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녹조 독소 불감증

2022년 10월 04일 08시 00분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가장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는 정책 중 하나가 바로 4대강 정책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보를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민주당정권은 이명박대통령께서 하신 보 사업있잖습니까. 4대강보를 깨부시려고 하는데 이거 지켜서 물을 잘 쓰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걱정하지마십시오.”

2022.2.21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경북 상주 유세에서 한 발언
윤대통령은 취임 후 이명박 정부에서 환경비서관을 지낸 한화진 씨를 환경부 장관에 임명했고, 윤석열정부의 감사원은 일부 보를 해체하기로 한 문재인정부의 결정을 감사하고 있다. 모든 정책 방향이 보를 유지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녹조의 정확한 명칭은 남세균, 수많은 독소를 내뿜어

문제는 보를 그대로 두면 녹조 대란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보가 물을 가두어 흐르지 못하면 녹조가 번성하기 때문이다. 녹조를 흔히 식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은 남세균(cyanobacteria)이라는 것이 정확한 명칭이다. 녹조는 세균이고 수많은 독소를 내뿜는다. 따라서 정부는 이 독소들에 대처해야 하는데 윤석열 정부는 보를 유지한다는 방침을 지키다보니 남세균의 위험이 별로 없다고 주장하는 불감증 증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9월 21일 환경단체가 발표한 낙동강의 남세균(녹조) 에어로졸 문제에 대한 환경부의 대응이다. 
낙동강 남세균이 공기 전파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는 오랫동안 환경운동 활동가들 사이에 첨예한 관심사였다. 남세균이 많은 현장을 다니다보면 지독한 냄새로 머리가 아파오는 증상을 느끼기 때문이다. 취재진이 만난 어민들은 더 강한 증상을 호소했다. 장종익 김해시 어촌계장은 “심할 때는 어떤 분은 구토도 하고 머리 아프다고 호소하는 어민들도 많이 있어요. 직접 물에 손을 넣고 그물을 들어야되고 이런 상황이 되니까 그 냄새가 역겨울 정도에요. 토하고 막 이런 분도 계시고.”라고 말했다. 이지영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같은 농도의 독소를 '먹었을 때'는 내장 기관을 통해 소화나 해독작용으로 영향을 줄일 수 있지만 '코로 호흡하면' 점막을 통해서 바로 피로 들어가기 때문에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지난 8-9월 환경단체가 부경대 경북대 창원대와 협력해 낙동강과 가까운 곳의 녹조(남세균) 에어로졸을 측정했다.

미국 측정치보다 500배 이상 남세균 에어로졸 검출에도 환경부 “인체 영향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는 부경대, 창원대, 경북대 전문가들과 협력해 낙동강 일대의 남세균 에어로졸을 조사해 발표했는데 그 수치가 매우 높았다. 어부들이 항상 드나드는 낙동강 대동선착장에서는 1세제곱미터에 6.8ng의 마이크로시스틴이 포집됐다. 이 수치는 에어로졸 연구가 활발한 미국 뉴햄프셔 강의 대기에서 검출된 최저농도보다 523배나 많은 것이다. 마이크로시스틴은 맹독성 독소로 남세균의 독소 중 가장 많이 발견되는 종류다. 어린아이들과 노인 등 남세균 독소에 취약한 계층이 많이 찾는 대구 화원유원지에서는 1세제곱미터 당 3.68 ng (뉴햄프셔주 강보다 283배)이 나왔다. 낙동강에서 1킬로미터 떨어진 아파트 단지 옥상에서 잰 마이크로시스틴 수치가 1.88ng(뉴햄프셔주 강보다 144배)였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이 수치들을 에어로졸 연구에 정통한 미국 마이애미대학교 의과대학 그레이스 자이(Grace Zhai)교수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자이 교수는 ‘단위가 맞느냐?’는 질문을 했다. 취재진은 단위가 맞는지 다시 한 번 마이크로시스틴을 측정한 이승준교수에게 확인했다. 마이애미대에서 취재진을 만난 자이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자이 그레이스 미국 마이애미대학교 교수가 남세균(녹조) 에어로졸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미국 남세균 에어로졸 전문가 “매우 놀라운 수치다"

“나는 선착장 공기에서 나온 수치에 놀라서 단위가 잘못된 게 아닌가 의심했다.왜냐면 우리가 논문에 쓴 마이크로시스틴 에어로졸 수치들은 그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건 마이크로시스틴만 측정된다고 해서 그것만 에어로졸에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우리가 연구에 활용하고 있는 초파리들이 에어로졸에 해를 입었는데도 막상 마이크로시스틴은 측정되지 않는 경우들이 우리 실험에서 있었다. 그러니 낙동강 에어로졸 수치는 정말 놀라운 것이다.아마 강 전체가 녹색일 것이다.”
자이 교수는 남세균 에어로졸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 신경관련 질환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세균이 많은 강이나 호수에서 1마일(1.6km) 반경 안에서 산다면 독소의 직접적 영향 범위에 든다고 말했다. 
해마다 남세균이 창궐하는 낙동강 주변에는 많은 아파트 단지들과 학교 등이 있어서 에어로졸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부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환경부는 ‘녹조 에어로졸의 인체 영향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지만 인체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아직 검토가 끝난 것도 아니면서 인체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단정한 것이다. 이러한 환경부의 태도는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던 2016년 환경부가 ‘녹조 독소가 농작물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단정했던 전례를 상기시킨다. 환경부의 장담과는 반대로 지난 해 낙동강의 쌀과 채소, 금강의 쌀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생명의강특위 부위원장은 “제대로 된 국가라면 지금 바로 실제로 위험한지 아닌지 조사해서 국민에게 알려야 되는데 조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낙동강 많은 논에 녹조가 들어와 농민들이 우려하고 있다.

낙동강 일부 농민, ‘논물에 손 씻기 겁난다. 잡초 뽑으려 해도 외국인 돈 주고 쓴다’

환경부의 이런 태도는 많은 국민들에게 피해를 줄지도 모른다. 실제로 남세균(녹조)이 논까지 들어오는 상황을 맞고 있는 낙동강 농민들은 우려를 하고 있다. 낙동강 인근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 하 모씨는 취재진에 “솔직히 장화 안 신고는 못 들어가요. 물이 이런데 손 씻는 것도 겁이 나죠. 그런 지역이 됐어요. 잡초를 뽑으려고 해도 외국인들 돈 줘서 해요.”

대구 수돗물에서 남세균 독소 검출

윤석열 정부 환경부의 남세균 독소에 대한 불감증은 대구 수돗물 사태에서도 드러났다. 7월 21일 대구MBC는 대구시 정수장 3곳의 정수가 끝난 물을 받아 이승준 부경대학교 교수에게 분석을 의뢰했다. 이 교수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공인 조사방법인 일라이자(ELISA) 검사법으로 검사했는데 0.28-0.22ppb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이 수치는 미국 환경보호청이 6세 이하 어린이와 건강 취약계층에게 마시지 말 것을 권하는 기준인 0.3ppb에 근접하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더욱 엄격하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0.03ppb 이상의 물을 3개월 이상 마시지 말 것을 권하고 있는데 그 기준보다는 훨씬 높은 수치다. 

환경부 “대구 수질연구소 검사에선 불검출로 나왔다" 환경단체 "270여종 중 4가지만 검사한 것"

그동안 환경부는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전혀 검출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에 이 조사 결과는 놀라운 것이었다. 그러나 환경부는 조사 결과를 폄하하는 주장을 펴기 시작했다. 먼저 환경부는 대구 수질연구소가 검사한 결과 모두 불검출로 나왔다고 주장했다. 
같은 시료를 사용했는데 왜 대구 수질연구소의 실험에서는 독소가 나오지 않은 것일까? 대구 수질연구소는 LC/MSMS라는 기기를 이용해 검사하고 있다. 수질연구소는 이 기기로 낙동강에서 자주 발견되는 4가지 마이크로시스틴 독소를 검사하고 있다. 그러나 마이크로시스틴에는 270여 종의 다양한 독소가 있어서 4가지 외의 다른 독소가 수돗물에 있더라도 이 방법으로는 검사할 수가 없다는 약점이 있다. 박희선 대구 수질연구소 수질연구과장도 ‘저희가 확인한 것이 4종류밖에 안 되니까 그 4종류밖에는 말씀 드릴 수가 없다'고 말한다. 반면 이승준교수가 사용한 일라이자 분석법은 마이크로시스틴의 270여종 독소를 모두 측정 할 수 있다. 

환경부 “일라이자(ELISA)검사법은 정확하지 않다"고 폄하

현재 정부가 시행하는 방법으로는 측정할 수 없는 독소가 새로운 방법에서 발견됐다면 놓쳐온 독소가 어느 정도인지 먼저 조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환경부는 정부가 시행하는 검사방법의 한계를 인정하기보다 일라이자 검사법이 부정확하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 환경보호청(EPA)에서는 일라이자 검사법으로 나온 수치가 0.3ppb 이하이면 신뢰도가 낮아 자료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구 수돗물 검사 결과는 0.3ppb이하니 신뢰도가 낮다는 것이다. 이런 환경부 주장에 대해 이승준 교수는 ‘미국 환경보호청의 최소보고 기준(minimum reproting level)은 숙련되지 않은 인력이 검사를 할 때도 실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고 전문가가 일라이자 방법을 쓰면 그보다 훨씬 낮은 결과도 신뢰도가 있게 도출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미국 오하이오주 톨레도 정수장의 수석 화학자 제프 마틴(Jeff Martin)씨가 남세균 독소를 측정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미국 정수장에서도 환경부 방식 아닌 일라이자 검사법을 쓰고 있어

과연 일라이자 검사법은 환경부가 주장하듯 부정확한 것인가? 우리는 미국 오하이오주 톨레도 정수장을 찾아가 알아봤다. 톨레도 정수장을 간 것은 그 곳이 2014년 마이크로시스틴이 수돗물에서 검출돼 단수사태까지 발생한 곳이기 때문이다. 당시 톨레도시는 50만명 주민에게 며칠 동안 수돗물을 마시지 말고 그 물로 설거지나 샤워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단수사태 이후 톨레도정수장은 정수 시스템을 보강했는데, 남세균 독소 방지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었다. 
결론을 말하면 톨레도 정수장은 이승준 교수가 쓴 방법인 일라이자 검사법으로 마이크로시스틴 등 남세균 독소를 측정하고 있었다. 왜 LC/MSMS 기기를 쓰지 않느냐는 질문에 수석 화학자(chief chemist)인 제프 마틴(Jeff Martin)은 ‘일라이자법이 270여 가지의 독소를 모두 측정해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LC/MSMS기기는 정확도 면에서 뛰어나기는 하지만 찾으려고 하는 종류의 독소 외 다른 독소가 물에 있어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좀 덜 정확하지만 전체적인 독소를 측정해주는 일라이자법이 주민의 건강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더 낫다’는 답을 했다.
‘만약 대구 수돗물에서 나온 0.28ppb의 마이크로시스틴이 톨레도 정수장에서 나온다면 그 수치를 신뢰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오하이오주 환경보호청(Ohio EPA)는 마이크로시스틴의 최소보고기준을 0.24ppb로 잡고 있어서 충분히 신뢰한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 사태 이후 그 정도로 높은 수치가 나온 적은 없는데, 만약 그 정도 수치가 나오면 먼저 검사가 잘못되지 않았는지 거듭해 확인해야 하고, 톨레도 시장과 오하이오 환경보호국 등에 보고를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미국 뉴저지주의 경우에는 오하이오보다도 낮은 0.15ppb를 최고 보고 기준으로 정하고 있다. 이런 사실은  환경부의 주장이 자칫 국민 건강을 담보로 위험한 고집을 피우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지영 오하이오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서 이런 기준치를 만들고 모니터링을 하는 이유는 사람의 건강과 수질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이런 문제는 좀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일라이자를 쓰면 마이크로시스틴 전체를 볼 수 있고, LC/MSMS를 쓰면 4-6가지를 정밀하게 보기 때문에 이 두 방법이 상호보완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두 가지 방법을 다 사용을 하는 게 왜 독소를 측정하는지 근본적인 목적에 대답을 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지영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교수 "국민 건강을 위한 정책은 위험 가능성을 최대한 방지하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환경부 “우리 환경부와 같은 위상의 미국 환경보호청이 정한 기준이 맞다”

그러나 미국 취재 결과를 들은 진명호 환경부 물이용기획과장은 “오하이오주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모르나 우리 환경부와 같은 위상의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정한 0.3ppb 기준이 맞다고 본다. 일라이자보다 더 정확한 LC/MSMS법으로 검증하지 않은 수치는 신뢰하기 어렵다"고 이전과 달라지지 않은 입장을 보였다.
윤석열 정부 환경부의 이러한 태도는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4대강 사업 이후 녹조 발생이 늘었고 공사 지역에 비알콜성 간질환이 늘었다는 연구(이지영 오하이오 주립대 교수 등 연구)가 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남세균 독소 노출로 신장질환 발생률 및 사망률이 늘었다'(성균관대 의학과 성지선씨 박사학위 논문)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생명의강 특위 부위원장은 “강 원수에서도 고농도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고, 그 물을 사용한 농작물에서도 검출됐고, 그 물을 사용한 수돗물에서 나왔고, 또 공기 중에서 나왔다. 물, 먹거리, 공기 생명체 유지의 필수 조건인 이 세 가지 모두에서 독소가 나왔는데 환경부는 안전하다는 답변만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 전문가들과 민간단체가 환경부를 백해무익이라고 평가는데, 지금 윤석열 정부의 환경부는 그 백해무익 환경부로 돌아가고 있다. 위험을 계속해서 왜곡하고 국민들을 호도하고 민간단체와 민간 전문가들을 억압하려고 하고 있고 이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않겠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 행태다"
최근 경찰은 이승준 교수와 환경단체 활동가들에게 연락해 ‘녹조 이슈에 대해 말해달라' ‘시위할 계획이 있느냐' 등의 질문을 했다고 한다. 이명박정부 국정원에서 4대강 반대 활동가들을 사찰한 것과 같은 흐름이 윤석열 정부에서도 시작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제작진
글,구성이근수
촬영오준식 이상찬 정형민 신영철
편집윤석민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