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세금계산서로 비자금 만든 통일운동 단체

2018년 08월 13일 17시 01분

사단법인 ‘통일을실천하는사람들(이하 통일천사)’은 지난 2016년 3000만 원의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았다.

정부 보조금은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기업가 육성 교육을 하고 점심과 저녁, 식사 두끼를 제공하는데 주로 사용됐다. 교육 장소는 서울 마포구 창전동에 있는 피스센터.

그런데 식비 영수증에 나온 식당의 주소는 피스센터 근처가 아닌 양천구 신정동이었다.  피스센터에서 신정동 식당까지는 승용차로 25분 정도 걸린다.

교육 시간표상 점심 시간은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다.  불과 10분 안에 식사를 마치지 않으면 오후 교육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데 왜 통일천사측은 이렇게 멀리 떨어진 식당을 이용한 것일까.

뉴스타파는 식당이 입점해있는 건물 지하에서 그 이유를 찾아냈다. 한 쪽 벽면을 빨강과 파란색으로 칠한 복도는 통일천사측이 교육장소을 찍은 곳이라며 행정안전부에 제출한 사진과 동일한 곳이었다. 즉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는 창전동의 피스센터가 아니라 식당이 있는 신정동 건물에서 이뤄졌던 것이다.

그런데 통일천사측은 피스센터에서 강의실을 빌렸다며 이 센터를 운영하는 이룸커뮤니케이션에 대관료로 하루 50만 원씩 모두 500만 원을 지급했다. 이룸커뮤니케이션측은 같은 금액의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

이룸커뮤니케이션의 대표는 통일천사의 공동상임의장인 서인택 씨다. 서 씨는 또 통일교를 세운 고 문선명씨의 4남 문현진씨가 설립한 글로벌피스재단의 회장도 맡고 있다. 통일천사의 박종춘 공동대표와 김권민 기획팀장은 글로벌피스재단 직원이다.

정부 보조금 집행 지침은 단체 임직원들이 운영하는 업체와의 내부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통일천사 측은 이런 규정을 무시하고 특수관계에 있는 회사를 통해 가짜 세금계산서를 받고 정부 보조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만든 것이다.

통일을실천하는사람들의 보조금 횡령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통일천사측은 지구촌평화연구소 권영태 선임연구원이 5차례 강의를 했다며 강사비 70만 원을 지급했다. 지구촌평화연구소는 글로벌피스재단 산하 기관이다.

권 선임연구원이 작성한 강의확인서를 보면 2016년 10월 12일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2시간 동안 강의한 것으로 돼 있다. 통일천사측은 이날 오전 9시57분에 촬영한 권 선임연구원의 강의 장면 사진을 증빙자료로 제출했다.

그러나 1분 뒤 촬영된 사진에는 또다른 강사가 등장했다. 강의확인서에는 이동훈 청수엔지니어링 사회공헌팀장이 코리안드림의 비전에 대해 교육한 것으로 돼 있다. 이동훈 팀장의 강의시간은 오후 3시반부터 5시반까지인데 엉뚱하게도 오전 9시 58분에 강의하는 모습이 찍혔다.

또 9월 23일과 10월 15일 강의를 한 것으로 돼 있는 김종진 한국유통과학회 이사의 강의장면은 10월 14일 낮 12시에 촬영됐다. 실제로 강의를 하지 않았지만 강사비를 받기 위해 사진만 촬영한 것이다.

이에 대해 통일천사측은 강의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사업을 실질적으로 주관하고, 강사들을 직접 섭외한 이동훈 청수엔지니어링 사회공헌팀장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실제로 강의를 한 것은 아니라며 사비를 털어서라도 잘못 지급된 강사비를 반환하겠다”고 말했다. 이들 3명에게 지급된 강사비는 모두 210만 원이다.

가짜 세금계산서와 허위 증빙자료로 보조금을 빼돌린 이 단체에 행정안전부는 2016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1억 원의 정부 보조금을 지원했다.

취재 : 황일송
촬영 : 정형민
편집 : 박서영
CG  :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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