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증 ‘이중제출’이 문제가 없다는 국회의원들에게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26명의 국회의원들이 후원금으로 조성한 정치자금 계좌에서 의정보고서 인쇄비, 우편요금, 문자발송비 등을 지출한 뒤, 똑같은 영수증으로 국회사무처에서도 예산을 타 낸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세금도둑잡아라, 좋은예산센터,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뉴스타파가 정보공개소송을 통해 입수한 의정활동비 증빙자료 등을 분석해 밝혀낸 사실입니다.

그런데 홍영표 원내대표는 큰 문제가 아니고 세금을 빼낸 것은 아니다 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우선 홍영표 원내대표의 영수증 이중제출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2016년부터 2017년까지 4건의 영수증 이중 제출로 총 1,936만원의 세금으로 조성된 국회예산을 국회사무처로부터 타 냈는데, 그 중에 가장 금액이 큰 건의 경우를 보겠습니다.

아래의 서류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홍영표 의원은 2017년 12월 14일 선관위에 신고되는 후원회기부금 정치자금 계좌에서 ‘의정보고서 기획 및 제작’ 명목으로 9,885,700 원을 지출합니다. 이 돈은 실제로 업체에 지출됐을 것입니다. 정치자금 계좌의 입출금은 선관위에 보고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해서 의정발간비 제작 비용이 지출됐으면 그걸로 끝나야 합니다.

▲ 홍영표 의원의 2017년도 정치자금 지출내역서, 12월 14일 의정보고서 제작비로 (주)자루애드에 9,885,700 원을 지급했다.

그런데 홍영표 의원은 하루 전인 2017년 12월 13일 국회사무처에 똑같은 영수증으로 같은 금액인 9,885,700원을 청구합니다. 그렇게 해서 국회사무처로부터 이 돈을 홍 의원 개인명의의 의원실 경비 계좌로 받아냅니다. 이 계좌는 정치자금 계좌와는 달리 입.출금 내역을 어디에도 신고하거나 보고할 의무가 없습니다.

▲ 2017년 12월 13일 홍영표 의원이 국회사무처에 청구한 의정보고서 기획 및 제작비 지급청구서, 역시 같은 금액인 9,885,700원을 청구한다.
▲ 홍영표 의원이 의정보고서 제작비 전자세금계산서, 이 영수증으로 선관위 정치자금에서 대금을 지출하고 국회사무처에도 중복 제출해 국회예산을 지급받았다.

그렇다면 국회사무처에서 받은 이 돈은 어디로 갔을까요? 당연히 의정보고서 기획 제작비로는 안 썼을 것입니다. 정치자금 계좌에서 이미 지출이 됐으니까요. 그렇다면 이 돈은 다른 용도로 쓰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민세금으로 일종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서류를 꾸민 것은 허위청구 또는 부정청구입니다. 실제로는 해당 의정보고서 기획 제작비를 정치자금 계좌에서 지출하면서도 거의 동시에 국회사무처에도 똑같은 의정보고서 기획 제작비 관련 청구서를 만들어 제출하는 방법으로 국회 예산을 타 낸 것이니까요.

그렇다면 다른 의원들은 어떻게 했을까요? 정치자금에서 쓰는 부분과 국회예산을 지원받아서 쓰는 부분을 명확하게 구분해서 쓰는 의원들이 많습니다. 똑같은 영수증을 두 번 제출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는 것이지요.

매년 상반기 문자발송 비용은 정치자금에서 지출하고 하반기 문자발송 비용은 국회 예산을 청구하는 등 영수증 처리를 제대로 하는 의원실도 많았습니다.

▲ 대다수 의원들은 이렇게 영수증을 선관위와 국회에 각각 한번씩 처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치자금 계좌에서 관련 비용을 먼저 지출했다가 국회사무처에서 해당 금액을 지원받은 후에는 기존에 정치자금에서 지출한 비용을 취소한 사례도 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역시 “국회의원이 후원회 기부금, 또는 후보자 자산 계정에서 정치자금을 지출한 뒤 해당 영수증을 이용해 국회에서 사후 지원받는 경우 해당 정치자금의 지출 취소 또는 환급에 준하여 처리하는 것이 정치자금법 취지에 부합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혀왔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를 몇가지 들어보겠습니다. 재선의 A 의원이 그런 사례입니다. A 의원은 2017년 7월 5일 의정보고서 제작 비용으로 30,228,000 원을 정치자금 계좌에서 지출합니다.

▲ A의원의 정치자금 계정, 2017년 7월 5일, 의정보고서 제작 비용으로 30,228,000 원을 지출한 내역

그리고 동일한 영수증으로 같은 날 국회사무처에 그 중 13,000,000원을 지원해달라고 청구합니다. 각 의원별 정책자료 발간 비용은 연간 1,300만 원 한도내에서 지원됩니다. 그래서 A의원은 1,300만 원을 청구한 것이죠.

▲ A 의원이 국회사무처에 제출한 정책자료 발간 지급청구서. 30,228,000 원 중, 지급한도액인 13,000,000 원을 청구했다.

그렇게 해서 국회에서 돈을 지급받고 보름 뒤, A 의원은 2017년 7월 21일 기존에 정치자금 계좌에서 지출한 30,228,000 원 중 국회사무처에서 받은 13,000,000 원을 마이너스로 감액처리합니다. 국회사무처에서 받은 돈으로 그만큼 정치자금 지출을 감소시킨 것, 그 돈을 다시 정치자금 계좌에 채워넣었다는 것이죠. 결국 국회사무처에 청구해서 받은 돈은 다시 공적으로 관리되는 정치자금 계좌로 들어간 것입니다. 

▲ A의원은 2017년 7월 21일, 국회에서 비용을 지급받은 뒤 정치자금 계정에서 1,300만원을 감액 처리했다.

중앙선관위도 정치자금 회계실무 책자에서 이렇게 하는 건 괜찮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공적으로 관리되는 정치자금 계좌 지출 금액에서 국회사무처에 청구해 받은 13,000,000 원 만큼을 취소한 것이므로 결과적으로 정치자금 계좌에서는 그 돈이 안 빠져 나간 셈이니까요.

또 다른 B의원의 경우를 보겠습니다. B의원은 재선 의원입니다. B의원은 먼저 후원회 기부금 정치자금 계좌에서 2017년 4월 11일, 5월 11일, 6월 8일, 8월 9일, 9월 12일, 이렇게 5달치 의정보고 문자발송비를 지출합니다. 그리고 그해 11월, 다시 이 영수증을 모아 국회사무처에 청구해 모두 3,590,070 원을 지급받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인데, 이 B의원은 홍영표 의원과는 전혀 다른 조치를 취합니다. 즉 세금으로 조성된 국회예산을 지원받은 뒤 곧바로 정치자금 계좌에서 그 금액(3,590,070 원)만큼 결제건을 취소해 환불 조치했습니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 영수증 이중 제출이 되지 않도록 사후에 적절하게 회계 처리한 것입니다.

▲ B의원이 국회사무처에서 돈을 받은 직후인 2017년 11월 13일, 해당금액(3,590,070원)을  정치자금 계정에서 결제 취소했다.

이런 식으로 정치자금에서 비용을 먼저 지불하고, 그 뒤 동일한 영수증으로 국회 예산을 청구해 받은 경우 이전 정치자금 지출 건을 취소하거나 정치자금 계좌로 환불 처리하는 경우는 많이 발견됩니다.

4선의 C의원은 이렇게 처리했습니다. 먼저 2017년 1월 19일 정치자금으로 의정보고서 발송료 3,702,000원을 지출했습니다. 이후 국회사무처에 같은 영수증을 제출해 해당금액을 지급받았는데, 2017년 3월 21일 정치자금 계좌에서 해당 지원금액(3,702,000 원)을 감액처리했음을 정확히 명기해놨습니다. 동일한 사안으로 양쪽에서 모두 비용이 지출되지 않았음을 스스로 증빙한 것입니다.

▲ C의원 후원회기부금 정치자금 계정, 2017년 3월 21일 국회사무처 의정보고서 발송료를 지급받고 계정에서 해당금액(3,702,000 원)을 감액처리한 내역이다.

회계 문제지만 복잡하게 생각하실 것 없습니다. 홍영표 의원이 국회사무처에서 받은 돈은 의원 개인 명의 계좌로 들어온 뒤 정치자금 계좌로 다시 가지 않았기에(적어도 세금도둑잡아라와 뉴스타파 등이 이 문제를 홍의원실에 문의하기 전까지는) 공적인 통제범위에서 벗어나 버렸습니다. 다시 말해 홍 의원이 국회사무처에 의정보고서 기획 제작비라며 청구해서 타낸 이 돈이 어디에,어떻게 사용됐는지 알 방법이 없다는 뜻입니다.  

앞서 소개한 A, B, C의원은 정치자금 계좌에서는 국회사무처에서 받은 돈 만큼 지출을 취소해서 그만큼 정치자금 지출을 감소시킨 것입니다. 그러니까 공적인 통제범위에서 돈이 관리되고 있는 것입니다. 홍영표 의원은 일종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이고, A, B, C의원은 그렇지 않은 겁니다.

또 다른 차이가 있습니다. A, B, C의원은 국회사무처에 청구한 용도 그대로 돈을 썼습니다. 허위청구가 아닌 것이지요. 그런데 홍영표 의원은 국회사무처에 청구한 명목과는 달리 국민 세금을 타내 본인 명의의 의원실 경비계좌에 넣어뒀습니다. 그 돈을 어떻게 썼는지는 의원실 외부에서는 알 수 없습니다.

홍영표 의원이 다른 여러 의원들과는 달리 자신의 이런 행위에 대해 변명만 하는 건 올바르게 국민 세금을 처리한 의원들을 오히려 바보로 만드는 것과 마찬가집니다. 문제가 없다는 홍 의원의 말이 맞다면 왜 정치자금에서 비용을 지출한 뒤 같은 영수증으로 국회예산을 청구한 다른 많은 의원들은 번거롭게 정치자금 지출을 취소하거나 환불 처리했을까요? 그냥 의원실 경비 계좌에 넣어두고 마음대로 편하게 쓰면 되는데 말이죠.

또 홍의원실은 뉴스타파의 취재가 시작된 이후, 뒤늦게 정치자금계좌로 돈을 입금해 놓고 이를 반납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이런 식의 대응보다는 책임있는 정치인으로서 매우 불투명하게 운영돼 온 의정활동비 지원 제도 등을 앞장 서서 개혁해 나가는 게 더 바람직한 자세가 아닐까요?

더구나 홍영표 의원은 3선 의원으로 18대, 19대 국회에서도 국회의원이었습니다. 국회사무처에서 받은 1,936만원을 정치자금 계좌로 반환하기 전에 어떻게 했는지와 함께 18대, 19대 국회때에는 의정활동비를 어떻게 집행했는지도 투명하게 밝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안과 관련해 SNS 등에서 떠돌고 있는 ‘가짜 뉴스’ 를 몇가지 설명드립니다.

의원실 계좌에서 정치자금계좌로는 입금이 안 된다?

=> 위 A, B, C 의원처럼 기존의 정치자금 지출을 취소하고, 국회에서 받은 돈을 업체로 전달하면 됩니다. 이렇게 처리하는 방법이 있는데, 마치 방법이 없는 것처럼 얘기되는 것은 가짜뉴스입니다.

일단 정치자금에서 지출하고 사무처에서 받는 것은 당연하다?

=> 아래의 201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책자에 나와 있는 것처럼, 선관위에서는 정치자금에서 지출하고 사무처에 또 청구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하는 경우에는 위 의원들 처럼 기존에 정치자금에서 지출한 부분을 취소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돈을 의원 호주머니로 빼돌리는 것입니다.
▲ 2015년 중앙선관위 정치자금 회계실무. 정치자금으로 지출한 내역을 국회사무처 예산으로 중복 청구하는 행위를, 사적용도의 지출 등 허위보고하는 행위와 함께 중점조사 대상으로 명기하고 있다.

기고 :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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