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적자가 문재인 정부 탈원전 탓이라고?

2022년 06월 16일 20시 00분

올해 1분기 한국전력은 7조 8천억 원의 영업손실이 났습니다. ‘사상 최대’ 적자가 났다는 기사들이 쏟아졌죠. 그런데 몇몇 언론에서 쓴 기사들 중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적자의 이유가 좀 이상했습니다.
이 기사를 보면 역대 최대 적자를 내게 된 원인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상하죠. 뉴스타파가 보도한 것처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결과적으로 성공하지도 못했는데 탈원전 때문에 적자가 났다니…
관련기사 - 문재인 정부 5년, 탈원전은 없었다(https://newstapa.org/article/5Vo42)
그럼 한전이 이렇게 큰 손실이 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래는 2005년부터 한전의 영업실적과 국제 유가 추이를 나타낸 그래프인데요. 보시면 이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국제 유가와 한전 영업실적 추이 (출처 : 기후솔루션)
보시다시피 주황색 선이 국제유가의 추이를 나타낸 것이고 파란색 막대그래프가 한전의 실적을 나타낸 겁니다. 2015년, 2016년 한전 영업 실적을 보면 영업이익이 매우 높은 것을 볼 수 있네요. 그때 유가는 $40~50 선에서 왔다 갔다 한 것을 확인할 수 있고요. 반면에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올 1분기를 보면 유가가 $95.5로 나와있네요. 이를 봤을 때 한전 영업 실적은 국제 유가 추세와 반비례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 확인됩니다.
그렇다면 왜 한전의 영업실적은 국제유가에 영향을 크게 받게 되는 걸까요? 이유는 국내의 전력생산 구조 때문입니다.
에너지원별 발전량 비중 추이 (자료 : 한국전력공사)
국내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을 나타낸 그래프인데요. 이거 보시면 문재인 정부 기간에 원자력 발전은 2018년을 제외하고는 계속 오르는 추세였네요. 그런데 2022년 1분기 적자가 문재인 정부 때 원전 정책 때문이라니 잘 동의가 되진 않습니다.
다시 한전의 영업실적과 국제유가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죠. 2021년만 놓고 봤을 때 국내 석탄과 가스 발전의 비중은 전체의 65.3%를 차지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석탄, 가스, 유가 등 연료비가 오르면 한전이 발전사에 지급해야 하는 비용도 커지게 되죠. 문제는 전기요금은 사실상 국가가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비용이 오르면 자연스레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한전이 지불한 발전원별 전력정산금 (출처 : 기후솔루션)
2021년 1분기와 2022년 1분기에 한전이 발전사에 대금을 얼마나 지불했는지를 보여주는 그래프인데요. 올해 LNG와 석탄화력 발전소에 지불한 금액이 전년도 동기 대비 훨씬 많아진 게 확인되네요. 오히려 원전에 지급한 대금은 줄었으니 적자에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됐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결론적으로 이번 한전 적자의 근본적인 이유는 화석연료 의존을 많이 하는 국내 전력 구조에서, 국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유가, 가스, 석탄 등 원료비가 급증한 탓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습니다.
제작진
연출송원근 박종화
출연심인보 조원일
촬영정형민 이상찬
편집박서영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