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장 비위 눈감는 해외문화홍보원

2019년 08월 02일 08시 00분

이 친구들이 조직의 쓴 맛을 너무 모르네요. 참 겁도 없고 여러가지 하네요. 이번에 완전히 파헤쳐서 할 수 있는 모든 정당한 방법으로 쪼까내지요.

뉴스타파는 지난 7월 16일 주베트남한국문화원의 박혜진 원장이 세금을 빼돌려 베트남 사파와 짱안으로 가족 동반 관광을 다녔고, 외교부와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이 봐주기 감사를 통해 박 원장에게 면죄부를 줬다고 보도했다.

해외문화홍보원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며 다시 조사에 나섰다. 해외문화홍보원 김일환 기획관은 “뉴스타파가 지적한 부분에 대해 지금 면밀하게 다시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외문화홍보원 직원 4명으로 꾸려진 조사반은 주베트남한국문화원 2층에 조사실을 마련,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행정조사를 벌였다.

뉴스타파는 해외문화홍보원이 제대로 조사를 하고 있는지 검증했다.  취재진이 조사반원을 처음 만난 곳은 문화원 내 조사실이 아닌 호텔 커피숍. 이 자리엔 박혜진 원장과 문화원 리모델링 공사업체 대표가 조사반원 2명과 마주 앉아 있었다. 조사반원들의 상급자인 홍지원 과장이 문화원의 직원들 모르게 공사업체 대표를 조사할 수 있도록 박 원장에게 지시했기 때문이다.

홍 과장은 서면 답변을 통해 “조사 대상자의 편의를 고려해 호텔에서 만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왜 직원들 모르게 그것도 한국인이 잘 가지 않는 곳을 선택했는지 의문이다.

공사업체 대표는 이 자리에서 박 원장에게 유리한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뉴스타파 취재 결과 이 공사업체를 소개시켜준 사람은 다름 아닌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정책보좌관이었다. 이는 홍 과장과 조사반원들이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서 나눈 대화로 확인됐다.

홍지원 과장이 “윤 보좌관 이야기로는 본인이 펜스(리모델링 공사의 오기) 공사를 소개해줘서 그걸 엮으려 하는 것 같다”고 말하자, 조 모 사무관은 “외교부에서 공사를 조사한 바로는 그 부실한 자료로도 많은 문제점이 발견돼 이게 공사가 제대로 되고나 있나 걱정됐다는 말을 들었는데 윤 보좌관이 소개해 준 업체라는 이야기는 못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조 사무관은 ‘윤광식 보좌관이 리모델링 공사업체 대표와 잘 알고 있는 사이라는 것을 알고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모른 척 발뺌했다.

윤광식 보좌관은 취재진의 전화를 피했다. 문자 메시지를 통해 질문했지만 답변하지 않았다. 그는 해외문화홍보원을 통해 “지난해 5월 박 원장의 요구로 업체를 소개시켜 줬을 뿐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아 아는 바가 없다”는 입장을 짤막하게 전달해왔다.

그러나 직원들의 대화방 내용을 보면 윤 보좌관은 최근 박양우 문체부 장관에게 베트남문화원장은 큰 비리가 아니면 정상참작을 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해외문화홍보원이 지난 5월 정부 합동감사를 앞두고 감사 정보를 미리 흘려 박 원장과 와잉 팀장이 가짜 증거를 만들어 감사를 피해 나갈 수 있게 도운 것으로 새롭게 확인됐다.

외교부와 문체부, 해외문화홍보원은 지난 5월 9일 주베트남한국문화원에 대해 정부 합동감사를 벌이기로 결정한 뒤 5월 14일 정식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해외문화홍보원 유 모 주무관은 4월 하순경 박 원장 등에게 감사를 나갈지 모른다고 귀띔을 했다. 박 원장은 “정확하게 지금 기억은 안 나는데 4월 중순에서 4월 말 정도에 인지를 한 것 같다. (감사통보) 공문을 받은 건 그거보다도 더 뒤였다”고 말했다.

이처럼 감사 사실을 미리 알게 된 박 원장은 감사에 대비해 와잉 팀장과 서로 입을 맞췄다. 가짜 파티션 견적서를 통해 공금을 횡령한 것이 아니라 박 원장의 사비로 사파 관광 비용을 충당했다는 거짓말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해외문화홍보원 직원들도 뉴스타파 취재에 대비해 베트남 대응반이라는 단체 대화방을 텔레그램에 만들고, 박 원장을 비호하는 데 앞장 선 사실이 드러났다. 이 대화방에는 박 원장 외에 홍 과장과 조 사무관, 유 주무관 등 4명이 단체 대화방에 참여했다. 이 가운데 조 사무관과 유 주무관은 홍보원 행정 조사반에 차출돼 박 원장의 비위 사실을 검증하는 역할을 맡았다.

홍 과장 등은 박 원장의 비위를 신고한 현지 문화원 직원들에 대해 강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홍 과장은 “이 친구들이 조직의 쓴 맛을 너무 모르네요. 참 겁도 없고 여러가지 하네요. 이번에 완전히 파헤쳐서 할 수 있는 모든 정당한 방법으로 쪼까내지요”라고 말했다. 조 사무관은 “아무튼 의문은 김민중이 왜 지 목줄을 조르는 행동을 하느냐는 거에요. 그냥 바본가 거 참. 바보 인증이죠”라는 글을 올렸다.

국고를 횡령해 놀러 다닌 재외공관장의 비위를 눈감아주고, 공익 신고자를 보호하기는커녕 반드시 쫒아 내겠다며 이를 갈고 있는 모습은 적폐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취재 : 황일송
촬영 : 신영철
편집 : 정지성

관련뉴스