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후보 검증] 국회의원의 자격을 묻다 : 부의 대물림

2020년 04월 08일 14시 10분

39.4세.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발표한 생애최초 주택마련 가구주의 평균 연령이다. 소득 하위 가구의 경우 44.8세까지 높아진다. 부동산 가격은 끝없이 치솟고 내 집 마련의 꿈은 점차 요원해지는 게 현실이다. 그렇기에 국민들은 고위공직자 부동산 문제에 더 높은 도덕적 잣대를 요구한다.


“서민들은 평생을 벌어도 집 한 채도 못한(산)다. 이런 거거든요.
‘지금까지 이런 장관 후보 없었다.’ ‘국토부 장관처럼 증여하면 될까요?’
후보자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이현재 /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거기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 없습니다.”
- 최정호/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2019.3.24.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지난해 3월,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벌어진 국회의원과 후보자 간 질의응답이다. 최정호 후보자는 자녀에게 아파트를 편법증여한 문제로 질타를 받고 결국 낙마했다. 그렇다면 ‘국회의원’들은 어떨까. 국회의원 스스로 자신의 자녀 ‘증여’ 문제에 대해 날선 비판을 가할 수 있을까.

20대 국회의원 자녀 부동산 총 203억 원,
1인 평균 3억 원에 달해

지난 20대 국회의원 재산내역 중 자녀가 신고한 부동산 액수는 203억 원(20,384,340,000원). 인원으로 따지면 총 67명으로, 1인 평균 3억 원에 달한다(304,243,881원).

59.46%가 수도권 내 부동산 소유
아파트가 12건으로 가장 많아

67명 중 임차권을 제외한 부동산 소유 자녀는 37명으로 그 가운데 수도권에 부동산을 소유한 경우는 22명이었다. 비율로 따지면 59.46%가 수도권 내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재산유형 중 아파트가 9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밖에 ▲다세대주택 4건 ▲상가 3건 ▲임야·연립주택·단독주택·오피스텔·대지·전·기타 각 2건 ▲복합건물·도로 각 1건이었다.


뉴스타파는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나선 후보자 자녀들의 재산 형성과정을 분석했다. 그 과정에서 부가 어떻게 대물림되고 있는지 들여다봤다.

#윤상일(미래통합당/중랑구 을) 후보


18대 비례의원(친박연대)을 거쳐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하는 윤상일(미래통합당/중랑구 을) 후보. 윤 후보가 도전장을 낸 중랑구 을은 윤 후보의 장남 윤 씨가 지난 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한 지역이기도 하다.

윤 후보가 올해 신고한 재산은 91억 원. 윤 후보의 장남 윤 씨의 재산은 15억 원(2016년 당시 신고 기준)이다. 올해 재산신고에 윤상일 후보의 장남 윤 씨는 빠져있다. 독립생계유지로 인해 고지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취재진은 장남 윤 씨가 지난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당시 신고했던 재산내역을 확인했다. 지난 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서울지역 후보자 중 10억 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가장 젊은 후보였다. 당시 서른여섯의 나이에 15억 원의 자산가로 성장한 방법은 바로 ‘증여’였다.

6살에 대지 2필지를, 12살에 상가건물 ‘증여’ 받아
13살 당시 증여받은 재산만 5억 2천만 원에 달해

장남 윤 씨는 다수의 부동산을 증여 받았는데 그 시기는 주로 성인이 되기 전인 미성년자 때이다.

1986년 당시 6살로 유치원생이었던 윤 씨는 중랑구 상봉동의 대지 2필지를 증여받았다. 윤 후보자의 아버지이자 윤 씨의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11살에 추가로 대지 2필지를, 12살에 상가건물을, 13살에 임야 1필지를 증여받았다. 불과 13살 어린이의 재산이 당시 공시지가 기준으로 5억 2천만 원에 달한다. 상가건물은 제외한 액수다.


친인척 부동산 매입해
6억 8천만 원의 시세차익 올려

윤상일 후보는 성인이 된 장남 윤 씨에게 상봉동 내 상가건물을 증여했다. 또한 장남 윤 씨와 함께 상봉동 일대의 대지를 매입하기도 했다. 장남 윤 씨는 상봉동 내 주택과 대지를 되팔아 각각 시세차익 4억 5천만 원, 2억 3천 만 원을 올리기도 했다. 2건의 매매 모두 친인척의 부동산을 매입한 것이다.

“도덕적으로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려받은 재산은 자식을 위해 지역과 대한민국을 위해 쓰겠다”

윤상일 후보는 장남의 ‘증여’ 문제에 대해 “아버지가 갖고 계시던 재산을 저한테 주시는 과정에서 손자한테도 일부 증여한 부분이 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재산은 거의 대부분 아버님께 받은 부동산 재산”이라며 “아버님이 주신 재산은 그대로 자식을 위해 주거나 지역을 위해, 대한민국을 위해 언제라도 쓰려는 게 제 인생의 목표”라고 말했다.

‘부의 대물림’ 문제에 대해 윤 후보는 “도덕적으로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 재산에 대해 사회에 환원하고 봉사하는 것에 달렸다”고 답했다.

#김삼화(미래통합당/중랑구 갑) 후보


20대 비례대표(국민의당)를 거쳐 21대 국회의원 중랑구 갑에 출마한 김삼화 후보(미래통합당/중랑구 갑). 김 후보는 재산 100억 원을 신고했다. 김 후보자 본인과 배우자의 재산이 94억 원, 장남과 차남이 각각 4억 원, 2억 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17살 장남에게 경기도 성남시 아파트 매입해줘

김 후보의 장남 권 씨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아파트 1채를 소유하고 있다. 매입 시기는 2009년, 장남 권 씨가 17살 고등학생 신분일 때다.

권 씨가 매입한 아파트 등기부등본을 떼보니 아파트 매입가격은 2억 8천만 원, 소유자 권 씨의 주소지는 강원도 횡성군의 한 기숙사로 기재돼있다. 거주 목적으로 구매한 아파트도 아니었고, 17살 고등학생이 구매하기엔 큰 금액이다.


“합법적인 범위 내서 취득”했지만
“공인으로서 사려 깊은 행동은 아니었다”

김삼화 후보는 자신이 장남의 아파트를 대신 구매해준 사실을 시인하며 “당시 해당 아파트에 살던 지인이 구매를 권유해 매입하게 되었다”고 답했다. 그 과정에서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세금을 다 납부해 취득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미성년자에게 아파트를 사실상 ‘증여’한 부분에 대해 김 후보는 “공인으로서 그 부분에 대해 사려 깊은 행동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당시 김삼화 후보는 변호사로 활동했다.

“소득재분배 위해 설정한 증여세 대신 납부? 공인으로서 바람직하지 않아”

특히 김 후보는 장남에게 아파트를 구매해주는 과정에서 발생한 증여세도 본인이 납부했다고 밝혔다. 증여세 마저 '증여'한 셈이다.

김영환 회계사는 수증자가 감당해야 할 증여세를 증여자가 대신 내주는 행위에 대해 “세금 부과를 통해 소득 재분배를 확보해나가야 하는데 이를 적극적으로 회피해나가는 방식은 공인으로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성중(미래통합당/서초구 을) 후보


20대 국회의원을 거쳐 서초구 을 재선에 도전한 미래통합당 박성중 후보(미래통합당/서초구 을). 올해 64억 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이 가운데 박 후보자의 장녀가 신고한 재산은 11억이다.

목동 6단지 내 유치원 건물 ‘증여’ 받아
현재 공시지가 54억 원에 달해

박성중 후보의 재산 64억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는 부동산은 바로 목동 6단지 상가 건물이다. 2층짜리 유치원 건물로 단지 내에 위치해있다. 박 후보자 본인과 배우자, 장녀와 차녀가 소유하고 있다. 현재 공시지가 합산액만 54억 원에 이른다. 해당 부동산은 박 후보의 장인어른이 ‘증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2008년, 박 후보의 장인은 목동 6단지 내 유치원 건물 1층을 박 후보와 박 후보의 배우자에게 증여했다. 당시 공시지가 20억 원 상당이었다. 남은 2층의 소유권은 박 후보의 두 딸에게 증여했다. 당시 2층 건물의 공시지가는 약 20억 원이었다. 이후 금액은 꾸준히 상승해 현재 1층, 2층 건물의 공시지가 합산액은 54억 원에 이른다.


목동 6단지, 재건축 적정성 검토 들어가
“14개 단지 중 6단지 속도가 가장 빨라”

목동 6단지는 지난해 말, 정밀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을 의미하는 D등급을 받고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 단계에 들어간 상태다. 양천구청 주택과 재건축팀 관계자는 “목동 14개 단지가 모두 안전진단을 신청한 상태”라며 “6단지의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말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3년 유예 법안 대표발의
부담금의 부과율 낮추는 개정안 추가 발의해

공교롭게도 박성중 후보자는 지난 2017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시행을 3년 유예하는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이 폐기되자 이듬해 재건축 부담금 부과개시시점을 늦추고, 부과율을 낮추는 개정안을 추가 발의하기도 했다. 이해상충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다.

박성중 후보, “재건축 규제 철폐는 평소 철학이 있기 때문”

박성중 후보는 공식 답변서를 통해 “안전진단 D등급을 받아도 적정성 검토에서 탈락할 경우 사업 진행이 불가”하다며 자신이 증여받은 상가건물이 재건축 대상에 포함된다는 보장은 없다고 주장했다. 2건의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에 관한 개정안 대표발의에 대해서는 “재건축 규제 철폐는 집값 안정을 위해 주택공급 확대가 최적 대안이라는 평소 철학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해당 후보자들은 증여세 납부 기록 등 합법적인 증여였는지 여부를 판단할 증빙자료를 추후 제출하기로 했다. 뉴스타파는 총선 이후에도 증여 과정이 적절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제작진
취재김새봄 강민수
데이터최윤원 김강민 연다혜
촬영정형민 김기철 이상찬
편집윤석민
CG 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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