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부민원⑰ '청부 민원' 조사는 뒷전, 공익신고자 색출에 나선 검경

2024년 01월 15일 22시 50분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가 오늘(1월 15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의 압수수색은 이날 오전 9시쯤부터 6시간가량 진행됐다. 방심위 16층 민원접수팀과 19층 운영지원팀이 대상이었다.
류희림 위원장이 공익신고자를 검찰에 고발한 이후 서울경찰청이 방심위를 압수수색했다.
류희림 위원장은 지난 달 27일, 자신의 청부민원 의혹을 국민권익위에 신고한 익명의 제보자를 서울 남부지검에 고발했다.
익명의 공익신고자는 류 위원장의 가족과 지인이 조직적으로 뉴스타파의 김만배 녹취록 보도를 인용한 방송사를 심의, 처벌해 달라고 방심위에 민원을 넣었은데 류 위원장은 이해충돌 우려가 있음에도 회피 신청을 하지 않고 회의에 참여해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공익신고와 관련 보도 이후 류희림 위원장은 익명의 공익신고자를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며 방심위 명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이첩했다.
김준희 방심위 노조지부장은 “방심위에 압수수색 나온 역사가 없다”며 “처음 경험하는 일이고 직원들 다수가 매우 놀랐고 경찰이 이렇게 신속하게 류희림 위원장과 마치 짠 듯 신속하게 압수수색에 나올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결국 본인 가족과 지인들을 지키겠다는 것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방심위 노조의 규탄 성명 가운데 일부다.
우리는 공공의 업무를 수행하는 공직자로서, 독립적인 심의 업무를 방해하는 류희림 위원장의 부패행위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았으며, 용기 내어 이를 신고할 의무를 이행하였다. 그럼에도 공권력을 앞세운 속수무책의 압수수색에 헤아릴 수 없는 무력감과 절망감을 느낀다. …법과 원칙을 악용하여 위원회를 겁박하는 위원장의 행태에 모멸감과 분노를 느낀다. 위원회를 수렁에 빠뜨린 본인의 과오를 사죄하고, 직원들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노조 성명
경찰이 압수 물품을 가지고 나가는 모습
경찰의 방심위 압수 수색은 6시간 가량 진행됐다. 이들은 압수 물품을 담은 것으로 보이는 박스 한 개를 들고 취재진을 피해 방심위 건물 밖으로 나갔다.
취재진을 피해 지상 16층에서 지하 2층까지 계단으로 내려가는 경찰
한편 류희림 위원장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사건 수사는 서울 양천경찰서가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류 위원장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으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는데, 이 건은 양천경찰서로 이첩됐다.
가족과 지인 등을 동원한 류희림 위원장의 사상 유례 없는 청부 민원 의혹과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는 일선 경찰서에 넘기고, 공익신고자 색출은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에 맡긴 것이다.
제작진
취재한상진 봉지욱 박종화
촬영정형민
편집윤석민
디자인이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