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광산에선 침묵이 금이다

2019년 06월 19일 08시 00분

아프리카 탄자니아 북부의 한 금 광산과 관련한 폭력, 환경파괴, 범법행위 등을 조사하던 기자들이 거대 광산기업의 취재 불응과 억압적인 정부의 거짓말에 가로막혔다. 이 광산 관련 기사를 썼다가 검열과 협박에 시달린 현지 기자와 외신 기자가 최소 열 명 이상이다.

전세계 30개 언론사 기자 40명이 참여한 국제협업 언론인 조직, ‘금지된 기사(Forbidden Stories)’는 새 프로젝트로 탄자니아 ‘북마라 금광(North Mara Gold Mine)’에서 채굴돼 고급 휴대폰과 컴퓨터에 부품으로 들어가는 금의 부끄러운 역사를 파헤쳤다. 이 기사는 환경 문제를 탐사 취재하다가 협박당하거나, 투옥 또는 살해된 기자들의 기사를 동료 기자들이 이어받아 취재한 ‘그린 블러드(Green Blood)’ 시리즈 중 하나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6월 19일 전세계 국제협업 언론사와 함께 이 취재 결과를 동시에 보도한다.

인권·환경 친화 금만 사용한다는 거대 기업들, 실상은?

미국 애플 사는 홈페이지에 “진짜 혁신적인 제품은 지구가 아닌 세계에 흔적을 남긴다"는 글을 자랑스럽게 올려놓고 있다. 캐논 사의 최고경영자는 “우리는 미래 세대를 위해 더 나은 세상을 건설하고 있다"고 말한다. 노키아도 “기술이 삶을 향상시킨다"고 했다.

타일러 길라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실사전문가는 “오늘날 책임감 있는 자재 구매는 분명히 기업 운영에서 치러야 할 비용이다. 이는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고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 중 하나다"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윤리적, 친환경 제품이라고 광고하면 매출에 도움이 된다. 이 때문에 거대 기술 기업들은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금을 인증된 공급사에서 공급받는다. 애플, 캐논, 노키아 외에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등록된 500개가 넘는 업체들의 금 공급사는 바로 인도 귀금속 업체 MMTC-PAMP이다.

그러나 환경파괴나 인권침해 없이 생산된 광물을 보증하는 인증서는 다국적 기업이 아닌 소규모 금광에 쏠려있다. 캐나다의 거대 금광기업 배릭골드가 간접 소유하고 있는 탄자니아의 한 금광은 인권 침해와 환경 파괴의 역사가 있다. 북마라 금광은 현재 많은 기술 업체에 금을 공급하는 인도 MMTC-PAMP에 골드 바를 납품하고 있다.

▲탄자니아 아프리카 대호수 지역에 인접한 북마라 금광. 이곳에서 생산된 금은 인도 귀금속 업체 MMTC-PAMP 등을 통해 전 세계로 납품된다. (출처: ‘금지된 기사' 프로젝트)

캐논과 노키아 두 업체 모두 이 인도 업체가 과거 감사를 받은 이후 법률을 따르게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키아 홍보담당자는 취재진의 질의에 “만약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 업체는 경고를 받을 것이고, 우리는 구매선에 업체를 바꾸라고 요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애플도 비슷한 답변을 내놨다.

이 금 공급 사슬의 다른 한 쪽 끝에선, 현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취재를 시도했다가 국가의 위협과 검열에 직면한 탄자니아 현지 기자들과 외신 기자들이 있다. 전세계 30개 언론사 기자 40명으로 구성된 국제협업 조직 ‘금지된 기사(Forbidden Stories)’ 프로젝트는 업체의 주장과는 달리 현재도 북마라 금광에서 범법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국적 기업 소유 금광 문제 취재보도 과정에서 언론탄압 극심

탄자니아 아프리카 대호수 지역에 인접한 이 금광은 지난 20년간 폭력으로 몸살을 앓았다. 이 때문에 이 금광은 실제로도 은유적으로도 마치 요새처럼 7피트(약 2.1미터)의 벽에 둘러싸이게 됐다.

▲북마라 금광을 둘러싸고 있는 7피트(약 2.1미터)의 벽. (출처: ‘금지된 기사' 프로젝트)

‘금지된 기사' 프로젝트 취재진은 이 금광을 취재하다 좌절한 기자 몇 명을 만났다. 일부 기자는 누군가에게서 협박을 받았고, 또 일부는 당국의 검열을 받았다. 한 기자는 1년 이상 탄자니아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들은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잔지바 지역에서 기자로 활동하는 55세 자비르 이드리사는 2년 전 겪었던 일을 지금까지 잊지 못하고 있다. 이드리사는 당시 탐사보도로 유명한 신문사 산하의 스와힐리어 주간지 ‘므와나할이시'와 ‘마위오'에서 일하고 있었다.  

2017년 6월, 마위오 지는 1990년대에 체결된 광산 불법계약 의혹에 탄자니아 전 대통령 2명이 연루됐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이드리사는 “기사 출판을 결정할 당시 뉴스룸에서 긴 논의가 있었다”며 보도 전 편집회의를 회상했다. 그는 “전반적인 환경 때문에 보도하지 않은 사안들도 있었지만 이 건은 반드시 출판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저널리즘은 진실을 이야기하는 업이기 때문에” 보도를 회피할 수 없었다고 했다.

특히 탄자니아에선 지난 5년간 언론 자유가 위협받았기에 이런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시기를 더 특정하자면 존 마구풀리가 대통령에 당선된 2015년부터 그랬다. 최근 탄자니아 법은 “사실이 아니거나 기만적인, 또는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부정확한" 정보나 데이터를 고의로 출판한 경우 3년 이상의 구금, 또는 최소 5백만 탄자니아 실링(미화 2천1백달러, 우리 돈 248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구금과 벌금형 둘 다 받을 수도 있다.

아프리카에서 미디어 발전 전문가로 활동하는 라이언 파월은 “기자들이 이유 없이 공격을 당하기도 한다"며 “경찰이 기자를 괴롭혀도 시민들은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경없는기자회가 집계한 2019년 세계 언론자유지수를 보면 탄자니아는 전체 179개국 중 118위다. 지난해보다 25위나 떨어졌다.

마위오가 해당 기사를 보도한 다음 날, 해리슨 므와켐베 탄자니아 정보문화예술체육부 장관은 마위오에 2년간 출판금지를 내렸다. 사이먼 므키나 마위오 편집국장은 협박성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드리사는 일자리를 잃게 됐고, 다른 어떤 취재 기회에서도 배척됐다. 그는 부양할 세 아이가 있었지만 별 다른 재산도 없었기에 다르에스살람을 떠나 잔지바르에 사촌이 운영하는 중고품 가게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90년대에 체결된 광산 부정 계약 의혹에 탄자니아 전 대통령 2명이 연루됐다는 기사를 썼다가 지난 2017년 해직된 자비르 이드리사 기자. 해직 후 어떤 취재활동도 하지 못하고 사촌이 운영하는 중고품 가게에서 일하고 있다. (출처: ‘금지된 기사' 프로젝트)

이 모든 역경을 초래한 기사는 바로 영국에 등록된 회사인 ‘아카시아 광업(Acacia Mining)’에 관한 것이었다. 이 회사는 지난 2006년부터 여러 이름으로 탄자니아 북마라 금광을 소유해왔다. 아카시아 광업의 최대주주가 캐나다의 거대 금광기업 배릭골드이다. 아카시아 광업과 탄자니아 정부 사이의 세금분쟁 때문에 모기업인 배릭이 조만간 북마라와 또 다른 금광 두 곳을 직접 소유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광 폐기물 부실 관리로 식수원, 목축지 오염 심각

탄자니아 정부와 세금 협정을 매우 유리하게 맺은 덕분에 배릭은 수년간 이득을 본 바 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이제 환경 분야에 있어 당국과의 힘 겨루기에서 밀리고 있다. 지난 5월, 탄자니아 당국은 이 회사에 56억 탄자니아 실링(미화 240만 달러, 우리 돈 28억4천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북마라금광의 광물찌꺼기 댐(tailing dam)으로 인한 환경 오염 때문이다. 광물찌꺼기 댐은 광산 채굴 후 광석에서 필요한 광물만 선별하고 남은 폐기물 등을 보관하는 댐을 말한다.

재뉴어리 마캄바 탄자니아 환경부 장관은 오염문제의 지속성을 고려할 때 벌금 액수가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캄바 장관은 금광 운영 때 나오는 유해 부산물 유출을 댐이 막는 역할을 한다며, 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지 10년이나 됐는데도 광물 폐기물 저장 시설은 여전히 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마라 금광의 댐 물은 독성 물질로 오염된 채 유지됐다”며 “댐이 제대로 지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독성 물질이 지하수에 스며들어 주변 강, 개울로 스며들었다"고 진단했다. 마캄바 장관은 “항상 업체 보고만 믿었다"며 이 문제에 정부도 일부 책임이 있음을 인정했다.

아카시아 광업은 ‘금지된 기사' 취재진에게 “추가적인 광물찌꺼기 댐 관리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며 “새 광물폐기물 저장시설의 계획과 설계를 시작했다"고 답변해왔다.

탄자니아 광산업계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저술한 바 있는 야당 정치인 툰두 리수는 마을 사람들이 물을 긷는 강과 동물을 기르는 초원의 오염과 이것이 초래하는 심각한 건강 문제에 주목했다.

과거 지역 보건소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마크 네가 박사는 지난 2013년 진료한 환자 가운데 “광산 근처 물에서 몸을 씻고 나서 매우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킨 환자 6명을 봤다"고 밝혔다.

2009년 진행된 한 연구에서는 금광 부근 물에서 높은 수준의 비소가 검출됐다. 금광 근처에서는 흔히 비소 농도가 더욱 높게 검출된다. 2015년에는 지역 농민들이 금광에서 나오는 물 성분 검사를 위해 샘플을 채취해 케냐로 보냈다. 케냐 정부 소속 분석 전문가가 진행한 독성분석 결과 “가축이 섭취하기에는 질산염과 아질산염 농도가 위험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북마라금광을 인접해 흐르는 티기테강. 지난 2015년 지역 주민들이 이 부근 물을 채취해 케냐 정부에 독성분석을 의뢰한 결과 가축이 섭취하기에는 질산염과 아질산염 농도가 위험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출처: ‘금지된 기사' 프로젝트)

아카시아광업은 “북마라금광에서 발생한 환경 문제는 2009년 봄, 강우량이 높은 계절에 발생했다. 당시 물 속에 밀폐 못에서 방출된 물질과 광산 지표 유출물이 포함돼 인근 티기테강으로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아카시아 측은 해당 사태가 발생한 후 빠른 조치를 취했다고도 덧붙였다.

금광 보안요원과 경찰, 생계 위해 광산 넘어온 주민 무차별 살해

게다가 비정부조직(NGO)들은 지난 2014년부터 경찰 또는 광산 소속 보안직원에 의한 22건의 살해 사건을 기록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불법 광부들이었다. 광산업체들은 이들을 “불청객(intruders)”이라고 불렀다.

▲대형 광산 업체가 ‘불청객(intruders)’이라 부르는 개인 광부들. 이들은 과거 일부 금광 땅을 소유했지만 업체가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보상을 제대로 해주지 않아 생계가 위태롭다. 이들은 광산 보안직원과 경찰의 폭력에 시달리지만 생계를 위해 매일 2미터가 넘는 벽을 넘는다. (출처: ‘금지된 기사' 프로젝트)

탄자니아 음줌베대학교에서 강의하는 메리 루텐지는 “정부 허가를 받은 소규모 광부들은 문제의 땅을 과거에 소유했던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업체가 이들 소유의 토지를 매입한 후 이들은 생활이 불안정해졌고, 업체는 제대로 보상을 해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모든 처참한 결과로 인해 이웃 마을의 무직 청년들은 무리지어 마체테(날이 넓고 무거운 칼) 또는 쇠창으로 무장했다. 이들은 20달러라도 벌기를 희망하며 벽을 기어오를 용기를 내기 위해 매일 밤 맥주와 탄자니아 현지 브랜드인 콘야기 진에 취했다. 그러나 벽 반대편에서 이들을 기다린 건 무장한 경찰관들이었다.

▲지역에 거주하는 개인 광부들은 업체가 금을 채취한 이후 남는 광물 폐기물에 혹시라도 남아있을지 모를 금을 얻기 위해 2미터가 넘는 금광 벽을 넘는다. 이들은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술을 마신 뒤 무장한 채 벽을 오른다. (출처: ‘금지된 기사' 프로젝트)

무엇이 이들에게 이런 위험을 감수하게 만들었을까? 금광 가장자리에 위치한 케완자 마을에 거주하는 소위 ‘불청객'들의 대표인 몬체나 므위타는 “가족을 부양할 금을 얻기 위해서는 가야만 한다"며 “그 안에 들어가지 않고서는 금을 채취할 수 없고, 이것 외에는 돈을 벌 방법이 없으니 이게 우리에게는 유일한 소득원”이라고 설명했다.

배릭골드 경영진은 업체가 저지른 어떠한 폭력 행위도 경찰 탓으로 돌렸다. 마크 브리스토우 배릭골드 대표이사는 불법 광부 등을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난 것과 관련해 “지금까지 다양한 혐의에 대한 많은 조사가 있었고, 당신들은 정부 당국이 한 일에 대해 내게 책임을 추궁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경찰과 업체 보안직원을 구분하는 선은 명확하지 않다. 영국 NGO 레이드(Rights and Accountability in Development, RAID)에 따르면 아카시아가 탄자니아 경찰청과 맺은 양해각서에는 업체가 금광을 지키기 위해 “경찰에 재정 및 현물 지원을 한다. 경찰관들의 수당과 식사, 숙소, 연료비를 제공하겠다"고 적혀 있다.

일부 피해자들은 자신들을 공격한 자들은 경찰관이 아니라 업체 보안직원이었다고 증언했다. ‘금지된 기사' 프로젝트와 현지 취재에 동행한 영국 가디언 지 취재진은 지난 2010년 두 번 강간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44세 여성 루시아 마렘벨라를 만났다. 마렘벨라는 자신을 강간한 사람이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업체 보안 직원이었다는 걸 알아챘다고 말했다. 탄자니아 경찰 제복은 베이지색이다.

마렘벨라는 금광에서 금을 찾아다니다 남성들에게 붙잡혔다. 지역 여성들에게는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더 이상 달아나기에 지쳤을 때 결국 그들은 우리를 붙잡아 데리고 갔”고 “자신들의 차량에 태워 행인들의 시야에서 멀리 떨어져있는 작은 비행장 근처 외딴 곳으로 데리고 갔다”고 말했다. 남성들 중 한 사람이 자신들을 강간하는 동안 나머지는 망을 보고 있었을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더러운 짓이 끝나고 나자 우리를 풀어주고는 다시 차량을 타고 근무지로 돌아갔다"고 덧붙였다. 취재진은 마렘벨라와 똑같은 공격을 당한 여성을 두 명 더 만났다.

▲취재진이 지난 5월 23일 만난 여성 광부 루시아 마렘벨라. 그는 지난 2010년 생계 유지를 위해 금광 벽을 넘다 업체 보안직원에게 붙잡혀 성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출처: ‘금지된 기사' 프로젝트)

마렘벨라는 당시 당한 일을 짊어지고 평생 살아야 한다. 그녀의 배우자는 강간 사실을 인지한 후 6명의 아이들을 남겨두고 떠났다. 마렘벨라는 “당시 내가 겪어야 했던 일은 아주 나쁜 기억으로 남아있다"며 “특히 우리 아이들을 시작으로 모두가 내가 강간당했다는 사실을 안 이후부터 그랬다. 가끔 사람들이 길에서 내가 당한 일에 대해 서로 쑥덕대는데, 이로 인해 나는 무척 상처받는다"고 말했다.

마렘벨라는 다른 여성들과 함께 경영진에 항의하기 위해 금광을 찾았다. 당시에는 업체명이 아프리칸배릭골드였다. 이후 업체 측이 연락해서 그에게 비밀유지계약서에 사인을 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그는 금광 또는 배릭골드를 대상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권리를 포기하는 대가로 1천3백90만 탄자니아 실링(미화 8천6백 달러)을 받았다. 그는 그 계약서에 사인하기에 앞서 내용을 충분히 읽고 이해하지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말했다.

배릭골드 대표이사 브리스토우는 이 일에 대해 “사람들을 함구하게 해서는 안 되지만, 언제나 응징은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내가 배릭에 몸 담은 짧은 시간동안 응징 요구가 언제나 있었다. 정의가 아니라, 응징 요구다. 이런 요구를 하는 사람에게 돈을 지불한 것”이라고 말했다.

광산 경영진과 경찰, 인권침해 진상규명 노력 미온적

이 같은 상황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의 법적대리인으로 일한 바 있는 야당 정치인 툰두 리수는 “북마라금광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이 같은 학대는 자주 일어난다”고 밝혔다. 리수는 지난 2017년 암살 기도를 당한 적이 있다. 정부가 맺은 광산 계약에 대한 마구풀리 정권의 거짓말을 폭로한 이후에 일어난 일이다. 그는 “잠잠한 기간도 있지만, 어떤 일이 발생하면 모든 문제가 터져 나온다. 그 긴장은 지금도 남아있다”고 말했다.  

캐나다 NGO ‘마이닝워치(Mining Watch)’의 캐서린 쿠먼스 활동가는 “민관이 합동으로 진행하는 금광 경비 과정에서 물리력을 과잉 사용해 발생하는 인권 침해 사례는 2005년쯤부터 눈에 띄게 증가해, 2009년에서 2016년 사이 매우 높게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쿠먼스는 다년간 북마라금광에서 발생한 사태를 기록해왔다. 그는 “내가 인터뷰했던 현지 주민들과 심지어 금광 직원들도 마이닝워치와 레이드(RAID)를 통해 이 사안에 국제적 관심이 쏠린 덕에 총격사태가 줄어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머리나 관절에 가해지는 폭력으로 평생 장애를 초래하는 심각한 폭력 사례는 매우 많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아카시아 광업은 취재진에게 보내온 답변서에서 마이닝워치와 레이드 측이 제기한 불법행위로 인한 주민들의 죽음과 인권침해 주장을 지속적으로 부인했다.

‘금지된 기사’ 취재진은 금광 내부에서 2014년과 2016년 경찰이 발사한 총에 맞은 두 남성의 가족들을 만났다. 가족들은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 측은 자기방어 차원에서 총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2017년 7월 아카시아 광업을 상대로 작성한 성명에서 시민단체 레이드는 “아카시아의 설명에 의하면 북마라금광에서 인권침해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금도 이 금광에서 생산된 골드바는 업계에서 가장 명망있는 협회인 런던금은시장에서 인증받은 업체인 MMTC-PAMP 사에서 정제된다. 이 업체는 스위스와 네덜란드계 MKS PAMP그룹의 인도 소재 귀금속 정제 계열사이다.

히테시 칼리아 MMTC-PAMP 사 위기 및 준법감시인은 “우리가 진행한 북마라금광 현장실사 과정에서 레이드의 보고서를 매우 진지하게 검토했고 제기된 문제에 대해 북마라 측을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대부분 오래된 사건이고 담당 경찰들의 활동과 관련 있는 인권침해 주장을 조정하기 위해 북마라 측의 조치도 평가했다”고 해명했다.

인권 침해가 극에 달한 지난 2010년 스위스 귀금속 가공업체 아르고르-헤레우스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작성한 한 문서에서 자사가 북마라금광에서 생산된 금의 정제를 담당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스위스 업체는 600개 이상의 업체에 금을 납품하는 상장사이다.

스위스 현지 매체 타미디어 취재진은 아르고르-헤레우스가 북마라금광의 금을 취급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을 요청했지만 업체 측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귀금속 생산·공급 과정 복잡, 최종 구매 기업 책임감 희박

전문가들은 사실 금의 브랜드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타일러 길라드 OECD 실사전문가는 “금 업계의 이 같은 방식은 금산업협회 차원에서 운영된다는 걸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길라드는 “그들은 정제업체가 OECD 기준에 맞게 금을 책임있는 업체에서 공급받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점검한다”고 설명하며 “이렇게 하는 의도는 금 제품의 상태를 보장하기 위한 것도, 생산 과정에 아동 노동이 없도록 보장하기 위한 것도, 환경파괴나 인권침해가 없도록 보장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복잡한 금 공급 과정이 명확한 검증을 불가능하게 하고, 감사의 질을 종종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그래서 금 공급 과정 전체에 책임감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2016년 진행된 한 인터뷰에서 아르고르-헤레우스 감사기구의 위르겐 헤레우스 의장은 이 같은 상황을 솔직하게 설명했다. 그는 “생산과정이 깨끗한 금을 정제하는 것은 이 업계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탄자니아의 소위 ‘불청객'들은 목숨을 걸고 금을 찾는 생활을 지속하고, 기자들은 금광이 야기하는 환경파괴와 기타 범법행위 취재를 저지당하거나 처벌받고 있다.

리수는 이 같은 금광 운영에 대해 “업자들은 금을 사용한 후 광산을 떠난다. 독성 물질을 남기고 떠난다"고 말했다.

그리고 기자의 상황은 자비르 이드리사의 삶을 통해 알 수 있다. 일과 생활이 황폐해졌다.

지난 2018년 12월, 그가 일하던 마위오 지는 정보문화예술체육부 장관이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다시 신문을 발행하려면 정부에서 허가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운영을 재개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드리사는 “정부에 달렸다. 정부에서 허가를 준다면 우리는 다시 일터로 돌아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시 복귀해서 용기를 갖고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아직 잃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취재: ‘금지된 기사’ 마리온 게간, 세실 쉴리즈-갈레고
번역: 김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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