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장악 카르텔]⑫ 방심위 '청부민원' 닮은 국민권익위 '청부신고' 의혹

2024년 10월 15일 13시 56분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임명 강행과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는 그 정점에 있습니다. 뉴스타파와 미디어오늘, 시사인, 오마이뉴스, 한겨레 등 5개 언론사는 각 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취재 보도합니다. <편집자주>
윤석열 정권의 언론 장악 '돌격대'라 불리는 공정언론국민연대(이하 공언련)에서 법률 지원 업무를 맡았던 홍세욱 변호사는 2022년 9월부터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해왔다. 그런데 홍 변호사가 자신이 속했던 공언련 가맹 단체들이 권익위에 신고한 사안들을 직접 심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단체들이 KBS, MBC 등 공영방송 이사진들을 권익위에 신고한 결과는 기존 이사진을 잘라내는 발판이 됐다.
이에 따라 홍 변호사의 '이해충돌' 위반 문제가 제기된다. 
KBS노동조합(허성권 위원장)은 지난해 7월 13일, KBS 남영진 이사장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권익위에 신고했다. 신고 한 달 만에 방송통신위원회는 권익위 조사를 이유로 남영진 이사장 해임안을 의결했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남 이사장을 곧바로 해임했다. MBC 제3노조(당시 오정환 위원장)는 지난해 9월 20일,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을 같은 혐의로 권익위에 신고했다. 권익위는 경찰청에 수사를, 방통위에는 조사를 의뢰했다. 
이런 사실들은 여권 추천 국민권익위원과 친정권 언론 단체들이 긴밀히 유착한 이른바 '청부 신고'를 의심케 한다. 이는 뉴스타파가 최초 보도한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청부 민원' 의혹과도 비슷한 모양새다. 

공언련 발기인 출신 권익위원이 공언련 측의 신고 심의

공동취재팀은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권익위 분과 위원 명단을 입수했다. 여기서 홍세욱 위원이 권익위 2분과 위원이란 사실을 확인했다. 정승윤 부위원장을 비롯한 여권 추천 위원 3명으로만 구성된 2분과는 남영진 KBS 이사장과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유시춘 EBS 이사장이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곳이다. 
3명의 분과 위원이 모두 찬성하면, 전원위원회(15명)로 넘어가지 않고 그대로 확정된다. 위 3개의 사건은 모두 2분과에서 3명 전원 찬성으로 확정됐다. 
그런데 홍 위원은 공언련의 발기인, 이사회, 운영위원회, 법률지원단장에 이름을 올렸던 인물이다. 공언련 가맹 단체 중 ‘경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은 홍 위원이 만든 단체다. 홍 위원은 공언련 출범 3개월만인 2022년 9월, 국회 추천으로 권익위 비상임위원이 됐다.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18조 2항에 따르면 분과위 심의·의결 이해당사자는 위원에게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기피 신청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홍 위원은 스스로 심의·의결을 회피하지 않았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이 자신의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민원을 신청하게 만든 뒤, 자신이 직접 심의에 참여해 방송사 제재를 결정한 것과 비슷하다.  
'기피 신청'이 강제 규정은 아니다. 본인이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슷한 사안에 대해 권익위는 전혀 다른 판단을 한 바 있다. 2023년 8월, 공언련은 정민영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야권 추천)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으로 신고했는데, 권익위가 조사 10일 만에 정 위원이 법률을 위반했다고 발표했다. 정 위원이 MBC가 의뢰한 소송을 수임한 상태에서 MBC 관련 민원을 심의했다는 이유였다. 이에 대해 정민영 전 방심위원은 뉴스타파에 "당시 내가 mbc를 대리했던 사건이 방심위에 안건으로 올라온 경우, 공개된 회의에서 이를 모두 밝히고 심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는 방심위 회의록에 그대로 기재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정민영 위원에 대한 해촉안을 재가했다. 

공언련에서 주요 역할한 홍세욱...권익위원 임명 후에도 계속 활동 

공언련은 2022년 6월 설립된 단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만들어진 이 단체는 윤석열의 언론장악 ‘돌격대'로 평가받는다. 경찰, 검찰, 감사원, 방심위, 권익위 등에 조직적으로 고발과 신고를 해왔고, 국민의힘과 연대해서 각종 집회와 세미나를 열어 왔기 때문이다. 
앞서 공동취재팀은 공언련 가맹 단체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윤석열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을 도왔는지 구체적으로 보도한 사실이 있다.(관련 기사 : [언론장악 카르텔]④공언련이 ‘드리블’ 대통령이 ‘마무리’)
2022년 7월 27일, 공언련은 KBS, MBC 등 공영방송 사장과 주요 간부들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는데, 이날 기자회견에 홍 위원이 등장해서 직접 고발 취지를 밝혔다. 이어 2022년 7월 29일, 박성중 당시 국민의힘 의원과 공언련이 공동으로 주최한 <문재인 정권 공영언론인 블랙리스트, 무엇이 문제인가>란 이름의 긴급 토론회에 참석한 홍 위원은 “제가 말씀드린 (고발) 사유에 대해선 계속 조사를 하고 있고 조사가 이뤄지는 대로 추가 고발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 위원은 2022년 9월 권익위원이 된 후에도 공언련과 연관된 활동을 지속했다. 
2022년 11월,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과 새미래포럼, 자유언론국민연합이 국회에서 개최한 <방송구조 정상화! 현황 및 문제점 그리고 정책방안> 토론회에 홍 위원이 참석했다. 2023년 6월, 공언련이 KBS 이사들을 배임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도 홍 위원이 법률지원단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에 대해 홍 위원은 “요청이 들어오면 나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직책(권익위원)과 그것은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홍세욱 위원은 자신의 이해충돌 논란도 적극 반박했다. 그는 지난 11일 공동취재팀과의 통화에서 “규정에 따라 (심의)했고 특별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근거를 설명하기까지는 좀 그렇고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진행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언련 발기인 이후 실질적 활동을 하지 않았고, 활동을 안 했는데 공언련에서 계속 이름을 넣어서 예전에 한 번 빼달라고 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2022년 7월 27일, 홍세욱 변호사(왼쪽)가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 최철호 대표(오른쪽)와 함께 "KBS·MBC·연합뉴스 사장들과 인사 책임자들을 블랙리스트 실행 혐의로 고발한다"며 방송사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하는 모습 (출처: 뉴데일리)

이사진 '찍어내기' 배경에 공언련과 권익위가 합작한 '청부신고' 의혹  

법률 전문가들은 홍 위원의 이해충돌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이희영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장)는 “권익위법(부패방지법)에 명시된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에 명백하게 해당된다. 회피 대상이라 본다”며 “최근 권익위가 특정 진영의 사람들끼리 짜고 치는 식으로 돌아간다는 비판이 있지 않나. 같은 맥락이라 본다”고 분석했다. 김성순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권익위 이해충돌 규정이 강한 편이 아니라 법적으로는 검토가 필요하다”면서도 “거칠게 보면 고발사주랑 다를 게 없다. 권익위를 장악해 놓은 다음 공언련 쪽에서 신고하면 받아서 심의·의결하라고 시킨 걸 수도 있지 않나”라고 평가했다. 
권익위 조사를 받은 당사자인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은 “당시 권익위가 (청탁금지법 위반)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무엇이 문제인지 밝히지 않았다. 이런 결정을 누가 내렸나 황당하게 생각했는데 이런 분이 했다고 알게 되니 역시 황당하다”고 말했다. 유시춘 이사장도 “정황으로 미뤄보면 저를 해임하기 위해 여권 측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작진
언론장악 공동취재팀봉지욱 박종화 연다혜(이상 뉴스타파) 박재령(미디어오늘) 신상호(오마이뉴스) 박강수(한겨레)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