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재 폐기물과 기자, 그리고 공무원

2021년 11월 04일 10시 00분

우리나라 전력 생산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석탄화력발전소는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하는 애물단지다.
전국 58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내뿜은 온실가스는 지난 2018년 기준 2억360만 톤으로 우리나라 전체 배출량의 28.2%를 차지했다. 이는 자동차 등 수송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9810만 톤)의 두 배가 넘고, 발전 부문을 제외한 산업계 전체에서 발생한 온실가스량(2억6,050만 톤)에 버금간다.   
게다가 석탄화력발전소는 온실가스뿐아니라 매년 엄청난 양의 석탄재 폐기물을 배출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16년 907만 톤이던 석탄재 폐기물 발생량은 2018년 933만 톤으로 늘었다가 지난해에는 704만 톤으로 감소했다.  지난 5년간 총 발생량은 4,327만 톤. 서울 여의도 면적의 땅에 매년 2미터 높이로 석탄재를 쌓을 수 있을만큼 어마어마한 양이다. 
석탄재는 입자의 크기에 따라 크게 두 종류로 구분된다. 밀가루처럼 미세한 입자를 가진 플라이애쉬는 시멘트 원료로 재활용되고, 모래알보다 굵은 바텀애쉬는 주로 땅에 매립한다.
그런데 석탄재에는 1급 발암 물질인 카드뮴과 독성 물질인 비소, 수은 등의 중금속이 다량 포함돼 있어 폐기물로 분류된다. 석탄재 매립에 따른 환경 피해 우려가 큰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석탄재 폐기물이 수백억 원대의 이권이 달린 돈벌이 수단이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석탄재 폐기물 사업에 언론인들도 뛰어든 사실이 확인됐다. 
여수MBC 김용석 전 국장은 2019년 12월 말 정년퇴직하기 전 1년 반 넘게 여수MBC 소속이면서 다른 기업의 대표이사를 겸직했다.
여수MBC 김용석 전 국장은 지난 2018년 5월 성지산업이라는 폐기물 재활용 업체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한 달 뒤 그는 제3의 투자자를 끌어들여 다솔산업이라는 업체를 새로 만들었고, 같은해 10월에는 다솔에너지를 신설해 각각 대표이사에 올랐다. 김용석 국장은 2019년 12월 말 정년 퇴직할 때까지 1년 반 넘게 여수MBC 소속이면서 다른 기업의 대표이사를 겸직했다. 이에 앞서 김용석 국장은 지역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해주겠다며 2018년 4월 굴껍질을 이용해 비료를 만드는 여수바이오의 사내 이사로 등기했다.  정년 퇴직을 앞두고 폐기물 관련 사업체 4곳에 이중 취업을 한 것.   
여수MBC는 전남 동부와 경남 서부 일부지역을 가시청권으로 둔 문화방송 계열사다.  여수MBC 관계자는 "직원의 겸직을 허용하지 않으며, 이중취업이나 겸직이 확인됐을 경우 사규상 취업 규칙 위반으로 징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김용석 국장의 징계 여부에 대해 "개인정보 보호와 회사 내부 방침상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김용석 국장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안식년 기간동안 노후에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우연히 인연이 닿아 대표이사직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지산업 내부 관계자가 기록한 근무 일지에는 김용석 국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하기 전부터 성지산업을 위해 일한 정황이 기록돼 있다. 2018년 5월 16일 김용석 국장은 성지산업 내부 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성지산업은 다른 업체가 공급하기로 한 석탄재 폐기물 15만㎥를 성지산업에게 맡겨달라는 제안을 주식회사 한양측에 건의하기로 했다. 당시 한양은 전남 여수시 묘도동에서 항만재개발 사업의 시공사였고, 부지 조성을 위한 성토재로 석탄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5일 뒤 김용석 국장은 성지산업을 대표해 협상에 나섰고, 기존 업체의 계약 물량보다 2배 많은 30만㎥ 의 석탄재 폐기물 공급권을 따냈다. 이를 무게로 환산하면 약 50만 톤 규모다. 
성지산업은 당초 기대한 것보다 더 큰 성과를 낸 김용석 국장을 일주일여 뒤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김용석 국장이 따낸 석탄재 폐기물 공급권은 그 해 연말 성지산업이 한국동서발전과 계약을 체결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성지산업은 충남 당진 석탄화력발전소 회처리장내 매립된 석탄재 폐기물 111만톤을 처리해주는 대가로 톤당 2만3,270원씩 모두 258억 원을 받기로 했다. 계약금액은 두차례 인상돼 277억 원으로 늘었다. 
그런데 석탄재 폐기물 사업은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항만재개발 사업 부지 인근 주민들의 반대 등을 이유로 한양측이 석탄재 반입에 대한 정식 계약을 차일피일 미뤘기 때문이다. 바지선을 통해 당진화력에서 싣고 온 석탄재 폐기물은 성지산업 바로 옆 공터에 쌓였다.    
성지산업 양효동 전 이사는 "2019년 1월부터 반입한 석탄재 11만 톤을 불법으로 쌓아뒀다"며 "이중 9만 톤은 그해 6월부터 3개월 간 조금씩 한양 현장으로 반입시켜 처리했지만 나머지 2만 톤은 흙으로 덮어 현재까지 그대로 매립돼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9년 8월 6일 촬영된 사진에는 석탄재 폐기물이 수미터 높이로 쌓여 있었다. 석탄재 폐기물을 허가 받은 보관시설이 아닌 곳에 쌓아두는 것은 폐기물 관리법 위반이다. 게다가 성지산업은 2018년 10월 폐기물 처리업 허가 내용을 변경하면서 폐기물 보관시설을 아예 없앴기 때문에 사업장 밖은 물론 사업장내에 폐기물을 쌓아두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불법 적치된 석탄재 폐기물로 인한 환경오염 등 피해가 우려됐고, 여수시에 이같은 문제를 지적하는 민원도 제기됐다.  하지만 여수시는 여수MBC 김용석 전 국장이 대표이사로 있던 성지산업에 과태료 처분과 형사고발 등 어떠한 행정처분도 내리지 않았다.
여수시 공무원들이 김용석 국장에게 베푼 특혜는 또 있다. 불법 재하도급 의혹이 신고됐지만 이를 묵인해 준 것이다.
김용석 국장은 업무상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2019년 4월 성지산업 대표이사에서 해임됐다. 그런데 정작 궁지에 몰린 것은 성지산업이었다.  여수시는 성지산업이 석탄재 폐기물 선별기를 신고 없이 사용했다며 과태료 100만 원을 부과했고, 한양은 석탄재 반입 작업을 아예 중단시켰다. 석탄재 폐기물 선별기는 수백 개의 구멍을 뚫은 원통형의 드럼을 회전시켜 일정 크기 이하의 석탄재만 골라내는 기계 장치다. 한양 현장에는 선별기를 거쳐 입자 굵기가 75㎜이하의 석탄재 폐기물만 반입할 수 있다. 
여수MBC 김용석 전 국장이 만든 다솔산업은 성지산업으로부터 불법 재하도급을 받아 당진석탄화력발전소에서 공급받은 석탄재를 (주) 한양이 시공중인 전남 여수시 묘도동 항만재개발 공사 현장에 공급했다.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놓인 성지산업은 2019년 7월 11일 김용석 국장과 이면 계약을 맺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계약서에는 성지산업이 당진화력에서 공급받은 석탄재 폐기물을 다솔산업에게 일정부분 분담해 공급하도록 돼 있다. 이는 폐기물 관리법이 엄격하게 금지한 재하도급으로 불법이다.  
다솔산업은 계약일 이후 당진화력에서 들여온 석탄재 폐기물 전량을 1톤 당 1,700~1,900원을 받고 일괄 처리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성지산업의 법인 계좌 거래내역에는 2019년 8월부터 12월까지 석탄재 폐기물 작업 비용으로 다솔산업측에 지급한 4억 9154만 원의 송금 기록이 담겨 있다. 이중 절반인 2억 5596만 원은 김용석 국장이 따로 만든 회사인 다솔에너지에 입금됐다. 김용석 국장이 세금을 줄이기 위해 성지산업으로부터 받은 하청 대금을 2개의 회사로 나눠 받은 것이다. 
이에 대해 김 국장은 "성지산업으로부터 재하도급을 받은 게 아니라 중장비를 대여해주고 비용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의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당시 다솔산업은 물론 다솔에너지는 중장비를 단 한 대도 보유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중장비를 단지 알선해 준 것뿐인데 성지산업이 석탄재 폐기물 처리 물량에 맞춰 수억 원의 대금을 지불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계약서에 명시된 다솔산업의 업무 항목에는 톤 당 300의 선별기 가동 인건비가 포함돼 있다. 이는 다솔산업이 선별기를 직접 가동했다는 뜻이다.
선별기는 석탄재 폐기물 재활용 공정의 핵심 설비로 법적으로 임차해서 사용하지 못한다. 당시 다솔산업에는 선별기가 없었고, 성지산업의 선별기를 공짜로 빌려쓰면서 선별기 가동에 필요한 인건비까지 따로 받은 것이다. 
게다가 다솔산업은 분담 물량을 한양 현장에 차질없이 공급한다는 계약 조건에 따라 덤프 트럭을 이용해 석탄재 폐기물을 실어 날랐다. 2000년 1월 촬영된 사진에는 석탄재를 실은 덤프트럭 앞 유리창에 다솔산업을 의미하는 '다솔'이라는 표식이 부착돼 있었다. 이는 석탄재 폐기물 육상운송 업체인 흥성산업으로부터 재하도급을 받아 가능했다. 석탄재 폐기물 운반 작업을 재하도급 받는 것 역시 폐기물 관리법 위반이다. 
이처럼 성지산업과 다솔산업의 폐기물 관리법 위반 사실이 뚜렷한데도 여수시는 어떠한 불법도 찾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폐기물 관리법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성지산업은 한국동서발전과 맺은 계약이 파기된다. 또 계약 불이행 금액의 1.5배를 벌과금으로 물어줘야 한다. 이 경우 여수MBC 김용석 전 국장 역시 더이상 석탄재 폐기물 사업으로 돈을 벌 수 없게 된다.  
2021년 11월 현재 김용석 전 국장은 성지산업을 대신해 한국동서발전과 계약을 맺고 석탄재 폐기물 사업을 운영중이다. 
뉴스타파는 다음 보도에서 석탄재 폐기물 사업을 둘러싼 검의 돈의 흐름을 보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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