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입법정책개발비 개선안 발표... 정책보고서 공개는 거부

2018년 11월 30일 18시 31분

뉴스타파의 국회의원 예산 오남용 실태 보도 후 국회 차원의 입법 정책개발비 제도 개선안이 나왔다. 이은재, 백재현, 유동수 등 상당수 국회의원들이 가짜 연구자와 허위 견적서를 제출해 입법 정책개발비를 빼돌리고 표절 등 엉터리 보고서를 제출해 세금을 낭비했다는 폭로가 나온지 한 달여 만이다.

국회 혁신 자문위원회(위원장 심지연)와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은 11월 2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혁신을 제안한 최종 보고서를 발표하고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제출했다.

▲ 29일 국회 정론관에서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공개 등 국회 투명성 강화 및 제도 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있는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오른쪽)과 심지연 국회 혁신 자문위원회장(오른쪽 두번째)

혁신 자문위는 보고서를 통해 최근 국회의원들이 사용하고 있는 정책개발비 예산집행 과정에서 표절과 부정행위가 발생하고 있지만 관리가 미흡하다고 지적하고, 그 개선안으로 각 국회의원들의 입법 정책개발비 사용결과에 대한 검증이 가능하도록 국민들에게 정보 공개 체계를 갖추고, 의원실별로 연구 용역의 용도와 근거자료를 직접 공개하도록 권고했다.

모든 연구용역 결과물은 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 공개하고 용역 결과보고서의 표절과 부실 여부에 대한 검증결과도 별도로 공개할 것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유인태 국회사무총장은 지난 10월 국회 업무추진비 내역을 내년 1월부터 상세히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기관장에 대해서만 실시하고 있는 집행내역 사전 공표를 내년부터는 국회의장단 활동비를 비롯해 각 위원회 수석전문위원과 소속기관 실국장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유인태 사무총장은 지난 11월 9일 뉴스타파와 시민단체가 함께 소송을 제기해 2심이 진행 중이던 특수활동비와 예비금 등 정보공개청구소송의 항소를 취하했다고 밝혔다. 앞서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는 지난해 20대 국회의원들의 특수활동비와 예비금 사용 내역과 지출증빙자료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었다.

유인태 총장은 이번 제도개선안 발표가 국회 예산집행의 투명성 강화와 국민 알 권리 등을 반영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회는 정작 국회의원들의 정책활동을 평가할 수 있는 핵심 자료인 각종 정책 자료집과 정책연구 결과 보고서에 대해서는 여전히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는 지난달 국회사무처에 국회의원들 입법 정책개발비로 수행한 정책연구용역 보고서와 정책자료집의 비공개결정을 취소하고 즉시 공개해줄 것을 요구하는 이의신청을 냈지만 국회사무처는 기각했다.

국회사무처는 11월 16일 “(국회의원들이) 입법 및 정책개발을 위한 의사결정 또는 내부검토를 위한 자료로서 공개될 경우 의원실의 입법 정책개발활동을 제약하고 공정한 업무 수행에도 차질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유지했다.

20대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세금으로 수행한 정책보고서 가운데 국회도서관에 등재돼 열람이 가능한 정책보고서는 약 20%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정책보고서는 공개되지 않고 있어 표절 등 문제가 없는지 검증이 불가능하다. 반면 의정활동 홍보와 치적을 담은 국회의원들의 의정보고서는 대부분 국회도서관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뉴스타파와 시민단체는 조만간 국회를 상대로 국회의원들의 정책자료집과 정책연구보고서의 공개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하승수 변호사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국회가 정책연구용역보고서와 정책자료집을 비공개하고 있는 이유는, 최근 드러난 연구용역비리나 표절 보고서 문제를 은폐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고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받으려면, 정보공개는 필수”라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지난해부터 <세금도둑잡아라>, <좋은예산센터>,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등 시민단체 3곳과 함께 행정소송을 제기해 <국회의원 예산 사용 오남용 실태>를 추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국회의원 25명이 표절정책자료집을 낸 사실을 밝혀냈고, 지난 10월에는 이은재, 백재현 의원 등 일부 국회의원들은 가짜 견적서와 허위 연구자를 내세워 국회예산을 빼돌린 사실도 확인했다. 또 최근에는 같은 영수증을 국회사무처와 중앙선관위에 이중 제출하는 방식으로 국민세금이나 정치자금을 빼돌린 정황도 확인해 보도한 바 있다.

취재 박중석
데이터 최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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