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사냥법] ④ "인명재천 아니다, 인명은 '검찰'에 있다"

2021년 09월 29일 09시 50분

횡령 혐의 등으로 4년간 옥살이를 했던 한 중견기업 대표가 감옥에서 쓴 비망록 13권을 들고 뉴스타파를 찾아왔다. 검찰의 회유와 협박, 선택적 수사를 고발하기 위해서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134번 검찰에 불려갔던 그는 검찰에서 대체 무엇을 보고 겪었던 것일까. 뉴스타파는 4회에 걸쳐, 없는 사건을 만들고 있는 사건은 덮었으며,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했던 '대한민국 검찰'을 고발한다. <편집자 주>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했다. 4개월이 지난 2017년 9월,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하 남부지검)은 박진우(가명)를 다시 불러들였다. 720호 최청호 검사실이었다.
검사는 박진우에게 바로 원유철 얘기를 꺼냈다. 1년 전인 2016년, 원유철 보좌관 권 모 씨만을 기소하며 '원유철 뇌물 사건'을 마무리했던 남부지검이 재수사에 나선 것이다. 박진우가 쓴 비망록에는 당시 상황이 이렇게 기록돼 있다. 
- 갑자기 720호 검치라고 해서 긴장했다. 또 무슨 일인가 걱정을 많이 했다. 원유철을 다시 하는 것 같다. 원이 (뇌물수수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한다. 전에 진술한 것을 다시 확인했다. 보안 유지해 달란다.(비망록 / 2017.9.7)
박진우(가명)가 쓴 비망록. 2017년 9월 7일 기록에 '(검찰이) 원유철 수사를 다시 시작하는 것 같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정권이 바뀌자 시작된 재수사. 박진우의 비망록에는 "원유철 뇌물 사건 재수사와 정권 교체를 연관 짓는 것을 검찰이 경계했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 왜 평택지청(2014년 박진우가 원유철 뇌물 비리 최초 자백한 곳)과 기노성 검사실(2016년 원유철 뇌물 사건 담당)에서 원유철을 겨냥하지 않았냐는 뜻으로... (원유철이 당시) 실세였으니 정권 바뀌기 전에 (수사를) 못했다는 의구심을 가지는 것을 경계하는 것 같았다. (비망록 / 2017.9.7)

정권 바뀌자 다시 시작된 '원유철 뇌물 사건'

재수사는 신속했다. 검찰은 곧바로 박진우가 사용하던 휴대폰을 가져갔고, 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원유철 보좌관 권 모 씨를 불러냈다. 2016년 검찰 수사 때 권 씨는 "원유철에게 뇌물 수수 사실을 보고한 적이 없다"며 원유철을 보호했고, 혼자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검찰은 권 씨의 주변인들을 조사하며 압박했다. 권 씨의 아내·지인을 소환했고, 권 씨가 수감된 구치소와 권 씨 아내의 자동차를 압수수색했다. 
서울남부지검은 2017년 9월 14일부터 권◯◯(원유철 보좌관)의 배우자인 이◯◯을 3회, 권◯◯의 지인인 한◯◯를 4회, 황◯◯를 2회 조사했고, 서울남부구치소 내 권◯◯이 수용된 방실과 이◯◯의 자동차 등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원유철 1심 판결문
재수사 초기, 권 씨는 "박진우에게 받은 5천5백만 원을 혼자 다 썼고 원유철 관련 의혹은 없다"며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고 한다. 하지만 곧 무너졌다. 
2017년 11월 7일, 4회 검찰 조사에서 권 씨는 기존 진술을 번복한다. "뇌물 5천5백만 원 중 5천만 원을 받은 사실을 원유철에게 보고했고, 돈의 사용처도 원 의원에게 직접 지시받았다"는 취지였다. 진술을 번복하기 시작한 권 씨는 6회 검찰 조사 때는 "경기도 평택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뇌물 수수 사실을 원유철에게 보고했다"고도 말했다.  
권 씨는 원유철 1심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2016년 검찰 진술을 1년 만에 번복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사실대로 털어놓지 않으면 지인들이 굉장히 큰 처벌을 받을 것 같았다. 지인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판단했고, 사실대로 밝히는 게 지금의 사회적 정의에 맞다는 검사의 설득에도 납득이 가서 사실대로 진술했다.

원유철 1심 재판 - 보좌관 권 모 씨 증인신문 기록 / 2018.9.18

2016년 검찰의 '부실 수사'... 보좌관의 뒤바뀐 진술

권 씨가 바꾼 진술은 또 있다.
2016년 검찰 조사에서 권 씨는 "2012년 10월 서울 여의도 중식당에서 박진우로부터 직접 3천만 원을 받았고, 2013년 9월 서울 여의도 커피숍에서 2천5백만 원을 추가로 받았다"고 진술했었다. 권 씨의 이런 진술은 검찰 공소장에도 그대로 담겼고, 재판에서도 인정됐다. 
하지만 2017년 재수사에서 권 씨는 "3천만 원을 받은 시점은 2012년 10월이 아니라 2013년 1월이며, 돈을 받은 장소도 서울 여의도가 아닌 경기도 평택시 읍사무소 근처"라고 주장했다. 자신에게 돈을 준 사람도 박진우가 아니라 박진우의 지인 두 명(홍 모 씨, 조 모 씨)이라고 말했다. 뇌물을 공여한 시점과 장소, 인물 등 사실관계가 모두 달라진 것이다. 권 씨는 2016년 검찰 진술에 대해서는 "당시에는 박진우가 먼저 '2012년 10월 여의도 중식당에서 3천만 원을 교부했다'는 취지로 진술해서, 나도 거기에 맞춰 진술했다"고 말했다. 
2013년 1월 경 평택시 OO읍사무소 주차장에서 만난 홍OO(박진우 지인)이 ‘박진우가 전해주라고 한다. 산업은행 대출 건은 잘 되었다고 하더라’라고 말하며 봉투를 주었고, 집 앞 주차장에서 봉투를 열어보니 5만 원 권으로 3천만 원이 들어 있었다.

보좌관 권 모 씨 제4회 검찰 진술 내용 / 2017.11.7
권 씨의 뒤바뀐 진술은, 원유철을 빼고 보좌관 권 씨만 처벌한 2016년 남부지검 수사가 총체적으로 잘못됐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2016년 남부지검에서 원유철 사건을 담당한 기노성 검사에게 '부실 수사', '짜맞추기 수사'라는 오명이 붙을 일이었다. 
2016년·2017년 검찰의 '원유철 뇌물 사건' 수사 결과 비교표.

"XX놈들 원유철 수사 못하게 눌러 놓고 이제 와서..."

원유철 보좌관을 지낸 권 모 씨의 진술 번복 소식은 곧바로 기노성 검사실에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박진우가 쓴 비망록에는 이를 짐작게 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기노성 검사가 원유철 뇌물 사건 재수사 초기인 2017년 9월부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는 내용이다. 
- 저녁 먹으러 내려오는데 복도에서 기 검사 만났다. 기 검사가 '상도의에 어긋난다'면서 불만스런 말을 하는 것이 기억에 남는다. (비망록 / 2017.9.7)
취재진은 박진우와 인터뷰하면서 이 부분을 자세히 물었다. 박진우는 "최청호 검사실에서 조사받고 나오는데 기노성 검사를 만났다. 당시 기노성 검사실에서 나에 대해 다른 사건도 조사하고 있어서, '그것 좀 잘 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니까 기 검사가 '봅시다'라면서, '그런데 이건 상도의에 어긋나는 거 아니야?'라고 말하며 지나갔다"고 말했다. 
비망록에 따르면, 기노성 검사실의 불편한 심기는 원유철 보좌관 권 씨가 진술을 번복한 직후인 2017년 11월경 극에 달했던 것으로 보인다. 같은 해 11월 13일 자 비망록에는 기노성 검사실의 박 모 검찰수사관이 박진우를 직접 찾아왔다는 내용도 적혀 있었다. 
- 오후 검찰. 최청호 720호다. 갑자기 박 계장(검찰수사관)이 왔다. (비망록 / 2017.11.13)
당시 박 수사관이 박진우에게 했다는 말도 비망록에 기록돼 있다. 
- (박 수사관이) ‘XX놈들 원유철 수사 못하게 눌러놓고 이제 와서 왜 그러느냐’고 한다. 일단 2012년 10월 여의도 중식당에서 (원유철 측에) 돈 준 것은 흔들리면 안 된다고 한다. 그 이후에 또 (뇌물을) 준 것 같다고 진술하란다. 자기들끼리 '수사를 잘못했네' 하는 것 같다. 715호(기노성 검사실)가 많이 깨졌다고 한다. 나는 다 말했는데...  자기들이 거기서 끊더니 결국 이런 일이 벌어진다. (비망록 / 2017.11.13)
사실상 2016년 남부지검 수사에 누군가 외압을 행사했고, 이로 인해 원유철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음을 암시하는 내용이다. 박진우가 비망록에 썼던 "원유철은 하지 말라고 한단다(2016.5.17)", "원유철과 합의 봤다고 한다(2016.11.9)"는 내용과도 일맥상통한다.('검찰의 사냥법' 3편 참고
검사 출신의 김정범 변호사는 검찰 수사관이 다른 검사실에 있는 죄수를 찾아와 "기존 진술을 유지하라"고 얘기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며 "스스로 수사가 잘못됐음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검사들은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범죄 행위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니면, 수사를 조금 잘못했다고 해서 크게 불이익을 입지 않죠. 그런데도 지금 (수사관이) 그 정도의 얘기를 하고 있다. 별건으로 압박을 한다 할지, 계장이 와서 압박을 한다. 이 정도면 그 수사 자체가 크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죠. (혹시나 다른 것도 밝혀질까 봐) 하는 우려를 드러내고 있는 거죠. 

김정범 변호사 / 전 검사
취재진은 박진우를 찾아와 '수사 외압' 사실을 털어놨다는 박 모 수사관에게 연락했다. 박 수사관은 현재 검찰을 떠나 법무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취재를 거부했다. 

검찰, 박진우 최초 자백 3년 반만에 '원유철 기소'

결국 검찰은 '원유철 뇌물 비리'라는 한 사건을 두고 두 개의 수사 결과를 내놓은 꼴이 됐다. 이런 황당한 상황은 이 사건을 최초 자백한 사업가 박진우에게 고민을 안겨줬다. 원유철을 봐준 2016년 기노성 검사, '원유철 뇌물'을 밝혀낸 최청호 검사 중 누구의 손을 들어줘야 하는지였다. 박진우의 이런 고민은 그가 남긴 비망록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 715호(기노성 검사실) 입장은 권OO(원유철 보좌관)에게 (2012년 10월) 여의도에서 돈 준 것을 유지하라고 하고, 720호(최청호 검사실)는 바꾸라고 하는 것 같고.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하는 건지. 내 기억대로 하면 여기서(최청호 검사실)는 협조하지 않는다고 뭐라고 할 것이고, 또 720호 원하는대로 해주면 715호에서 다른 사건을 안 좋게 할 것 같고. (비망록 / 2017.11.20)
하지만 오래지 않아 박진우의 고민을 덜어주는 사건이 벌어졌다. 원유철 보좌관 권 씨가 진술을 번복하면서 지목한 박진우 측 뇌물 전달책 두 명(홍OO 씨, 조OO 씨)이 검찰에 소환돼 "2013년 1월 내가 박진우의 부탁을 받고 원유철 보좌관 권 씨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이다. 2016년 수사 결과를 깨뜨리는 진술이었다. 
아침 일찍 720호 호출이다. 그동안 조OO, 홍OO을 조사했단다. 홍OO도 (돈을) 전달했다고 했단다. (비망록 / 2017.12.19)
취재진은 의문이 들었다. 원유철 보좌관 권 모 씨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두 사람도 권 씨가 그랬던 것처럼, 2016년 검찰에서 한 진술을 번복한 걸까. 취재진은 의문을 풀기 위해 두 사람을 찾아나섰다. 그리고 홍 모 씨와 연락이 닿았다.
그런데 그의 입에서 뜻밖의 얘기가 나왔다. '2016년에는 원유철 뇌물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지 않았다'는 것. 2016년 남부지검 수사가 부실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가 드러난 것이다. 홍 씨는 "돈인지는 몰랐지만, 박진우가 주라고 해서 원유철 보좌관 권 씨에게 줬다"고 말했다. 
2017년 12월 13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원유철 당시 국회의원.
검찰이 재수사에 나서고 3개월 만인 2017년 12월, 원유철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청 포토라인에 섰다. 그리고 한 달 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진우가 평택지청에 '원유철 뇌물'을 처음 자백하고 무려 3년 반이나 지난 뒤였다.
재판에 넘겨진 원유철은 1심에서 징역 10개월,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지난 7월 대법원은 징역 1년 6개월 실형 확정 판결을 내렸다. 2017년 검찰의 재수사 결과가 인정된 것이다. '원유철은 뇌물 수수 사실을 몰랐다', '3천만 원은 2012년 10월 서울 여의도에서 전달됐다'는 2016년 검찰 수사 결과는 이렇게 완벽히 뒤집혔다.
선행사건 확정 판결에서 ‘권OO이 2012년 10월 여의도 식당에서 박진우로부터 3천만 원을 수수하였다’고 인정한 바와 달리 권OO은 2013년 1월 홍OO을 통하여 박진우로부터 3천만 원을 수수했다고 판단된다...(중략)... 권OO은 2013년 1월 5~6일 경 박진우로부터 3천만 원을 수수하고, 그 무렵 피고인(원유철)에게 수수 사실을 보고했다고 판단된다...(중략)... 피고인은 그 보고를 받아 3천만 원이 산업은행 대출 알선 대가라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권OO에게 3천만 원의 보관을 지시했다.

원유철 1심 판결문

원유철 "정권 바뀌니 표적 수사"

지난 7월 23일, 취재진은 구치소 수감을 기다리던 원유철 전 의원에게 연락해 검찰 수사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원 의원은 "정권 바뀌니 검찰이 표적수사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6년 보좌관이) 확정 판결을 받고 수감됐잖아요. 그런데 검찰이 확정 판결 받은 내용을 바꾼 거예요. 만약 검찰의 수사 결과 대로라면, 보좌관 권 씨는 죄를 짓지도 않고 1년 6개월 동안 형을 살았다는 거 아니에요? 이미 판결이 확정됐는데, 검찰이 수감 중인 재소자를 불러서 진술을 번복하게 하고, 번복된 진술을 갖고 기소를 하고, 법원은 저한테 유죄를 준 겁니다. 그런데 권 씨가 진술을 번복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검찰의 회유와 압박이 있었는지 곳곳에 정황이 드러나잖아요. 

원유철 전 국회의원
취재진은 2016년 원유철 뇌물 사건을 수사한 뒤 1년 만에 수사 결과를 뒤집어 '표적수사', '부실수사' 논란을 자초한 남부지검에 입장을 물었다. 남부지검은 "구체적인 수사 과정은 말할 수 없다"며 끝까지 답변을 피했다. 
2016년 '원유철 뇌물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남부지검 기노성 검사(왼쪽)와 박길배 전 부장검사(오른쪽).
2016년 원유철 사건의 주임검사였고 현재는 금융위원회 파견 중인 기노성 검사도 답변을 거부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대검찰청과 남부지검에서 대응하기로 했다. 그렇게 검찰 내부에서 정리가 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2016년 당시 남부지검 수사책임자였던 박길배 전 부장검사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2017년 원유철을 재수사해 기소했던 최청호 검사에게도 연락했다. '결과가 뒤집힌 2016년 남부지검 수사'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서였다. 최 검사는 "남부지검 공보관에게 물어보라"는 말만 반복했다.  

뉴스타파, '원유철 뇌물사건' 검찰 수사 6개월 추적... 검찰은 끝까지 침묵

뉴스타파는 지난 6개월간 검찰의 '원유철 뇌물 사건' 수사 과정을 취재했다. 중견기업 대표에서 한순간 죄수 신분으로 추락했던 사업가 박진우가 4년간의 수감생활 동안 쓴 비망록, 그리고 박진우의 육성 증언이 취재의 단초가 됐다. 2014년 평택지청에서 박진우가 처음 '원유철 뇌물'을 자백했지만 두 번에 걸쳐 사건이 덮힌 과정, 그리고 정권이 바뀌고 나서야 다시 시작된 수사를 되짚었다. 취재 과정은 쉽지 않았다. 취재가 진행되는 도중 나온 대법원 판결로 5선 의원 출신의 원유철이 수감되는 모습을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봤다. 
그런데 취재진을 더 착찹하게 한 건, 이런 황당한 수사결과를 내놓고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검찰의 태도였다. '왜 2014년 박진우의 원유철 뇌물 최초 자백이 묻혔는지', '2016년 수사에서 검찰은 왜 원유철은 빼고 보좌관만 기소하는 황당한 결과를 내놓은 것인지', '정권이 바뀐 뒤 검찰은 또 왜 강도높은 수사를 벌여 원유철을 잡아 넣은 것인지' 같은 아주 상식적인 질문에도 검찰은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검찰이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2014년과 2016년, 그리고 2017년까지. 세 번의 수사 끝에야 원유철이 죗값을 치르는 모습을 보게 된 사업가 박진우. 그리고 그가 남긴 13권의 비망록. 취재진은 인터뷰를 마치며 박진우에게 "죄수 신분으로 지켜본 검찰의 모습은 어땠는지" 물었다. 그는 "검찰은 힘 있는 자는 봐주고 약한 자는 억압하는 곳이었으며, 자신들에게 이득이 되는 사건은 키우고 아니면 덮는 곳이었다"고 말했다.   
소위 협조... 수사의 협조가 어떤 거는 조작질을 하는데도 협조했어야 되고. 어떤 거는 제가 알지도 못했던 사람들 것 까지도 책임을 져야 되는... 이런 거에 (검찰이) 동의하게 해서 협조했는데... 결국에는 (검찰이 약속을 안 지키고) 전부 다 (저를 기소) 했잖아요, 전부 다. 결국 제가 미결수로 4년을 살고 나왔잖아요.

박진우(가명) / 전 우양HC 대표
제가 그 생각은 많이 했어요. 사람의 목숨은, 특히 감옥에 있는 사람은 검찰에 달렸다. 인명은 재천이 아니에요. 인명은 검찰에 있다. 인명재검이다.

박진우(가명) / 전 우양HC 대표
제작진
취재홍주환
촬영오준식 최형석 신영철
편집정지성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신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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