 센터’ 간판 달기도 전에 완성된 뉴스타파 ‘청부 민원’

방심위는 크게 방송과 통신을 심의한다. 방송 심의는 주로 프로그램에 불법 광고가 있는지, 뉴스 보도가 객관성과 공정성을 지키고 있는지를 따진다. 그러나 통신 심의에서는 인터넷언론의 보도를 심의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통신 심의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 7에 규정된 9가지 불법정보와 청소년 유해 정보를 심의하도록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에 정의되어 있다. 
때문에 뉴스타파의 보도는 방심위 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류 위원장은 뉴스타파 보도 심의를 위해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를 설치하고 방심위 직원들을 파견했다. 지난해 9월 21일 류 위원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런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방심위가 지금까지 심의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던 인터넷 언론사의 온라인 콘텐츠 관련 불법유해정보에 대해서 심의를 확대 추진한다. 이는 최근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뉴스타파'의 인터뷰 조작사건을 비롯해 일부 인터넷 언론사들의 유튜브 콘텐츠가 '가짜뉴스'의 온상이 되고 있다.”

방심위 보도자료 (2023.9.21.)
방심위가 이런 보도자료를 낸 건 검찰이 ‘대통령 명예훼손’을 이유로 뉴스타파 사무실과 기자 두 명을 압수수색 한 지 일주일만이었다.
지난해 9월 21일 방심위가 낸 보도자료. 방심위가 앞으로 인터넷언론사의 보도 내용에 대해서도 심의에 나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담당할 부서도 배치된 인력도 없었지만 방심위는 일단 홈페이지에 ‘가짜뉴스 신고 배너'부터 달았다. 그리고 다음날(2023년 9월 23일) 아침부터 김흥수 현 방심위 언어특위 자문위원과 그의 가족, 그리고 류 위원장의 조카를 포함한 지인들의 민원이 방심위에 쇄도했다. 26일까지 총 17명이 25건의 민원을 냈다.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 현판식은 26일 열렸다.

또다시 민원 넣은 류희림 조카와 김흥수 현 방심위 자문위원

김흥수 현 방심위 언어특위 자문위원은 지난 10월 류희림 위원장이 직접 방심위 자문위원으로 임명한 사람이다. 류희림 방심위원장과 KBS 12기 동기다.
김 위원의 이름은 지난해 12월 뉴스타파가 처음 세상에 알린 류희림 위원장의 소위 ‘청부 민원’ 의혹에도 여러 번 등장한다. 그는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보도한 방송사들을 상대로 ‘청부 민원’으로 의심되는 ‘복붙 민원’을 처음 넣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지난해 9월 23일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에 접수된 뉴스타파의 대선 직전 ‘김만배 녹취록’ 보도를 겨냥한 첫 민원인도 다름아닌 김흥수 위원이었다.
김흥수 위원은 뉴스타파 보도를 겨냥한 통신 민원에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대거 동원했다. 세 명의 자녀와 부인, 그리고 사위까지 총 6명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연달아 ‘뉴스타파 보도는 가짜뉴스’라는 내용의 민원을 넣었다.
김흥수 방심위 자문위원은 가족들을 동원해 뉴스타파 보도에도 민원을 넣었다.
통신 민원은 방송 민원과 달리, 가장 먼저 들어온 민원이 방심위 심의 안건으로 올라간다. 김흥수 위원과 가족들은 처음으로 뉴스타파 유튜브 영상 링크를 민원으로 넣었고, 류희림 위원장의 조카는 처음으로 뉴스타파 보도 홈페이지 기사 링크를 민원으로 넣었다.
방심위는 김흥수 위원이 넣은 뉴스타파 유튜브 링크 민원과, 류 위원장의 조카가 넣은 뉴스타파 홈페이지 민원 두 건을 각각 안건으로 상정해 심의를 진행했다. 방심위의 통신 심의 특성을 잘 아는 누군가가 손을 쓴 결과가 아닌지 의심된다.
취재진은 ‘가족 동원 민원’ 등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김흥수 위원에게 수 차례 전화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방심위에 직접 찾아가 질의했지만, 그는 끝내 답변을 거부했다.
김흥수 방심위 언어특위 자문위원이 취재진의 질문을 피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취재진은 류 위원장의 가족이 민원에 동원된 이유를 듣기 위해 류 위원장의 가족이 운영하는 대구 소재 식당을 찾아갔다.

‘윤석열 명예훼손 심의’ 불가능 하니 ‘사회 혼란 심의’로 바꿔 진행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를 만들어 인터넷언론사 보도를 심의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고, 때맞춰 ‘청부 의심 민원’이 들어오고, 이 민원을 근거로 뉴스타파 보도를 심의 안건 올리는 작업이 착착 진행됐지만, 중요한 문제가 남아 있었다. 방심위에 ‘인터넷언론의 가짜뉴스를 판단하는 심의 기준이 없다’는 점이었다. KBS나 MBC 같은 방송사는 방송통신 심의규정에 따라 ‘공정성’과 ‘객관성’을 심의 기준으로 삼지만, 통신 심의는 정보통신망법으로 정해진 ‘불법 정보’(제44조의 7)와 ‘청소년 유해 정보’만 심의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인터넷언론사의 보도를 심의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없는데도,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국회에 나가 "명예훼손이나 사회혼란 같은 기준으로 심의할 수 있다"고 ‘뉴스타파 보도 심의’를 예견했다.
지난해 10월 류희림 방심위원장이 국회 과방위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하지만 뉴스타파 보도 심의에 '대통령 명예훼손'을 적용할 수 없었다. 심의가 가능하려면 당사자인 윤 대통령이 직접 민원을 넣어 뉴스타파 보도를 심의해달라고 해야 했다. 실무적 장벽에 부딪히자 등장한 게 ‘사회 혼란’ 규정이다. 방송통신심의 규정집에 있는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제8조 3항 카목은 ‘그 밖에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 내용’을 심의할 수 있다고 정한다. 류 위원장은 국회와 방심위 회의에서 뉴스타파 ‘김만배 녹취록’ 보도가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이고 사회 혼란을 야기했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아래는 지난해 10월 10일 국회 과방위에서 나온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발언.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명예 훼손’이나 ‘사회 혼란’으로 뉴스타파 보도를 심의하겠다는 류희림 위원장에게 “유해정보가 뉴스와 무슨 상관이냐”고 되물었다.
ㅇ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인터넷언론에서 만드는 유튜브 콘텐츠에 대해서 심의를 하기로 한 것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 7에는 총 9개 항목으로 해서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정보를 유통해서는 안 된다’라고 명백히 규정돼 있습니다. 저희들은 그 규정에 따라서, 방송통신심의규정에 따라서 심의를 하게 된 겁니다.ㅇ정필모 국회의원그거하고 뉴스하고 무슨 상관이에요? 그거는 유해정보 아닙니까, 그거는?
유해정보하고 가짜뉴스하고 어떻게 똑같아요?

국회 과방위 회의록 (2023.10.10.)
윤성옥 방심위원은 뉴스타파 보도를 심의하는 통신소위 회의에서 “카목(사회 혼란 규정)의 상위법이 '청소년 유해정보 등'에 근거한 법률이다. 이 규정에 대한 해석도 그 범위 안에서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 혼란' 항목을 적용하려면 최소한 '청소년 유해 정보'여야 하기 때문에 뉴스타파 보도가 해당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아래는 지난해 10월 11일 방심위 제71차 통신소위 회의록 내용 중 일부. 
ㅇ윤성옥 방심위원오늘 안건 상정해 주신 조항이 제8조예요. 상위법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뭔지 아십니까? 이거 청소년유해정보 등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에 대한 해석도 상위법에서 정해준 범위 안에서, 청소년유해정보 등에 관한 그 범위 안에서 우리가 논의를 해야 된다는 점 짚고요. ...저 이거 ‘해당없음’이 아니라 이거 ‘각하’예요. 근거 법률이 없는데 뭘 ‘해당없음’이에요? 요건을 갖추지를 못했는데요. ‘각하’ 의견입니다.
ㅇ김우석 방심위원...신고하고 민원이 있으면 우리가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겁니다. ...’접수되면 우리는 해야 한다'...저희 위원회는 형사처벌을 한다거나 민사 배상을 원하는 그런 차원에서 지금 심의를 하는 게 아니라 사회 질서 차원에서 명예훼손을 보는 관점이기 때문에...
ㅇ윤성옥 방심위원사회질서 차원의 명예훼손이라는 용어를 제가 처음 들어서요. 사회질서 차원의 명예훼손이 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ㅇ권리침해대응팀장지금까지 그래서 공인의 명예훼손 건들은 당사자 또는 대리인이 신청 시에만 심의를 상정하고 있습니다.
ㅇ황성욱 방심위원그러면 당초 안건에 올라온 적용조항대로 카목(사회혼란) 적용하는 걸로만 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ㅇ윤성옥 방심위원그러니까 법률이 있어야 된다고요. 상위법에 허위조작 정보와 관련된 근거 법률이 있어야 이 사회질서를 해할 우려가 있는 허위조작 정보를 금지시키든 말든지 할 거 아닙니까? 그런데 상위법에 법률이 없어요.
ㅇ김우석 방심위원
...사실은 만약에 이렇게 이게 성공했다고 하면 대한민국의 역사의 물꼬가 바뀌는 겁니다. 그리고 지금 현재도 국기 문란 얘기도 나오고 그것도 핵심적인 국가의 중추적인 국기 문란 얘기도 나오고 어제도 국회에서 이 문제 가지고 계속 나오고 이런 정도로 굉장히 사회적 파급 효과가 큰 사안이에요. ...그런면에서 우리는 일단은 큰 문제가 있으면 큰 문제에 대한 불을 꺼놓고 봐야 하는 거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요.
ㅇ황성욱 방심위원의견진술 기회부여 두 분, 각하 한 분으로 의결하도록 하겠습니다.

2023년 10월 11일 제71차 통신소위 회의록 발췌

대통령 풍자 영상도 ‘사회 혼란’으로 심의, 삭제 조치

최근 논란이 된 ‘윤석열 대통령의 속마음'이라는 영상은 지난 달 29일 방심위가 긴급 임시 통신심의를 거쳐 접속 차단을 의결했다. 적용 규정은 ‘사회 혼란’이었다. 이에 대해 윤성옥 위원은 “대통령의 명예훼손을 편법으로 규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후보자가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정보였던 뉴스타파 ‘김만배 녹취록’ 보도를 사회질서 저해나 사회혼란을 야기하는 정보로 편법 규제하려 했던 것과 같이 대통령 풍자 영상도 사실은 대통령의 명예훼손 사항이다. 그러나 관련 조항을 적용할 수 없으니 ‘사회 혼란 정보’라는 꼼수로 삭제 조치 했다. 본질은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이라는 게 핵심이다.

- 윤성옥 방심위원
지난 2월 23일, 방심위는 위 영상이 딥페이크 영상이라며  ‘사회 혼란’을 이유로 접속 차단을 의결했다.

방심위 직원 1명, 4명, 11명, 150명이 반대해도 밀어 붙인 ‘뉴스타파 심의’

뉴스타파 보도에 ‘사회 혼란' 항목을 적용, ‘가짜뉴스' 심의를 해야 하는 방심위 직원들의 반대도 거셌다.
지난해 9월 25일, 탁동삼 방심위 통신심의기획팀장은 ‘위원장님께서 척결하시려는 '가짜뉴스'는 도대체 무엇입니까?'라는 글을 방심위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 그래도 류 위원장이 뉴스타파 보도에 대한 심의를 이어가자 10월 6일에는 방심위 팀장 11인이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 설치와 인터넷 언론 심의 반대 의견'을 실명으로 냈다. 그래도 바뀌는 게 없자 11월 7일에는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에 파견된 직원들 전체가 ‘고충처리 신고서’를 류희림 방심위원장에게 제출했다. 그러나 류 위원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14일, 방심위 직원 150명이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에 파견된 동료들의 고충에 공감한다”며 반대 의견서를 실명으로 제출했다. 김준희 방심위 노조지부장은 “류희림은 떠나갈 사람이니 불법적으로 할 지 모르지만 직원들은 평생 방심위에 출근해야 한다. 그러니 직원들이 결사 반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뉴스타파 심의 실패한 류희림,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는 ‘새치기 심의센터’로 용도 변경

방심위의 뉴스타파 보도 심의는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방심위 직원들과 야권 위원들의 반대로 뉴스타파 보도에 ‘사회 혼란' 항목 적용을 할 수 없게 되자 판단을 서울시에 떠넘겼다. 인터넷언론사 등록은 관할 지자체 관한이다. 뉴스타파는 서울시에 인터넷신문사로 등록돼 있고 서울시가 관리한다. ‘가짜뉴스' 판단을 넘겨받은 서울시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
뉴스타파 심의는 실패했지만,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의 필요성을 깨달은 류 위원장은 센터의 목적을 바꿨다. ‘신속 심의'를 담당하는 부서로 용도 변경했다. 센터 이름도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로 바꿨다. 인터넷언론 뿐 아니라, 모든 방송과 인터넷 콘텐츠를 대상으로 한 ‘신속 심의 민원’을 받는 창구가 됐다.
제작진
취재박종화 한상진 봉지욱 송원근
촬영오준식
편집윤석민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