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성남시 공무원과 시의원도 골프 접대...“해외 나갈 땐 100만 원씩 챙겨줘”

2023년 01월 09일 14시 00분

기사 요약

① 언론계·법조계로 번진 대장동 업자들의 로비 의혹, 성남시 공무원과 시의원도 전방위 로비 정황  
② 남욱 42억대 비자금 사용처 새로 확인, 2014년 성남시의원들 일본 연수갈 때 ‘100만 원씩’ 
③ 주중에는 시의원, 주말에는 공무원과 골프 접대... 인사 이동과 승진에도 관여한 정황
④ 정영학 녹취록에 억대 금품 받은 성남시 공무원 이름 등장, 그러나 검찰 수사는 ‘깜깜이’  
뉴스타파는 정영학 녹취록과 검찰 수사기록을 바탕으로 대장동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의 언론계·법조계 전방위 로비 의혹을 연속 보도하고 있다. 

2021년 언론계 로비 진술 확보한 검찰, 뉴스타파 보도 후 뒤늦게 수사 착수  

보도 후, 검찰은 언론계 로비 수사에 들어갔다. 현재까지 연루된 기자는 4명이다. 정영학 녹취록을 종합하면, 김만배는 상당수 기자들에게 상품권을 주거나 골프 접대를 해온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로비도 마찬가지다. 검찰 수사 기록을 살펴보면, 대장동 수사 초기인 2021년 10월에 이미 남욱이 “김만배가 판·검사를 골프 접대하고 100만 원씩 용돈도 줬다”고 검찰에 말했다. 로비의 목적도 상세히 밝혔다. 로비를 통해 법원의 판결을 뒤집었고, 결국 대장동 업자들이 이익을 봤다는 진술이었다. 검찰은 남욱 등의 진술을 확보한 만큼, 수사를 법조계로 넓힐 필요가 있다

성남시의회 의원과 성남시 공무원 상대로도 '생활밀착형 로비' 

뉴스타파 취재 결과, 김만배는 성남시 공무원과 성남시의회 의원들을 상대로도 전방위적인 로비를 펼친 정황이 포착됐다. 현재 검찰이 뇌물 혐의 등으로 조사 중인 시의원 출신은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과 강한구 전 시의원 등이다. 
하지만 정영학 녹취록에는 대장동 업자들의 ‘생활밀착형 로비’의 흔적이 등장한다. 2014년 11월 5일 자, 녹취록이 대표적이다. 2014년 11월, 성남시의회 의원들이 집단으로 해외 연수를 나갈 때, 대장동 업자들이 시의원 한 명당 현금 100만 원씩 챙겨준 정황이 나온다. 이날 남욱은 정영학에게 “의원들 다 (해외연수를) 나가는데 뭐 좀 조금씩 줘야겠다 그러더라고. 많이 주지 말고 100개씩 주세요, 그랬어요”라고 말한다. 
▲정영학 녹취록(2014년 11월 5일 녹음). 남욱이 김만배로부터 들은 말을 정영학에게 전하고 있다. 남욱은 김만배가 시의원들 해외 나가는데 뭐 좀 조금씩 줘야겠다고 말했는데, 자신이 100개(만원)씩 주시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날 녹취록 속 시의원 로비 정황, 2021년에도 검사는 세세히 물었다

성남시의원을 대상으로 금품 제공 의혹이 담긴 이날 대화는 7년 뒤 검찰 조사에서 다시 확인된다. 2021년 10월 19일, 검찰은 남욱을 조사하면서 위 녹취록의 녹음파일을 재생했다.
검사는 남욱에게 당시 대화를 듣게 한 후에 “의원들 나가는데 100개씩 주세요”가 무슨 의미인지 물었다. 남욱은 “100개는 100만 원을 의미하고, 의원들은 시의원을 의미한다”고 답했다. 해외연수를 나가는 성남시의원들에게 금품을 뿌린 사실을 검사에게 털어놓은 것이다. 

2014년 남욱이 만든 42억대 비자금, 성남시의회 의원들에게 흘러간 정황 포착

이날 검찰은 남욱을 조사하면서 성남시의원들에게 뿌린 돈의 출처가 어디인지까지 확인했다. 이날 검사는 남욱에게 “돈을 우리가 줬단 말이에요라고 말한 의미가 무엇인가요”라고 물었고, 남욱은 “그 100만 원을 김만배가 줬다는 뜻입니다라고 답한다. 그러면서 남욱은 우리라고 표현한 것은 그 무렵 나석규에게 제가 돈을 차용한 돈으로 (시의원들에게) 줬기 때문에 우리라고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덧붙인다. 
남욱은 2014년에 분양업자 이기성을 통해 42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 이 중 20억 원은 토목업자 나석규가 마련한 돈이다. 남욱이 만든 비자금 일부가 성남시의원으로 흘러간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 검찰의 남욱 피의자신문조서(2021년 10월 19일 작성). 검사가 정영학 녹취록(2014년 11월 5일 녹음)을 남욱에게 들려주고, 성남시의회 의원들에게 돈이 건네진 경위를 묻고 있다. 남욱은 2014년에 자신이 만든 42억대 비자금 중 일부가 시의원들에게 건네졌다고 말했다.

도시건설위원회 소속 8명 시의원 해외 연수갈 때 ‘100만 원씩’

뉴스타파 취재 결과, 실제로 성남시의회 소속 시의원 8명과 의회 직원 4명 등 총 12명이 2014년 11월 10일부터 4박 5일간 일본으로 공무연수를 다녀온 것으로 확인된다. 
연수 목적은 ‘일본의 도시 정책 전반에 대한 비교 견학을 실시하여 국제적인 역량과 자질을 갖춰 100만 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향후 우리 시의 여건에 맞는 정책 제안 등 의정활동 자료로 사용하고자 함’이라고 적혔다. 
연수를 간 시의원 8명은 모두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소속이었다. 도시건설위원회는 대장동 같은 도시 개발 사업과 관련한 조례를 만들고, 예산을 승인하는 소관 위원회다.  
▲2014년 성남시의회 국외 의정연수 보고서.  

김만배 “평일에는 시의원들, 주말에는 공무원들에게 골프 접대”

정영학 녹취록을 살펴보면, 김만배가 성남시 소속 공무원과 시의원들을 수시로 만나 접대하며 대장동 사업의 걸림돌인 ‘장애물’을 제거한 정황이 나온다.
2020년 6월 17일 자, 녹취록에서 김만배는 “대장동 사업을 하기 위해서 밤마다 공무원을 만나 사업에 ‘장애물’을 제거했다”고 말한다. 김만배는 또 “평일에는 시의원들에게, 주말에는 공무원들에게 골프 접대를 해왔다”고도 말한다.
2014년 남욱이 42억 원대 비자금을 만들 당시, 대장동 업자들은 그 비자금으로 골프장 회원권을 구입했다. 언론사 기자와 성남시 공무원 등에게 골프 접대를 할 목적으로 골프장 회원권을 사들였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자들의 골프장 회원권 이용 내역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성남시 공무원 인사 및 승진에도 관여 정황

정영학 녹취록에는 대장동 업자들이 성남시 공무원의 인사 이동과 직급 승진에도 개입했단 주장이 나온다. 
2020년 6월 27일 자, 녹취록에서 김만배는 정영학에게 “뒤에 공무원 인사해 줘서 (사업이) 스무스하게(순조롭게) 갈 수 있게 해 줬다... 우리한테 필요한 사람 진급시켜 줘, 뭐 해줘. 다 해줬는데”라고 말한다. 정영학은 “예. 방향 다 잡아주시잖아요”라며 공무원 인사에 개입했단 김만배의 말을 사실로 인정하는 듯한 어조로 답했다. 
▲정영학 녹취록(2020년 6월 27일 녹음). 김만배가 정영학과 대화를 나누던 중 성남시 공무원 인사에 개입했다고 말하고 있다. 정영학도 "예. 방향 다 잡아주시잖아요"라면서 인정하는 듯한 답변을 했다. 

녹취록 속, 뇌물 1억 받은 성남시공무원 실명 등장... 새로운 사업 대비 꾸준한 로비 정황 

2021년 1~2월, 정영학 녹취록을 보면, 김만배와 정영학은 경기도 분당 오리역 부근의 LH공사 사옥 토지를 매입해 개발하는 등 새로운 이권 사업을 논의했다. 이때도 이들은 공무원 로비를 통해 용적률과 층수 규제 등을 완화할 수 있다는 식의 얘기를 하고 있다.  
특히 정영학 녹취록에는 뇌물로 1억 원을 받은 성남시 고위 공무원의 이름이 실명으로 나오기도 한다. 성남시의 도시 개발 관련 국장과 과장을 자신들과 친한 사람으로 앉혔다는 발언도 있다. 대장동 업자들과 은수미 전 성남시장과의 유착 의혹이 불거지는 대목이다.
이처럼 대장동 업자들의 로비는 언론계와 법조계를 비롯해 성남시의원과 성남시 공무원들까지 전방위적으로 펼쳐졌으며, 수익을 챙기고 사업이 마무리되는 2021년 이후에도 계속된 것으로 보인다.
대장동 특혜 개발 사건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선 무엇보다 대장동 업자들이 사업 성공과 이권 확보를 위해 벌인 로비의 실체를 낱낱이 드러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론계와 법조계를 비롯해 성남시의원과 성남시 공무원들까지 성역 없이 수사할 필요가 있다. 
제작진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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